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인터뷰

줌인리포트 - (주)우진 백승한 연구소장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I 사진_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7.png


정밀 계측기의 새 장을 연 고도의 기술

고도로 발전하는 기술이 일상생활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첨단화된 기술의 등장에 사람들은 환호를 보낸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계측기술이다.

그 중에서도 (주)우진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철강과 원전 산업에서 사용하는 정밀 계측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업이다.

한때 외국기업이 독점하던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주)우진의 경쟁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이다.

그 최전선에서 연구원들을 진두지휘하는 백승한 연구소장을 만났다.

줌인리포트에서는 혁신기업의 대표나 연구소장 등을 만나 기술경쟁력을 향한 열정과 노력을 알아봅니다.



고부가가치용 계측기 시장의 강자


8.png

9.png


계측기 산업은 ‘산업의 신경’이라고 일컬을 만큼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야다.

실제로 모든 산업시설은 물, 가스, 증기 등이 흐르는 모든 곳에는 이를 계측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계측기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생산성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심각한 사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제철소나 원전 등의 기간산업에 사용하는 제품에 문제가 생긴다면, 개별기업의 손해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의 제품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려면 완벽한 신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에 앞서 숱한 테스트를 통해 제품을 검증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1980년에 설립된 (주)우진은 산업용 계측기 개발과 제조에 매진해온 기업이다.

초창기부터 높은 정확도와 정밀도를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용 계측기시장에 뛰어 들어, 철강용 계측기를 주력사업으로 정하고 기술력을 쌓아왔다.

처음부터 목표는 소수 외국기업이 독점하던 정밀 계측기를 국산화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1987년에 국내최초로 계측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산업용 정밀 계측기의 표준화와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백승한 연구소장은 연구소 설립 당시부터 참여한 원년 멤버다.

“제 전공은 신소재관련분야입니다. 석사과정 때 형상기억합금을 공부했죠. 당시에도 (주)우진은 핵심제품인 철강용 계측기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 연구개발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이후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찾았고, 그 결과 원자력 관련기기를 포함해 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주)우진은 쇳물의 온도를 재는 센서를 포스코에 납품하면서 계측기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또한, (주)우진의 자동 측온시스템은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을 정련하는 곳에서 사람이 직접 철강용 센서로 온도와 성분을 측정해야 했던 과거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게 했다.

이를 통해 (주)우진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우진은 여기서 머무르지 않았다.

오랜 시간 수입에만 의존해왔던 원전 계측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당시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되는 대다수 계측기는 외국기업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회사가 원전용 계측기 개발에 성공하면서 국내 원자력발전소들도 국산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죠. (주)우진은 국내 유일의 원전용 계측기 제조사입니다. 세계에서도 관련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매우 드뭅니다.”

현재 (주)우진은 원전 관련 핵심기술 개발에 도전해 원전의 4대 핵심부품 개발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품목이 원자력발전소 원자로내의 중성자 계측기(ICI, In-Core Instrument Assembly)다.

원자력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핵연료가 분열하면서 발생하는 중성자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이 같은 중성자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기가 바로 ICI다. (주)우진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ICI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주)우진은 과거 외국기업에서 높은 가격에 수입하던 것을 70%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었다.

수입대체 효과는 1,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18개월에 달하던 납기일정을 3개월 이내로 줄여 원전운전의 유연성을 확보했다.

“ICI를 국내에서 개발하기 전까지는 값비싼 운영비용을 치르고서도 납기일정을 맞추는 데 애를 먹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회사에서 이 계측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후부터는 좀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신속하게 공급지원이 가능해졌죠.”

그 밖에도 (주)우진은 핵연료의 연소상태를 조절하는 제어봉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 정보를 전달하는 제어봉위치전송기(RSPT, Reed Switch Position Transmitter), 한국표준형 경수로 및 중수로 원전의 냉각재 온도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고속응답 측온저항체(Fast Respond RTD), 냉각수 수위 측정기(HJTC, Heated Junction Thermocouple) 등 원전관련 계측기의 완전한 국산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정확도와 정밀도 높이는 선택


10.png

11.png


지난해에도 (주)우진은 정부 국책과제인 원전 주급수 초음파 유량계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초음파 유량계는 원자력발전소의 주급수 유량측정과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품목.

초음파 유량계는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석유화학시설 등 유량 측정이 필요한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측정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하는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 가능한 것.

백승한 연구소장은 (주)우진의 원전 주급수 초음파 유량계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외산제품보다 성능이 개선되어 비용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출력효율 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올해는 이를 제조하고 교정하기 위한 연구센터와 제조공장을 평택에 준공했습니다. (주)우진에서 수행한 국책과제의 내용은 현재 원전에서 사용하는 주급수의 유량조건과 동일한 조건에서 유량시험을 거쳐 정확도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주)우진은 2015년 6월 경기도 평택에 유량 12,000㎥/h, 온도 90℃까지 측정할 수 있는 유량교정설비를 갖춘 유량연구센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정확도를 입증할 수 있게 된 것.

뿐만 아니라, 원자력산업을 포함해 외국의 교정시설이나 기술에 의존하던 다른 산업의 유량계 교정 역시 가능해졌다.

신소재 분야에서도 (주)우진은 중소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되어 다양한 금속소재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하고 있다.

강철처럼 단단한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진동과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기능성 방진합금 그리고 대형구조물이나 지하배관의 부식을 방지하는 고규소주철 전극봉 및 전극판이 대표적이다.

방진합금은 금속재료가 지닌 성질을 이용해 진동과 소음의 발생원인을 없앤 금속으로, 바닥에 떨어트리면 금속성 굉음이 아닌 둔탁한 소리가 난다.

합금 자체가 진동을 흡수하기 때문.

이전까지는 진동이나 소음을 완화하기 위해 스프링이나 고무 등 별도 소재를 사용해야 했지만, 철계 방진합금을 이용하면 기존 제품을 사용할 때보다 약 5㏈ 이상의 소음이 감소된다.

한편으로 고규소전극은 대형구조물이나 지하배관과 함께 매설되어 금속의 부식을 방지하거나 냉연강판의 녹찌꺼기를 산성물질로 제거하는 스테인리스 산세공정에서 사용된다.

과거에는 이 역시 전량 수입에 의존했지만, (주)우진이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재 이 제품은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더 나은 기술개발을 가능하게 한 기술제일주의

백승한 연구소장은 (주)우진의 연구개발이 단순히 한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주)우진이 국산화에 성공한 제품을 사용하는 산업분야에서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연관산업이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우진의 구성원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백승한 연구소장은 (주)우진에서 연구개발에 성공하고 상용화에 이른 아이템들이 세계일류상품, 신제품인증, 신기술인증, 성능인증 등과 같은 각종 정부인증을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전한다.

이 같은 (주)우진의 기업철학은 '돈이 아닌 기술을 버는 것'이다.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회사 인력구조 역시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추었다.

전체 인력의 25%가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으며, 직원 상당수 역시 공대 출신이다.

그 밖에도 2002년부터 직무발명보상제도와 연구원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 특허출원과 등록시 단계별로 포상하는 환경을 구축했다.

“현재 우리회사에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과제는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신입 연구원들도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맡게 하고, 그들이 자신감을 갖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아울러 연구기획팀에서 전적으로 연구원들을 지원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주)우진은 연구소 인재육성과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 바탕은 연구원 조직의 활성화다.

이를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인 신규아이템 개발에 도전할 생각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백승한 연구소장이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바로 ‘소통’이다.

연구원간의 소통을 비롯해 영업부서나 구매부서 등 여러부서와의 소통도 포함한다.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 연구성과도 기대하는 만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100년 기업’으로 꼽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습니다. (주)우진이 100년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은 연구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술제일주의를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하는 (주)우진. 백승한 연구소장의 담담한 자신감이 현실로 이루어질 날을 기다린다.


 (주)우진


12.png


주소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동부대로길 970번 110

홈페이지 www.instrumentpark.com

대표이사 유계현

사업분야 원전 계측기, 유량계측시스템, 산업용 계측기 및 신소재 등

지식재산권 특허 139건, 특허 출원 184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