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인터뷰

줌인리포트 - 산포스코 광양기술연구소 주상훈 연구소장

줌인리포트 에서는 혁신기업의 대표나 연구소장 등을 만나 기술경쟁력을 향한 열정과 노력을 알아봅니다.

산업입국 꿈 이어가는 기술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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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정라희(자유기고가) I

사진_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철은 산업의 쌀이다. 여러 산업을 일으키는 기반이 되는 까닭이다.
 
인류문명이 철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왔듯 우리나라 대표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걸어온 길은 대한민국 경제성장 역사와 맞닿아 있다.

1960년대 창립 이후 이제는 세계 1위 철강기업으로 발돋움한 포스코. 그 여정 속에는 차별화된 기술에 대한 남다른 집념이 있다.

포스코 기술개발의 한축을 이루고 있는 광양기술연구소에서 주상훈 연구소장을 만났다.



대한민국 철의 역사, 기술로 이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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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 중 포스코라는 기업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포스코는 많은 역할을 감당해왔다.

1973년 우리나라 최초로 조강 103만톤의 1기 설비를 준공한 이후 네번의 확장사업을 통해 1983년 조강 910만톤 체제의 포항제철소를 완공했다.

1992년 종합준공한 광양제철소는 고도성장기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철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세워진 곳.

한편으로 포스코는 기술자립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교육기관인 포항공대(POSTECH)와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을 설립해 긴밀한 산·학·연 체제를 구축했다.

사내 기술연구기관인 포스코기술연구원은 1977년 1월 설립 이후 지금까지 포스코 기술개발의 산실이자 혁신허브의 임무를 수행해왔다.

“1970년대 후반만 해도 포스코기술연구원은 포스코내 연구부서로 존재했습니다.

이후 1987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발족하면서 철강, 소재, 환경, 에너지, 경영 등 포스코내 모든 연구원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하지만 보다 현장과 밀착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철강관련 연구원들이 다시 포스코로 모였습니다. 그렇게 19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에 걸쳐 철강관련 연구원들이 속속 포스코기술연구원으로 모이게 됐습니다.”

현재 포스코기술연구원은 송도 글로벌 R&D센터를 비롯해 포항기술연구소와 광양기술연구소 등을 아우르는 포스코 대표연구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광양기술연구소는 1987년 광양제철소 1기 준공을 앞두고 조업과 품질 안정화를 위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광양지소로 첫발을 내디딘 곳.
 
올해 광양기술연구소장으로 부임한 주상훈 연구소장은 포항제철소에 적용한 차세대 신제철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정프로젝트 주역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1990년에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 입사해 2001년에 포스코로 소속 전환됐다.

“포스코기술연구원 광양기술연구소는 1987년 4월에 개소한 이래 광양제철소 제품과 공정기술을 개선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광양제철소에서는 자동차용 강판이나 에너지 산업용 강재, 고기능 표면처리 분야의 혁신 제조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차별화된 기술로 완성하는 고급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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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 (World Steel Dynamics)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5년간 7회 연속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동의 세계 1위 자리를 굳히고 있지만, 급변하는 세계경제 추세 속에서 안심할 수는 없다.
 
중국 등 후발주자가 막대한 시설투자로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철산업을 ‘장치산업’이라고 합니다. 공정을 위한 설비투자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제철산업에 엄청난 시설투자를 해왔습니다. 빠른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자국내 소비를 해온 거죠.

하지만 조금 더 지나면 초과공급 물량이 글로벌시장으로 흘러나올 겁니다. 일반강만 생산해서는 이제 중국과 직접 경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품질이나 기능 등이 앞서간 고급강 시장을 우리가 선점하는 게 중요하죠.”

‘환경’ 이슈는 고급강 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요소다.

친환경 제철공법인 파이넥스 역시 포스코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것.

파이넥스는 가루모양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로 기존 고로방식보다 환경친화적이고 쇳물제조 원가가 낮은 장점이 있다.

용광로 공법은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고체로 만드는 소결 및 코크스 공정을 거쳐야 했지만. 파이넥스 공법은 이 단계를 생략해 생산단가를 낮추었다.

또한, 사전처리 공정을 거치지 않아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환경배출 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광양제철소만 해도 연산 2천4백만톤의 철을 생산합니다. 고로 하나만으로도 400~500톤의 생산할 수 있지만, 고로에서는 고급원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급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국가가 전세계에서도 호주와 브라질밖에 없어요. 원료수입 문제 때문에 제철소가 연안에 자리잡는 거죠. 파이넥스 공정은 고품질이 아닌 원료를 사용할 수 있고, 용광로 방식과 비교하면 공정이 단순합니다.”

환경이슈는 고급강 시장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이 포스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용 강판이다.

지구온난화 저감을 위한 친환경 자동차의 개발과 적용에 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배터리 무게 때문에 차체 중량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한대에 들어가는 철이 얼마나 될까요? 엔진 등을 제외한 차체만으로도 중형차 기준으로 360kg의 철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자동차 강재는 여러가지 성능이 필요합니다.

너무 무거워도 안되죠. 무거울수록 연비가 떨어지니까요. 지금은 환경문제로 에너지 절감이 산업계 전반의 큰 화두입니다. 이 때문에 연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차체의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그러나 무조건 가벼운 강판을 생산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자동차의 기본은 안전.

더불어 승객안전을 위한 안전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한대에도 강도나 연성 등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고려해 생산한 강판이 필요하다.

강판을 얇게 만들면서도 강도가 높고, 가공성이 뛰어난 고급강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현재 포스코가 직면한 과제인 셈이다.

“미국자동차협회에서는 2025년까지 CO2 양을 2010년 기준 대비 절반가량 낮추기로 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목표는 자동차 차체 무게를 크게 줄이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경량화의 필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만큼 다양한 해결책도 나오는 실정이죠.

하지만 알루미늄과 같은 소재는 대안이 되기 어렵습니다. 가볍다는 장점은 있지만 가격도 비싼 데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부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죠. 결국 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차세대 기술에 집중하며 키워가는 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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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강 기술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2002년 자동차 강재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첨단 고강도제품 확대와 강재 가공기술 개발, 고객맞춤 활동체계 구축을 추진해왔다.

제강에서 도금공정에 이르는 일관공정 기술을 고도화해 자동차 강판판매를 크게 높여 광양제철소가 글로벌 자동차강판 전문제철소로 거듭하는 데 이바지했다.
 
한편으로는 최첨단 표면처리 설비를 확충해 고기능 코팅강판 개발기반을 강화하고 혁신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이전에는 일반강의 강성을 높인 HSS(High Strength Steel)만으로도 충분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HSS도 일반강 범주에 들어갑니다. 최근에는 강도를 높이면서도 연성을 확보한 AHSS(Advanced High Strength Steel)이 대세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 자동차강판 시장에서 AHSS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 포스코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XHSS(eXtra High Strength Steel)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이후에는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인 UHSS(Ultra High Strength Steel)에 집중할 예정이다.

“UHSS는 포스코에서 세계최초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에 대한 사용자의 요구가 있으면 얼마든지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미 확보한 기술도 있고 제품을 생산할 역량도 갖추어져 있지만, 결국에는 시장이 우리 기술을 필요로 해야 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이런 요구가 있더라도 실제 어디서 이런 기술을 확보했는지 자세히 알기는 어렵겠죠. 이제는 고객이 우리를 찾아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활발하게 고객들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현재 포스코에서는 기술과 마케팅을 융합한 솔루션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후발주자가 쉽사리 따라올 수 없는 고급강 기술을 확보하고, 그에 발맞추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서울에 개설한 철강솔루션센터는 이러한 포스코의 의지를 반영한 대목이다.

포스코는 글로벌에서도 1위를 달리는 기업인만큼 보유하고 있는 특허 숫자도 어마어마하다.

반세기에 가까운 기나긴 역사를 지나오면서 출원한 특허는 무려 3만5천건. 그 가운데 현재 권리를 유지하고 있는 특허는 1만 3천여 건에 달한다.

산업을 통해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사명감은 여전하다. 제철산업의 선두에서 기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포스코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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