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열쇠 -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내실 있는 과학기술 정책 방향
혁신의 열쇠는 우리 사회 및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혁신의 키워드와 마인드에 대해 조망하는 칼럼입니다.
청양(靑羊)의 해, 을미(乙未)년 새해가 밝았다. 아쉽게도 온순하고 평화로움을 상징하는 양과는 달리 올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그리 밝지만도 않다.
내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잠시 회복세를 보였던 우리 경제가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최근 우리나라는 2017년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는 복지비용의 증대는 물론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적 문제로 직결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13~2040년)에 따르면 전국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04만 명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2040년에는 2,887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기재정전망(2014~2060)에 따르면 2014년 3.8%였던 잠재성장률은 2060년 0%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래 성장제로 사회에 진입한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그 이후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디로 갈지 더욱 걱정이다.
글로벌 환경도 그리 녹록하지 않다. 최근에는 중국의 무서운 과학기술력과 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미국의 부활도 우리에게 위협을 주고 있다.
이미 2012년 연두교서를 셰일가스를 미래 핵심 에너지 산업으로 개발해 2020년까지 미국에서만 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제조업 부활을 통한 ‘메이드인 아메리카’를 정책카드로 내세웠다.
저렴한 셰일가스라는 에너지 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재생을 위한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촉진시켜 애플은 아이맥을 미국에서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포드자동차는 올해 말까지 중국, 멕시코 공장을 모두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한편, 사물인터넷과 함께 등장한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지만 그 영향은 만만치 않다.
2020년 이전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인자동차, 드론, 로봇 등 첨단기술의 발전은 관련 직종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없앨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딜로이트와 옥스퍼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첨단기술과 로봇의 발전으로 앞으로 10~20년 내에 영국의 일자리 35%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경제 불평등의 확대는 비정규직, 실업자, 이주노동자 등 ‘프리카리아트(Precariat; 불안정한(Precarious)과 무산계급(Proletariat)의 합성어)란 사회와 노동시장에서 제외된 계층을 확대시켜 경제사회 문제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거부할 수 없는 다양한 국내외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의 창조경제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까?
창조경제의 핵심인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은 1967년 과학기술처 설립 이후 벌써 50년이나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미흡한 산·학·연 협력, 출연연 역할, 투입 대비 낮은 연구개발 생산성, 부처 간 칸막이, 양적 성과에 비해 질적으로 미흡한 특허와 논문, 혁신적 연구성과의 부재 등 고질적인 문제들만 오랜 시간 무한히 반복 논의되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많은 의견들이 있지만 왜 개선이 되지 않을까?
사실 그간의 논의는 국가혁신시스템 전체가 아닌 문제점으로 지적된 하나하나의 하위 시스템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개선점을 경쟁적으로 제시해 왔다.
결국 국가혁신시스템은 뒷전으로 밀리고, 서로 상호작용이 필수인 하부 시스템 개선만 단편적으로 논의되어 현재 상태에 이르렀다.
지속가능한 숲을 위한 생태계를 가꾸지 않고, 나무 하나 하나에만 신경 쓴 꼴이다.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기조세션 주제 가운데 하나는 ‘빠른 혁신: 파괴할 것인가, 파괴당할 것인가(Fast Innovation: Disrupt or be Disrupted)’라고 한다.
이미 글로벌 혁신 경쟁은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선점하지 않으면 파괴당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파괴적 혁신을 위한 경쟁이 심화되었고, 그 속도도 어느 때보다 빠르다는 얘기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기초 → 응용 → 실험개발 → 상용화의 전통적인 순차적 연구개발 시스템의 시대가 아니라 기초에서 응용뿐만 아니라 실험개발 혹은 상용화 단계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연구단계 간 상호작용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이래야만 연구단계별로 부처 간 임무가 나누어져 연구개발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도 해결될 수 있다.
2015년은 창조경제 정책 추진의 3년차로 그간의 정책을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성과를 위해 본격적으로 고민해야할 시기이다.
특히 2015년은 본격적 창조경제 성과 창출을 위해 창조경제혁신 센터가 전국 모든 지자체에 설치가 완료되는 해이다.
그러나 설치를 완료했다는 성과는 의미가 없다. 상호간의 협업과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 산학민관이 하나가 되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우리나라 전체에 지속가능한 창조경제 성과 창출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한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기다.
과학기술정책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정책 추진 50년인 지천명(知天命)을 맞이해 지난 50년 뒤를 돌아보면서 본격적으로 향후 50년의 프레임을 고민해야할 시기이다.
명확한 혁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프레임과 액션플랜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할지 명확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교육뿐만 아니라 과학은 백년지대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후손들의 부끄럽지 않을 미래를 위해 2015년 올해에는 보다 내실 있는 창조경제 실현과 우리가 파괴자로 거듭날 수 있는 ‘혁신의 길’을 터놓고 이야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