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 혁신,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것 - 맥도널드 창업주 레이 크록의 도전
글_ 박은몽 소설가
혁신의 아이콘은 기술혁신과 기업경영에 성공한 글로벌한 인물들의 성공비하인드 스토리를 분석하는 칼럼입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맥도널드 햄버거에는 흥미로운 창업 스토리가 숨어 있다.
현대인을 매료시킨 이 햄버거를 개발한 것은 맥도널드 형제였지만 맥도널드라는 기업을 설립한 것은 레이 크록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개발자도 미처 깨닫지 못한 발전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업에 올인한다.
만약 어떤 땅에 보석이 묻혀 있다는 비밀을 발견한다면 누구라도 그 땅을 사들이고자 할 것이다.
다만 그 보석은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다.
햄버거 하나로 세계 제패
예수 그리스도는 사랑으로, 빌 게이츠는 컴퓨터로,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그런데 여기 햄버거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인물이 있다. 바로 맥도널드의 창업주 레이 크록(Ray Kroc, 1902~1984년)이다.
하나의 음식이 세계를 제패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풍토에 따라 즐겨 먹는 음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맥도널드 햄버거는 그 모든 것을 넘어 세계를 하나로 묶어 주는 시대의 아이콘과 같아져 버렸다.
미국에만 ‘Mac 문화’가 있는 게 아니라 이젠 세계 어디를 가도 맥 문화가 퍼져 있다.
레이 크록이 처음부터 탁월한 사업가이거나 햄버거에 조예가 깊은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밀크세이크 기계를 판매하는 영원 사업에 불과했다.
영업 사원이던 그가 한 작은 식당에 들른 것인 운명의 시작이었다.
그 식당에는 수많은 손님들이 햄버거를 먹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주문한 햄버거와 음료 등은 복잡한 유리 식기 대신 종이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서 순식간에 나왔다.
모든 것이 자동화된 하나의 시스템처럼 착착 돌아가고 있었다.
한참 그 식당이 돌아가는 분위기를 살핀 후 빠르게 돌아가는 음식 공급 시스템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직감적으로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식당의 주인은 ‘맥도널드’라는 성을 가진 형제였다.
그들은 일찌감치 식당업으로 제법 성공하여 레이 크록을 만났을 무렵에는 제법 여러 지역에 프랜차이즈를 두고 있던 터라 현상 유지에 만족하고 더 이상의 사업 확대나 리스크는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더 큰 성공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레이 크록은 맥도널드 형제에게 일정 지분을 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맥도널드 형제의 식당이 아니라 레이 크록이 재창조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맥도널드 1호점이 문을 연 것은 1955년이고, 그의 나이 쉰을 훌쩍 넘은 때였다.
당시는 20세기 초로서 지금보다 평균 수명이나 의학이 덜 발달되어 있던 점을 감안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50이라는 나이가 무언가 큰 도전을 시작하기에 결코 이른 나이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볼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
21세기의 사람들은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맥도널드 형제는 기억하지 못한다.
맥도널드 형제는 잊혔고 오직 레이 크록이 성공시킨 맥도널드 햄버거만 기억될 뿐이다.
맥도널드 형제는 탁월한 아이디어로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고안해 냈지만 그것을 사업적으로 키워나갈 야심도 안목도 없었다.
그 발전 가능성을 발견해 낸 것은 레이크록이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조해 낸 그것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야말로 현실에서 빛을 발하게 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역량이다.
수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예술작품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면 심지어 그것을 창조한 작가조차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테니 말이다.
레이 크록이 남긴 한 연설은 계속해서 회자되면서 성공을 위한 교과서처럼 여겨지고 있다.
바로 레이 크록이 1976년에 다트머스대학에서 한 연설이다. 그 연설 내용은 그의 철학과 성공 비결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믿는다면 그 목표를 향해 자신이 지닌 모든것을 남김없이 쏟아부어야 합니다.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것은 도전의 일부이자 즐거움입니다.”
맥도널드 형제는 야심이 없었고 레이 크록이 프랜차이즈를 하나씩 늘려갈 때마다 일정 지분을 받아먹는 데 만족하고 있다가, 레이 크록이 270만 달러라는 목돈을 제시하자 그만 모든 권한을 레이 크록에게 넘겨 버렸다.
그것은 미래에 받을 로열티를 한꺼번에 받는 거액임은 분명했고 한꺼번에 거금을 챙겨 남은 여생을 편하게 살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후 맥도널드 햄버거가 번창해 나간 것을 감안하면 일정 지분을 계속해서 받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미래의 발전 가능성까지 점치기에는 맥도널드 형제의 안목이 부족했던 것이다.
레이 크록은 비록 270만 달러라는 거액을 한꺼번에 지불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등 무리수를 두었지만 그에게는 맥도널드 햄버거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맥도널드 형제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맥도널드라는 브랜드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레이 크록의 안목과 직관력이 어느 날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레이 크록이 우연히 맥도널드 형제를 만나 기회를 잡은 것 같지만 그는 수많은 식당을 돌아다니며 영업을 하는 일을 오랜 세월 해왔기 때문에, 음식업에 대한 안목이 축적되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는 자신이 확신하는 햄버거 사업에 모든 것을 걸고 올인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가족들의 만류가 심했지만 그러한 반대도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또한, 레이 크록은 맥도널드 햄버거에 자신만의 철학을 담았다. 바로 ‘QSC&V’ 정신이다.
QSC&V란 품질(Quality), 서비스(Service), 청결(Cleanliness), 가치(Value)를 뜻한다.
그는 “내가 종업원들에게 이것을 강조할 때마다 벽돌을 쌓아 다리를 만들었다면 그 다리로 대서양도 충분히 건널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QSC&V’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맥도널드 형제의 아이템을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레이 크록의 새로운 철학을 담지 못했다면 지금의 맥도널드는 없었을 것이다.
진정한 혁신이란 무조건 존재하지 않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능성을 발견하여 그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