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플러스 에세이 - 기업연구소 성과와 효율을 극대화하는 연구개발 9단계 수행전략

플러스 에세이는 사회저명 인사가 기고한 글입니다.

R&D가 아니라
I2B(Idea to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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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는 Research and Development의 약자로서, 아이디어 발상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통칭하는데, 이 말은 본질적으로 적합한 말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기업연구소의 미션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연구와 개발, 사업화까지, 나아가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일인데, R&D는 이 과정의 극히 일부분인 연구와 개발만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을 이야기하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나 세계최초 또는 최고의 결과를 내는 일을 하기 어렵다.

이런 일은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기 이전단계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업적 성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개발이 끝나더라도 Scale-Up, Pilot, 양산화, 사업화 과정을 거쳐야 Business가 되는데, ‘연구·개발’에서는 이러한 일이 부가적인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사업화까지 가는 데는 수많은 이질적인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Output, Input, Process 관점에서 세분화하면 표 와 같이 9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지금까지는 R&D(연구개발)라고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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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아이디어 발상으로부터 시작한다.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돈이 될 만한 개념을 정립해야 하고, 그 개념을 이론적으로든 Simulation으로든 증명하는 단계를 거쳐서, 실증단계로 가야 한다.

실증단계는 실제로 그 개념이나 이론을 실제로 구현해보는 Feasibility Test 단계다.

이렇게 실증을 해보고나서야 소위 말하는 Research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Research는 단어 그대로, 이론값이나 최고값을 다시(Re) 찾는(Search) 일, 즉 재현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출발단계가 Research가 아니고, 그 이전에 할 일이 따로 있다는 방증이다. Development 단계는 재현성을 보다 폭넓게 찾는 단계로서, 여러가지 다른 조건에서도 같은 값이나 성능을 구현하는 방법을 찾는 일을 해야 한다.

이 단계까지는 실험실에서 아주 작은 규모로 진행하는데, 양산화하여 사업까지 가기 위해서는 Scale을 키워야 한다. 바로 Scale-Up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양을 키워가며 같은 성능을 구현해야 한다. 이 때부터는 화학이나, 물리학, 열역학적 이론보다는 기계역학이나 Kinetics와 같은 전혀 다른 공학적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 Scale을 어느 정도 키우면 양산화하여 사업화할 수 있는 각종 데이터와 Skill을 준비해야 한다.
 
Pilot 단계로서, 원료의 구매부터 제품생산, 포장, 준 영업까지 실제 사업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비로소 양산화할 수 있다.
 
양산화 단계는 대량생산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공정을 정립하는 단계이다. 공장을 짓고 원료입고부터 제품 출하까지 전 공정을 정립하고 이를 운전할 요원까지 양성해야 한다.

이렇게 아이디어 발상부터 양산공정 확립까지에는 성격이 아주 다른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렇게 복잡한 단계를 간단하게 R&D라고 묶어서 수행하거나 관리하기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추구하는 Output이 다르면 Input이 달라야 하고, 그 Input을 다루는 Process도 달라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그것을 한데 묶어서 연구소를 운영하거나 과제를 관리하는 데서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여행의 경우 미국 갈 때 다르고 일본 갈 때 다르며 중국과 아프리카는 정말 서로 다르다고들 하지만, 여행의 본질을 살펴보면 별반 다를게 없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유럽이든 여행하는 데 별반 차이가 없다.

준비해야 할 것(Input)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비자, 여권, 옷, 세면도구 등 준비해야 할 항목은 거의 유사하다. 준비과정(Process)도 비슷하다.

비행기표를 준비하고, 호텔을 예약해야 하고, 비자를 받고, 환전을 해야 하는 것에는 나라 별로 큰 차이가 없다. 목적지만 다를 뿐이다.

어디들 가던지 해외여행은 거의가 비슷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한 기업연구 ‘9단계 과정’은 같은 것이 거의 없다.

먼저 Output이 다르다. 아이디어 단계에서의 Output은 기발하고도 다양한 아이디어이고, 컨셉정립 단계에서의 Output은 사업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컨셉이어야 한다. 아이디어와 컨셉은 전혀 다르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쓸데없는 생각이라느니, 돈이 되겠느냐 하면서 아이디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세상을 바꾼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은 처음에는 엉뚱하기도 했고, 미친 생각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던가.

처음부터 사업적 잣대를 들이대니 혁신적이거나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경영오류인 것이다. 담당할 사람도 달라야 한다.

아이디어를 내는 데 박사이어야 할 이유도 없고 경험이 많아야 할 필요도 없다.
 
사업적 컨셉을 정립하는 데는 박사보다는 사업적으로 경험이 많은 사람이 훨씬 유리하다.
 
Research 단계와 Development 단계도 정말 다르다.

Research 단계에서는 이론값이나 최고값을 다시 찾아내는 일이 목적이고, Development 단계에서는 그 값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상황이나 조건을 찾는 일이 목적이다.
 
이렇듯 위의 9단계 각각의 Output이나 Input, Process는 확연히 다르다.

다른 것은 다르게 수행하고 경영해야 한다. 목적하는 Output이 다른 만큼, Input을 달리 해야 하고, 환경이나 문화도 달리 해야 한다.

Research 단계에서는 변수가 가장 적은 환경에서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비유를 하자면, Research 단계에서는 최고순도의 원료를 초순수를 사용하여 조건이나 상황의 변수를 극소화해야 하지만, Development 단계에서는 실제 양산과정에서 허용할 수 있는 변수를 다 고려해야 한다.

변수의 다양화가 Input인 것이다.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도 달라야 한다.
 
Concept 증명단계에서는 수학적·물리학적·화학적 지식이 필수적인 반면, Research 단계에서는 조그마한 결과의 차이도 깊이 파고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분석적 전문지식이 필수적이다.

Development 단계에서는 상황적 변수가 주는 영향을 많이 알고 있는 경험이나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일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일하는 Process도 달라야 한다.

아이디어 발상단계에서는 아이디어 발상프로세스이어야 한다.

아이디어는 머리를 싸매고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는 의견이 다른 이질적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다른 지식이나 경험을 접하고 다른 의견과 부딪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시끌벅적 왁자지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Feasibility Test 단계에서는 조그마한 힌트라도 놓치지 않고 그것을 물고 늘어지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디어 발상부터 사업적 양산까지의 9단계 각각은 Output, Input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하는 일이 어떤 단계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연구개발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단계를 정립한 후에는 성과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각 단계에 적합한 사람을 선정하고 Process나 일하는 방식, 환경, 문화를 갖추도록 하여 적합한 분위기를 갖추어 주는 것이 연구소, 특히 사업적으로 매출과 이익에 기여해야 하는 기업연구소 경영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