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현장 속으로 - (주)비솔
R&D현장 속으로는 혁신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R&D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국내 유일의 광학 기술로 세계를 향해 뛰다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이진환(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한 아파트형 공장 단지.
이곳 6층에는 (주)비솔이 자리하고 있다. 사무실은 단출하지만, 입구부터 보이는 각종 장비들의 면면은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주)비솔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국내 유일’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광학 솔루션 분야의 실력자다.
기술을 바탕으로 시대에 적합한 고부가가치 기술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주)비솔을 찾았다.
열정으로 일군 광학 솔루션 국산화의 길
(주)비솔 창립 전, 이재영 대표는 광학 분야에서 오랜 기간 기술영업을 담당해왔다.
이 대표가 직원으로서 한창 활동하던 1980년대 우리나라는 주로 섬유와 패션 산업에 주력하고 있었다.
그의 주요 담당 분야는 광학 장비였지만,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관련 산업 현장도 자연스럽게 탐방할 수 있었다.
“당시 봉제 공장이나 신발 공장에서 제품을 디자인할 때 캐드캠이라는 장비를 사용했습니다. 그때 기준으로는 최첨단 시스템이었죠. 그렇게 옷을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면 컨테이너 하나 가득 실어야 3만 달러였습니다. 반면, 캐드캠 시스템은 하나에 5만 달러, 10만 달러 정도였죠. 그때부터 고부가가치 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평생 기술영업에 전념해온 이재영 대표.
연구원 출신은 아니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게 기술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은 개척의 영역이었다.
시스템 수리를 위해 사용하는 외국산 케이블 하나가 1백만 원씩 하던 시절. 단지 수입품이라는 이유로 높은 가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평생 기술영업에 전념해 왔습니다. 사회생활 첫발은 국내에 장비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무역 회사에서 보냈죠. 수입 장비를 다루면서도 심심풀이 삼아 청계천에 자주 나갔습니다. 당시 청계천에는 공구 상가가 많았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과 교류하며 수입 대체품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이후 이재영 대표는 광학 장비 제조기업에서 근무하다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사업을 구상했다.
까다로운 기술을 다루는 만큼, 1년 반이라는 긴 준비 기간을 거쳐 2000년에 비로소 (주)비솔을 창업했다.
지난 15년간 (주)비솔은 고속촬영 조명 시스템인 테스팅 솔루션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3월에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오토모티브 테스팅 엑스포 2015’에서는 주요 테스팅 솔루션과 함께 특수 조명 라인업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 자동차 테스팅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로 특수 조명을 개발, 양산하는 국내 기업은 (주)비솔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도 (주)비솔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택하다
(주)비솔의 비전은 ‘어둠을 밝히는 빛처럼’이다.
사람의 눈으로는 미처 포착하지 못한 사물의 상태와 움직임을 ‘파악하고, 측정하며, 분석하는 일’을 통해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는 것이 그들의 사명.
또한, (주)비솔은 일상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과 상품을 찾아내고 개발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까지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주)비솔은 테스팅 솔루션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착순 판정 및 기록을 계측하는 스포츠 솔루션, 그 밖에도 3차원 동작 분석이나 고출력 LED 조명 등의 솔루션을 발전시켜 왔다.
다양해 보이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솔루션의 바탕은 모두 광학 기술에서 비롯한 것.
하나의 뿌리에서 다채로운 가능성을 발굴한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신념이 (주)비솔 안에 자리하고 있다.
“가끔은 이런 우스갯소리도 합니다. 이 분야 안에서는 ‘비솔이 아니면 수입품’이라고 말이지요. 특정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다른 기업이 도전하지 않은 분야를 고집스럽게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도 고생이 많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마다 국내에는 없는 자료를 찾아야 하니까요.”
최근 (주)비솔이 주력하는 분야는 인조 태양광 시스템 브랜드인 ‘ThiSun’이다.
이는 (주)비솔이 확보한 특수조명 기술을 모두 담아낸 시스템.
(주)비솔은 600W와 1,200W급 장비를 개발한 데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인 3kW급 개발에도 성공했다.
인조 태양광은 햇빛의 영향을 받는 제품의 신뢰성을 테스트할 때 주로 사용한다.
실내에서 인조 광원으로 태양과 가장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 (주)비솔의 핵심 기술.
또한 단순히 광원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시간에 따라 태양광의 세기가 달라지는 자연 현상을 구현한 솔루션까지 구축했다.
“태양광은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허공에 분산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공간에 관한 해석은 물론 면적에 대한 해석 기술도 필요합니다. 테스트 후 결과를 산출하는 데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죠. 하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아무나 진입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주)비솔이 개발한 솔루션 중 고속촬영용 LED 조명은 초고속카메라의 짧은 촬영 시간에 맞추어 순간적으로 깜빡임 없이 밝은 빛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초당 1,000장에서 3,000장의 사진을 촬영하는 자동차 충돌 시험이나, 1,000분의 1초까지 측정하는 단거리 육상, 스피드스케이팅, 경륜, 경정 등 스포츠 경기의 골인 지점에서 사용하기 적합한 아이템이다.
메탈램프 방식의 고속촬영용 조명을 국산화한 것도 (주)비솔이 처음이다.
사람과 기술이 미래를 연다
현재 (주)비솔의 직원 수는 30여 명 정도.
이재영 대표는 회사의 매출액 대비 인원수가 많은 편이지만, 현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산업 구조상 ‘사람이 기술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회사 직원의 대다수는 연구개발과 관련된 인력입니다. 영업 담당은 전체 인력 중 3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회사 내에 영상계측연구소가 설치되어 있지만, 연구소 안에서만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고객의 주문 생산 체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품 생산 과정이 하나의 연구 과정이기도 합니다. 현장마다 다른 상황에 대처하면서 시스템을 개발하고 설치하는 과정에서 다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이죠.”
(주)비솔은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직원들의 대학원 진학을 지원하는 등 재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중소기업 특성상 한 사람이 수행해야 할 업무가 다양하기에, 기존인력이 신규 인력을 교육하는 데에는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 분야의 국제 전시회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주)비솔의 기술경쟁력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회사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세계 최초’는 아니어도 ‘국내 최초’라 할 수 있는 행보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애국심에 호소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런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 기업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과 같은 기술을 찾아서 이재영 대표이사
Q.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솔루션 개발에 참여해 오셨습니다. 특히 최근에 주력하고 있는 인조 태양광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실외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나 가전제품, 자동차 등은 태양광으로 인해 기능 변형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품 개발자들이 변형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조 태양광 시스템은 제품의 성능과 내구성을 시험하기 위한 환경을 실내에 구축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조력이나 풍력을 비롯해 태양광 에너지도 그 중 하나입니다. 태양 전지판의 경우, 태양광 아래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가동이 되는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합니다.
Q. 기술에 집중해 온 기업의 대표로서,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느끼셨던 적은 없었는지요?
A. 우리 회사의 제품을 검증할 때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짧게는 24시간에서 48시간, 길게는 한두 달 이상의 실험 기간이 필요합니다.
어떤 분은 영상계측기술라고 하면 컴퓨터 한 대로 수치를 뽑아내는 일이라고 여기기도 합니다만, 실제로는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 현장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많습니다.
Q. 기술에 집중해 온 기업의 대표로서, 기술개발에 대한 신념과 철학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한 가지 아이템의 수명은 최소 5년 정도입니다.
장비를 한 번 가동하면 최소 5년에서 10년은 사용하기 때문에, 사후 관리도 필수입니다.
(주)비솔은 고객과 오랜 기간 협의하면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바를 해결하는 회사입니다.
항상 수입 제품과 대비해 더욱 효율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