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03 - IT 혁신이 열어가는 미래의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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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섭 교수
서울대학교 의생명연구원

yoonsup.choi@gmail.com


현재 헬스케어는 변혁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 변혁은 다름 아닌 IT 기술의 발전 때문에 촉발된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앞다투어 의료 분야에 뛰어들고 있으며, SF 영화에서나 볼법한 혁신적인 IT 기술이 실제 구현이 되어 의료 현장에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터, SNS, 3D 프린터 등 IT 기술의 발전은 일선 의료 현장을 이미 바꾸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의료와 IT가 본격적으로 융합하기 시작한 시대다.

이러한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위기를, 또 누군가에게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가 이 변혁의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그 혁신 중에 몇 가지 사례들을 간략히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들어가는 말

헬스케어 분야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쓰나미와 같은 형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이 쓰나미는 결코 피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이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헬스케어를 혁신시키고 있는 이 변혁의 시발점은 다름 아닌 IT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미 미국에서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애플, 구글, IBM 등이 앞다투어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업계에서 투자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디지털 헬스 엑셀러레이터이자 리서치 회사인 락 헬스(Rock Health)에 따르면 2014년 미국의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약 41억 달러였다.

이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투자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였으며, 2013년과 비교했을 때 125% 증가한 것이었다.

2015년에도 이런 추세는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전쟁

특히 2014년 한 해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원년’으로 불러야 할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글로벌 IT 기업들이 속속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면서 그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모바일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 및 기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기 위한 플랫폼 분야이다.

애플은 ‘헬스키트’, 구글은 ‘구글핏’, 삼성은 ‘SAMI’라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각각 작년에 발표하면서, 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삼파전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플랫폼 위에서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나 별도의 기기를 연결하여 측정한 각종 헬스케어 혹은 의료 데이터들을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애플의 헬스키트 플랫폼의 경우에는 이 데이터를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미국 내 대형 병원들에까지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가정에서 자신의 몸을 측정하고 있던 환자에게 이상이 발생하면, 병원에서는 이를 미리 감지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다.

이러한 애플의 헬스키트 플랫폼은 이미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난 9월 듀크대학과 스탠퍼드대학은 각각 스마트 혈압계와 혈당계를 통해서 만성질환 환자의 관리에 대해서, 이 스마트폰 기반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하여 파일럿 테스트에 돌입했다.

그리고 지난 2월 보고된 바에 따르면, 이 플랫폼을 활용하는 병원의 수는 크게 증가했다.

미국의 선도 병원 23개중에 총 14개의 병원이 헬스키트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구글의 구글핏이나 삼성의 SAMI 플랫폼은 병원과의 연동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느린 모습이다.

병원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플랫폼의 발달은 크게 환영할만하다.

시중에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앱과 디바이스는 홍수처럼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각 병원의 인프라는 이러한 데이터를 받아들일 만한 인프라나 역량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플랫폼을 채택한다면, 사용자가 이용하는 각종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서 얻은 데이터를 의사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애플 헬스키트를 채택한 보스턴의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Beth Israel Deaconess)의 최고 정보 책임자 존 하말카는 “우리 병원의 환자 25만 명 중 많은 숫자가 죠본 업(Jawbone Up), 블루투스 체중계 등에서 얻은 각종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병원이 이 모든 디바이스에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하지만 애플이라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인공지능 왓슨, 암 환자를 진단한다

IBM의 수퍼컴퓨터 왓슨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역시 의료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SF 영화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최초로 인공지능이 실생활이나 비즈니스에 활용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공지능의 영향은 여러 분야에서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그 중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의료 분야이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들을 물리치며 처음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이 챔피언들은 전설의 74연승을 했던 켄 제닝스, 왕중왕 전에서 켄 제닝스를 물리치며 역대 최고의 상금을 받은 브레드 루터였다.

조건을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 왓슨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채 내부 데이터베이스만을 검색했고, 정답 버튼을 동일한 조건에서 누르기 위해 ‘플라스틱 손가락’까지 제작하여 퀴즈에 참여했다. 이러한 조건에서 왓슨은 압승을 거둔 것이다.

퀴즈쇼에서 우승한 이후 2013년부터 왓슨은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에서 폐암 환자를 진단하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다(이 ‘트레이닝’이라는 말은 레지던트 의사들이 수련을 받는다는 것을 표현할 때도 사용하며, 기계 학습 분야에서 컴퓨터에게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을 학습시키는 과정을 지칭할 때도 사용한다).

방대한 의학 저널, 임상 시험 결과, 가이드라인, 진단 기록 등을 학습하면서, 왓슨은 폐암 환자를 진단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로 왓슨은 미국의 여러 대형 병원들에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2013년 10월에는 MD 앤더슨 암센터에 들어가서 백혈병 환자를 진단하기 위한 솔루션 개발을 시작했다.

특히 2014년 6월 MD앤더슨은 미국의 임상 종양 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에서 왓슨의 정확도를 발표했다.
 
200건의 백혈병 환자사례에 대해서 왓슨이 표준적인 치료법을 정확하게 도출할 수 있는 것인지를 테스트해본 것이었다.

이 연구 결과, 왓슨이 부정확한 치료법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여, 최종 권고해준 경우는 2.9% 에 불과했고, 정확한 치료법에 낮은 점수를 부여한 경우는 0.4% 에 지나지 않았다.

이 시스템의 표준치료법 권고에 관한 종합적인 정확도는 82.6%였다.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타카하시 박사는 왓슨이 상당히 높은 정확도(Reasonably High Accuracy)로 환자에게 치료 옵션을 권고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닥터 왓슨의 진격과 인간의 대응

2014년 9월에는 왓슨이 메이요 클리닉에 채택되어, 신약 임상시험에 활용되고 있다.

환자들이 기존의 치료법에 효과가 없을 경우에는 보통 진행 중인 임상 시험에 등록하여 새로운 희망을 찾게된다.

하지만 특정 환자가 임상시험에 등록하기 위한 조건에 부합하는지를 따지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에 대한 긴 문서를 일일이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번거로운 과정 때문에 환자들은 새로운 임상 시험에 등록하기 어려웠으며, 임상 연구자 입장에서는 적합한 환자의 부족이 연구와 신약 개발을 지연시키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왓슨은 인간의 언어를 읽고 이해할 수 있으므로,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왓슨을 특정 환자에게 적합한 임상시험을 권해주는
역할로도 사용하고 있다. 메이요 클리닉은 이를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다.

현재 메이요 클리닉에서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는 5% 수준이며(미국 전역으로 볼 때에는 3%), 이 수치를 1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이다.

‘닥터 왓슨’은 이제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태국의 선도 병원인 범룽랏 국제 병원은 IBM과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가 공동 개발한 왓슨 온콜로지(Watson Oncology)를 채택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미국 이외의 병원에서 왓슨이 채택된 최초의 사례이다. 블룸그라드의 최고 의료정보 책임자인 제임스 마이저 박사는 왓슨에 대해 “환자의 현재 정보를 리뷰할 수 있는 유능하고 박식한 동료를 가진 것과 같다”며, “왓슨은 신속하고, 포괄적이며, 현재 내가 치료하는 개별 환자에게 의학적 근거들이 어떻게 적용될지 이해하는 것에 뛰어나다” 고 언급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왓슨 솔루션은 통신망만 있다면 이제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지난 3월 중순 한국 IBM에도 왓슨 사업부가 신설되었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국내 대형 병원들 중에도 왓슨을 도입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의료에 도입된다면, 미래에 의사의 역할은 현재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제 인공지능이 향후 의료와 의사의 역할에 대해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논의해야 할때이다.

현재 의사가 맡고 있는 많은 역할 중에서 어떤 것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자동화될 것이며, 어떤 부분이 인간의 역할로 끝까지 남을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에 따라서, 의과대학 교육이나 레지던트의 수련 체계, 교육 방식, 평가 방법 등에 대해서도 일대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예비 의사들이나 수련을 받고 있는 젊은 의사들은 은퇴 전에 이러한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만드는 의료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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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상을 가장 크게 바꾼 IT 기술 중의 하나로 모바일 기기의 등장을 빼놓을 수는 없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휴대용 기기의 등장과 발전은 이미 세상을 크게 바꿔놓았으며, 앞으로도 인류가 살아가는 여러 방식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의료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별다른 생각 없이, 성능이 좋은 휴대폰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일종의 고성능 소형 컴퓨터일 뿐만 아니라, 내부에 각종 센서들이 내장된 상호 호환적인 기기이다.

이에 더하여 외부 기기를 스마트폰에 연결함으로써 각종 건강과 관련된 데이터를 측정하고, 계산하고, 저장하며, 관리하고, 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카메라만 하더라도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쎌스코프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특수한 렌즈를 장착하여 소아 환자들의 귓속에 염증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검이경(Otoscope)으로 활용한다.

PEEK(Protable Eye Examination Kit) 프로젝트에서는 병원이 없는 제3세계 국가에서 환자의 눈에 백내장이 있는지 여부를 알아내기 위하여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한다.

또한 피부에 있는 점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이것이 단순한 점인지 아니면 피부암인지를 판단하는 애플리케이션들도 시중에 나와 있다(이 앱들 중 일부는 FDA 허가 없이 시중에 판매된 탓에, 지난 2월 FDA로부터 시장 철수 명령을 받기도 했다).

또는 스마트폰에 간단한 기기를 연결하여, 스마트폰을 의료기기로 만들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 중의 하나가 얼라이브코(AliveCor) 심전도 기기이다. 스마트폰 케이스 형태의 이 기기는 뒷면에 두 개의 전극이 붙어 있다.

이 전극을 양손으로 잡으면 활력징후(Vital Sign) 중의 하나인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2012년에 이미 FDA 승인을 받은 의료기기이며, 2014년 초에 일반인에게도 처방 없이 판매할 수 있다는 OTC 승인이 났다.

이 기기의 경우 얼라이브 인사이트라는 원격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기기로 측정한 심전도 데이터를 12달러를 내고 미국 내의 심장 전문의에게 전송하고 24시간 내에 진단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많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애플리케이션이 단순한 측정 이후에 환자들에게 질병의 치료 등에 대한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에 비해서, 원격진료를 통해 진단까지 제공하는 이얼라이브코의 사례는 주목할만하다.

뿐만 아니라, 아예 원격진단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기업인 닥터온디맨드(DoctorOnDemand)는 화상 채팅을 통한 가상 진료를 통해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에는 현재 미국의 46개 주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1,400명의 의사들이 가입해있다.

진료당 진료비는 40달러이며, 화상 진료를 통해서 진단하기가 용이한 감기, 편도선염, 알러지, 운동 중 외상, 설사, 우울증, 충혈 등에 대해서만 진료를 한다.

특히 슈어스크립트라는 미국 약국의 96% 가 사용하는 전산망과 계약하여 모바일 처방전까지 발급해준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원격진료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향후 국내에서도 이러한 모델로 점차 의료가 바뀌어갈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이미 시작된 미래

지금까지 IT 기술의 발전이 의료와 헬스케어를 변화시키고 있는 모습의 일부분을 들여다 보았다.

헬스케어 플랫폼, 인공지능, 스마트폰 기반의 의료 기기 등은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SF 영화에 나올법한 장면이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실제로 현실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기에는 제한적인 기술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사례에서 현재의 모습보다는 미래의 가치에 더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IT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18개월마다 IT 기술이 두 배씩 발전한다는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15년 후에는 IT 기술이 현재보다 1,000배, 30년이 지나면 약 10만 배가 좋아지게 된다.

의료 분야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IT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을 볼 때, 이러한 IT 기술의 발전은 의료의 모습을 더욱 바꾸어 놓을 것이 자명하다. 10년 후 의료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그 변화 속의 기회를 어떻게 포착할지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