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IP - R&D전략 - 디자인 경영과 IP 융복합 제품개발 전략(2)
성공하는 IP-R&D전략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한국지식재산전략원간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지식재산전략원에서 제공합니다.
디자인 해부학, IP 수혈
비오는 날 거리를 거닐면서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얻은 필자의 경험담이다.
비가 오지도 않는데 무겁고 큰 우산을 들고 다닌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볍고 우산살이 망가지지 않는 우산에 대한 아이디어를 디자인하기로 하였다.
조사·분석해 보니 매년 망가져서 버려지는 우산살이 그 유명한 에펠탑을 20개 지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고 한다.
막대한 자원이 쉬이 버려지는 셈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공기구조(Air Structure)의 우산이다.
공기구조는 우산살을 제거함으로써 자원을 절약할 수 있고 공기를 넣음으로 가볍고 콤팩트(Compact)한 형상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여기에 감성적인 요소를 더해 내부에 LED조명을 켜서 야간에는 불빛들이 유영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아이들에게는 안전적인 요소가 되며, 연인에게는 아름다움의 요소가 될 수 있었다.
그럼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만 해결하면 되는데, 풍선에 바람 넣는 기구를 접목해 수동으로 펌핑해서 공기주입식의 캐노피를 구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림 1 과 같은 구조적인 틀을 구상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선행특허를 검색해 보기 전까지 말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선행특허 조사·분석을 해보니 역시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다수 있었다.
어떤 특허는 우산의 무거움을 웨어러블로 해결하는 기술개발을, 어떤 특허는 우산살에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을 선점하고 있었다.
여기서 필자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디자인, 기술개발시 선행디자인, 특허, 실용신안, 상표 등에 대한 조사·분석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특허분석을 하지 않고 사업화하여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었다면 특허권자와 법적분쟁을 해야 하는 출혈을 감당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이후에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업에서도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디자인이나 브랜드 개발시에도 선행디자인, 특허, 상표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이러한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 출원 전에 공개, 공지하여 공지디자인이 되어 권리를 갖지 못하는 실수를 범한다.
특히, 전시회나 박람회 등에 출품할 시에는 미리미리 출원하도록 하고 출원 전에 공지하였을 경우에는 공지예외신청을 6개월 이내에 출원시에 함께해야 나중에 분쟁시 무효화되지 않게 된다.
환경분석단에서는 필수적으로 IP분석을 동시에 진행하여 기술과 디자인 개발 방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후에 디자인 개발을 위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수립하여 구체화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디자인, 디자인 초끈이론
그림 5 는 영상을 캡처 받은 것인데 좌측부터 설명하면 한 맹인이 거리에서 구걸하고 있다.
‘나는 맹인입니다. 도와주세요.’라는 팻말을 옆에 놓고 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나타나서 맹인이 써 놓은 팻말 뒤에 다시 고쳐서 쓴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이 맹인에게 적선을 하기 시작한다.
어느날 다시 이 여인을 만나게 되었는데 노인이 여인에게 물어 본다.
‘내 종이판에 뭐라고 썼나요?’ 여인은 ‘뜻은 같지만 다른 언어로 썼다.’고 말한다.
뭐라고 썼을까?
바로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볼 수 없습니다.”라고 썼다.
디자인은 위 사례에서 보듯이 관점을 디자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떠한 관점에서 제품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지 때문이다.
이것을 아이덴티티라고 하는데 이 핵심 아이덴티티를 정립하지 않고 스타일링만 하는 경우가 기업에선 허다하다.
중요한 제품의 유전자를 구축하고 그 제품의 개성을 부여하는 디자인을 해야 강한 디자인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그림 6 은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라인업을 시계열적으로 분석해 본 것이다.
아우디의 수석디자이너였던 피터슈라이어 영입이후 디자인의 핵심 아이덴티티를 구축하여 호랑이코를 모티브로한 그릴부분의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구축한 사례이다.
이 제품 아이덴티티(PI) 구축시기로는 5~6년 정도 소요 되었고 변화의 시기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패밀리룩으로 확립하고 있다.
또 그림 7 은 애플의 제품 이미지 구축과정으로 현재의 애플의 이미지가 구축된 시기를 보면 영국의 유명한 디자인컨설팅 회사인 텐져린 출신의 조나단 아이브의 영입이후 핵심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게 된다.
이전의 제품은 기술 집약적인 디자인으로 다른 제품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7년 정도의 라인업을 통해 디자인의 언어를 구축하고 아이팟 출시 이후 디자인의 새로운 언어를 수혈하게 된다.
그 이후의 디자인 언어는 하드웨어적 스타일링은 과거 구축해 놓은 언어를 그대로 이어 가면서 소프트웨어적인 서비스 디자인 관점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정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많은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디자인의 언어를 구축해서 패밀리 룩으로 완성하여 경쟁사들의 진입 장벽을 높게 치는 전략을 구사한다.
또 기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실제로도 기술과 디자인의 역할이 융합되어 제품으로 완성된다.
익히 알고 있는 다이슨의 제품들은 공학자들이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고, 오디오 디자인의 정점인 B&O의 제품들은 스피커를 스피커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핵심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다.
바로 가구라는 관점의 디자인 언어를 만들고 있다.
최근 가전업계의 다이슨으로 칭송받고 있는 발뮤다 제품은 제품의 카테고리는 유지하되 기술을 재정의 해서 혁신제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보이는 것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것을 재정의 하고 어떠한 관점에서 가치를 정립하느냐에 따라서 그 기업의 핵심 디자인 언어를 구축하게 되므로 디자인을 구체화하기 전에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며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브랜드, 부(富)랜드를 위한 상상임신
아오모리현의 한 사과농장에서는 태풍이 와서 90% 이상의 사과가 다 떨어진 일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이 떨어진 사과를 어떻게 팔까를 고민하던 중, 한 청년이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를 어떻게 팔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합격’이라는 이름을 붙여 팔았더니 기존 수익의 10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는 일화가 있다.
여기서 이 청년은 사과의 달콤함, 사과의 아름다운 형상, 컬러 즉, 사과의 기능적인 품질을 판 것이 아니라 그 사과에 담긴 스토리와 새로운 가치 엮어 경험을 팔았던 것이다.
시장 상황을 조율하는 마케팅 관점이 아닌 브랜딩 관점에서 브랜드의 정의를 살펴보면 항상 등장하는 언어가 바로 관계와 가치다.
‘관계’는 궁극적으로 믿음을 말하고, ‘가치’는 특별함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브랜드란 ‘특별한 관계’의 구축이다.
기업에서도 브랜드에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뇌가 가장 잘 기억하는 형태 중 하나가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스토리에는 ‘감정’이 코딩되어 있다.
감정이 코딩되어 있는 스토리를 우리 뇌는 아주 잘 기억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어떤 장소에 가더라도 단순히 그 장소의 풍경만 아름다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풍경에 덧붙여진 이야기들을 들으면 그 풍경을 색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브랜드를 위한 상상임신은 브랜드 론칭 혹은 리뉴얼을 준비할 때 자신이 ‘임신’을 했다고 상상하는 방법이다.
하나의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는 것은 그냥 길 가다 주운 보석이 아닌, 임신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노력과 고민 끝에 산통을 겪으며 ‘낳는’ 것이다.
브랜드 개발시 고려사항
기업에서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크게 3가지 관점에서 브랜드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브랜드의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브랜드의 구조는 정립되어 있는가?,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은 잘되고 있는가?’이다.
여기에 하나 더해서 상표등록 및 침해분쟁은 없는지 법적 검토를 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브랜드의 오해는 브랜드를 네이밍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짙다.
기술도 일종의 브랜드이며, 디자인도 브랜드의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경험 및 감정에 대한 믿음 등도 브랜드의 원형이다.
또한 이것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BI)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림 9 에서 보여지는 ‘브랜드 모델’을 보면 매핑 기법이 유사한 개념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보여주는 맵으로 ‘브랜드’는 단순히 네이밍이 아닌 조직의 고유한 특징을 뒷받침하는 기업 아이덴티티의 고차원화된 버전이다.
이것은 브랜딩의 복잡성과 상호관계를 밝히고 있으며, 획기적인 방법으로 주제를 조명하고 있다.
‘브랜드 모델’의 가로축은 시선을 왼쪽의 브랜드 ‘관리자(Stewards)’로부터 시작하여, ‘가능성(Promise)’과 ‘제품(Product)’을 거쳐 오른쪽의 ‘사용자 경험(Experience)’으로 이끈다. 브랜드와 경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IP 포트폴리오 구축, 스파이더맨 되기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부품자체를 특허뿐만 아니라 디자인권으로도 중복 보호하는 경향이 짙다.
왜냐하면, 필연적으로 그 기술은 그러한 형태가 나올 수밖에 없을 수도 있고 그 형상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우위를 가치있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개발시 디자인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기존의 기술개발 후 디자인을 하는 프로세스와는 질적으로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보쉬’는 기술뿐만 아니라 디자인권까지 확장 출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IMA같은 경우는 부분디자인으로 출원하면서 유사디자인으로 확장출원하여 경쟁사 진입장벽을 높게 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디자인개발과 함께 이루어 져서 기술과 디자인을 이분화 할 것이 아니라 한 몸으로 생각해야 한다.
상표출원에서 흔히 놓치는 부분이 비전형상표이다.
동작, 소리, 색채, 위치 등의 상표를 비전형상표로 하고 하는데 이러한 상표를 간과해서 상표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색채상표 분쟁 사례가 많으므로 기업 고유의 자산인 색채를 보호하거나 분쟁에 대비하는 전략을 검토해야한다.
힐티는 자사의 고유 컬러인 레드컬러를 오랜 시간 노력하여 유럽 특허청에 등록하여 경쟁사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반대로 유럽에서 레드컬러는 사용하던 경쟁사들은 곤혹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존디어의 제품이나 루부탱의 제품에서도 고유의 컬러로 상표등록을 해 분쟁을 하고 있고 컬러 상표 분쟁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아이템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차별화된 가치는 브랜드, 디자인, 기술이 일원화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가 기술적인 가치로 구현되고 디자인적인 가치로 구현되어 하나로 통합되었을때 고객들은 더욱 제품에 대한 진실성과 신뢰를 갖게 된다.
흔히, 브랜드 전략과 기술, 디자인의 의미가 서로 매치가 되지 않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드 경험적인 측면에서 가치를 완성하여 브랜드와 디자인, 기술의 선순환구조의 파워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것이 IP 포트폴리오의 구체적인 질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기업에서 가치를 구축하고 나면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촘촘하게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서 경쟁사 진입장벽을 높인다면 시장우위를 선점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맺음말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란 작품이 있다. 앨리스가 거울나라에서 만난 붉은 여왕은 항상 “더 빨리! 다른 생각 말아!”를 외친다.
“보다시피 여기에서는 계속 같은 자리에 있으려면 달려야 해. 만일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그것보다 적어도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지.”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외치던 말을 생각하면 앨리스가 있던 그 이상한 나라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전율을 느끼게 된다.
레드퀸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것이 있다. 생물체가 생태계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변화를 가져보지만, 생태계 역시 같이 변화하기 때문에 결국은 제 자리에 머무는 것처럼 되는 현상이다.
IP생태계 역시 생동하는 생물체와 같다.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려면 2배 이상 달리는 노력과 주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는 촉이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IP를 파악하는 것이 무주의 맹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