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현장 속으로 - CJ제일제당 발효식품센터 유용미생물파트
R&D현장 속으로는 혁신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R&D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유산균이 건강에 좋다'는 말을 상식처럼 여겨왔다.
그러나 실제 건강 증진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이를 과학적인 산출물로 증명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몸에 좋은 유산균이 많다고 알려진 전통 음식인 김치나 장류 역시 마찬가지.
CJ제일제당 발효식품센터 유용미생물파트는 실질적인 연구를 통해 한국 유산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치에 담긴 건강의 비밀에 집중하다
같은 배추, 같은 콩으로 김치나 장을 담가도 집집마다 혹은 해마다 그 맛이 다른 이유는 발효 미생물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 연구는 식품 산업의 반도체라고 불릴 정도로 미래 가치가 높은 분야.
과거부터 이와 관련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필요에 따라 산발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과학적으로 인용할 만한 데이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이전까지 국내 미생물 관련 기술은 나쁜 세균을 죽이는 안티바이오틱스(Antibiotics)에 주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체에 좋은 효능을 보이는 유산균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가 각광받고 있다.
1953년에 설립되어 국내에 많은 식품 브랜드를 탄생시킨 CJ제일제당이 발효식품 연구에 주목한 것은 그 가능성을 인정했기 때문.
지난 2014년 3월에 신설된 발효식품센터는 김치와 장류, 식초 등을 비롯해 다양한 발효 맛 소재를 개발하는 곳이다.
“제가 CJ제일제당에 입사한 2003년만 해도 미생물 혹은 발효 연구를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대부분 식품가공을 연구하는 사람들이었죠. 하지만 발효식품센터가 생긴 지금,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안에만도 미생물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이 40명이 넘습니다. 식품연구소 전체 인원의 4분의 1이 넘는 숫자죠. 10년 사이에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CJ제일제당 연구원으로 10년 이상 근무해온 김봉준 부장의 말이다.
김 부장은 오랜 기간 김치 유산균을 집중해서 연구해온 인물.
발효식품센터 내 설치된 유용미생물파트는 유산균처럼 인체에 좋은 기능성을 지닌 미생물을 집중해서 연구하는 곳이다.
파트 자체로는 2006년 부터 존재했지만, 식품연구소 내에 발효식품센터가 생기면서 현재의 위치로 자리했다.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시너지 연구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처음 관련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담당자는 김봉준 부장뿐. 그러나 세월을 지나면서 현재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유용 미생물파트에 합류했다.
“처음 회사에서 이 분야에 관한 연구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을 때만해도,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국내 식품 트렌드는 불과 1~2년 사이에 바뀌는데,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미생물 연구에 투자한다는 것이 리스크가 컸기 때문이죠. 하지만 설령 이 연구가 실패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다른 아이템과 연결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유산균 연구는 유제품 등을 통해 이미 많은 외국 기업이 선도하고 있던 분야였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 전통 식품인 김치 유산균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가능성만으로 시작했지만 연구 개발에 대한 지원은 확실했다. 단계별로 개발 목표를 정해두고 차근차근 최종 연구 산출물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기업이라고 해서 제품 판매에만 관심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김치나 장류 등 우리 식품의 시장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 안에 담긴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세계에 알리는 일도 중요하죠. 한국 전통 발효에 대한 고증은 물론 그 결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상품화하는 과정을 통해 한식의 우수성을 전파하는 것도 어찌 보면 식품 회사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현재 유용미생물파트의 구성원은 여섯 명이다. 연구 조직으로서 유용 미생물파트의 장점은 나이는 물론 경력에 이르기까지 구성원들의 면면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기초연구 전문가는 물론 상품개발 전문가까지 함께하는 것.
그러나 실제로 그들과 협업하는 전문가들의 범위는 매우 넓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는 물론 대학, CJ제일제당의 타 연구소, 관계사 등과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유용미생물파트의 연구 책임자는 제가 아니라 연구소장님입니다. 그 이유는 식품연구소뿐만 아니라 바이오연구소, 제약연구소 등 울타리를 넘어선 협력 연구가 자주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타 연구소와 협력하면서 저희가 도움 받는 부분도 상당히 많습니다. 반대로 저희 파트에서 그쪽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글로벌 시장의 문을 연 133번째 김치 유산균
(왼쪽부터)박종식 수석연구원, 장정화 수석연구원, 김봉준 수석연구원, 안희윤 연구원, 박재승 선임연구원, 김소영 수석연구원
오랜 협력의 결과를 통해 얻은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과채유래유산균인 CJLP133이다.
다양한 김치에서 김치 유산균 3,500개를 분리했고, 그 중에서도 고르고 골라 면역과민반응으로 유발되는 피부 가려움을 줄여주는 데에 효과를 보이는 133번째 유산균을 최종 선발했다.
그리고 2013년 말부터 133번째 김치 유산균을 원료로 한 건강기능성식품을 제품화 해 시장에 선보였다.
“지금까지 피부 이야기를 하는 유산균은 많았지만 ‘면역 과민반응에 의한 피부상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을 국가기관인 식약처로부터 인정받은 것은 CJLP133이 국내 최초입니다. 이러한 표현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실제로 유용미생물파트에서 선보인 CJLP133은 국내 의료진의 임상실험을 거쳐 그 기능성을 인정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11년부터 SCI급 국제학술지에 총 7편의 관련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개발과정에서 아토피 피부염으로 새벽마다 가려움을 호소하며 울던 아들에게 김봉준 부장이 CJLP133을 먹여 효과를 보았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산균을 배양할 때도 먹을 수 있는 재료로만 만듭니다. 제가 직접 먹어봐야 하니까요. 안전성 평가가 끝난 상태에서 가렵다고 우는 아이에게 먹여 봤는데, 언젠가부터 새벽에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저희가 하는 일이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에 유용한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8년간의 노력 끝에 맺은 연구의 결실은 국내외 특허 등록 결정으로 이어졌다.
국내 특허등록 완료와 더불어 호주, 싱가포르, 홍콩과 중국에서도 특허 등록이 이루어졌고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캐나다, 인도 등 10개국에 특허를 출원하는 등 국제적으로 기술을 인정받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 유산균 기업에도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경쟁력을 우리 전통 식품인 김치 유산균으로 확보한 것이다.
이제 남은 목표는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
일당백의 사명으로 한국형 유산균의 경쟁력을 알리는 그들의 노력이 세계 끝까지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발효식품센터 유용미생물파트
주소 서울 구로구 경인로 518 CJ제일제당 공장 내
주요 연구 차별적인 기능 소구가 가능한 한국형 유용미생물을 발굴 미생물 소재, 건강지향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개발
연구과제 총괄책임자 문병석(식품연구소 연구소장)
지식재산권 국내 특허 7건, 해외 특허 10여 건, 20여 개국 특허출원 진행 중
전통 발효의 가치에 집중한 ‘김치 유산균 박사’ 김봉준 부장
Q. CJ제일제당 입사 후 그 동안 어떤 연구에 집중해오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A. 2003년에 입사해 ‘김치 스타터(Starter)’에 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김치 스타터는 김치를 발효하는 유산균을 의미하는데요. 해마다 김치 맛에 차이가 생기고는 하는데, 그 이유를 분석해보면 원재료의 맛 차이도 있지만 유산균의 변화로 인한 것도 있거든요.
김치 유산균을 조절해 한겨울에 담근 가장 맛있는 김치 맛을 연중 낼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안에 유용미생물파트가 구성되기도 했고요.
Q. 한국형 유산균 개발은 어떤 점에서 의미가 있나요?
A. 어떤 분은 ‘한국형 유산균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김치나 장류에서 나온 유산균은 식물 유래 유산균입니다. 서양인들이 주로 섭취하는 발효유나 동물 유래 유산균하고는 확실히 균종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외국에도 기술제안이나 협력제안 등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현재 모든 연구원이 ‘한국형 유산균을 세계인의 유산균으로’라는 모토를 두고 함께 제대로 뛰어보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Q. 유용미생물파트 리더로서 앞으로의 기대에 대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올해 10월에 CJ제일제당의 각 연구소들이 광교에 있는 통합 연구소로 이전합니다.
바이오, 제약, 소재, 식품, 축산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데요.
5개 연구소가 통합되었을 때 가장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분야가 저희가 하고있는 유용미생물 연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또한 다른 연구에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