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엣세이 - 왜 인문학에 물리학을 곁들이지 않을까?
글_ 김영화 STL Club 대표간사
플러스 엣세이는 사회저명 인사가 기고한 글입니다.
요즈음 부쩍 늘어나는 교양강좌의 대부분이 인문학에 관한 것이다.
물론 탐구영역에 비해 재미있는 이야기로 약간의 양념을 집어넣으면 그럴듯하게 들리고 흥미유발 효과도 크다.
그러나 굳이 따로국밥 식으로 나눌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개는 역사, 지리, 언어, 철학 등 문화의 발전과정과 결부된 문명발달,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인문학으로 이해되고 있다.
대부분은 철학의 문제로 귀착된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자연과학의 한 축이며 사물의 이치를 보여주는 물리학(천문학 포함)을 등한시 하게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인문학의 장남격인 철학의 대상에서 물리학은 의붓자식일가?
혹시 탐구영역인 물리학이 흥미를 저감시킨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다면 그건 그렇게 좋은 생각이 아닌것 같다.
한번 다음과 같이 사람 사는 이치와 그럴듯한 생각을 대입해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해본다.
아래 그림 1 은 100여 가지 원소 중에서도 그 용도가 다양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원자번호 14번 규소(硅素, 실리콘 Si; Silicon) 원자의 배열이다.
실제로는 전자와 소립자가 공간적으로 회전하고 있으나 평면적으로 나열한 것이다.
규소는 반금속이며 반도체이다(半金屬, 半導體). 금속도 비금속도 아닌지라 그 진가를 발휘하는 데 시간도 제법 많이 걸린 원소다.
지금은 한물간 브라운관 TV에 사용되던 고급유리의 원료가 이 실리콘이다.
사방에 깔린 모래도 실리콘인데, 이 양질의 모래 집성촌 중 한 곳이 호주 퀸즈랜드에 있는 골드코스트다.
이곳의 모래는 진흙가루가 남지 않고 묻어 나지도 않는 고운 입자를 가졌다.
실리콘은 과거 집채만 하던 전자계산기를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로 만드는 데 효자 역할을 했고, 초고압 송전-변전이 가능케 하는 데도 혁혁한 공을 세운 최고급 절연물질 원료이다.
원소 그림으로 다시 돌아가서 정중앙을 원자의 핵(核)이라고 한다. 원자핵에는 양의 전기를 띤 양자가 14개있고 같은 수만큼 전기를 띠지 않은 중성자가 있다.
이 중성자는 말 그대로 전기적인 작용은 없다고 가정해도 좋다. 동심원으로 표시된 원형궤도를 각(殼 껍질, Shell)이라고 하며 전자들이 모여서 운동하고 지낼 수 있는 수는 정해져있다.
원자핵 다음 각부터 1, 2, 3… 각으로 표시하면 2n² 개의 전자가 있을 수 있다.
그림에서 1번각에는 2개의 전자가 2번째 각에는 8개의 전자들이 놀고 있다. 아마도 맬서스의 인구론도 이런 현상을 알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제는 3번째 각이다.
공식대로라면 2x3x3=18개가 있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4개의 전자뿐이다. 지금은 양자와 전자 수가 같아서 중성으로 존재하나 외부영향(전기, 열, 빛, 진동, 충격 등)으로 최외각은 불안정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반도체로서의 역할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각각의 전자들은 양자의 끌어당기는 힘에 상응하는 회전운동의 원심력으로 균형을 잡고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핵에서 멀어질수록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도망가기 쉬운 약한 결속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원자핵과 전자가 모자라지 않는 내부를 핵심(核心, Core)이라고 한다.
최외각궤도(最外殼軌道, Orbit)에 전자4가 운동하고 있는데 이를 4가 원자라고 한다. 전자의 과 - 부족 상태니 말썽부릴 소지가 많다.
이름값 할 만한 가치가 있다하여 가전자(價電子, Valence Electron)라고 하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하여 자유전자라고도 한다.
원자의 세계를 인간 세상에 한번 대입해보자. 핵심멤버를 코어멤버(Core Member) 또는 코어서클(Core Circle)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들은 강한 구속력 때문에 답답한 활동만 하고 있다. 그 밖은 이너서클(Inner Circle), 프라이머리 서클(1ry Circle), 세컨더리 서클(2ry Circle), 터셔리서클(3ry Circle) 등으로 핵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쉽게 튕겨나가니까 모두들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어 들어가서 행세하려고 한다.
아등바등하면서 붙어있으려다 밀려나면 깊은 좌절감으로 낙향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반면에 도망가기 쉬운 장점도 있을 수 있다.
한편 핵심멤버들도 아주 강력한 요동의 징조(부정-부패 등을 규탄하는 내부고발 현상과 같은)가 나타나면 허물어질 수 있는 그 파괴력은 매우 크다.
그 규모가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인 것이다. 이처럼 붕괴되어 다른 모습으로 탄생도 가능하다.
재미있으면 내 것으로 만들기 쉽다
근자에 원자력발전 관련기사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발전소 부지선정에 애로가 있다고들 한다. 최고급 양질의 에너지인 전기를 쓰면서 우리 동네엔 못 짓는다는 엉터리 얘기 말이다.
타당성 조사에서 선정이 가능했다면 반대의 명분은 없어야 마땅하다.
조기 - 굴비로 유명한 전남 영광은 굴비 외에도 대형원자력발전기 6기나 가동 중에 있다. 지명영광(靈光)은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다.
어떻게 선현들께서 귀신같은 빛을 생각하여 영광이라 했을까? 보이지도, 냄새도, 만질 수도 없는데 훤하게 빛을 주는 전기의 고장이 영광인 것이다.
충북 청주 비행장이 있는 곳의 지명 또한 재미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다는 뜻인 비상리(飛上里) - 비하리(飛下里)가 있다고 들었다. 그 옛날에 미리 점지해 놓은 예지를 공짜로 차용하고 있는 셈이다.
내 것으로 만드는 재주는 일본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양복 윗옷을 일본사람들은 ‘세비로’라고 한다. 영국 런던 중심부 거리이름에 새빌로(Savile Row)가 있고 맞춤양복점들이 많은 4~5층 건물들이 많은 전형적인 유럽풍의 거리다.
돈 깨나 있으면 가서 맞춰 입을 욕심이 생길 만한 곳이고 사람들이 알아주기도 한다.
옷 어깨에 뽕을 넣으니 뒤가 넓어 보인다. 한자로 배광(背廣 - 세히로 - 자음접변으로 세비로, 일본발음으로 세빌로는 안 되고 세비로만 가능)을 그럴 듯하게 만들어 쓰는 재주로 보인다.
또 다른 예로 제품목록집인 카탈로그(Catalog, Catalogue)의 음을 한자로 형록(型錄)에 대입하여 카다로꾸로 발음함에서 재주를 엿볼 수 있다.
컴퓨터가 잘 작동하다가 안되면 마우스나 키보드를 한참 두들겨보다 그래도 작동이 안 되면 버그 먹었다 디버그 해야 되겠다고 한다.
누구나 경험한 바가 있는 오작동에 대한 표현 중 하나다.
이 용어의 사용은 전기 - 전자 - 광학 - 재료 공학이 지금 다 덜 발달된 진공관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해답이 있다.
전자계산기 - 라디오 - 전축 - TV 등엔 2극관에서 5극관까지의 진공관이 사용되었는데 진공관제조 공정에서 날파리 등의 벌레가 끼어들어가 타서 도전체가 되어 오작동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때 버그 - 벌레(Bug), 벌레를 없애는 디버그(Debug)가 유래된 것인데 그걸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 되길 바라면서 재미있는 몇 가지 유래에 대해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