특별기획 04 - 한중일 기업 R&D 투자 효율성 비교와 시사점
최근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지연되고 교역량 증가세도 크게 둔화되면서 수출시장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국내에서는 그동안 수출을 통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이 지속 악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상존한다.
이하 이 글에서는 한중일 3국 간 비교를 통해 우리의 수출 경쟁력 현황을 살펴보고,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원인을 국가 전체 및 기업 R&D 효율성의 상대적 악화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들어가며 - 혁신 효율성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최근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세계 교역량 증가세도 크게 둔화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IMF(2015. 4.)에 따르면 세계 GDP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 5% 중반 대에서 최근에는 3%대로 하락했으며, 2020년까지도 3%대에 머물것으로 예상된다.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증가율도 동기간 8%대에서 3%대로 하락하였으며, 2020년까지 점진적인 회복이 기대되나 5%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기존 제조업 강국과의 경쟁은 물론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들과도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경쟁을 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여전히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어, 경쟁 우위도의 개선 또는 유지·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EU에 따르면 세계 R&D 투자 규모 기준 1,000대 기업 내 중국 업체 수는 2010년까지만 해도 16개로 한국의 25개와 큰 차이가 있었으나, 2014년에는 중국이 46개, 한국이 24개로 역전되었다.
동기간 일본은 168개로 3국 중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01
이를 Fortune의 매출액 기준 세계 500대 기업과 비교해보면, 중국은 2014년에 95개 기업이 진입하여 한국 17개는 물론 일본 57개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급성장하였다.
이하,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 변화와 기업 R&D 투자 효율성 등을 살펴본 후 국내 기업의 상대적 경쟁력 약화에 R&D 투자 효율성 저하가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시사점을 모색하기로 한다.
넛 크래킹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국내 산업
(1) 위협받고 있는 주요 제조업 수출 경쟁력
세계 수출 시장에서 국가 간 산업 간 경쟁력을 비교함에 있어서 유용한 도구 중 하나는 현시비교우위지수(RCA; Revealed Comparative Advantage)이다.
이는 비교우위를 반영할 수 있는 수출 또는 수출입 차와 같은 무역 변수 등을 이용해 상품의 중요도와 국가의 크기 등으로 조정한 무역성과지수이다.
이 지수를 이용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8대 산업에 대한 수출 경쟁력을 중국과 일본과 비교해 본 결과, 2013년 기준 철강제품, IT, 기계는 중국에 비해 경쟁열위에 있으며, 철강과 기계, 자동차는 일본에 비해 경쟁열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T와 철강 부문은 이 지수가 하락하면서 중국과 일본에 추월당했을 뿐 아니라 8대 산업 전반이 3국 간 지수 격차가 축소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부가가치 경쟁력도 약화
한편, 최근 우리나라는 국내 부가가치 경쟁력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2011년 우리나라의 제조업 부문 부가가치의 국내 의존도는 62.8%였으나, 2011년에는 56.6%로 대폭 하락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76%대에서 조금 개선되면서 대외 의존도를 소폭이나마 감소시켰다.
일본은 자국 의존도가 90.4%에서 79.0%로 크게 하락하였다( 표 2 참조).
일본을 좀 더 살펴보면 자국 의존도가 크게 낮아지고 대 중국 의존도가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하였지만, 대 한국 의존도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이 일본의 국내 부가가치 경쟁력 약화라는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부가가치의 대외 의존도는 글로벌 공급사슬의 변화와 국가별 기업별 대응 전략에 따라 변화하지만, 한국의 제조업 부가가치 대외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전체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임에 틀림없다.
경쟁력 약화, R&D 투자 효율성이 문제
(1)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효율성이 문제
이처럼 국내 산업의 대외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전부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요인이 바로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 경쟁력의 상대적 약화와 기업 R&D 효율성의 저하가 아닐까 한다.
한중일 3국 간 경쟁력 비교에서도 보았듯이 지금의 한국은 일본과 같은 선진국 수준에는 아직도 요원하고, 중국과 같은 개도국에는 빠르게 추격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기존의 따라잡기 전략에서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개척하는 프론티어 전략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는데, 이의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이자 기업의 R&D 효율성이라 할 수 있다.
2005년 한국의 과학기술 활동 효율성 수준을 1로 하여, 한중일 3국 간 비교해 보면, 절대적인 규모나 상대적인 규모에 있어서 중국이 한국을 빠르게 추월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일본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더욱이 한국의 과학기술 활동 효율성은 기준년인 2005년에 비해서도 약해진 것으로 나타난다( 표 3 참조).
이처럼 한국의 전반적인 과학기술 활동 효율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산업 특히 기업 부문의 경쟁력도 약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과연 국내 기업 R&D 효율성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 줄 수 있는 수준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2) 국내 기업 R&D 효율성도 약화
한중일 상장기업의 재무제표를 이용하여 R&D 투자 효율성을 평가해 본 결과도 위의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R&D 투입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상장기업 평균 R&D 규모는 2004년 9,220만 달러로 일본 1억 3,440만 달러보다는 작지만, 중국 4,410만 달러보다는 크다.
하지만,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을 나타내는 R&D 집중도는 한국이 0.024인데 반해 일본 0.029, 중국 0.031로 한국이 가장 낮다.
R&D 효율성 측면에서도, 2014년 기준 한국 상장기업 평균 무형자산 규모는 1억 6,530만 달러인데 반해 중국은 1억 7,240만 달러, 일본은 3억 5,220만 달러로 한국에 비해 높다.
R&D 투자 대비 무형자산 배율도 한국이 11.8배에 그친 반면 일본은 22.1배, 중국은 29.7배로 한국 상장기업들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D 투자 대비 상장기업 시가총액 배율을 기준으로 R&D 효율성을 살펴보아도 한국은 345.5배, 중국은 1,510.3배로 나타났으며, 일본은 270.9배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표 4 참조).
이처럼 한중일 3국의 전반적인 R&D 투자 효율성을 비교해 보아도 상대적으로 한국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에는 국가 전반의 과학기술 활동 뿐 아니라 기업의 R&D 효율성이 주요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서일 가능성이 크다.
R&D 효율성 자체가 기업의 경쟁력 전부를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하면, 더 큰 문제는 현재의 경쟁력 약화가 아니라 미래에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우리 기업들은 늘 어려운 경쟁 환경에 처해 있었고,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어떻게 하면 날로 변화하는 경쟁 환경에 잘 적응하여 지속 성장할 것인지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R&D 효율성만을 놓고 본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R&D 활동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경영 성과 지표 관리가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R&D 활동의 성과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경영 성과에도 현격히 차이가 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R&D가 R&D로 끝나지 않고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자산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 스스로가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정부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기업 R&D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적절한 정책 지원이 이루어 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01 European Commission, EU Industrial R&D Investment Scoreboard, 2004, 2010,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