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04 - 한국 의료 산업의 글로벌화, 그 영향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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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대 총괄이사
인터브랜드 전략컨설팅

youngdaekwon@gmail.com


우수한 의료 서비스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 제한되어 있던 국내 의료 산업이 드디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처음 시작과 도전은 험난하다.

IMF 이후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모은 국내 의료 산업의 글로벌 도전기, 그 대표 사례와 전략을 소개한다.

그리고 글로벌화가 의료 산업에 미칠 영향과 세계인 관점에서의 바람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들어가면서


“국내 시장이 좁다.” 국내 유수 기업들의 CEO가 항상 하는 말이다. 한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내수 시장의 협소함으로 인해, 국내 모든 산업 및 기업들에게 해외 진출 즉 글로벌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간주되고 있다.

인터브랜드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대 브랜드에 선정되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로 대변되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첨단 제조업은 물론이고, 내수 사업의 성격이 강한 통신업, 금융업, 유통업에서 조차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
었다.

특히, 업계 선두로 평가받고 있는 신한금융그룹의 동남아시장 진출, SK텔레콤의 미국 통신 시장 진출, 롯데쇼핑의 복합 개발 모델을 통한 해외 진출 등은 내수 산업조차 세계화의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다면,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화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한 몇몇 산업군이 있다.

그 중 일부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세계화가 더딘 몇몇 산업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산업이 크게는 환대 산업(Hospitality Industry)이고, 세분화해서 얘기하면 의료 산업과 호텔 산업 등이 있다.

이 기고에서는 최근 들어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 산업의 해외 진출 전략, 초기 성공 사례, 향후 산업에 대한 영향과 바람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국내 병원의 해외 진출을 위한 초기 전략

국내 병원의 해외 진출 전략을 설명하기 전에 의료 서비스 특히 글로벌 병원의 일반적인 해외 진출 모델과 산업 메커니즘을 설명하고자 한다.

글로벌 병원의 해외 진출시(호텔도 거의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굉장히 다수의 경우는 위탁 운영 계약을 통한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

위탁 운영이란 병원의 주인이 병원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운영 위탁을 맡기고,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 과정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사업자(대개는 존스홉킨스,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과 같은 글로벌 체인 병원이다)는 전체 병원의 경영과 의료 서비스의 제공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이 모델을 위탁 운영 계약, 영어로는 Management Contract이라고 부르는데, 대개의 글로벌 병원의 해외 진출 모델은 이 모델을 따르게 된다.

이 운영 계약은 사실 굉장히 많은 권한과 책임을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 주인은 검증된 병원 사업자와 계약하고 싶어하고, 많은 성공 사례(Reference)를 원한다.

이 때문에 대개의 위탁 운영 계약 경쟁 과정에서의 승리자는 체인 병원의 경험이 많은 저명한 병원 사업자가 되기 마련이고, 아직 그들에 대항할 만한 계약 사례가 없는 국내 병원 사업자에게는 너무나 불리한 경쟁 방식이다.

이런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내 병원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3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첫 번째가 해외 진출 모델의 다변화이며, 두 번째는 가능성 높은 지역에 대한 자원 집중, 마지막으로 한국 의료 서비스의 강점의 극대화이다.


(1) 해외 진출 모델의 다변화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병원 주인 입장에서 위탁 운영 계약은 큰 권한과 책임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위탁 운영 계약에 대한 경험이 없는 병원 운영자와 위탁 운영을 계약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를 극복하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으로는 위탁 운영 외에 다양한 협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면적인 위탁 운영 전에 일부 의료진을 파견하여 의료진의 실력을 증명한다던지, 반대로 VIP 또는 그 지역의 난치병 환자를 국내 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환자 트랜스퍼, 현지 의료진을 국내 병원에서 교육 시키고 다시 현지로 돌려 보내 국내 의료 서비스 수준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하는 다양한 형태의 협업 모델들이 있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유수의 대학 병원들과 전문 클리닉(성형외과 포함)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제화 병원을 위해 위와 같은 방법들을 병행하고 있다.


(2) 가능성 높은 지역인 아시아 및 중동 지역에 대한 자원 집중

해외 진출 모델을 정했다면, 어디에 사업 기회가 있을지 찾아보고 그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다음 순서일 것이다.

사업기회는 ① 병원 산업이 성장하는 곳이어야 하며, ② 한국 의료 서비스 수준 보다 낮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가 주류 의료 서비스인 지역이며, ③ 한국과의 교류가 강해 한류 등 국가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는 곳에 존재할 것이다.

이런 조건에 맞는 지역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 중앙아시아 지역,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동 지역이다.
 
이 세 곳은 최근 지속적으로 매크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질 높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지역이다.

반면, 체계적인 의료 교육 시스템이 없어 질 높은 의료 인력과 서비스를 스스로 생산해 낼 능력이 없는 지역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많은 교류가 있으며,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진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중동 지역이 이 범주에 드는 것에 대해 의아할 수도 있으나, 중동 지역의 인프라(건설, 발전, 공장 설비, 통신 등)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진출 역사를 본다면 중동 지역 또한 한국 국가 브랜드가 약하다고 볼 수 없는 지역이다.


(3) 한국 의료 기술의 차별점 강화

진출 모델과 진출 지역을 결정했다면, 최종적으로 어떤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강화해서 병원 주인을 설득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가치 제안은 결국 한국 의료 서비스의 차별적 경쟁력에 기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차별적 경쟁력은 앞서 한국 의료 서비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했을 때의 판단의 근거와 일치한다.

그 차별적 경쟁력은 효율화와 시스템화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한국 의료 서비스의 학문적 성취도(논문 인용 건수, 병원 랭킹 등)는 괄목한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체인 병원을 뛰어넘었다고 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다만, 한국 의료진들의 임상 경험은 굉장히 풍부하며, 이에 기반한 심장병, 암과 같은 난치병에 있어서의 완치율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상황이다.

임상 경험이 풍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편으로는 의료 프로세스의 정비와 한국 의료진의 근면 성실함을 통한 효율화가 이유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소한의 의료 인력만으로도 많은 환자와 침상에 대한 관리가 가능하며, 그로 인해 의료 인력 개개인의 임상 경험은 같은 경력의 타 국가 의료 인력대비 월등한 수준이 되었고, 상대적으로 적은 인건비로 많은 환자들에 대한 의료 매출 발생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인 IT 역량을 활용한 병원 운영의 시스템화 역시 차별적 강점이 될 수 있다. 많은 병원 주인들이 자신들의 병원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고 싶으나, 대다수의 체인 병원들은 그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또한 시스템 측면에서도 시스템을 공급하기 보다는 시스템 사용법 만을 전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의 병원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병원 IT 시스템을 활용하여 병원 주인이 전체 병원 운영 상황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있으며, 설령 위탁 운영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IT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시스템에 대한 판매도 병행하고 있다( 그림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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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의 동향과 대표 성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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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국내 병원의 해외 진출 사례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은 SNUH(서울대학교병원)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병원은 최근 아랍에미리트 왕립 쉐이크칼리파 전문병원(3차 병원)의 위탁 운영 계약을 획득하여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컨설턴트로서 SNUH의 왕립 쉐이크칼리파 전문 병원의 비딩 경쟁 과정에 참여하여 서울대 국제사업 본부를 도와준 바 있다.

그 때의 경험을 통해 SNUH가 어떻게 성공적인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는지 얘기해 보고자 한다.

서울대병원은 앞에서 얘기한 해외 진출의 성공적 초기 전략을 충실히 기 수행하였다.

중국, 중앙아시아, 중동 지역 등의 VIP 환자들을 받아들이는 환자이식(Transfer)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주요의사 결정권자들에게 한국 의료기술의 우수상을 알리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과의 의료진에 대한 교육을 한국 내 시설에서 수행하는 등 다양한 해외 협력, 진출 모델을 개발해 왔으며, 그 역량을 전략 지역이라고 볼 수 있는 동남아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중동 지역에 집중하였다.

또한, 한국 병원들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IT 부분에 대한 투자와 효율적 의료 인력의 직접 파견에도 적극적이었다.

서울대병원은 독자 의료 정보화 시스템과 U-hospital 시스템을 개발하고, 아시아 지역 병원 최초로 EMR 적용 모델 7단계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한국의 장점인 IT 시스템에 대한 장점을 충분히 어필하였다.

기존 글로벌 병원 체인에 대한 아랍에미레이트 현지의 불만이었던 의료 인력 직접 파견의 규모를 보장함으로써, 미국 및 유럽계 체인 병원과의 차별화에도 성공하였다.

이와 같은 다양한 준비와 제안 과정에서의 노력에 힘입어 서울대병원은 2014년 7월 드디어 최종적으로 위탁 운영 계약을 수주하게 되었고, 착실한 준비 과정을 거쳐 작년 11월 부분 오픈을 하고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병원의 세계화에 따른 국내 의료 산업에 대한 영향과 바람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나 위탁 운영을 통한 해외 시장 확장은 앞에서 얘기했다시피 더더욱 첫 걸음이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첫걸음을 뗀 서울대병원의 경우 이 레퍼런스(특히 UAE 지역의 3차 병원)을 활용하여 더욱 해외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이에 자극받은 타 대형 병원들도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이러한 경향은 심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대형 종합 병원 외에도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치과 등과 같은 전문 병원의 경우도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진출이 가시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해외 진출이 활성화된다면, 직접적으로는 의료 서비스 영역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의료 법인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영리 법인화 예상된다.

둘째, 일부 특수 클리닉에서 진행되고 있던 체인화 현상이 종합 병원과 타 전문 분야로도 확산되어 의료 산업 전반적으로 체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국내 의료 서비스는 더욱 표준화되고, 의료계는 산업화가 진행될 것이다.

셋째, 우수 의료 인력의 해외 파견 및 해외 병원으로의 이직 등 수요 증가로 인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의료 인력들의 인건비가 더욱 높아지겠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의료 인력의 부족으로 인핸 의료 서비스 공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의료 당국의 선제적 수요공급 예측을 통한 의료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변화 외에도, 의료 서비스 유관 산업인 의료 장비, 의료 정보화 시스템 관련된 SI 업체 등도 동반 성장과 동반 해외 진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희망적인 얘기지만, 이런 성장을 통해 의료영역에 전문화된 SI 업체나 한국 의료 장비 회사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도 존재한다.

환대(병원 산업 포함) 산업의 전문가이자 한국인인 필자이지만, 필자는 한국 의료 산업의 글로벌화를 국내 산업의 해외 진출(수출)을 통한 국내 산업·경제에 도움되는 것으로 국한해서 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세계인의 관점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모든 세계인이 누릴 수 있는 질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보편화하는 첫 걸음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각국의 의료 산업에 자극을 주고 서로 경쟁하여, 궁극적으로 의료 기술의 발전을 가져오고, 세계인이 조금 더 수준 높은 보편적 의료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는 날이 더욱 앞당겨지는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