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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신시장 중심의 파괴적 혁신과 과제

Management는 최근 이슈가 되는 기술혁신 주제를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심도있게 다루는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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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시점에서 새로운 시장 중심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지, 또한 그러한 새로운 파괴적 혁신의 핵심전략이 과거 전통적 파괴적 혁신과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시장중심형 파괴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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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인 선임연구위원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 sichang@kiet.re.kr


최근 우리 주력산업의 성장한계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후발개도국의 우리 주력분야로의 진출은 단순히 우리 주력기업이 주도하던 일부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는 수준을 지나 우리기업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동안 보여준 한국의 주력산업의 성장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01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인도 등 후발국 기업이 한국의 선진기업들에게 똑같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고 일부 이미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한때 선진기업의 파괴자로 여겨졌던 한국 주력산업의 기업들이 이젠 거꾸로 파괴당할 위험에 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례 없는 새로운 상황에서는 이제는 한국의 기업도 파괴적 혁신을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른 성과 있는 혁신,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연결되는 실효성 있는 혁신의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이번 특집호에서는 우리나라의 향후 우리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리드하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IT, 자동차, 소재, 전력 등 주요산업의 영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파괴적 혁신은 어떠한 기술과 전략으로 진행되며, 이러한 새로운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에 앞서 먼저 향후 우리 산업의 지속발전과 성과 있는 혁신을 위해서는 최근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파괴적 혁신 중에서도 과거 우리가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로우엔드(Low-End) 파괴적 혁신’보다는 ‘신시장(New Market) 중심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왜 이 시점에서 새로운 시장 중심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지, 또한 그러한 새로운 파괴적 혁신의 핵심전략이 과거 전통적 파괴적 혁신과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시장중심형 파괴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검토하기로 한다.


왜 이 시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혁신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가?

최근 국내 한 중앙일간지가 우리나라의 R&D투자 대비 부진한 성과를 지적하는 특집기사를 보도하면서 향후 성과 있는 혁신의 전략적 지향점을 모색하는데 있어 매우 의미 있는 평가와 암시를 제공하고 있어 이를 먼저 소개한다.02

첫째, 역대 정부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매년 R&D 투자를 늘려 왔지만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10년간 정부가 R&D에 투입한 재정은 140조 5,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R&D 규모로는 세계1위, 국가예산에서 R&D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2위지만 2006∼2013년 특허사용료 등 기술무역수지에서 375억 5,000만 달러(약 41조 5,000억원)의 누적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이뤄지는 국가 R&D 투자의 악순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도 그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의 이면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의 R&D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혁신의 기반이 되는 R&D투자의 양적 확대가 결코 성공적 혁신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우리나라의 1990년대와 2000년대 정부의 R&D투자 패턴의 변화를 비교하면서 R&D방식,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혁신방식에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으로 암시하고 있다.

동 특집기사에 의하면 1990년대 후반까지 우리 정부는 투자 여력이 없는 민간기업을 대신해 R&D투자를 주도하면서 많은 성공신화를 만들어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995년 정부는 고화질(HD) TV, D램 반도체, 차세대교환기(ATM) 사업 등에 2001년까지 1조 5,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일관된 R&D투자를 추진한 후 1990년대 후반부터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이들 사업은 2000년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지금도 HDTV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어 세계 TV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반도체 수출로 600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 들였고, 영상과 음성을 전송할 수 있는 ATM 개발은 한국이 휴대전화 강국으로 부상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정부는 나노, 바이오, 우주개발 등 소위 미래유망분야에 거액의 R&D투자를 통해 2006년 9조원이었던 정부 R&D 예산은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18조 8,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2000년대 들어 새로운 분야의 핵심원천 기술 확보와 그를 통한 혁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동 특집기사는 지난 10년을 돌이켜볼때 1990년대에 견줄 만한 성공신화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1990년대 투자했던 휴대전화, 반도체, TV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고 이 산업들은 이미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동 특집기사는 1990년대와 달리 최근 R&D투자의 성과가 조기에 가시화되지 못하고 이유에 대해 2000년대 이후 정부의 R&D투자 성격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정부측의 설명을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00년대 들어 한국 경제가 선진과학기술을 모방하는 ‘추격형’이 아니라 세계경제를 이끄는 ‘선도형’으로 가야 한다는 패러다임이 부상하면서 과거 응용·개발에 치중되었던 정부의 R&D 투자를 원천 및 핵심 기술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한편, 응용·개발은 정부가 세제혜택 등을 통해 민간기업들이 주도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집기사의 분석과 정부 측 설명은 일견 그럴듯하고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사실 과거 정부의 R&D투자가 추격형 경제발전 과정에서 지나치게 응용·개발에만 치중한 나머지 기초연구와 독자적 핵심 및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선진형 혁신을 위한 기반이 약했던 만큼 적절한 조치였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적된 것처럼 우리나라의 막대한 국가 R&D투자와 일견 적절해 보이기도 하는 국가R&D투자의 방향전환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대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결과는 과연 무엇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이것은 분명히 2000년대 이후 우리 정부의 R&D투자방향 전환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산업혁신의 전략과 방향의 문제점을 지금까지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혁신의 방향과 전략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과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여기에서는 하버드대학의 클레이튼 크리스텐(Clayton M.Christensen) 교수의 그 유명한 ‘파괴적 혁신이론’을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R&D 및 혁신전략에 적용해 보기로 한다.


크리스텐 교수의 ‘혁신이론’과 한국의 혁신유형에 관한 적용

크리스텐 교수의 소위 ‘파괴적 혁신이론’은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성공적인 기업들이 현실에서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에 얽매여 있으면서 심정적으로는 근본적이고 관행을 뒤엎는 파괴적인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여러 가지 딜레마로 인해 혁신노력이 좌초되고 때로는 조직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밝힌 이론으로 알고 있다.03

그러나 그의 후속 저서인 2003년의 < The Innovator’s Solution : The Creating and Sustaining Successful Growth >(한국어판 < 성장과 혁신 >)에서 그는 기업들의 무수한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지 못한 채, 대부분의 경우 혼란과 좌절을 경험하거나 기껏해야 기존의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수준의 결과에 그치게 되는 이유 또한 명쾌하게 해명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는 성공적인 혁신의 전략적 지향점을 제시하는 한편, 무엇을 어떻게 왜 혁신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기준 또한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그의 파괴적 혁신이론을 우리나라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소위 ‘성과 없는 혁신’현상에 적용해 보고, 그가 제시하는 여러 가지 혁신유형과 사례 분석에 비추어 보면 새로운 관점에서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의 혁신방식의 문제점과 전략적 지향점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크리스텐슨이 제시하는 혁신은 크게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저서 < The Innovator’s Solution >에서는 ‘파괴적 혁신’을 다시 두 유형 즉, ‘로우엔드 중심의 파괴적 혁신’과 ‘신시장 중심의 파괴적 혁신’으로 구분하고 있어 정확하게는 모두 세 가지 유형의 혁신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존속적 혁신’은 기본적으로 한층 더 높은 기능과 성능을 원하는 시장 즉, 하이엔드(High-End) 시장을 겨냥하여 기술적으로 성능을 지속 향상시키는 혁신을 말한다. 제품의 기능과 성능을 조금만 개선해도 기존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환영받는다.
 
그러나 ‘파괴적 혁신’은 기능의 단순화, 편리성 제고 등을 통해 저가의 품질 좋은 제품을 통해 기존 제품의 틈새시장이나 전혀 새로운 시장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공략하는 혁신을 말한다.

비록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중심으로 소위 로엔드(Low-End) 시장으로 불리는 주류(主流) 시장의 하위시장에 자리 잡은 뒤 점차 시장을 확대해 가는 유형과, 주류 시장과는 다른 가치 기준을 갖는 새로운 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유형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로우엔드 중심의 파괴적 혁신이라 하고 후자를 신시장중심의 파괴적 혁신이라고 한다.

이들 두 유형의 혁신은 현재 주도기업의 잘나가고 있는 제품이나 사업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수익이 크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하게 되는 사업, 혹은 전혀 예상조차 못했던 기술적 변화나 융합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시장에서 진행되는 혁신을 말한다.

이러한 크리스텐슨의 세 가지 혁신별 유형의 특징과 유형별 사례에 비추어 한국 정부의 R&D투자와 한국 기업들의 혁신유형을 평가해 보자.

과거 산업화과정과 1990년대 중반까지의 한국정부와 기업의 혁신은 전형적인 ‘로엔드 중심의 파괴적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 초기 기술력이 일천했던 한국 기업으로서는 기술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도입하는 기계와 장치, 설비에 체화된 기술형태로 도입하여 적응하는 수준이었으며, 독자적인 기술개발은 생각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1970년대 중반 이후의 중화학공업화와 기술자립을 주요 정책목표로 설정한 이후에도 전략적 R&D투자를 통한 자체 기술 확보 보다는 해외기술의 수입, 라이선스, 모방, 등을 통해 전형적인 로우엔드 시장을 겨냥한 혁신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크리스텐슨도 그의 저서에서도 한국의 기아, 현대 자동차의 미국시장 진출 사례를 로우엔드 중심의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들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부 산업, 다시 말해 반도체, HDTV, 이동통신 등 일부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혁신은 선진국형 존속적 혁신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들 산업에서의 R&D 투자와 혁신은 대부분 기존시장을 대상으로 기존 제품의 성능과 기능을 제고하는 R&D투자나 이 분야의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R&D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한국정부의 R&D전략도 과거 로엔드 중심의 파괴적 혁신에서 탈피하여, 비록 일부 산업에 있어서는 여전히 응용개발 R&D 투자가 주를 이루었으나, 일부 글로벌 선도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한 주력산업에 있어서는 기초연구를 강화하고,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정부 R&D투자의 중점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2000년대 이후 한국기업의 혁신노력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이론’에 의하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의 상황을 크게 단순화하여 설명하면 2000년대부터 우리나라의 일부 글로벌 기업 역시 선진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의 딜레마에 직면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의 주력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부 첨단산업 분야에서 조차 중국, 인도 등 후발개도국 기업들에게 시장을 잠식당하는 상황의 전개에 대해서는 이들 국가의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선진기업들에 대해 과거 우리나라 기업이 선진국 기업들에 그랬듯이 로엔드 중심의 파괴적 혁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최근 우리나라 주력산업 기업들의 혁신성과가 크게 부족한 것은 존속적 혁신과 로우엔드 파괴적 혁신 두 가지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고민하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방황을 거듭하고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60년대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의 한국은 오직 모방과 파괴적 혁신만이 있을 뿐이었지만 지금의 한국은 이미 쌓아 놓은 것, 가진 것이 있지만 선진국형의 종속적 혁신을 추진하기에는 너무나 갈 길이 멀고, 뒤에선 추적자가 쫓아오는 형국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의 딜레마나 후발개도국 기업의 로우엔드 중심의 파괴적 혁신전략을 통한 공격만으로는 최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막대한 R&D투자와 다양한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의 혁신역량이나 성과에 대한 평가가 크게 미흡한 현상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의 ‘파괴적 혁신 이론’ 논의에서 크게 간과되거나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시장중심의 파괴적 혁신’이다.


신시장 중심의 파괴적 혁신의 차별적 전략과 향후과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 중심의 제조업 르네상스와 위기극복과정에서 강조되는 혁신은 그 이전의 혁신과는 크게 다른 양상을 띠고 전개되고 있다.

즉, 글로벌 위기 이후 저성장기조와 선진국의 재정 압박으로 보다 비용 효과적 R&D와 혁신이 불가피해지고 있고, 무엇보다 IoT, 빅데이터, 3-D 프린팅기술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들이 나타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IT의 발전과 모바일 환경 확대로 기존의 정보 관리 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천문학적 규모의 정보가 급속히 유통·확산되는 한편, 스마트홈 네트워크 등의 수요 증가에 따라 네트워크 환경과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를 포괄하는 플랫폼 개발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강조되는 창조와 융합, 협업과 생태계 기반의 새로운 산업 혁신전략이 가능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통신·의료·바이오·IT·주력산업 등 이종간 융합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제품·산업영역이 창출되고 있다.

이러한 최근의 여건변화는 기존의 경쟁사 보다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새로운 기능과 성능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으로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시장중심의 파괴적 혁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이러한 ‘시장중심의 파괴적 혁신’은 기존의 ‘존속적 혁신’과 ‘로엔드 중시의 파괴적 혁신’과는 그 성공요인과 혁신전략의 실행차원에서 근본적으로 크게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시장중심의 파괴적 혁신’의 차별적이고 핵심적인 성공요인 또는 중요한 전략 포인트는 크게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기존 혁신(여기서는 ‘존속적 혁신’)에서는 기존의 사업과 기존의 가치 있는 고객과 그러한 고객이 알아주는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 향상이 문제가 되지만, ‘시장중심의 파괴적 혁신’의 경우 가장 효과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고객집단은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덜 민감하거나 전혀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른바 비소비와의 경쟁(Competing with Non-Consumption)이 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의 핵심이 된다.

둘째, 기존 혁신(여기서는 ‘존속적 혁신’과 로우엔드 중심의 파괴적 혁신)과는 달리 과거에 성공을 가져다 준 핵심역량보다는 오히려 미래의 가치창출 원천에 더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핵심역량에 집중하라는 것이 가장 널리 통용되는 원칙이지만 파괴적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있어서는 이보다 방해가 되는 것은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 존속적 혁신의 경우 전략수립은 주로 미래에 대한 보다 정확한 예측에 기초해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나 시장중심의 파괴적 혁신의 경우에는 급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고객들의 니즈나 요구를 선제적으로 발견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인구통계학적인 분석보다는 오히려 고객이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와 환경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존속적 혁신의 경우 확실한 수요를 가진 기존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교한 자원 할당 및 생산과정을 통한 혁신이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이런 조직의 의사결정에서는 특정 개인의 역량과 개입보다는 기존 프로세스의 기능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중심의 파괴적 혁신의 경우 적합한 자원할당 및 생산과정, 의사결정 프로세스 같은 것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시장중심적 파괴적 혁신의 경우 CEO의 혁신적 역량과 과감한 의사결정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장중심의 파괴적 혁신의 경우에는 고객이 누구인지, 도대체 어느 시장에 팔아야 할지 알기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특집호에서는 우리나라의 향후 새로운 형태의 혁신으로 시장중심형 파괴적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산업 즉, IT, 자동차, 소재, 전력산업의 영역에서 나타날 새로운 형태의 파괴적 혁신은 어떠한 내용의 혁신이며, 이러한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01 이러한 파괴적 혁신을 의미하는 Disruptive Innovation을 와해성 혁신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정확한 번역이라는 논의가 있긴 하나, 이번 특집에서는 ‘파괴적 혁신’과 ‘와해성 혁신’을 상호 같은 의미를 갖는 것으로 간주하여 혼용하기로 함.

02 보다 제세한 내용은 동아일보 2015년 2월 23일자 ‘심층탐사기획 프리미엄리포트 140조 투입 R&D, 열매가 없다’ 참조

03 그의 이 분야 첫 저서인 1997년의 < The Innovator’s Dilemma >(한국어판 < 성공기업의 딜레마 >)를 통해 그의 ‘파괴적 혁신이론’이 처음 국내 학계와 일반에게 소개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