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특별기획 03 - 저성장 시대 R&D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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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에도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R&D 투자 규모는 중요하다.

하지만 수익이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저성장 시대의 R&D는 첫째,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하며, 둘째, 사업화가 가능한 활용형 R&D여야 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저성장 시대에 기업들은 어떤 시각과 내용으로 R&D 전략을 구축하고 실행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다만 저성장 시대라고 해도, 각 산업 혹은 기업마다 처한 여건이 다르고 내부 역량도 다르므로 일반적인 수준에서만 논의하기로 한다.



들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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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는 글로벌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저성장이 보편화되는 이른바 뉴노말(New Normal) 시대가 도래했다.

저성장이 보편화된다고 해서 새로이 성장하거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산업이나 기업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 간 연관성이나 글로벌 수준에서의 연계성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저성장 시대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경제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일본도 강력한 엔저 정책 등을 통해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그것이 글로벌 수준으로 파급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인 듯하다.

일반적으로 저성장기에 들어서면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이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된다.

생존을 위해 기업들은 긴축 경영 모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 여파로 각종 비용과 불요불급한 투자를 줄인다.

또 불확실성이나 투자 리스크가 큰, 혹은 중단기적으로 수익성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없는 R&D 투자도 줄어드는 경향을 나타낸다.

하지만 불황기 내지 저성장기라 해도 무턱대고 R&D 투자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R&D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단기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만큼, 경기 회복기 혹은 경제나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이후에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황기에도 지속적인 R&D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불황 이후에 고성장을 구가한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성장 시대는 기업들에게 일종의 딜레마를 안겨 준다.
 
R&D 투자를 줄일 수도 없고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불황 국면에서 R&D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답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 R&D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답변한다. 즉 필요는 하지만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저성장 시대에 R&D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기업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다.

즉 저성장 시대의 R&D투자 전략은 기업의 단기 생존과 중장기 성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과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저성장 시대 R&D 투자의 몇 가지 원칙

그렇다면 저성장 시대에 기업들은 어떤 원칙으로 R&D 투자 전략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지 ‘생존 후 성장’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지속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로 R&D 투자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원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가까운 미래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R&D 투자는 필수

비록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기업이 갖고 있는 예측력과 합리적인 판단력을 동원하여, 가까운 미래에 사업화 및 제품화할 수 있는 R&D 투자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그에 맞게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시장 내지 산업 환경이 급변한다고 해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R&D 투자를 게을리 할 경우 미래 성장 기반을 보증받기는 어렵다.

물론 기업이 처한 제약조건을 충분히 감안해야겠지만, 이는 우선순위의 어디까지인가를 결정하는 요인일 뿐, R&D 투자 자체를 중단하거나 우선순위 없이 줄이게 하는 제약요인은 아니다.

R&D 투자 전략의 중점은 시기적으로 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즉 미래 대비 투자에서 제품화로, 다시 제품화에서 사업화로 그 초점이 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D 투자가 갖는 본래의 의미, 즉 미래 대비 투자라는 성격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능하다면 먼 미래를 준비하는 R&D 투자도 필요하지만, 저성장 시대라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 충분히 예상 가능한 부문에 대한 R&D 투자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2) Destructive R&D Strategy가 필요

저성장 시대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파괴적 혁신 기술을 개발·활용하기 위한 R&D 역시 필요하다.

파괴적 기술 혁신이란, 기존 산업과 다른 산업, 그리고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에게 파급 영향이 큰 기술을 말한다.

그것은 관련 산업을 변화시킴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다.

오늘날과 같이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융복합 기술이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파괴적 혁신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R&D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전미가전협회(CEA) 주최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IT 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 Show)에서는 올해 핵심 테마로 ‘파괴적 혁신’이 선정되었다.

그 예로 전시된 것을 보면 3D프린터,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기기, 로봇 등 관련 기술과 제품들이었다.

앞으로 이런 기술과 이를 접목한 제품들이 새로운 시장과 사업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상되는 것들이다.

바로 그런 것들이 기존의 제품과 시장의 정체 내지 저성장을 대체할 기술과 제품들이다.

미래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이라면 파괴적 혁신 기술과 관련된 R&D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3) 개방/협력적 R&D 생태계를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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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대비하고 파괴적 혁신 기술과 제품을 찾아내기 위한 R&D 투자는 저성장 시대에서도 불가피한, 오히려 필수적인 투자영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라는 점, 또한 산업/기술간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그러한 투자를 개별 기업 혼자서 담담하기는 아무래도 버거울 수 있다.

실제로 분리적이고 폐쇄적인 R&D는 R&D 투자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없지 않다.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R&D 생태계는, 비록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저성장 시대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급변의 시대와는 조응하기 어려운 생태계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특히 저성장 시대에는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R&D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예를 들면, Open Innovation을 통한 협력 등이다.

그런데 개방·협력적 R&D 생태계는 대기업이나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파괴적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존의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새로운 창업자들, 이들 모두를 포괄하는 생태계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관련기술 및 제품 내지 시장의 생태계가 더욱 건강해지고 성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것이 곧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는 주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4) 사업화 가능성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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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대나 국면이든 R&D 투자의 목표는 사업화를 통한 성과 창출이며, 다시 R&D 투자가 확대되어 더 큰 성과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대에 따라 R&D 투자전략의 핵심은 변해 왔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00년대 들어 R&D 투자는 사업화를 위한 복합기술 개발에 초점이 두어졌다.

이러한 특성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R&D 투자의 우선순위가 가까운 시기에 사업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 등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시스코를 들 수 있다.

시스코는 이른바 탐색형 R&D와 활용형 R&D를 적시에 활용함으로써 지속 성장을 이루고 있는 기업이다, 탐색형 R&D란, 근본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찾고자 하는 것으로 주로 제품 개발 초기 혹은 이전 단계에 주로 이루어지는 R&D이다.

이는 신규 기술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조직들의 활동이 수반될 수밖에 없고, 상당 정도 모험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성공할 경우 커다란 성과를 누릴 수도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

그런 점에서 저성장 시대에 탐색형 R&D 투자를 늘리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비용이 덜 들고 위험도가 낮은 R&D 투자가 바로 활용형 R&D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탐색이 완료된 이후 실제로 활용 가능한, 즉 사업화 가능성이 큰 R&D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저성장 시대에는 이러한 활용형 R&D에 무게중심을 줄 필요가 있다.

이상 저성장 시대에 필요한 R&D 투자 원칙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라 해서 모든 기업이 이러한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 산업 혹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유연한 R&D 투자 활동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럼 점에서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5) 산업/기술 트렌드를 명확히 읽어야

우선 경영 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집어내야 한다.

오늘날 경영 환경은, 기술 발전의 가속화 및 글로벌화 등으로 인해 경쟁이 더욱 치열하고 복잡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어떤 R&D 투자든, 그것이 성공하려면 이러한 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조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R&D 투자는 자칫 기업을 몰락시킬 수도 있는 노릇이다.

따라서 각 기업은 지역적·산업적·기술적 환경 등이 어떤 방향과 속도로 변화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혜안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이러한 이해와 혜안을 갖추기 위한 투자 역시 소홀해서는 안 된다.

(6)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응해야

다음으로 정부의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정부는 융·복합을 통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기술개발과 사업화 등을 경제정책의 핵심 기조로 삼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기술 트렌드와 일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파괴적 혁신 기술개발과 사업화,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상생의 생태계 구축 등과 다르지 않다.

정부의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 함으로써 기업의 입장에서는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 R&D의 핵심은 사람

기업의 입장에서 R&D 투자는 시대와 상관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다만 저성장 시대에는 R&D 투자를 효율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R&D 투자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여건 하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흔히 저성장 국면에서 긴축 경영 모드로 돌입하는 기업을 보면 자산이나 사업 구조조정 외에도 인력 구조조정을 병행하곤 한다.

물론 자산이나 사업을 정리함에 있어 그것과 관련된 인력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R&D 투자도 마찬가지다.

우선순위에 따라 R&D 투자의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R&D 인력구조조정만큼은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R&D 투자의 핵심은 명목지도 중요하지만 암묵지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암묵지는 대개 사람이 갖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다음 해의 과실, 즉 성과를 생각하는 농부라면 씨 과실(碩果)은 남겨둔다고 했다.
 
R&D 투자에 있어 석과는 바로 사람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기업에게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