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01 - 신성장동력산업과 기업 R&D의 다각화
우리나라의 전체 R&D 규모는 세계 상위 수준이나 R&D 투자는 전기·전자, 기계 등 일부 분야에 집중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기업의 R&D 경우 전기·전자, 기계 분야에 70%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반면 세계 각국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바이오, 첨단의료 등 분야에 대한 기업 R&D 규모는 세계 수준과 비교해 볼 때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로 볼 때 일부 산업의 성장만으로는 다양한 국민의 욕구충족이 어렵고 지속가능성도 낮으므로 기업 R&D도 보다 다각화하여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들어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장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제분업구조의 확산으로 저부가가치 생산은 개발도상국이 담당하게 됨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요소투입형 성장이 사실상 어려워지게 되었다.
게다가 선진국의 경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생산성 향상이 시급해지게 되었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차원의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규제회피를 위한 탄소배출량 감축, 저탄소 기술개발 등의 부담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급부상한 중국의 추격이 더해지면서 결국 주요 국가들은 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주요 선진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전략산업 육성 및 혁신 프로그램 등이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사례를 보자면, 미국은 2011년 「미국혁신전략 : 경제성장과 번영확보」(A Strategy for American Innovation: Securing Our Economic Growth and Prosperity)을 발표하면서 국가적 우선순위 산업으로 ①청정에너지 ②바이오, 나노기술, 첨단 제조업 ③항공우주 ④의료기술 ⑤교육기술을 선정하였다.
EU는 2009년 미래의 산업경쟁력에 있어 핵심이 되는 기반기술(Key Enabling Technologies)을 선정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전략인 「핵심기반기술 강화전략」(Preparing for our Future: Developing a Common Strategy for Key Enabling Technologies in the EU)을 발표하면서 5대 핵심기술-① 나노기술 ② 반도체를 포함한 마이크로·나노전자기술 ③ 광학기술 ④ 신소재 ⑤ 바이오기술-을 선정하였다.
일본은 2010년 6월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 확대를 위한 중장기 산업구조 전략을 담은 「산업구조 비전 2010」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일본은 산업구조 비전의 5대 전략 분야로 ① 신흥국 인프라 시장 ② 차세대 에너지 솔루션 ③ 의료·육아 등의 사회과제 해결 서비스 ④ 감성·문화산업 ⑤ 로봇 등의 첨단 분야를 선정하였고 이 5대 전략분야에서 2020년까지 149조 엔의 생산액 증가를 목표로 하고 이들 분야에서 약 258만 명의 신규고용을 창출을 목표로 삼았다.
한편 첨단기술 영역에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각국이 신성장동력 육성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게 된 요인 중의 하나이다.
기존의 산업에서 중국과 선진국과의 격차가 급속히 좁혀지는 상황에서 첨단산업(신물질, 신재생에너지, 첨단의료 등)에까지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짐에 따라 시장선점을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12년 ‘국가전략성 신흥산업발전규획’을 발표하면서 전략적 7대 신성장산업을 제시하였는데 ① 에너지절약·환경보호 ② 차세대정보기술 ③ 바이오 ④ 첨단장비제조 ⑤ 신에너지 ⑥ 신소재 ⑦ 신에너지 자동차가 그것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주요국에서 추진하는 신성장동력산업들은 상당 부분 겹친다. 바이오·의료, 신에너지, 환경기술, 나노, 신소재 등 분야가 그것인데 이는 신성장동력산업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이들 분야에서는 빠르게 기술진보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R&D 투자 없이는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기가 어렵다.
결국 이들 신성장동력산업에서의 성패는 R&D 투자와 그 성과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R&D 동향을 파악해보고 신성장동력산업의 발전과 연관지어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국내 R&D 투자 규모, 세계 상위권 수준이며 ICT 분야에 집중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총 R&D 비용은 59조 3,009억원으로 세계 6위권에 해당하는 큰 규모이다.
GDP대비 R&D 비용 비중은 4.15%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즉 우리나라 전체의 R&D 비용은 절대적 규모 측면에서 세계 상위권이고 경제규모를 감안한 상대적 규모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R&D 비용을 재원으로 분류해보면, 정부·공공재원이 14조 2,417억 원이며 민간재원은 44조 8,792억 원, 그리고 외국재원은 1,800억 원이다.
비중(%)으로 보면 각각 24.0 대 75.7 대 0.3이다.
결국 민간이 전체 R&D 비용의 약 76%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민간, 즉 기업의 R&D 방향과 성과가 우리나라 전체 R&D의 방향과 성과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표 1 참조).
기업 연구개발비 중 제조업 부문의 연구개발비는 41조 2,540억원, 서비스업 부문의 연구개발비는 3조 9,382억 원이며, 제조업 부문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기업 연구개발비의 88.6%, 서비스업 부문은 8.5%이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연구개발비 비중은 미국(29.2%, 2008년), 영국(24.1%, 2009년) 등 주요 선진국 대비 상당히 낮은 수준이며 현재 우리 서비스산업의 낮은 국제경쟁력과 상당한 연관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제조업 중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의 비중은 기업 연구개발비의 절반이 넘는 50.3%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 1 참조).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3년 기준으로 2.83%이며, 이 중 제조업 부문은 3.41%이며 서비스업 부문은 1.83%이다.
제조업 중에서는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7.32%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 높은 부문은 ‘의료, 정밀, 광학기기 및 시계 산업’이며 그 비중은 7.02%이다.
이상 통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 R&D 투자가 소위 ICT 분야에 집중(50.3%)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류를 조금 달리하여(과학기술표준분류) 기계 분야까지 포함하면 전기·전자(29.9%), 정보·통신(22.2%), 기계(18.6%) 분야가 전체 기업 R&D의 70%를 넘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기업 R&D 투자, 바이오 부문 취약
우리나라 기업 R&D 투자의 집중 경향은 세계 R&D 상위 기업 현황을 보아도 드러난다.
세계 R&D 10대 기업에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으며 50위권으로 확대해 보면 LG전자(49위)가 포함된다.
다시 순위를 100위까지 확대해 보면 현대자동차(99위)가 포함된다.
국내 대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기업 전체의 76.8%(2013년)를 차지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들 R&D 투자 상위기업들이 국내 R&D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세계 R&D 10대 기업 현황을 보면 특이할 만한 사항은 제약기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의 R&D 집중도(R&D투자액/매출액)도 전자, 자동차 등의 기업들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표 2 참조).
한편 신성장동력산업과 관련된 6T(정보기술, 바이오기술, 나노기술, 우주항공기술, 환경기술, 문화기술)에서의 우리나라 기업 R&D 현황을 살펴보면 제약과 밀접하다고 할 수 있는 바이오 부문에 대한 R&D 투자의 취약성이 드러난다.
먼저 전체 R&D 중 IT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2%인데 비해 기업 R&D 중 IT부문 비중은 40.3%로 기업 R&D의 상대적 IT부문 집중현상을 나타낸다.
한편 BT의 경우 전체 R&D 중 BT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6%인데 비해 BT부문에 대한 기업 R&D는 약4.7%에 그쳤다.
결국 바이오 부문에서 R&D 투자는 기업보다는 공공연구기관과 대학 등에서 주도한다고 할 수 있다( 표 3 참조).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의 바이오(생명공학) 관련 기업 수는 상당히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2011년 바이오 분야 기업 수는 미국이 7,970개로 가장 많았으며 우리나라도 885개로 미국, 스페인, 프랑스의 뒤를 잇는 적지 않은 숫자이다.
한편 기업의 바이오 분야 R&D 지출 규모로 보면 2011년 기준 미국이 27,374백만 달러(PPP달러)로 가장 많은 수준이고 미국의 기업 R&D 대비 생명공학 R&D 지출 비중은 9.8%였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바이오 부문 R&D 지출은 1,083백만 달러(PPP달러)였으며 이 부문에 대한 R&D 비중은 2.7%에 불과하였다.
즉 국제적으로 볼 때 바이오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 수에 비해 R&D 투자는 낮다는 것을 말해준다.
달리 말하면 이 분야에서 상당한 규모의 R&D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가진 기업은 없고 중소규모의 기업들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 분야의 투자는 대부분 제약회사가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제약회사가 사실상 없으므로 막대한 규모, 긴 회임기간 그리고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는 바이오 R&D 투자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사실 바이오 부문은 우리가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신성 장동력산업01으로 선정하여 육성해왔던 부문이다.
특히 신성장동력으로 지정되었던 ‘바이오의약품’02은 그 성장세가 매우 빠른 분야이다. 제약산업 분석전문기관인 Evaluate Pharma은 세계 상위 100대 의약품 매출액 중 바이오의약품의 매출액 비율이 2011년 34%에서 2018년 49%로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각국이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의료 등을 선정하여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기업 R&D 투자는 그 중요성에 비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세계 R&D 투자의 트렌드를 볼 때 기업의 바이오 부문에 대한 R&D 투자 부진은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성장 모멘텀 발굴을 위해 기업 R&D 다각화 필요
고령화 시대의 도래는 헬스케어 부문에 있어 많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주요국에서 이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도 바이오의약품, 첨단의료/진단기기 등을 신성장동력 분야로 지정한지가 10여 년 이상 되었지만 이 분야에서 아직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래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R&D 투자도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한두 분야에서의 성장으로는 복지수요를 포함한 다양한 국민적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고 특정 분야에 기댄 성장은 지속가능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현재의 ICT와 기계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기업의 R&D 투자는 보다 다각화될 필요가 있다.
비단 바이오 등 헬스케어 분야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한 R&D 투자도 보다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제조업에 비해 상당히 낙후된 서비스업에서의 R&D 투자 확대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이 진전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서비스업의 발전 없이는 제조업의 새로운 도약도 쉽지 않을 것이다.
ICT와 기계 외의 분야에서 과감하고 지속적인 R&D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기업이 많지 않다면 일정 부분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기업 R&D 투자 중 정부·공공재원 비중은 2013년 기준 5.6%이다.
이는 일본 1.2%(2012년), 독일 4.6%(2012년)보다는 높지만 미국 11.5%(2012년), 영국 8.1%(2012년)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따라서 이미 국내 대기업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ICT와 기계 분야에서는 정부·공공재원 비중을 낮추더라도 그 외 분야 즉, 바이오, 의료기기, 기타 서비스업 등 분야에서는 기업의 R&D 재원 중 정부·공공재원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들 분야에서 보다 많은 기업 R&D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 매칭펀드 형태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장기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서는 집중화된 기업 R&D의 다각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 공동의 노력이 요구된다.
01 정부에 따라 차세대성장동력, 신성장동력, 미래성장동력 등 달리 호칭하기도 하나 사실 같은 의미이므로 이 글에서는 ‘신성장동력’으로 표기한다.
02 바이오의약품은 유전자재조합기술과 세포배양기술 등 새로운 생물공학 방식을 이용하여 사람 혹은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된 단백질과 호르몬을 원료 및 재료로 해서 만든 의약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