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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칼럼 - 셰익스피어와 멘델스존의 만남

인문학 칼럼은 다양한 인문학적 정보와 콘텐츠를 깊이있게 다루어 읽을거리와 풍성한 감성을 전달하는 칼럼입니다.

여름에 보고 듣는
‘한여름 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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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박은몽 소설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 한여름 밤의 꿈 >에는 사랑하는 연인들이 여러 쌍 나온다.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사랑하는 사이다.
 
그러나 허미아에게는 아버지가 짝지어 준 드미트리우스가 있다.

허미아는 진실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사랑하는 남자 라이샌더와 사랑의 도피행각을 감행한다.
 
드미트리우스가 그 뒤를 쫓고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하는 헬레나가 다시 뒤를 쫓는다.

이들의 연인,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진실한 사랑을 위해 오베른의 숲으로 달아난다.

그곳은 깊은 어두움과 달빛이 공존하고, 요정들이 춤을 추는 환상과 마법의 공간이다. 숲에는 요정의 왕 오베론이 있다.

오베론은 여왕 티타니아와 불화에 빠져 여왕을 골려주기 위해 시종 퍼크를 시켜 사랑의 묘약을 여왕의 눈에 넣게 하고 그 결과 여왕은 당나귀 머리를 한 바보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퍼크의 실수로 허미아의 연인인 라이샌더가 묘약의 마법에 걸려 헬레나를 사랑하게 되고, 허미아를 추격해 온 드미트리우스까지 옛 연인 헬레나를 사랑하게 된다.

얽히고설킨 사랑의 화살표 속에서 한바탕 숲속에서 소동이 벌어진다.

오베론 왕은 퍼크에게 다시 관계를 정상화시키라고 명하고 마침내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다시 사랑을 확인하고 드미트리우스는 헬레나를 선택한다.

오베론 왕과 여왕 티타니아도 화해한다. 모든 소동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지나가고 커플들은 결혼식을 치르며 퍼레이드와 무도회를 벌인다.

그 밤에 사랑이 춤추고 요정들도 춤춘다. 밤의 공기마저 사랑의 열기에 흔들린다.


셰익스피어의 로맨틱 코미디,
< 한여름 밤의 꿈 >


셰익스피어가 < 한여름 밤의 꿈 >을 창작한 것은 1595년 즈음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의 한여름 밤은 그냥 평범한 밤이 아니다.

1년 중 가장 낮이 긴 하지의 전날 밤, 가톨릭 절기로는 성 요한 제의 전날 밤에 해당한다.

서양에서는 이날 밤에 신비로운 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는데, 셰익스피어는 바로 이날 밤을 연인들의 밤으로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밤에 더욱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요소를 더해주는 것이 바로 숲의 왕인 오베론의 사랑의 묘약이다.

사랑은 마법과 같다. 마법에서 깨어나면 마치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사랑의 묘약 역시 그러하다.

숲의 왕 오베론의 사랑의 묘약은 잠자는 사이에 눈에 넣으면 잠에서 깨어 처음 본 것을 맹목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신비한 약이다.
 
이 마법과 같은 묘약은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리게 만들어 사랑하는 두 연인 사이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고, 서로에게 눈을 맞추게 하여 두 사람을 하나의 사랑으로 이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천하고 멸시할 만한 것이라도 사랑은 가치 있는 것으로 바꾸어 주지. 사랑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

그래서 날개 달린 큐피드를 소경으로 그린 거야. 사랑 신의 마음은 판단력이 전혀 없어. 날개는 있고 눈은 없으니 서두르기만 하지. 그러니까 사랑을 어린애라 하잖아.”

절절한 사랑의 속삭임들이 가득한 경쾌한 희극인 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셰익스피어 최대의 비극으로 알려진 < 로미오와 줄리엣 >과 비슷한 시기에 쓰였다. 내용상 겹치는 부분도 있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며 사랑이야기를 쓴 셰익스피어의 감성이 흥미롭다.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쁨과 절망이 공존하는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라도 해주는 듯하다.


멘델스존의 판타지 감수성,
< 한여름 밤의 꿈 >



셰익스피어가 < 한여름 밤의 꿈 >을 쓰고 나서 무려 200년도 훨씬 더 지난 1826년 17세의 어린 음악가 멘델스존은 우연한 기회에 셰익스피어의 < 한여름 밤의 꿈 >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선언한다.

“내일부터 나는 ‘한여름 밤의 꿈’을 꾸기 시작할 것이다!”

멘델스존이 꾸는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보다 더 환상적이고 매혹적이었나 보다.
 
그 음악을 들어보면 마치 요정이 깃털처럼 춤추고 숲의 어둠조차 빛처럼 경쾌하고 환하다. 봄빛 같기도 하고 바람 같기도 하다.

바람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노래한다. 그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마법이 가득찬 숲 속에서 여러쌍의 남녀들이 사랑을 속삭이고 육체를 탐하고 또 진실을 확인해나가는 장면들이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17세 때 처음 < 한여름 밤의 꿈 >을 읽고 서곡을 작곡한 것은 멘델스존은 그로부터 약 17년이 지난 후 이 서곡을 연극공연에 사용하기 위해 부수 음악을 더하여 < 한여름 밤의 꿈 >을 완전한 극 음악으로 완성해 냈다.

17세와 34세.

그 세월 속에서도 그의 판타지 감수성은 녹슬지 않고 오히려 더욱 빛을 발했다.

우리가 잘 아는 결혼행진곡도 멘델스존이 작곡한 < 한여름 밤의 꿈 >에 나오는 곡이다.
 
셰익스피어와 멘델스존, 두 천재의 만남으로 < 한여름 밤의 꿈 >은 완성되었다.

누구에게나 한여름 밤의 꿈은 존재한다.

사랑이든, 행복이든, 만남이든.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사랑하는 남녀들은 사랑을 이루지만 현실에서 한여름 밤의 꿈은 꼭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영원하지 못하다고 해서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리라.

순간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내 마음이 진정 원하는 것이라면 잠시 머물러 보는 것도 충분히 꾸어볼 만한 꿈이다.

무더운 한여름 밤에 셰익스피어와 멘델스존의 감성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