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열쇠 - 소통과 융합, 그리고, 기본의 실천으로 새로운 도약을
혁신의 열쇠는 우리 사회 및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혁신의 키워드와 마인드에 대해 조망하는 칼럼입니다.
우유철 부회장 현대제철
을미년의 시작을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가 울린 게 불과 며칠 전인 것 같은데 2015년이 벌써 두 달이나 지났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불확실성의 그늘이 봄눈 녹듯이 사라지기를 기대해 봅니다만, 유로존의 경제 위기, 불안정한 환율과 유가, 수요산업의 장기 침체, 저가 수입재의 무분별한 유입 등 대내외적인 악재들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그러나, 위기 뒤에 기회가 있듯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재도약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숙명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백척간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까요? 혁신적인 아이디어?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 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하겠지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소통과 융합”, 그리고, “기본의 실천”이라는 단어 속에서도 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한대의 정보와 자료가 각종 온라인에 범람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더 이상 기업, 국가라는 장벽은 그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경쟁을 통한 발전”보다는 “협력을 통한 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물론, 회사 자체의 고유 기술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겠지만, 그 기술이 다른 기술과 융합되어 더 나은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면 어느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 시대를 만들기 위한 단초는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동종업계는 물론이고 수요산업 전반에 걸친 교류의 장이 정부, 기업 또는 학계 주도로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재 업체인 현대제철은 소재 산업의 범주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철강재를 사용하는 다양한 산업군(자동차업체, 조선업체, 건설업체 등)과 장벽 없는 교류의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전혀 다른 분야에서 만들어진 아이디어가 혁신적인 기술로 재창조될 수도 있으니 그 교류의 장은 점진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 소재기업들은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동종업체 대비 경쟁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왔고, 학계는 미래기술에만 치중하면서 양자간 불협화음이 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각 분야의 다양한 목소리를 끊임없이 청취하고 접목하여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영역이 이제는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최근,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정부 또는 민간기업 주도로 다양한 융합기술연구소들이 설립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진정한 소통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은 Fast Follower로서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였고, 이제는 선진국들과도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위치에까지 도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중국을 비롯한 여러 후발국가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대한민국은 이제 First Mover로서 산업 전반을 주도해야 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First Mover로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해답은 오히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고 기본에 충실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각종 안전사고와 갑질 논란은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채 편법과 요령이 횡행하고, 비정상적인 행위들이 정상적인 것으로 둔갑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일들입니다.
기업은 본연의 가치인 수익창출뿐 아니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고용 확대 및 투자 활성화를 통하여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유사한 경제 위기에 봉착한 그리스와 아이슬란드의 다른 해법에서 볼 수 있듯이 청년들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젊은 세대의 어깨에 달려 있는 만큼 그들에게 과감히 투자하고, 격의 없이 소통함으로써 함께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개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일류 국가로 가는 길은 국민 하나하나가 초일류가 될 수 있는 인성과 자세를 가져야만 합니다.
엔지니어들도 기술개발에만 매진할 것이 아니라 인류 발전에 공헌한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그에 걸맞은 지혜, 인성,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엔지니어를 일컬어 한 분야의 대가인 ‘장이’라 부르지 않고 ‘쟁이’라고 폄하해 부르는 데에는 소통하기 힘들고 협력하기 힘든 소위, 외골수라는 이미지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융합(콜라보레이션)을 예술, 인문학 분야에서 주도 했다면 이제는 공학계가 나서야 할 차례입니다.
기술분야에서의 다양한 소통과 융합이 혼돈의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 입니다.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결실을 이루는 것이 창조 경제를 만들어 가는 또하나의 방편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가 속한 사회가 기술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Golden Time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 맞게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