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Tech - ARC7급 쇄빙 LNG 운반선
HOT TECH에서는 혁신기업의 기술력과 성과, 성공 노하우, 업계 동향과 전망을 살펴봅니다.
- 새로운 개념 선박에 대한 선제적 대응
이성근 전략기획실장
대우조선해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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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대형 조선사 간 선박 수주 경쟁은 주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운송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 선박은 경쟁적으로 대형화되고 있으며 동시에 추진기관 및 선내 장비는 고효율, 친환경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 선박을 추구하는 것은 강화된 각종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이 역시 에너지 효율을 높여 주문주에게 운송비용 절감이라는 편익을 제공하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에너지 자원 개발의 범위가 극지방으로 확대되고 있고, 선박의 극지방 항로 이용에 대한 논의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ARC7급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단순히 몸집을 키우고 효율을 높이는 그동안의 추세와 다른 신개념 관점으로 개발한 선박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오랜 준비를 거쳐 새로운 시장 요구에 선제적 대응으로 선보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ARC7급 쇄빙 LNG 운반선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외기 온도 섭씨 -50도 이하의 극한 환경에서 LNG를 운반하면서도 극지방의 두꺼운 얼음을 스스로 깨 나가며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이다.
본 제품의 사례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어떻게 기술적 도전을 극복하면서 신개념 선박을 개발 하였는지,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극지 야말(YAMAL) LNGC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시장을 리드하는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선박의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의 획일화된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하여 미리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YAMAL LNG 프로젝트
시베리아 서쪽 야말 반도에 위치한 천연가스전 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 해당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수송하기 위한 가스운반선의 설계, 건조를 위한 프로젝트가 같이 검토되었다. 극지라는 지역적 특성에 기인하여 본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까다로운 요구 조건이 부여되었는데 그 중 가장 핵심적인 사항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 극한 환경 조건(외기 온도 섭씨 -50도 이하)에서 선박의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하고,
-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 한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LNG를 운송하기 위해 이용하는 NSR(Northern Sea Route)에 발생하는 얼음을 스스로 깨고 추진에 충분한 선체 강도를 보장하는 러시아선급의 ARC7 규정을 충족시켜야 하며,
- 전진과 후진 양방향으로 쇄빙기능이 가능해야 하며,
- 얼음을 깨고 진행하면서도 일정 선속(시간당 5해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얼음이 없는 해역에서는 일반 LNG 운반선과 동일한 속력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워낙 방대하고 까다로운 요구조건이었기에, 이들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위해 주문주와 조선소 간에 수많은 교류와 Workshop이 있었고, 입찰 과정도 2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진행이 되었다.
본 입찰 기간 중 여러 차례의 제안서 제출 및 국내외 조선소들 간의 치열한 수주경쟁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본 프로젝트 입찰 훨씬 이전부터 극지방 운항용 LNG 운반선의 선형을 비롯한 각종 연구개발을 진행해 온 터라, 주문주의 요구에 보다 쉽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Arctic LNG 운반선(극지방 운항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쇄빙 LNG 운반선은 극지방의 얼음을 직접 깨며 운항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다.
이전까지 극지방 운항 선박으로는 쇄빙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용 쇄빙선과, 이런 쇄빙선의 경로를 따라 다니며 제한적인 운항이 가능한 내빙 원유 수송선 및 Bulk 운반선, 그리고 연구 등의 특수목적을 위한 선박이 대부분이었다.
기존 극지용 선박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았던 반면, 본 제품은 일반 LNG 운반선과 크기가 유사하여 이제까지의 극지 운항용 선박과는 크기 면에서 그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여러 종류의 다양한 LNG 운반선을 성공적으로 건조하고 Arctic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해온 대우조선해양에게도 Arctic LNG 운반선은 선형, 내한 설계기술, 건조공법 등 관련된 모든 분야 기술을 처음 적용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생소한 것이 너무도 많았기에, 마치 상용차 제조 업체가 F1 경주용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가 되려는 것과 마찬가지의 도전이었다.
기술적인 도전
(1) 선형개발(Lines)
주문주가 요구하는 운항 속도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선형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본 제품의 경우에는 일반 운항속도(Open Water Speed) 성능뿐만 아니라 극지방 운항시 선체에 부딪히는 얼음의 충격(Ice Pressure)을 견디면서 요구되는 속력을 내야 하는 쇄빙성능까지 만족시키는 선형을 개발해야 했다.
그러나 쇄빙성능이 우수한 선형과 일반 운항속도 성능이 우수한 선형은 기본적으로 상반되는 개념과 특성을 갖고 있다.
조파저항(Wave Making Resistance)을 적게 하면서 물살을 잘 갈라야 일반 운항속도 성능이 좋아지는 반면, 쇄빙성능은 선박의 추진력을 사용하여 선체 하중 압력을 전방의 얼음에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달성할 수 있다.
이에 목적과 상황에 맞게 양방향으로 운항이 가능한 Double Acting Ship 개념을 도입하여 일반 운항 및 얇은 얼음을 깰 때는 앞으로, 상대적으로 두꺼운 얼음을 깨며 나아갈 때는 뒤로 진행할 수 있는 선형을 개발하였다.
양방향 운항을 위해서는 선형개발 외에도, 엄청난 보강이 요구되는 선체 구조 강도 확보, 조타실(Wheelhouse)에서의 양방향 시야 확보, 이중의 제어 시스템 적용 등과 같은 추가적인 요소들을 고려한 설계 개발이 진행되어야 했다.
(2) Winterization
외기 온도가 섭씨 -50도 이하로 내려가는 운항조건이 있는 만큼, 외기에 노출된 구역에 설치되는 장비, 부품 등은 해당 온도에서의 성능이 보장되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런 장비와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외부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장비 및 배관 등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곳에 히터를 설치하였으며, 그 밖에 개별적으로 설치되는 부품에 대해서는 해당 온도 조건을 만족하는 사양의 제품 개발이 병행되었다.
추진을 위한 주 엔진 등 내연기관의 연소를 위해 공급되는 기관실 순환 공기는 외기를 통해 보충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외기는 그 온도에 따라 엔진 및 기타 기관실 장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여러 시나리오 별 CFD(Computation Fluid Dynamics) 분석을 통해 기관실 온도를 섭씨 5도 이상 유지하도록 기관실 상부에 특별히 설계된 별도의 공조실을 배치하였다.
(3) 내한, 진동, 소음 문제
얼음을 깨고 진행하는 본 제품의 특성상 진동과 소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진동과 소음은 선원들의 생활에 큰 불편을 줄 수 있음은 물론이고 구조물의 피로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주문주의 큰 관심 대상이 된다.
이러한 주문주의 걱정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방대하면서도 정교한 진동 소음 예측이 수행되어야 하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오래전부터 친밀한 관계를 이어온 러시아 소재 유명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와 위탁 연구를 통해 적절한 보강 방안을 도출해 냄으로써 주문주를 안심시킬 수 있었다.
그 밖에 극한의 외기 조건을 견디기 위해 선원의 거주구역 및 실내공간에 열 차폐(Thermal Insulation)를 추가하여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소음도 줄일 수 있도록 설계가 이루어졌다.
(4) 조종성(POD 추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본 제품에 양방향 운항 개념이 도입되었는데, 얼음을 깨기 위해서는 필요시 여러 번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전·후진 간의 빠른 전환이 가능한 추진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구조건에 맞추기 위해 POD 추진 시스템이 채택되었는데, 본 시스템은 전기추진 모터를 담고 있는 선박 외부에 직접 프로펠러를 부착한 형태의 구조물과 부가장비로 구성되어 있으며 선박의 추진과 조향을 하나의 Unit으로 수행하게 하는 개념으로 최근 많은 선박에 사용되고 있다.
전기 모터 추진 방식을 사용한 이유는, 저속에서도 비교적 일정한 토크 특성을 보여 상대적으로 느리게 운항하는 쇄빙 운항(Ice Operation)에서도 좋은 성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POD 추진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일반 선박에 필요한 회전축, 방향타(Rudder), 조타장치 등을 제거할 수 있으므로 선각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고 쇄빙에 적합한 선형을 만들 수 있다.
추가적으로 POD Unit은 360도 회전할 수 있어 조향시 회전 반경이 최소화되며, 전 방향으로의 추진 출력(Torque and Thrust)이 가능함은 물론 비상시 빠른 전·후진 방향 전환이 가능해진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은 각종 선박과 해양플랜트, 시추선, 부유식 원유생산설비, 잠수함, 구축함 등을 건조하는 세계 초일류 조선해양전문기업으로서,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 골리앗 크레인 등의 최적설비와 IT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모든 종류의 고부가가치 선박 및 해양제품을 우수한 품질로 건조하고 있다.
야말 가스전 프로젝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이전부터 새로운 개념의 쇄빙 선박 개발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왔는데, 특히 선형 개발이 가장 먼저 진행되었고 이후 각 설계 공종별로 기술적 문제점을 풀어가는 과정이 반복 수행되었으며, 관련 규정에 대한 조사도 병행되었다.
그렇기에 야말 LNG 운반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주문주의 각종 요구에 상대적으로 먼저 대응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최적의 제품을 한발 앞서 개발할 수 있었다.
마무리
향후 야말 프로젝트와 같이, 극지방에서의 천연가스전 및 석유개발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극지방 항로를 이용하면 운송기간을 비약적으로 단축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운송비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극지방 항로를 이용하려는 선박 수요는 향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2015년 북극정책 시행계획 등 북극항로 이용 활성화 및 상용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정부의 시책은 극지 시장의 전망과 수요에 잘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본 제품 개발을 완료하여 향후 북극항로 이용선박 수주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였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LNG 운반선은 기타 다른 화물(원유 등)에 비해 안전 및 진동 문제 등에 있어 보다 까다로운 요구사양을 가지고 있으며 전에 없던 극한의 외기 조건(섭씨 -50도 이하)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날로 심해지는 선박 수주 경쟁에 있어서 대우조선해양은 수요를 미리 예측하여 새로운 개념의 선박을 준비함으로써, 선박 건조 계약사상 유래 없는 최대 규모의 야말 LNG 운반선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 또한 엄청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본 제품 개발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차세대 극지 선박이나 쇄빙 전용선 개발에 축적된 노하우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나아가 북극항로 이외 새로운 시장에서도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신뢰와 열정을 바탕으로 먼저 준비하는 모습이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수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