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특별기획 03 - 대기업의 파괴적 혁신 – POSCO의 FINEX 개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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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X는 4대 철강 프로세스 중 하나인 제선 프로세스의 새로운 기술로 기존 Dominant Design Process인 용광로 프로세스와 경합하는 신기술(파괴적 혁신) 프로세스이다.

POSCO가 처음 대규모 파괴적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하였던 많은 일이 발생하였고 그러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경험을 축적하였다.

파괴적 혁신 공정기술개발 4단계 전 Cycle을 최초로 경험한 상황에서 FINEX라는 파괴적 혁신기술 도전을 돌이켜본다.



POSCO의 FINEX란

POSCO의 파괴적 혁신기술인 FINEX는 현재 2007년 준공한 연산 150만톤 FINEX2공장과 2014년 준공한 연산 200만톤 FINEX3공장에 적용되어 포항제철소에서 가동되고 있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여러 국가 철강기업들이 FINEX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POSCO는 FINEX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Joint Venture나 기술판매 등 다양한 형태로 해외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68년 창업하여 부족한 기술을 주로 선진국 설비공급사, 철강사, 엔지니어링사 등을 통해 도입하였던 POSCO가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기술수출을 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철강제품을 만들어내는 제철소의 유형에는 일관제철소(Integrated Mill), 미니밀(Mini Mill), 단압밀(Rolling Mill) 등이 있는데 POSCO는 대부분 제품을 일관제철소에서 생산하고 있다.

일관제철소는 자연 상태의 철광석을 사용하여 철강제품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세부프로세스는 철광석과 석탄으로 용선(Liquid Iron)을 만드는 제선(Iron Making), 용선을 정련하여 용강(Liquid Steel)을 만드는 제강(Steel Making), 액체상태의 용강을 고체로 만드는 주조(Casting), 고체상태 슬래브(Slab), 블룸(Bloom) 등을 압연하여 판재나 선재로 만드는 압연(Rolling)으로 구분할 수 있다.

FINEX는 4대 철강 프로세스 중 하나인 제선 프로세스의 새로운 기술로 기존 Dominant Design Process인 용광로 프로세스와 경합하는 신기술(파괴적 혁신) 프로세스이다.

용광로는 일관제철소의 상징적인설비로 현대화된 대형 용광로가 일관제철소의 대표적 제선 프로세스로서 입지를 다진 지 100여년이 넘는 철강산업의 대표적 프로세스이다.

지난 100여년 동안 원가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 대형화, 장수명화, 조업생산성과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켰다.

그러나 용광로 프로세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로(용광로공장)와 더불어 원료인 철광석을 처리하는 소결공장, 연료인 점결탄을 처리하는 코크스공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각각 대규모 공장을 지어야 하고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연원료로 사용하는 철광석과 점결탄은 매장량이 제한된 고급원료를 사용하여야 하고, 생산과정에서 많은 환경부담물질을 만들어내는 단점이 있다.

이 같은 용광로 프로세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철강산업에서는 1970년대부터 다양한 신제선기술을 경쟁적으로 본격 개발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기술 중 연산 100만톤 이상 대규모 설비로 상용화단계(Commercial Stage)에 최초로 도달한 기술이 FINEX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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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X는 용광로 프로세스에 필요한 소결공장과 코크스공장이 필요 없어 투자비가 절감되고, 다양한 저가의 분광과 저렴한 일반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저가에 필요한 연원료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으며, 질소가 70% 함유한 일반 공기를 사용하지 않고 산소를 사용하기에 질소산화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고로대비 친환경 프로세스이다(  표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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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X 프로세스 개발과정

FINEX는 전형적 공정기술이며 일반적으로 공정기술개발은 연구소의 소규모실험에서 시작하여 상업화까지 4단계 Scale-Up 과정을 거치는데 철강산업, 석유화학산업 등 전형적인 공정산업에서는 새로운 공정기술개발에 대략 15∼20년 정도가 소요된다.

공정기술개발을 규모측면에서 단계를 구분해보면 일반적으로 1단계 소규모 Lab Scale 실험설비, 2단계 Pilot Plant, 3단계 Demo Plant, 마지막으로 4단계 Commercial Plant 과정을 따르게 된다.


POSCO FINEX 공정기술개발 연혁

• 1단계 Lab Scale 실험설비

1980년대 후반∼1995년 석탄기반 용융환원법 특성 기초연구

1996∼1998년 1일 15t 규모 실험설비로 다양한 Test

• 2단계 Pilot Plant

1999∼2002년 1일 150t Pilot 설비를 운영하였으며 본격적인 생산설비는 아니지만 규모측면에서는 연산으로는 약 3만톤 규모이며, FINEX기술의 사업화 가능성 검토

• 3단계 Demo Plant

2003∼2004년 포항제철소의 기존 COREX공장을 개조하여 연산 60만톤 FINEX1공장으로 준공. 대규모 상용화를 위한 설비기술, 조업기술, 정비기술 확립

• 4단계 Commercial Plant

2007년 세계 최초로 용광로기술과 경쟁할 수 있는 연산 150만톤 규모 신제선기술인 용융환원법을 구현한 상업화 설비인 FINEX 2공장 준공

2014년 경제성을 더욱 향상시킨 연산 200만톤 규모 FINEX3공장 준공 POSCO는 1990년대부터 2007년 최초의 상용화설비 준공까지 FINEX 기술개발을 위해 R&D투자비 5,000억원 이상, 설비투자비 1조원 이상을 투자하여 원천기술을 확보하였다.

이러한 파괴적 혁신기술에 대한 해외 철강사의 관심도 증가하여 2011년 중국 국영 중경강철과 FINEX 합작 MOU를 체결하였으며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파괴적 혁신 추진 경험

POSCO의 기술개발 발전과정은 우리나라 주요산업과 비교하면 상당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POSCO가 창업하였던 1968년 전후로 자동차산업, 조선사업, 석유화학산업 등 많은 산업들이 시작 하였고, 1970년대와 1980년대 양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으며 1990년대부터는 질적인 면에서 도약을 보였다.

POSCO의 기술발전을 기술발전단계로 구분하면 창업부터 포항제철소를 완공하였던 1983년까지를 기술도입단계, 광양제철소가 준공된 1992년 까지를 기술내재화단계, 그 이후를 기술창출단계로 볼 수 있는데 기술창출단계의 대표적인 파괴적 혁신사례가 FINEX이다.

POSCO가 처음 대규모 파괴적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하였던 많은 일이 발생하였고 그러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경험을 축적하였다.

파괴적 혁신 공정기술개발 4단계전 Cycle을 최초로 경험한 상황에서 FINEX라는 파괴적 혁신기술도전을 돌이켜본다.

POSCO는 Dominant Design Process인 용광로 프로세스에 도전하는 파괴적 혁신을 시작하였지만 초창기에는 향후 직면하게 되는 많은 일들을 정확하게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으며 시작 당시 예상보다 높은 기술적 장벽, 혁신기술개발 R&D관리, 매우 오랜 시간, 대규모 R&D투자 및 설비투자 등이 필요하였고 이를 시작과 추진과정 그리고 기술의 활용으로 구분하여 논의하기로 한다.


파괴적 혁신 프로젝트의 시작과 의사결정 형태 (Top Down vs. Bottom Up)

파괴적 혁신을 검토하기 시작한 1990년대 POSCO가 직면한 상황은 철강산업에서 보기 힘든 급격한 양적 성장을 하여 4반세기 만에 기존의 쟁쟁한 철강기업을 제치고 생산량 세계 3, 4위 규모가 되었다.

이렇게 POSCO가 급성장하자 과거보다 경쟁자의 견제가 심해지고 기술도입 조건이 불리해지면서 기술경쟁력향상이 경영의 주요이슈가 되었다.

또한 당시에 많은 선진철강사와 엔지니어링사는 용광로 프로세스를 대체할 신제선기술을 활발하게 연구하였던 시점이어서 POSCO는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여 일방적 기술도입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즉 파괴적 혁신으로 질적 경쟁력을 향상시켜 이미 확보된 양적 경쟁력과 결합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있었다.

FINEX는 용융환원법을 적용한 기술인데 POSCO에서 이 용융환원연구의 시작은 1980년대 후반 연구원들이 시작하였으나 1990년대 말부터 새로운 사업으로서의 추진은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으로 시작되었다.

최고경영자의 전략적 의사결정은 Pilot Plant단계에서 Demo Plant단계를 넘어갈 때와 Demo Plant단계에서 Commercial Plant단계로 넘어갈 때 집중되었다.

특히 Pilot Plant단계에서 Demo Plant단계를 넘어갈 때는 프로젝트의 성격이 연간 3만톤 규모의 연구에서 규모가 20배로 확대되어 연간 60만톤으로 본격적인 자본투자가 필요한 사업화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전략적 변곡점이어서 장기간에 걸쳐 신중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연구의 시작은 Bottom Up이었으나 사업측면의 시작과 다음 단계로의 추진 의사결정은 Top Down이었다.

연구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며 특히 FINEX 연구는 POSCO 입장에서 불연속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연구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구의 진전을 위해서는 전문가인 연구원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였으나 본격적 자본투자가 필요한 사업화와 관련된 의사결정은 최고경영자가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였다.


파괴적 혁신 프로젝트의 추진

(1) 부족한 자체 역량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파괴적 혁신에는 그 혁신을 수행할 기술적 역량이 있어야 하지만 최초로 파괴적 혁신에 도전하는 경우 충분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기술역량의 한계로 일정이 지연되거나 기술장벽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데 POSCO는 기술역량 확보를 위해 연구측면에서는 공동개발을 조업기술 측면에서는 신제선기술인 COREX설비를 도입하였다.

POSCO가 도입한 COREX공장은 세계 두 번째였으며 이 공장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업인력, 엔지니어, 연구원들이 신제선기술에 대해 익숙해지고 안정되게 운영할 수 있는 조업기술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기업에서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것은 학교의 기초연구와 달리 시간적 제약이 있으므로 파괴적 혁신을 추구할 기술적 역량이 충분하지 않는 부분은 외부와의 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겠다.

(2) 강력한 추진력이 항상 유효한가?

일반적인 기술개발성패연구에서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은 성공의 핵심요인이 된다. FINEX 프로젝트는 연구단계와 사업화단계로 구분되고 연구단계는 도전적 연구특성을 고려하여 시행착오가 허용되었으며 사업임원의 관여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화단계에서는 강력한 추진팀이 형성되어 몰입하여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FINEX 프로젝트를 연구단계부터 사업임원이 관여하여 강력한 추진력으로 성과지향적으로 운영하였다면 과연 혁신적인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강력한 추진력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FINEX 프로젝트와 같이 연구단계와 사업화단계로 구분되는 경우에는 단계별 리더십 모델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3) 기술협력과정에서 어떻게 기술적으로 도약하였나?

대형 파괴적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고 필요한 대부분 역량을 보유한 회사는 거의 없다.

특히 최초로 파괴적 혁신을 추진하는 회사는 필요한 역량과 보유역량 간의 차이(Gap)가 특히 크다.

이러한 역량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역량의 자력화나 기술협력을 선택하게 되는데 자력화는 기술권한은 모두 보유하지만 확보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실패할 수도 있으며 기술협력은 빠르게 기술역량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충분한 기술적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여 기술협력이 종료된 후 자체역량이 충분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그리고 외부와의 협력을 한국기업은 유난히 어려워하고 있다.

기술협력과정에서 상대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개발과정에서 서로간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모듈화하여 각각 입력과 출력만 정의하고 중간과정을 맡기게 되면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상대기술의 전수가 거의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

따라서 기술협력을 추진하면서 향후 기술자력화를 위해 협력 상대방의 기술을 습득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일환으로 COREX 도입조건으로 상대회사와 공동R&D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으며 그러한 협력관계를 20년 이상 지속시켜왔다.

특히 10년 정도의 FINEX 연구를 진행한 Pilot Plant 단계가 종료되는 시점에서는 일방적으로 협력상대의 기술에 의존하는 단계에서 대등한 단계로 진전하였다.

본 사례에서는 외부 Partner와의 협력관계를 적절하게 활용하였는데 이러한 협력의 기반에는 Partner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서로 Win-Win한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4) Speed-Up을 위해 어떤 지원체계를 구축하였나?

POSCO에서 FINEX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전 과정에 기존 R&D활동에 최적화된 관리시스템을 적용하였다면 2007년에 상용화설비를 준공할 수 있었을까?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되며 기존 R&D관리시스템은 FINEX 프로젝트의 연구개발단계까지 유용하였으며 사업화단계로 진입하면서 강력한 추진조직, 획기적 지원체계를 구축하였다.

추진조직에 전임담당임원과 그룹내 프로젝트에 필요한 요원을 확보할 수 있는 인력충원 권한, 프로젝트 추진 가속화를 위해 획기적 예산집행 등 전사적으로 FINEX 프로젝트를 지원하였다.

전임담당임원은 매일 추진반과 협의하며 프로젝트의 애로점을 해결하고 프로젝트와 경영진과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였다.

획기적 재무적 지원은 예를 들면 10억원 규모의 투자집행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한달 정도의 검토기간이 필요하였다면 FINEX 프로젝트는 수일 만에초고속으로 집행되는 절차를 운영하였다.

그리고 연구개발단계에서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연구인력도 상당수 프로젝트 추진반의 일원이 되어 현장에서 함께 진행하는 등 이례적으로 운영되었다.


파괴적 혁신 활용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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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한 FINEX의 일차적 용도는 자체활용이며 현재 2공장에서 150만톤, 3공장에서 200만톤 등 총 연간 350만톤으로 POSCO 용선의 약 10%를 생산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FINEX 1공장, 2공장, 3공장 등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선하고 안정된 운영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집중적 노력을 기울였다.

이와 더불어 몇 년 전부터는 FINEX 기술을 사업차원에서 다양하게 활용하여 경제적 가치 제고와 회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개도국 모형에서 선진국 모형으로의 전환 경험

기술개발선형모델은 선진국의 순방향 기술개발과정을 R&D → Engineering → Commercial Production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개도국은 기술역량부족으로 기술개발선형모델과는 달리 역방향으로 진행되어 Commercial Production → 개선중심 R&D&E를 추진하였다.

본 사례는 기술개발측면에서는 개도국 모형에서 선진국 모형으로의 전환과정에 대한 경험으로 새롭게 파괴적 혁신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들은 본 사례와 더불어 국내외 사례연구를 통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사례는 철강산업의 특수성이 반영되어 일반화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는 있으나 공통적인 부분도 적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