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 Tech -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의 충격 <제보자>
MOVIE IN TECH에서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제보자’(감독 임순례)가 최근 선보였다.
2005년말 한국사회 전체를 큰 충격에 빠뜨렸던 줄기세포 논문조작 스캔들을 다룬 영화로서, 과학적 논쟁점보다는 언론의 진정한 역할에 대한 질문과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더 돋보이는 듯하다.
이 영화를 계기로 과학기술사상 주요 논문조작 사건들과 줄기세포 관련기술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_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
줄기세포의 종류 및 관련기술
줄기세포란 특정 장기나 조직으로 분화되기 전단계의 세포, 즉 세포의 운명이 결정되지 않은 미분화 세포로서 의학적으로 매우 큰 잠재성과 활용성을 지닌다.
척추나 뇌의 손상으로 인한 장애 등 기존 의학기술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분야나 각종 난치병도 치료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각종장기도 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줄기세포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영화에서 나왔던 황우석 씨의 줄기세포는 이른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태아를 형성하기 이전의 세포이므로 분화력이 매우 왕성하여 사람 몸을 이루는 모든 조직의 세포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 생성과정에서 여성의 많은 난자를 채취하여야 한다는 부담과 인간복제로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수정란을 통한 배아줄기세포 역시 많은 난자가 필요할 뿐 아니라, 수정 후 배아를 파괴해야만 하므로 윤리적인 문제가 크기는 마찬가지였다.
배아줄기세포와는 별개로, 성장이 끝난 성체에서도 볼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피가 만들어지는 뼈의 골수, 마모된 융털 세포를 생성하는 소장벽과 위벽 등에 많이 분포한다.
그러나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분화력이 약해서 특정한 조직의 세포로만 분화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골수에서 혈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들은 신경세포나 근육세포 등으로는 분화하지 못하고, 따라서 다른 곳에는 활용하기 힘들다.
최근에는 배아줄기세포처럼 분화력이 왕성하면서도 윤리적인 문제도 해결한 새로운 줄기세포가 연구되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로서,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세포 분화 관련유전자를 주입하여 분화 이전의 세포단계로 되돌린 것으로서, 배아줄기세포처럼 만능적인 분화력을 유도해낸 세포이다.
이 방법을 연구하여 입증한 영국 케임브리지大의 존 거든 교수와 일본교토大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이 줄기세포는 난자채취나 배아파괴, 또는 인간복제 우려와 같은 윤리적인 문제가 없고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수준의 분화특성이 있으나, 암 유발 우려 등이 있어서 실제로 치료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안전성 확보 등을 위한 연구가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과학적 사기·논문조작 사건의 역사
정확함과 진실만을 추구해야 할 과학기술의 역사에서도 조작과 사기사건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또한 역사적 교훈을 망각하고 이를 되풀이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듯이 비슷한 사기 사건들이 후대에 반복되는 안타까운 일들도 많았다.
인류조상의 화석을 거짓으로 조작했던, 이른바 ‘필트다운(Piltdown) 사기사건’은 고고학상 최대의 가짜 발견사건으로 꼽힌다.
1910년대에 영국 필트다운 지방의 변호사이자 아마추어 고고학자였던 찰스 도슨(Charles Dawson)은 유인원에서 인류로 넘어오는 중간단계의 인류 조상의 것으로 보이는 두개골과 턱뼈 등을 발굴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후 의문을 품은 학자들이 X선 투시검사법, 불소연대측정법과 같은 여러 첨단 과학기술과 방법들을 동원하여 검증한 결과, 필트다운인의 두개골은 비교적 오래된 다른 인류 조상의 것이었지만 턱뼈는 오랑우탄의 뼈를 가공해서 붙이고 표면에 약을 발라서 오래된 것처럼 꾸몄던 가짜임이 1953년에 밝혀졌다.
그런데 이와 매우 유사한 사건이 2000년대초 일본에서도 일어난 바 있다.
오랫동안 일본 구석기시대의 유물들을 무더기로 발굴하여 ‘신의 손’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가, 실은 유적지에 석기 등을 미리 파묻어놓는 등 거짓으로 날조한 것으로 밝혀져서 큰 충격과 파문을 몰고왔다.
또한 2002년 무렵에는 그동안 획기적인 트랜지스터 등을 개발해 노벨상 물리학상 후보로까지 꼽히던 독일 출신의 미국 과학자 얀 헨드릭 쇤박사가, 몇년 동안 연구결과를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나 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직장인 벨연구소에서 쫓겨난 바 있다.
근래에 일어난 주요 과학적 사기사건은 각기 분야는 다르지만 너무도 공통점이 많다.
즉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최고의 과학잡지에 획기적 논문들을 단기간내에 쏟아내며 노벨상 후보로까지 떠오른 점, 서로 다른 논문에 동일한 그래프를 사용하거나 사진이 중복되어 검증과정에서 꼬리가 밟힌 점, 당사자들은 단순한 실수였으며 연구기록과 자료가 모두 소실되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한 점, 심지어 논문조작이 밝혀진 이후에도 자신들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니 시간을 주면 실제로 더 좋은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변한 점까지도 너무 비슷해서 쓴웃음이 나오게 한다.
게다가 2014년 1월, 「네이처」 등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제3의 만능세포’로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STAP(자극야기 다능성 획득 세포; 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 역시 논문조작 또는 오류임이 밝혀져 또한번 충격을 주었다.
논문의 제1 저자였던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젊은 여성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는 처음에는 논문날조 의혹을 부인하였으나 결국 부족함을 인정하고 논문을 철회하였고, 이러한 ‘일본판 황우석 사건’으로 인하여 논문 공동저자였던 연구소의 부센터장은 자살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과학기술계만큼은 철저한 검증의 과정을 통하여 사기나 조작 등을 자체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으므로, 다른 분야에 비하여 도리어 정직성이 높은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