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민간 산업설비의 안전 확보 방안
정부 주도의 안전규제 전담기관에 의한 독립적인 안전규제가 수행되고 있는 관계로 민간 산업설비에 대한 보편적 안전 확보는 가능한 상태이지만, 통합적 안전관리 측면에서의 안전규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민간산업설비의 경우 각각의 법령의 사각지대에 놓인 관계로 전문 검사기술과 신뢰성 확보에 한계를 가져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제3자 검사제 도입에 의한 직접 규제 완화와 객관성/공정성 확보를 도모하여,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민간 안전검사 전담기관(기업) 등의 육성을 통한 산업화 유도가 필요하다.
서론
우리나라는 산업설비 안전관리를 위해 정부의 직접규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안전관리는 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업 과정, 보호장구, 안전작업 규정 등 작업상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법에서는 설비보다는 작업자 즉 사람의 작업 실수에 의한 안전이 주요 대상인 셈이다.
이와 달리, 산업체 설비의 운전 중 고장이나 파손에 의한 사고, 설계 또는 제작/시공 중의 설비나 기계시스템의 문제로 발생되는 사고에 의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즉, 작업자가 아닌 설비의 설계/시공/유지보수 상의 안전 확보를 위한 규정도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
주요산업설비의 경우 가동이 중지되면 국가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설비 운용관점에서도 산업설비의 안전관리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압력, 온도(고/저온), 부식 등 다양한 복합 환경 아래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 산업설비인 플랜트설비에서는 상기에서 언급한 안전관리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설비안전관리 체계를 구성하는 산업설비의 부문별 안전대책 마련시 설비 가동기간, 생산량 등 생산요소를 고려하여 설비고장, 장치 파손 및 폭발 등의 사고 방지를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설비안전관리를 위해 각 부문별 요소기술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각 부문별 요소기술과 안전관리 대책 등은 사고예방에 대한 파급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적절한 안전관리를 통해 다양한 경제적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
일례로 플랜트에 대한 안전성평가기술 확보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진단을 통해 설비의 수명연장시 신규설비의 70~80%에 해당하는 막대한 투자비의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이 기술들을 바탕으로 국외의 경우 50년 이상 운전하는 플랜트도 있으며, 국내에서도 과거의 10년 내지 25년의 운전수명과 달리 40년 이상으로 수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산업설비의 안전관리를 위해 안전 선진국의 설비 안전관리 제도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국내 제도와 비교 분석함으로써 국내 민간 설비부분의 안전관리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향상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유럽 설비 안전성관리 체계
유럽의 설비 안전성관리 체계는 크게 설비 제조/판매 단계에서의 안전관리검사와 설치/운영 단계의 안전관리검사로 구분된다.
두 경우 모두 정부기관에 의해 지정/관리되는 제3자 민간기관이 설비안전성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설비 제조/판매 단계의 경우 각국의 정부기관으로부터 승인받은 Notified Body(NoBo)에 의한 안전관리검사가 시행된다.
유럽 각국은 자체적으로 NoBo를 인증하는 정부기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 정부산하기관인 독일 국립인허가기관(Germany’s National Accreditation Body, DAkkS)에서 NoBo의 인허가를 수행한다.
NoBo의 인허가는 유럽 각국 정부에 의해 수행되나 NoBo에 의한 안전관리검사결과(CE Marking)는 유럽 전역에서 유효하다.
유럽안전관리검사체계는 그림 1 과 같다.
유럽의 안전관리검사의 기준은 유럽전역에서 검사 결과가 유효한 설비 제조/판매 단계에서는 유럽지침(EU Directive)을 따르며, 설비의 설치/운영 단계에서는 각국의 법령을 따른다.
안전관리검사의 기본 근거가 되는 유럽지침 및 각국의 법령에는 포괄적인 검사기관/검사원 자격 및 검사기준이 명기되어 있으며, 상세 기술 기준에 대해서는 EN Code를 참고하게 된다.
EN Code는 각 분야별로 유럽연합의 전문위원회에서 발행하며, 개정은 필요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수행된다.
또한 유럽의 경우 기본적인 유럽지침 및 각국의 법령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만족한다면 EN Code 외에 각국의 상세 기술기준(개별 국가 Code) 및 미국의 ASME Code를 준수하여도 무방하다.
설비 제조/판매 단계에서 설비 제조자는 유럽지침에 명기된 설비 위험도에 따라 자체검사, 자체검사 후 CE Mark 부여, NoBo에 의한 검사 후 CE Mark 부여를 시행하며 설비의 위험도는 사용물질종류, 압력, 크기 등에 의해 결정된다.
설비 설치/운영 시점의 경우에도 위험도 분류에 따라 설비운영기업에 소속된 안전관리자에 의한 검사, 운영기업에 소속된 법령에 따른 적격검사자에 의한 검사, Approved Body에 의한 검사를 시행한다.
설비 설치/운영시점에서 위험도는 법령에 의거 결정되며, 설비제조/판매단계 위험도와 판단기준이 다르다.
미국 설비 안전성관리 체계
미국 전체에 대한 통일된 안전관리 체계는 존재하지 않으나, 공통적으로 ASME Code(기술기준)01에 의한 설비안전관리를 기반으로 필요에 따라 각 주 및 도시단위에서 요구하는 추가적인 안전관리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설비 제조/판매 단계 및 설치/운영 단계에서 특정 설비에 대한 법적 안전관리 기준이 없는 주에서도 각각 발주처 및 보험사에서 ASME Code에 따른 기준 준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어차피 ASME Code를 적용하여야 한다.
또한 ASME Code에 의한 안전관리 인증이 완료된 기관에 대해서는 관할기관에 의한 검사가 면제되는 경우가 많다.
설비 제조/판매 단계에서 설비 제조자는 ASME Code에 따른 제조가 수행되고 있음을 인증하는 ASME 인증(ASME Stamp)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설비 운영자는 ASME Code 또는 NBIC(National Board Inspection Code) 에 따른 사용 전/사용 중 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
설비제조/판매 단계 및 설비 설치/운영 단계의 ASME Code에 따른 안전검사는 모두 미국기계학회(American Society of Mechanical Engineers, ASME)에 의해 지정되는 인증검사기관(Authorized Inspection Agency, AIA)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인증검사기관 AIA는 인증검사관(Authorized Inspector, AI)와 인증검사자감독관(Authroized Inspector Supervisor, AIS)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AIA는 정부기관, 보험회사, 검사전문 민간기관, 설비 운영사 내부조직 등일 수 있으며, 검사장비, 검사 항목별로 인증검사기관 자격을 받아야만 한다.
미국의 경우 인증검사기관(AIA)의 자격은 ASME에 의해 부여되고 관리되나, 인증검사관(AI) 및 인증검사자감독관(AIS)에 대한 자격은 미국 및 캐나다 주정부 및 도시정부 안전관리 책임자로 구성된 National Board에서 관련 기술기준에 의거 인증하고 있다.
이체계를 그림 2 에 나타내었다.
국내 설비 안전성관리 체계
국내의 경우 다양한 법규에 따라 각각의 법규가 한정하는 관리대상 설비에 대해 지정 검사기관에 의한 안전성 감독이 수행되고 있다.
산업체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대표적 공공기관으로는 한국산업안전공단과 한국가스안전공사, 한
국전기안전공사 등 각 분야별 규제기관들을 들 수 있다.
안전성 평가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국가 출연 연구기관으로는 한국기계연구원 재료연구소(원자력 공인검사단)를 들 수 있고, 그 외에도 한국표준과학연구원(방재기술연구센터)에서 관련 연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산업설비에 적용될 수 있는 안전관리 법규는 크게 (1) 위험물안전관리법, (2) 산업안전보건법, (3) 전기사업법, (4) 고압가스안전관리법, (5)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등이 있다.
위험물안전관리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광범위한 안전관리
범위를 포함하고 있으나, 타법에 의거 안전관리가 수행되는 설비에 대해서는 타법에 따른 안전관리 체계를 준수하는 것으로 대체 가능하므로 민간 산업설비 안전성관리는 주로 전기사업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의해 관리되는 상황이다.
실질적인 안전관리의 주요 업무는 각각의 법령에 명기된 정부산하 안전관리검사 전문기관에 위탁되어 있고, 일부 위험도가 낮고 검사 빈도가 높은 설비에 대해 민간검사기관에 위탁되어 있다.
그러나 철강/발전 사업 설비의 경우 대다수의 설비가 정부산하 검사기관에 의한 단독 검사 대상인 상황이다.
원전과 같은 특수 분야의 안전성관리는 원자력법에 기반으로 한 공공기관에 의한 원전기기 구조건전성 검사제도를 통해 수행된다.
원전 및 각종 플랜트의 내압기기는 그 설계가 안전하게 되어 있더라도 재료나 제작공정에서 구조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용 중 기기파손을 야기시켜 그 기기를 포함한 시스템이나 플랜트 전체가 가동되지 못하거나 사고로 이어져 인명의 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플랜트 가동중단과는 달리 사업자의 손해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국민에게도 큰 영향을 주므로 국가행정력에 의한 규제가 필요하게 된다.
바로 이 엄격한 제3자 검사기관의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Hartford와 독일의 TÜV이다.
초기에는 이러한 검사기관의 검사를 전제조건으로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이 이루어지게 하는 등 보험기능과 결부되어 발전되었으나, 이후 이러한 제3자 검사기관의 검사활동을 법정검사로 인정하여 줌으로써 규제기능과 제3자 검사기능을 함께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검사제도를 도입하여 원자력법에 따른 법정규제검사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수행한다.
공인검사와 같은 내압기기 구조건전성 검사는 발전사업자의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에 의거하여 원자력공인검사단(한국기계연구원 재료연구소)이 수행하여 왔으나, 1995년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이 제정된 이후 이 기술기준에 따라 인정된 공인검사기관이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기기 공급자에 대한 공인검사는 제3자 검사기관이 수행하고 있으며, 원전의 시공 및 가동중검사 공인검사는 재료연구소가 수행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각 법령에 따른 관리 대상별로 제조/판매 단계에서의 검사, 설치 후 사용 전 검사, 운용 중 정기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산업설비에 주로 사용되는 압력용기 및 배관 등에 대한 각 안전관리 전문기관의 실질적 담당관리 설비는 표 3 과 같이 분류될 수 있다.
국내 민간 산업설비의 안전성관리를 위한 검사기준은 법령뿐 아니라 상세기술 기준 역시 고시 등의 형태로 법령의 범주에서 지정되어 운영 중이다.
2009년 가스기술기준위원회에서 초판이 발행된 가스안전 분야 기술기준(KGS Code)은 가스설비 분야에서 활용 중이며, 전기협회에서 운영하는 전기설비기술기준의 판단기준이 전기설비 안전관리 분야에 활용중이다.
또한 1995년 전기협회에서 초판을 발행한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Korea Electric Power Industry Code)의 경우 원자력 분야에서 주로 활용 중이다.
앞에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의 경우 각각의 관련 법령별로 안전관리 산하기관을 지정하여 안전규제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상황으로, 다수의 법령에 의한 안전규제에 놓이게 되는 민간발전, 철강, 전자 산업 등의 민간 산업시설에 대한,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전문적인 검사가 불가능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정부산하 안전관리 전담기관이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는 모든 담당설비에 대한 안전관리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관계로 안전관리검사권한의 집중으로 인한 검사의 객관성 및 공정성 확보의 어려움, 업무량 증가, 검사기술 수준 발전 저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체계화된 설계/검사 상세기준의 부재로 현 검사기관과 동등 기술수준의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제3자 기관 확보가 불가능한 문제점이 있게 된다.
국내 산업설비 안전 확보 방안
국내의 경우 관련 법령별로 별도의 안전관리 산하기관을 지정하여 안전규제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상황으로, 통합적 안전관리 측면에서의 안전규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부 민간발전, 철강 산업설비의 경우 법령 사각지대에 놓여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미국의 경우, 실제 안전규제 및 안전관리 업무의 경우 제3자 민간기관에 위임함으로써 다양한 법령에 의한 안전규제가 통합적·효율적·체계적으로 관리·운영되고 있다.
또한 각 전문산업별로 안전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특화된 안전관리 노하우를 보유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전 세계 안전검사/컨설팅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 산업설비 안전성 개선을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① 제3자 검사제 도입에 의한 직접규제 완화와 객관성/공정성을 확보한, ② 상세기술기준(Code)개발을 통해 검사 표준화 및 안전검사 기술 발전을 도모하여,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한다. ③ 안전검사 전담기업의 산업화를 유도한다.
이와 같이 민간 산업설비안전관리검사의 객관성과 공공성 확보, 체계화된 검사수행을 통해 정부 주도의 안전규제 체계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통합적·효율적·체계적으로 관리·운영이 될 수 있도록 정부 및 공공기관의 안전규제 체계와 민간 검사기관의 제도 확립이 이루어지는 공조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안전 분야에 대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나아가 TIC시장 활성화를 통해 민간 안전전문기업 육성을 목표로 관련 업계 및 기관, 단체가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
01 ASME code는 미국기계학회에서 발행하는 기술기준으로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민간자율 표준이며, 연 4회의 위원회(ASME Code-Week)를 개최하고 있다.
ASME code에는 설비 제조/설치/운영 단계에서 요구되는 설계기준, 검사방법, 검사원 및 검사 기관의 자격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일부 내용의 경우 National Board 에 의해 지정된 NB code를 참고하고 있다.
< 참고문헌 >
윤기봉, 김석민 등, 산업분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 연구, 산업통상자원부 정책연구보고서, 2015.
철강 발전 설비의 안전관리 감독에 대한 해외 (미국, 독일) 사례 보고서, TÜV SÜD Korea, 2014.
소재기술백서2014, 재료연구소, “화학플랜트 안전을 위한 소재기술” 및 “플랜트용 압력기기의 검사제도 및 기술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