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현장 속으로 - (주)디지아이
세계 프린터시장의 진화를 리드해 나가다!
글_ 이소영(자유기고가)
사진_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R&D현장 속으로는 혁신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R&D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지난 2000년, 광고용 잉크젯프린터 국산화 성공과 동시에 시장에 화려히 등장한 (주)디지아이(D.G.I: Digital Graphics Incorporation)는 플로터 생산업체 (주)일리를 전신으로 두고 있는 광고용품계의 터줏대감이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뜨거우리만치 경쟁이 치열한 프린터 분야에서 퍼플오션(Purple Ocean)이라고 할 만한 장르를 구축해 명실상부 강소기업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 노하우가 무엇일까?
(주)디지아이 기술연구소 윤신용 기술연구소장을 만나보았다.
국내 최초 광고용 잉크젯프린터 보급
제도용품 제조사로 지난 1985년, 설립된 (주)디지아이(D.G.I). 당시 기업명은 일리산업사였다.
지금이야 국내산 제도용품 시장이 광범위하지만, 최관수 회장이 일리산업사를 창업했을 때만 해도 제도용 기기는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온 것이었다.
때문에 일리산업사의 등장은 더없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체브랜드인 뉴스타를 선보이는 등 세간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하였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제도기를 대체하는 캐드캠(CAD/CAM)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급부상하면서, 제도용품 제조업계도 사양세로 접어든 것이다.
결국 1991년 (주)일리로 상호를 바꾸고 캐드캠출력장치 펜 플로터(캐드캠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작성한 문자나 도면을 펜을 통해 출력하는 기기) 및 응용상품 커팅 플로터(펜이 아닌 칼날로 직접 종이를 재단하여 인쇄하는 자동광고제작기) 등을 개발, 광고 산업계에 본격 진출했다.
이로 인해, 기술 선진화 업체라는 타이틀을 얻은 (주)일리는 다시금 새로운 도약을 꿈꿨다.
그리하여 1999년 부설기술연구소를 출범시켰으며, 이듬해 (주)디지아이라는 이름으로 비로소 디지털 잉크젯프린터 기기의 개발에 결실을 맺었다.
그간 수입에만 의존해온 시스템을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국산화, 옥외광고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것이었다.
“종전에는 간판전문가의 손을 빌려 직접 그리거나, 고가의 잉크젯프린터기를 해외에서 들여와야 했기 때문에 관련 상품제작업계에서는 여러모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저희가 광고용/산업용 잉크젯프린터기의 펌웨어를 개발하며 이야기는 확 달라졌습니다. 간판이나 현수막과 같은 옥외광고물의 질적인 향상을 실현한 데다가 가격마저 합리적인 수준으로 제공할 수가 있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난관도 많았다. 산업용 잉크젯프린터 분야의 절대강자라고 불리는 휴렛팩커드(HP)의 위상을 뛰어넘는 일이 특히 그러했다.
하지만 휴렛팩커드란 기업은 그리 넘기 쉬운 산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암만 생각해도 길은 하나였다.
정공법! 그리하여 (주)디지아이는 그동안의 정밀기계 제작기술 및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 등을 바탕으로 밤낮 없이 잉크젯프린터 기술 연구에 매진하였고, 다채로운 고발색도 컬러 광고물의 이미지를 디지털 인쇄할 수 있는 제어기술 확보의 성공에 이르렀다.
참고로 이것은 잉크젯 압전 헤드를 적용해 정확한 위치에 다양한 색상을 전사하는 잉크입자 프린팅 기술로, 저해상도부터 고해상도까지 인쇄의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다.
냄새가 지독한 강솔벤트 대신 약솔벤트 즉, 인체에 무해한 ‘에코솔벤트’를 사용한것도 특이할 만하다.
“(주)디지아이만의 독자브랜드를 통해 70여 개국에 딜러 망을 구축, 매출의 85% 이상을 수출로 달성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부속품은 과감하게 제거하여 가격효율화는 말할 것도 없고 품질 면에 있어서도 안정성을 이룩했죠. 뿐만 아니라, 해외 어디에서라도 A/S가 가능하게 조치해 고객만족에도 만전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고의 자양은 첫째도 둘째도 기술력
이밖에도 (주)디지아이가 잉크젯프린터 전문 기업으로 명성을 다잡은 비결은 또 있었다.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는 부문에서 탈피하여 중소형 옥외용 잉크젯프린터라는 틈새시장으로 빠르게 진입 노선을 결정한 덕분이었다.
초기에 출시한 잉크젯프린터 장비 OJ 및 REX 모델은 (주)디지아이가 이른바 ‘글로벌 잉크젯프린터 메이커’로 우뚝 서게 만든 기반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주)디지아이는 2001년 IR52장영실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2011년도에는 지식경제부가 수여하는 으뜸기술상을 거머쥐게 됐다.
대내외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주어진 영광에 만족하고 마음 편히 안주할 (주)디지아이가 아니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프린터 시장에 발맞춰, 아니 그보다 빨리 유관산업 동향을 파악해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는 시간문제였다. 그리하여 (주)디지아이가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직물용 텍스타일 프린터 분야였다.
“현재 날염 업계에서 디지털 잉크젯 텍스타일 프린터를 활용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시장이 더욱더 확대될 것이라 판단해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날염 공정은 지나치게 노동 집약적인 데다, 폐수 등이 대량 발생하는 환경적 문제를 떠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유럽이며 터키, 미주, 남미, 일본, 중국, 인도 등도 전부 텍스타일 프린터로 날염시스템을 바꿔가고 있는 추세이니까요.”
그렇지만 불모지나 다름없는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터기 개발에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뒤따랐다.
신속하면서도 양질의 염색이 가능한 친환경 공정이 요구된 터였다.
그래서 (주)디지아이는 잉크젯 헤더 개발전문기업으로 유명한 일본의 코니카미놀타社와 협력, 약 2년 만에 디지털 다이렉트 텍스타일 프린터기를 완성했다.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고속디지털 다이렉트 텍스타일 프린터를 개발하려다 보니 기술력이 엇비슷한 회사와의 공조가 필요했죠. 그래서 대상을 물색하였는데 마침 코니카미놀타社와 뜻이 맞아 기술개발 협력에 들어갔습니다.”
서로 추구하는 바나 마케팅 타깃이 달라 초반에는 적지 않은 협의의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코니카미놀타社와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주)디지아이는 직물생산용 고속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터 개발을 무사히 마쳤다.
이는 (주)디지아이에, ‘대한민국 최초’ 라는 수식어를 또 한 번 가져다준 쾌거였다.
차별화된 도전으로 ‘시장변화’ 이끌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서 탄생한 (주)디지아이의 디지털 다이텍트 텍스타일 프린터는 공개되자마자 프린터업계며 섬유시장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폐수 등과 같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데다 공정절차 또한 간단해진 연유였다.
불량률이 0%에 가까우리만치 정확하고 발색도도 무척이나 우수했다.
그리하여 2014년, 지식경제부와 한국생산성본부가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에도 들게 됐다.
“세계 날염산업계의 선두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럽을 포함해 터키, 중국, 인도, 미국, 브라질 등으로의 진출을 위해서 대형 섬유장비유통사(텍스타일 분야 신규 딜러 개발)와 제휴를 추진하였으며 국제전시회에도 활발히 참가해 연간매출 300억원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앞선 생각, 앞선 기술, 남다른 열정이 조탁해낸 결과였다. 그렇지만 그 기저에는 부설기술연구소에 대한 전폭적 지지가 있었다.
실제로 (주)디지아이는 매출액의 15% 가량을 R&D에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고 연구력 고양을 위하여 꾸준한 교육도 실시한다.
또한 전기전자 부문에서 내로라할 만한 전문가를 초빙하여 정기적인 세미나를 갖는가 하면, 해외전시회 참여 지원을 통해서 경쟁사 제품에 대한 정보 공유 역시 활발하게 하고 있다.
“빠르고 정확한 A/S 대응시스템도 (주)디지아이에 대한 신뢰를 드높인 요인 중에 하나죠. 해외 딜러 교육 역시 이것에 주안을 두고 있습니다. 긴급하면 해외 어디로든 A/S요원을 파견하고 그로도 부족할 때에는 저희 연구 인력까지 즉각 출동시킨답니다.”
‘품질경영’이란 신념 아래 끊임없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도전하는 (주)디지아이.
프린터시장을 대표하는 글로벌 강소기업답게 질주를 멈추지 않겠다, 다짐하는 윤신용 소장의 눈빛에서 강한 에너지가 물씬 느껴진다.
다각적 사고가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윤신용 기술연구소장
Q. (주)디지아이와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10년 남짓 되셨는데 그동안에 다져왔을 기술연구소장으로서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A. ‘대의를 위한 연구를 하자!’라는 것입니다. 대학교수 시절에는 체감하지 못했는데, 기업기술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다 보니 수익과의 직결 여부 등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연구인력 20명에게도 항상 강조합니다.
개인보단 회사 이익이나 발전성을 염두에 두고 세계 1위 매출 명품 개발에 꾸준히 임해 달라고 말입니다. 주인의식이 부재한 기술의 수명은 절대로 오래갈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Q. 기술개발 과정에 있어서 발상의 단초가 될, 아이템은 보통 어디에서 얻는지요? 향후 기술연구소의 행보도 말씀해 주세요.
A. 프린터업계에 국한된 사유가 아니라, 가능성이 엿보이는 소재산업 전반을 지속해서 관찰하고 분석하다 보면 ‘틈새시장’이란 것이 눈에 띕니다. 텍스타일 프린터도 그와 같이 개발된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선진국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고속전사 및 텍스타일 프린터 장비를 개발 완료하여 세계시장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더욱 스피디한 고품질 프린터 개발과 더불어 경쟁력이 예상되는 소재 분야 즉 인쇄전자 프린터, 3D프린터, 곡면물체 레이저패턴 프린터 등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