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 Tech - 목성, 그리고 여러 첨단기술 <주피터 어센딩>
MOVIE IN TECH에서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협조_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매트릭스’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워쇼스키 남매의 SF신작 ‘주피터 어센딩’이 최근 국내외에서 개봉되었다.
지구가 실은 외계 종족이 인간을 ‘재배’하는 식민지라는 설정의 이 영화는, 화려한 영상미에 비해 구성과 이야기 전개가 아쉽다는 평이 많은 듯하다.
영화의 타이틀인 주피터, 즉 목성(木星)과 영화에 소개된 몇 가지 첨단기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목성은 어떤 행성인가?
아버지가 천문학자였던 여주인공(밀라쿠니스 분)은 목성의 이름을 따서 주피터(Jupiter)라고 이름 지어지나, 강도에 의해 아버지는 살해당하고 유복자로 태어나 가족들과 함께 청소업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나가게 된다.
어느 날 스카이 재커라는 낯선 사내 케인(채닝 테이텀 분)이 주피터를 찾아오면서 지구와 인간세계의 숨겨진 비밀을 깨닫게 되고, 주피터는 우주 유력 가문의 상속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케인과 함께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 목성이 상세하게 묘사되지는 않으나, 여주인공이 태아 시절부터 지어진 이름이자 태양계의 가장 큰 행성으로서 영화 전반적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또한 외계 행성의 모습이 목성의 표면과 많이 닮게 표현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태양계에서 다섯 번째에 위치한 행성인 목성은 지름이 지구의 약 11배 정도로서 가장 거대하고 무거운 행성이다.
따라서 서양에서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왕’ 격인 제우스(Zeus)의 로마식 이름인 주피터(Jupiter)로 오래전부터 불리게 되었다.
지구와는 달리 수소, 헬륨과 같은 가벼운 원소로 이루어진 목성의 밀도는 1.33g/㎤ 정도로서, 지구형 행성보다 훨씬 작은 편이다.
영화에서도 목성을 닮은 거대 외계행성에 우주선이 다가갈 때에, 표면에 붉은 반점 비슷한 형상이 소용돌이치듯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목성의 표면에서도 이른바 ‘대적점(Great Red Spot)’은 매우 유명하다.
붉은 색의 커다란 타원형 소용돌이인 대적점은 19세기 이래 계속 유지되어 왔으며, 목성의 역동적인 대기현상으로서 그 크기는 지구보다 더 크다.
목성은 또한 거느리고 있는 위성의 수가 워낙 많아서 그 자체가 작은 태양계로 비유되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목성의 위성은 40개 정도로 알려졌으나 그 이후 발견되는 위성이 계속 늘어나서 공식 확인된 것만 63개에 이르고, 작은 천체들까지 합하면 실제로는 100개가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자들은 만약 목성의 크기가 조금 더 컸더라면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서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 즉 제2의 태양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목성의 위성 중에서 가장 큰 4개의 행성, 즉 이오(Io), 유로파(Europa), 가니메데(Ganymede), 칼리스토(Callisto)가 옛날부터 유명한데, 갈릴레이가 발견했다고 해서 이른바 갈릴레이 위성이라고도 불린다.
이중목성에서 가장 가까운 이오에서는 화산 활동이 관측되었고, 가니메데는 지름이 약 5,270km로서 태양계의 모든 위성 중에서 가장 클 뿐 아니라 행성인 수성(水星)보다도 더 크다.
스카이 재커, 투명 우주선, 전자방패
영화의 내용은 다소 산만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비롯한 화려한 영상미는 돋보였는데, 특히 몇 가지 첨단과학기술은 주목할 만했다.
또한 여주인공이 유력가문의 상속자로서 법적으로 권리를 되찾는 장면 등에서는 다소 음침한 분위기에서 구식기술과 첨단기술이 묘하게 공존하는 이른바 사이버펑크(Cyber-Punk)적인 면도 보여졌다.
늑대와 유전자가 섞인 케인은 전직 군인 출신의 스카이 재커인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 신을 연상시키는 ‘하늘을 나는 신발’을 신고 각종 무기를 다루며, 우주경찰 격인 이지스 함대는 ‘투명한 우주선’으로 지구인들의 눈에 띄지 않게 다닌다.
또한 그간 여러 SF영화에서 자주 등장한 홀로그램의 입체영상들도 나온다.
하늘을 나는 신발은 ‘아이언 맨’의 슈트와 기능이 유사해 보이는데, 신발에 로켓 비슷한 추진력을 장착하여 자유자재로 상공을 휘젓고 다니는 장면들이 그다지 새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투명한 우주선 역시 판타지 시리즈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일본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攻殼機動隊; Ghost In The Shell, 1995)’에 나오는 ‘광학미채(光學迷彩; Optical Camouflage)’ 기술과 유사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투명하게 위장하는 기술은 가상현실을 실제와 결합한 이른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통하여 어느 정도 이미 실현이 가능하다.
또한 최근에는 반사되는 가시광선의 방향을 제어해서 물체를 투명하게 보이게 만드는 ‘메타물질’을 개발함으로써 투명화기술의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과는 약간 원리가 다르지만, 언젠가 영국에 실제로 있는 ‘투명한 화장실’이 해외토픽 등에 소개된 적이 있다.
항상 투명한 것은 아니고 사람이 들어가게 되면 유리창이 불투명하게 변하여 용무를 보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화장실이다.
이는 유리판 사이에 액정과 같은 성질을 지닌 고분자 물질을 넣어서 만든 것으로서, 전압을 인가하면 고분자가 일정하게 배열하여 투명하게 되고, 전압을 끊으면 무질서하게 배열되어 불투명하게 보이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선보인 첨단기술 중에서도 케인이 자주 사용하는 ‘전자 방패’는 기존 SF영화 등에서 거의 나온 적이 없어서 나름대로 주목된다.
적의 공격을 받는 위급한 순간에 순식간에 방패 모양을 펼쳐서 총탄 등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 방패는 강력한 전자기장 혹은 플라즈마로 이루어져 있어서 적군의 총탄이나 레이저 광선 등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미래의 군사기술로서 앞으로 실제 개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 방패와 비슷하게 전자기장을 이용한 무기로서 이미 개발되었거나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들로서는, 두 레일(전선) 틈에 전류를 흘려보낸 뒤 그때 발생하는 전자기력으로 레일 사이의 총알이나 포탄을 발사하는 ‘레일 건’ 및 강력한 전자기펄스를 방출하여 수많은 적군의 전자 장비들을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EMP 폭탄 등이 있다.
또한 전자 방패와 유사하게 전자기장 등을 둘러쳐서 탱크의 장갑을 적군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법도 연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