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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in Tech - 슈퍼 영웅 둘러보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MOVIE IN TECH에서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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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_ 네이버영화
(
http://movie.naver.com)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슈퍼 영웅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국내에서도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한국인 배우가 등장하는 데다, 전투장면 일부가 서울에서 촬영된 점 등이 진작부터 화제를 모은 덕분인 듯한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슈퍼 영웅의 모습 및 몇 가지 과학기술들을 살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듯하다.



비브라늄 방패와 헐크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여러 슈퍼 영웅중에서 방패를 중요한 무기로 쓰는 인물이 캡틴 아메리카인데, 그가 쓰는 방패는 ‘비브라늄(Vibranium)’이라는 희귀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되어 있다.

비브라늄은 강철보다 강하지만 무게는 그 1/3 수준으로 훨씬 가볍고, 충격을 받을수록 분자들을 더욱 가깝게 결합시키면서 단단해져서 진동을 완벽히 흡수하는 경이로운 금속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슈퍼 영웅들에게도 위협이 되는 최대의 악당 울트론이 비브라늄을 탈취하고, 새로운 캐릭터인 ‘비전’이 비브라늄과 생체세포의 합성으로 탄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비브라늄은 영화와 원작만화에 나오는 가상의 금속으로서, 지구상에 그와 같은 물질이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와 비교적 유사한 성질을 지닌 신소재로서 티타늄을 떠오르게 한다.

‘티타늄(Titanium)’은 은백색의 금속으로, 원소 주기율표 상으로는 4A 족에 속하는 첫 번째 원소이며 원자번호는 22이다.

티타늄은 여러 금속이나 신소재의 장점들만 골라서 지니고 있다고 할 정도로 우수한 특성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즉 강도가 일반 강철의 2배, 알루미늄의 6배가 될 정도로 강하고 기계적 성질이 뛰어난 반면, 중량은 마그네슘, 알루미늄 다음으로 가볍고 전성(展性)과 연성(延性)이 높아서 가공하기에도 좋다.
 
또한 열에도 강하고 내식성(耐蝕性)이 뛰어나서 바닷물이나 산, 알칼리, 여러가스 등에도 잘 견딘다.

티타늄은 스포츠용품, 정밀기계용 부품, 항공우주산업 등 첨단과학기술용뿐 아니라,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공뼈나 인공치아, 수술용구와 같은 의료용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어벤져스의 슈퍼 영웅 중에서도 순수하게 물리적인 힘만을 감안한다면 헐크를 당할 인물은 없을 것이다.

평소에는 근엄한 과학자인 브루스배너 박사가 심리적, 육체적 충격을 받아서 분노하면 거대하게 초록색으로 변신하는 괴물로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방사능에 관해 연구하던 브루스 배너 박사가 대량의 감마선에 노출된 후에 헐크가 된 것으로 나오는데, 물론 감마선이 생물의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곤 하므로 감마선은 인공 돌연변이에 의한 품종개량 등에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헐크처럼 다량의 감마선을 쬔다면 돌연변이가 일어나기도 전에 죽고 말 것이다. 다만 흔히 ‘이중인격’ 또는 ‘다중인격’이라 불리는, 두 개 이상의 자아가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은 전문용어로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DID)’라 지칭하는데, 현대 정신의학에서도 분명히 인정되고 있다.


인공피부 기술

이 영화의 첫 부분에서 어벤져스 군단의 일원인 호크아이가 전투 중 큰 부상을 입게 되는데, 한국인 여배우가 분(扮)한 세계적 생명과학자 조 박사는 그에게 인공피부를 이식하여 치료하는 대목이 나온다.
 
‘부인도 알 수 없을 만큼’ 실제 피부와 똑같은 첨단기술이라 자랑하는 장면이 덧붙여진다.

실제로 사람의 피부와 형상과 기능이 매우 유사한 인공피부를 개발하려는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인공피부는 불의의 사고 등으로 팔다리 등을 잃고 의족이나 의수를 착용해야하는 장애인이나 넓은 부위에 큰 화상을 입은 중증 화상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외형을 인공피부로 덮는다면, 로봇의 기능뿐 아니라 생김새도 더욱 사람과 유사해 보일 것이다.

3D프린터와 센서기술이 발달하면서, 내구성과 재생능력, 그리고 감각까지 갖춘 사람의 피부를 재현하는 연구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탄소 성분의 고분자를 사용하고 피부에 탄력을 주는 콜라겐 단백질의 촘촘한 구조를 모방해서 만든 인공피부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적이 있다.

사람의 피부처럼 유연하고도 질긴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연구팀이 온도, 압력, 습도까지 느낄 수 있는 스마트 피부를 개발하여 기술 분석 잡지로부터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피부 중 가장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이 스마트 피부는 최대 50%까지 늘어날 수 있는 우수한 물성을 지닌 실리콘에 온도센서, 습도센서, 압력센서, 변형률센서를 부착하여 사람의 피부처럼 온갖 감각을 느끼게 한 것인데, 쥐의 신경에 이것을 연결하여 인공피부가 느끼는 감각을 뇌에까지 전달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인공피부 개발은 화상이나 욕창, 피부궤양 등으로 피부가 크게 손상된 환자들이나 로봇 팔다리의 피부를 대체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즉 피부에 스티커나 문신처럼 얇게 부착하고 생체신호를 포착하여 전달할 수 있는 건강진단용 인공피부도 있다.

고감도 압력 감지 필름 등으로 심장박동수와 호흡, 체온 같은 생체신호를 읽어 들이고 중요 장기와 근육 등의 생리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해서 건강정보를 수집하면, 각종 질환을 모니터링하고 돌연사 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다.

또한 사람의 피부를 통하여 다양한 인체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스마트 기기나 외부의 컴퓨터에 연결하여 정보를 분석한다면, 질병 예방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생물의 자가치유 능력을 화학적으로 구현하여, 상처를 입으면 색이 변하고 인간의 피부처럼 스스로 치료하는 재생기능을 갖춘 인공피부도 개발되었다.

미국에서 신소재 플라스틱 물질로 만든 이 인공피부는 강한 충격을 받으면 손상되어 붉게 변하지만, 빛을 쬐면 스스로 재생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피부 뿐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피부나 스마트 피부의 연구에는 배터리 기술과 메모리 소자 기술의 개발도 관련되어 있다.

즉 전원이 꺼지더라도 정보가 그대로 유지되는 메모리 소자는 생체정보를 저장하는 인공피부용 메모리 소자로도 이용 될 수 있다.

또한 스마트 피부용 배터리도 피부처럼 얇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면, 이 분야의 실용화가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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