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특별기획 01 - 글로벌 선진 기업들의 파괴적 혁신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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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 혁신의 동력은 최고의 기술이나 역량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또한 기존 니즈뿐만 아니라 숨은 니즈를 충족시켜 아직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고객까지 끌어들여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몇몇 글로벌 기업들의 파괴적 혁신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들어가면서

국내 주력 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중국 기업들의 추격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로서는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그 대안으로 신수종 사업 발굴에 힘쓰고 있으나 쉽지는 않다.

이제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관점에서 탈피하여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가기 위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요구되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은 제품 수명 주기가 단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의 확산 속도 추이를 봤을 때 고객 중 70% 이상이 사용하기까지 자동차는 120년, 전화 80년, TV 30년이 었다면, 스마트폰은 단 7년이 소요되었다.

점점 시장에서 후발자의 기회가 사라지면서 리딩을 하지 못하면 별 볼일 없게 될 공산이 커진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다. 글로벌화에 따른 국가 간 정치, 경제, 사회 변화 파장이 보편화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산업 또는 기술 간의 융합이 되면서 산업의 다이나믹스가 복잡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로서는 선진 기업 중심에서 중국, 인도 등 신흥국 기업들의 부상으로 생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파괴적 혁신의 동력은 최고의 기술이나 역량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또한 기존 니즈뿐만 아니라 숨은 니즈를 충족시켜 아직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고객까지 끌어들여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 외에 몇몇 글로벌 기업들의 파괴적 혁신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IT와 헬스케어 융합을 통한 혁신 - 인튜이티브 서지컬(수술용 로봇 다빈치)

(1) 정교함이 요구되는 수술로 인한 의사와 환자의 스트레스 어느 병원의 외과 수술실 풍경.

밝은 조명 아래 환자의 수술 부위를 여러 명의 의료진들이 수술하고 있다.

집도의의 손은 메스 또는 바늘을 쥐고 좁은 공간의 환자 몸속으로 들어가 처치를 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작은 장기의 경우 처치를 하면서 손을 정교하게 움직여야 하는 스트레스가 몇 배 더 작용한다.

한편으로 환자는 수술 후 복부의 칼자국으로 인해 일정동안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실제적인 처치 부위는 작지만 수술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은 절개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결국 입·퇴원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2) 로봇을 이용한 외과 수술의 선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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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지만 의사와 환자간 외과 수술 처치 프로세스는 상대적으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전문 지식을 요하기에 어떻게 손쓸 수 없는 영역이기도 했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의 이러한 불편함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니즈까지 로봇을 통해 해결한 기업이 있다.

미국의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이란 기업이다. 로봇은 ‘제2의 기계 시대’라 불릴 만큼 우리 곁에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제 수술실에서도 로봇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의사는 전형적인 수술 풍경에서 벗어나서 수술대와 떨어진 곳에 멸균 처리된 수술복과 장갑도 없이 앉아 있다.
 
맨손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이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환자의 처치 부위를 로봇 손을 통해 수술한다.

처치 부위는 몇 cm 되지 않는데 모니터의 화면은 실제보다 10배 확대된 화면이라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다.

로봇 손은 집게 형태라 수술 부위 절개도 기존에 손으로 하는 것보다 더 작게 복강경 수술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그만큼 환자의 회복 시간 단축이라는 장점도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다빈치(Da Vinci)’라는 이름의 로봇을 대표 제품으로 하여 몇 년 만 에 23억 달러의 매출과 30%가 넘는 영업 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매우 빠른 성장세다. 2012년 포브스는 이 기업을 글로벌 혁신 기업 6위로 꼽은 바 있다.

현재 전 세계 54개국 3,300여대 설치되었고, 한 해에 전 세계 로봇 수술이 50만 건 이상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립선암 수술의 80%, 난소암, 자궁암 수술의 70%가 로봇으로 이뤄진다.

의사들의 전문 영역으로 진입 장벽이 높았던 외과 수술에서 로봇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혁신의 동력은 무엇일까?


(3)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Innovation Driver

① 특수목적의 원천기술을 활용

수술용 로봇의 컨셉은 이미 1980년대 군사용에서 출발했다.

무인정찰기 및 무인폭격기가 전장과 조종공간을 분리한 것과 같이 의료진이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부상당한 병사를 수술할 수 있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미국 국무부는 스탠퍼드대의 기술개발연구소(SRI)에 원격 수술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여기서 나온 프로토타입은 미완성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것을 원형으로 하여 1995년에 외과 의사, 기계공학 박사, 벤처 캐피털리스트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병원에서 직접 사용할 수술용 로봇으로 컨셉을 정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혁신 기술의 출발점 중 하나는 성능을 최우선시하는 군사용 등 극한 환경 분야다.

시드(Seed) 기술들은 계속 도출되는 와중에 평소에 서로 접할 기회가 없을 것 같은 전문가들이 모여 혁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나간 것은 주목할 만하다.

② 산학연의 융합

CEO인 게리 굿하트(Gary S. Guthart) 박사는 스탠퍼드대 프로젝트 수행 때부터 참여해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다빈치 로봇은 아메바처럼 주변 기술을 잡아먹으면서 새로운 하이브리드 모델로 변신하며 완성해왔다. MIT, IBM과 NASA의 기술진이 협력했다.”고 말했다. 개발에 있어서 산학연 융합을 통한 기술 개발의 성공 사례로도 볼 수 있다.

당시에 MIT는 로봇 팔과 손을 제어하는 기술을, IBM은 각종 기구 조작을 원격으로 통합 제어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을, NASA는 사람 손목처럼 로봇 손이 꺾이는 기술이 있었다.

이렇게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고 광학 기술을 더해 1997년 “다빈치(Da Vinci)”라는 이름의 로봇이 탄생했다.

정부가 군사용이라는 원천 기술 개발의 기초를 제공했고, 여러 벤처 기업들이 융합되면서 하이브리드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또한 융합 역량이 스노우볼(Snowball) 효과를 내며 관련 기술 특허를 이미 1,200여개 보유하고 있다.

단품의 작업 보조용 로봇에 불과할 수 있지만, 융합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결과물이다.

이제는 고객 니즈에 의한 관련 기술들이 계속 결합되면서 로봇이 플랫폼 역할을 하며 진화하고 있다.

③ 고객인 의사들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한 혁신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개발 후 첫 대상으로 심장판막 수술 영역을 택했다.

그 이유는 수술 부위로 공간이 협소하면서 정밀한 제어가 필요한 부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4~5년간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난관에 봉착했다.

이 때 독일의 비뇨기과 의사가 의외로 이 로봇을 전립선암 수술에 활용하는 것을 성공하면서 적용 분야의 전환이 일어나는 계기가 된다. 사실 전립선도 의사 손이 들어가기 좁고 어려운 부위에 있다.

미국에서 비뇨기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기존 수술 방식과 로봇을 활용한 복강경 수술 방식으로 각각 100회 수술을 해서 로봇의 임상 효과를 검증했다.

2000년에 미국 FDA 승인을 거쳐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하자 의사들은 자신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기기로써 매우 환영했다. 의사 입장에서는 확대 영상을 보고 주변 부위 손상없이 정확하게 시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환자들도 작은 구멍을 통해서 수술하기 때문에 회복 기간 또한 단축되었다. 협업 연구를 통해 전립선 외에 부인과 수술을 시행하고 갑상선, 직장 등으로 점차 수술 부위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외과 의사들의 요구를 이러한 파괴적 혁신 솔루션으로 채워주며 과거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이다.


자기 잠식을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 - 아마존 킨들(전자책)

(1) 종이책의 죽음을 알리는 종은 이미 울렸다?

서양의 인쇄술 발전이후 종이책은 인류 문명의 발전에 가장 큰 기반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IT의 발전으로 디지털화 되면서 각종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각종 미디어를 접하고 음악AV를 즐기는 세상이 되었다.
 
출판계에서는 종이책 시장이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짐을 느끼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종이책의 죽음을 알리는 종은 이미 울렸다고까지 주장한다.

대안으로 등장한 전자책 시장에 대한 우호적인 전망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 문제, 콘텐츠 문제 등으로 난관이 존재해 실현되기 어려웠다.


(2) 전자책 킨들로 게임의 법칙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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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Amazon)은 1994년에 금융가이었던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설립한 인터넷 상거래 업체다.

그는 인터넷의 큰 물결을 예견했고 첫 사업으로 온라인 서점을 착안했다. 당시 미국 서점 1위는 1873년에 설립된 반즈 앤 노블(Barnes & Noble)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은 웹기반의 도서 판매로 반즈 앤 노블을 말 그대로 파괴해(Disrupt)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이 되었다.

이제는 2억 개의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되었다. 월마트(Walmart)에서 판매하는 제품 종류의 30배가 넘는 규모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다는 평을 들을 정도다. 현재 매출이 750억 달러에 달한다.

아마존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판매되는 것을 제외한 것이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1위 알리바바(Alibaba)의 매출이 150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제프 베조스는 출판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뤄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에 올라섰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전자책에 대한 막연한 니즈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자책 시대가 되면 온라인으로 팔던 종이책의 매출은 감소할 것이고 이는 사업의 큰 리스크가 될 것으로 봤다.

이럴 경우 기존 사업을 더 강화할 수도 있었지만 자기 사업의 잠식(Cannibalization) 우려를 감내하면서 킨들(Kindle) 단말기와 함께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소니가 전자책 사업을 2004년에 먼저 시작했지만 부진했던 이유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아마존은 전자책 시장의 강자가 되었다.

글로벌 전자책 시장은 2013년 기준 40억 달러에 달한다. 이제 글로벌 도서 시장에서 전자책의 비중은 13%에 도달했다.

아마존은 이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킨들은 단말기의 사실상 표준이 되었다.

아마존의 전자책 사업 매출은 2011년에 종이책 매출을 앞질렀고 미국에 이어 일본, 독일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와 콘텐츠 시장을 형성하며 고객들의 삶의 패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일종의 자발적 파괴적 혁신(Self-그림 2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Kindle)과 CEO 제프 베조스 Disruptive Innovation)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혁신의 동력은 무엇일까?


(3) 아마존의 Innovation Driver

① 핵심 역량들이 있는 곳에서 개발

제프 베조스는 2004년에 벤처기업인 이잉크(E-ink)의 시연회장에서 소니의 전자책 리브리(Librie)를 보게 된다.

그는 종이책 세상에서 전자책의 잠재력을 직감했다. 이 기계가 내 사업을 망하게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리브리 30대를 주문해서 직원들에게 체험해보고 연구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 아마존은 전자책 ‘킨들(Kindle)’ 컨셉을 발표했다. “모든 언어로 된 서적과 인쇄물을 60초내에 구해볼 수 있게 한다”는 장기 비전도 제시했다.

아마존은 핵심역량 확보를 위해 본사는 시애틀에 있었지만 실리콘 밸리에 ‘랩126(Lab126)’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애플(Apple)과 팜(Palm) 출신의 엔지니어로 개발팀을 구성했다.

그리고 3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킨들 단말기 개발에 마침내 성공한다.

단말기의 디스플레이는 기존 LCD와는 다른 E-ink(전기영동방식)를 채택했다.
 
LCD는 백라이트에서 빛이 나와 영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라면 E-ink는 햇빛이나 조명의 빛이 디스플레이에 반사되어 우리 눈에 인식되는 원리다. 우리 눈으로 색상을 본다는 것은 백색 빛에서 반사된 것을 보는 것에 착안된 디스플레이다.

그러나 직접 생산하지는 않고 대만의 프라임 뷰 인터내셔널(Prime View International)로부터 공급받아 자본 투자를 최소화했다.

② 독립 출판 방식과 기존 역량을 활용해 콘텐츠 확보에 집중

전자책 시장을 개척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는 콘텐츠였다. 소니의 리브리 사례를 간과하지 않았다.
 
킨들 출시 당시 8만 8천여 종 이상의 전자책 콘텐츠를 확보했다.

소니가 리브리로 미국 진출 당시 1만 종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2007년 당시에 전자책 시장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저자와 출판사가 각 각 독립적으로 전자책을 아마존 전자책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방식(KDP, Kindle Direct Publishing)을 구축했다.

KDP 형태의 전자책 판매량이 급증하는 큰 동력이 되었다.

점차 전자책의 판매비중은 높아져서 동일 책 콘텐츠에서 전자책 판매 비중이 35%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전자책 콘텐츠 DB 서비스를 확대하고 아마존 프라임 회원 대상으로 매월 1권씩 전자책을 대여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현재 아마존은 100만 권이 넘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콘텐츠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단말기에 무선 인터넷을 가능하게 해서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다운로드를 가능하게 했다.

이로써 기존 리브리가 가졌던 PC와의 유선 연결로 인한 불편함을 없앴다. 고객에 대한 사용 편의성도 고려한 점을 주목할 수 있다.

③ 시장 선도자 지위를 이용한 플랫폼 전략

전자책 시장이 킨들을 시점으로 성장세를 보이자 반스 앤 노블, 애플 등 서점 및 IT기업들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단말기를 앞세워 전자책 서비스를 출시하자 아마존은 시장 선도자로서 플랫폼(Platform) 전략을 발휘했다.

아마존 사이트를 플랫폼화해서 단말기를 소비자들에게 저가에 공급하는 대신 콘텐츠 구매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전자책 콘텐츠 공급자는 동일한 플랫폼에서 구매비용을 수익화하여 추가 콘텐츠를 공급한다.

이러한 소비자와 공급자간 교차 네트워크의 선순환이 플랫폼에서 일어나면서 성장하게 된다.

이것은 아마존이 단말기를 마진없이 혹은 손해를 감수하며 판매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2009년에 나온 킨들2은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개선해서 6인치 화면에 무게 289g, 전자책 1,500권 저장이 가능했다.

다음 버전인 킨들3의 경우 경쟁사의 공세가 계속되자 경쟁사 제품보다 낮은 139달러에 출시하였다.

킨들 단말기 누적 판매량은 이미 4천만대를 넘어섰고 그 결과 킨들이 전자책의 대표 제품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킨들에게 약점이 있었다.

아이패드 등의 기존 디스플레이가 LCD라서 나날이 고화질이 되어가 그림책 등 리얼한 색 표현이 가능했다.

이에 비해 킨들의 디스플레이는 전력 소모가 거의 없는 대신 화질이 좋지 않았다. 아마존은 이를 고집하지 않고 LCD 기반의 ‘킨들 파이어’를 199달러에 출시한다.

그리고 동시에 E-ink를 버리진 않고 페이퍼화이트(Paperwhite)라는 제품을 내놓으며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병행해서 고객 취향에 맞게 공급하고 있다.


첨단 산업이 아닌 전통 소비재 산업에서의 파괴적 혁신- 네슬레 네스프레소

(1)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에서 고객의 Unmet Needs를 찾다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는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과거에 유럽의 카페에서는 바리스타들이 경험이 어느 정도 있어야 숙련되게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룰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서는 에스프레소 보다는 간편히 드립(Drip)식 커피를 마시곤 하였다.

카페 점주 입장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좀 더 크기가 작아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좀 더 편하게 사용했으면 했다.


(2) 캡슐 커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기업

스위스의 네슬레(Nestle)는 연 매출 990억 달러(2013년 기준) 규모로 식음료 분야에 세계 1위 기업이다.

판매하는 제품 중 가공 커피사업이 주력 사업 중 하나이다.

‘네스카페’, ‘테이스터스 초이스’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네슬레는 머신 사용의 불편함과 ‘홈 카페’라는 고객의 Unmet 니즈를 발견했다.

기존 에스프레소 머신이 가졌던 불편함과 달리 원하는 종류의 원두가 담긴 캡슐 하나를 넣으면 간편하게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었다. 머신 세척에 대한 번거로움도 없었다.
 
그리고 기존 원두를 장기 보관하면 산패하는데 캡슐로 포장되서 신선도를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을 어필할 수 있었다.

네슬레는 포장된 제품만을 글로벌 소비자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해온 기업으로 머신이라는 제품 판매는 이들에게 생소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기존 고객의 목소리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숨은 니즈 발굴을 하고 ‘캡슐 커피’라는 솔루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네스프레소(Nespresso)’ 브랜드는 이제는 여러 캡슐 커피 제품이 나오지만 여전히 업계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유지하며 매출 43억 달러를 돌파하였다.

첨단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재인 식음료 분야에서도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혁신의 동력은 무엇일까?


(3) 네슬레의 Innovation Driver

① 기존 사업 분야의 관성에서 벗어나 신규 분야로의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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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의 캡슐 커피 사업의 시초는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당시 스위스 바텔연구소로부터 네슬레는 1인용 에스프레소 추출 머신의 기본 디자인 권리를 획득했다.

이후 10여 년간 소규모 개발팀은 기본 디자인을 참고하며 독창적인 머신 기술 개발을 하였다.

3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하며 기술의 지적 자산을 쌓았다. 하지만, 바로 사업에 뛰어들기에는 부족했다.

이들에게는 잘 영위해오고 있는 식음료 사업과 달리 기계 장치 기술 기반의 추출 머신 사업은 생소했기 때문이다.

네슬레 사업의 본질은 포장된 상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CEO는 성숙된 커피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의 흐름을 창조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신생사업이었던 네스프레소 사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1986년에 본사 맞은편에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비밀 실험실’에서 캡슐 커피 상용화하는 준비에 들어갔다.

② 고객의 숨은 니즈를 발견, 가정용 시장에 집중

개발된 추출 머신은 의외의 장벽에 부딪혔다.

장점인 작은 크기와 사용의 편의성이 어필 포인트가 되지 못했다. 카페, 사무실 등에서 공간 부족의 특별한 불편함이 없었고, 카페의 바리스타들은 자신들의 대체품이란 인식으로 저항에 부딪혔다.

네슬레는 타깃 시장을 가정용으로 바꾸었다. 스타벅스와 같은 고급 커피를 좋아하는 부유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주부들이 집에서 사용하기 위해 에스프레소 추출 머신을 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③ 온라인/오프라인 고객 대상 투트랙 마케팅

네슬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투트랙(Two Track) 마케팅을 활용했다.

온라인상에서는 타깃 소비자층
을 대상으로 ‘네스프레소 클럽(Nespresso Club)’을 통한 소비자에 직접 판매 방식을 채택했다.

네스프레소 클럽은 네스프레소 머신 구매자 전용 온라인 사이트로 캡슐, 액세서리 구매 및 각종 편의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다.

고객들에게 신선한 커피 캡슐 공급을 보장하고 온라인을 통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했다.
 
머신의 필터 세척 시기가 되면 청소 키트를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하는 등 고객관리에 집중했다.

네스프레소 클럽은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네슬레 입장으로서는 고객 니즈에 대한 세심한 모니터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커피 주요 소비 국가들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전개하여 1997년에 30만 명의 회원과 1억 5천만 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오프라인 상에는 체험 마케팅을 강화했다. 에스프레소 머신 사용 고객들에게 제품 디자인과 사용 편의성을 체험하게 했다.

비행기 1등석이나 오피니언 리더 행사 등에서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네스프레스 머신을 경험하게 하였다.

고급 백화점 등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매장을 개설하고 직접 체험 기회를 제공하였다.

백화점 매장에 가면 커피를 시음해 볼 수 있었고 이러한 체험을 통해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것에 비해 6배 높은 매출이 발생했다.

이러한 일련의 마케팅 활동들은 자신들의 추출 머신과 캡슐만 사용가능 하도록 락인(Lock-in) 전략을 좀 더 강화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추출 머신도 고객 취향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를 제공하여 가격 저항을 낮춰 공급하는 대신 자신들의 캡슐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글을 마치며 - 다른 기업에게 파괴당하지 않기 위해

경영의 구루인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은 새로운 시장과 가치사슬을 창출하여 기존 사업 구조에서 완전히 바꾸는 것이 가장 성공한 혁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파괴적 기술 혁신과 함께 非소비 개념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것은 시장의 주변부에 잠재적 고객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가치를 제공해 소비의 영역으로 끌어오는것도 파괴적 혁신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결국 기존 시장과 다른 새로운 시장, 그리고 기존 고객 니즈 외 숨은 니즈까지 찾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파괴적 혁신 전략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 중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1) 고객이 해결하려는 문제에 집중하고, 2) 과거의 핵심역량을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하고, 3) 가치사슬에 집중해서 범용화를 탈피하는 것이다.

또한 파괴적 혁신은 어디서나 일어나고 경계 간에 넘나듦이 일어 날 수 있다.

파괴적 혁신은 첨단산업의 몫만은 아니며 전통 산업에서도 가능하다. 그리고 앞서 사례에서 언급한 최종 소비제품 외에 소재 부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어느 순간 다른 기업으로부터 파괴당하지 않기 위해 게임의 법칙을 바꾸거나 때로는 자신의 사업을 직접 파괴하는 과감성까지 필요하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의 기업이 되는 왕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