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R&D현장 속으로 - 롯데케미칼(주) 연구소 연구6팀

R&D현장 속으로는 혁신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R&D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발전소를 대체할 최적의 에너지 은행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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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전기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에너지다. 하지만 사용량은 급증하는 데 비해, 공급량이 부족할 때가 적지 않다.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블랙 아웃(Black Out)’ 사태를 예방하려면 발전소를 더 지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롯데케미칼(주) 연구소 연구6팀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미래형 플로우 배터리 연구 개발을 통해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 개발의 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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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봄을 알리듯 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오후, 대전 롯데 케미칼 연구소에 도착했다.

얼마 전 리모델링을 마친 연구소는 입구 분위기부터 화사했다.

롯데케미칼 연구소는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연구소로, 1986년 6월 여수 공장에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1991년 대덕연구단지로 이전하면서 호남석유화학 대덕연구소가 되었고, 이후 2012년 12월 사명 변경과 함께 현재 명칭인 롯데케미칼 연구소가 되었다.

초창기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해외 기술 도입으로 시작되었다. 그 가운데 롯데케미칼 연구소는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연구소 시절부터 석유화학 관련 촉매와 공정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등 기술 국산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금도 롯데케미칼 연구소는 롯데케미칼의 해외 사업에서 독자 공정을 비롯한 촉매 기술을 공급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축적된 화학 기술을 바탕으로 신소재를 개발해 시장을 이끌어갈 선진 제품을 창출하고 있는 것도 롯데케미칼 연구소의 강점.

그 가운데서도 연구6팀은 미래 산업에 이바지할 새로운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부서다.

다양한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6팀은 ESS 개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팀 내 3개 연구 그룹이 관련 소재부터 모듈, 시스템에 이르는 통합 개발 및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

나아가 차세대 ESS 연구 또한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병행하여 연구하고 있다.


‘블랙 아웃’ 위기를 이기는 에너지 은행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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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연구소 연구6팀은 플로우 배터리의 소재부터 시스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만,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강조하는 분야입니다.”

롯데케미칼 연구소에서 에너지저장장치 개발을 맡고 있는 강태혁 전문 연구위원의 말이다.

일반인들이 느끼기에, 에너지저장장치를 뜻하는 약어인 ESS는 낯설기만 하다.

실제로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어야 하는 전지는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이때문에 관련 연구를 하는 연구6팀 안에는 매우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들이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화학 전공자를 비롯해 전기전자, 전력제어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가면 갈수록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고요.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과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향후 사업화 단계에 들어가면 더 많은 인력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휴대전화에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 등 2차 전지 산업에 대한 수요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빌딩이나 공장 등 대규모 현장에서 전지를 사용한다면, 에너지 저장 규모도 커져야 한다.

플로우 배터리 연구가 시작된 것은 꽤 오래 전 일이지만, 기술 부족은 물론 시장성이 없어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국내에도 지난 2007년에 관련 내용이 소개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 2011년 9월 15일 전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대용량 에너지저장 장치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전력 소비는 점차 늘어나는데, 여러 가지 여건상 발전소를 계속 지을 수는 없습니다. 설령 오랜 기간을 들여 새로 발전소를 짓는다고 해도, 송배전 선로를 배설하는 것이 더욱 까다로운 실정입니다. 전력의 효율적 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입니다. 전기는 만들어 놓으면 그 자체로 저장할 수 없고 다른 에너지로 변환해서 저장해야 합니다. 이때 플로우 배터리가 에너지 은행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다각적인 노력을 통한 연구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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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리튬이온전지와 관련한 인프라는 매우 잘 구축되어 있지만, 플로우 배터리는 낯선 분야였다. 그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기업으로는 최초로 플로우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우리 연구소가 연구개발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 분야에 대한 정부와 학계, 업계의 이해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품 생산 과정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세미나와 컨퍼런스, 학회 등을 매년 4회 이상 진행하면서 이 분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 갔습니다.”

롯데케미칼 연구소 안에서도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장기간 노력한 것은 물론 외국과의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통해 내부 연구인력의 실력도 끌어올렸다. 시작은 미국 기업과 협업했지만, 그 밖의 해외 연구 네트워크는 자체적으로 찾아 나갔다.

“해외 연구자들과 협업하면서 시차에 따라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차례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을 하기도 했고요. 우리가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과정도 쉽지 않았고, 기술적으로도 접근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자체 역량 강화에 나선 연구6팀은 롯데케미칼의 플로우 배터리 국산화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이제는 국내에도 다양한 연구 자원이 축적되었고, 이 분야 연구에 뛰어든 기업도 많다.

어느덧 많은 기업이 플로우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강태혁 전문연구위원은 “국내에서 파일럿 라인을 보유한 곳은 롯데케미칼이 유일하다”며, 사실상 상용화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최초로 250kWh급 플로우 배터리를 현장에 설치해 시운전하며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상용화 단계에는 세계 최고의 성능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 개발은 미국 기업과 공동 연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국산화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 상태다.

“플로우 배터리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롯데케미칼이 연구개발하고 있는 플로우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이 좋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같은 부피 안에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거죠.”

롯데케미칼에서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바탕으로 2016년에는 시장에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구6팀은 2020년 무렵이면 에너지저장장치 시장 규모가 매우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국내 최초로 1MWh 이상의 플로우 배터리 개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실증할 계획이다.

발전소를 대신해 필요한 때에 전기를 공급해줄 에너지 은행의 탄생 소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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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 연구로 완성해가는 전지 전문가 강태혁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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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롯데케미칼연구소에서 현재 맡고 계신 일은 무엇인지요?

A. 전문연구위원으로서 연구소 에너지저장장치 기술 부문을 책임지고 있으며, 핵심기술개발과 신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플로우 배터리는 회사 내에서도 큰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회사의 주력업종인 석유화학 이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인 신규 메가 트렌드(Megatrends) 사업 관련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Q. 팀의 리더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A. 에너지저장장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도 이바지하는 역할이 큰 분야입니다. 롯데케미칼 에너지저장장치 기술 부문의 책임자로서 ‘사랑과 신뢰를 받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인류의 보다 나은 삶에 기여한다’라는 롯데그룹의 미션을 수행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환경 변화와 같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문제에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춘 제품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