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 TECH -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
MOVIE IN TECH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시간여행과 엑소슈트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I
사진출처_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톰 크루즈 주연의 SF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가 최근 개봉된 바 있다.
일본 작가 사쿠라자카 히로시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더그 라이만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전쟁 중의 타임 루프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외계종족의 침략으로 촉발된 전쟁에 투입된 주인공인 빌 케이지(톰 크루즈 분)는 무모한 전투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그런데 죽은 그가 죽기 며칠 전으로 돌아가서 깨어나고, 또 다시 전쟁에 나가서 싸우다 죽는다.
주인공은 이렇게 죽고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 영화를 통하여 타임 루프, 즉 시간여행의 가능성이 실제로 있는지, 그리고 최근 실용화되고 있는 강화복(Exosuit)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시간여행은 가능할까?
최근에는 SF영화 뿐 아니라 멜로물이나 TV 드라마 등에서도 시간적 장벽을 뛰어넘어 순식간에 이동하거나 과거 특정시간으로 돌아가서 인생을 다시 살게 되는 대목 등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또는 ‘타임 루프’에 갇혀서 과거와 현재를 도돌이표처럼 되풀이하는 이야기들도 적지 않다.
이 영화에서는 과거나 미래의 특정시간대로 이동하는 단순한 시간여행이 아니라, 시간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외계종족과의 접촉에 의하여, 주인공도 비슷한 능력을 지니게 된 후 죽음을 통해 특정시간대를 리셋(Reset)하는 것으로 나온다.
시간여행은 유명한 SF작가 허버트 조지 웰즈가 1895년에 발표한 소설 ‘타임머신’(The Time Machine)에서 처음 선보인 바 있다.
웰즈가 제시한 타임머신은 사람이 탄 물체에 광속보다 빠른 회전운동을 일으켜 4차원 공간의 시간축으로 밀어서 과거 혹은 미래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SF물보다는 멜로물이나 로맨스, 코미디물이 더 많은 듯하다.
즉 근래에 개봉된 바 있는 어바웃 타임(About Time)이나 미스터 노바디(Mr. Nobody), 시간여행자의 아내(The Time Traveler’s Wife) 등처럼 시간여행이 여성과의 사랑에 결부 되거나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길을 택하여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이야기 등이 많이 나온다.
그렇다면 영화에 나오는 이러한 시간여행이나 타임 슬립, 타임 루프 등이 실제로 가능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제시하는 새로운 시공간 개념이나 웜홀 등의 최신 우주론을 들먹이며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즉, 시간을 리셋할 능력을 갖는 것이 가능할지 또는 타임머신과 같은 기계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은 차치하고 서라도, 시간여행에 관한 고전적이고도 유명한 부모살해 패러독스, 즉 “어떤 사람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를 살해했다면 그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 아무도 만족할 만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논리학과 물리학의 기본원리인 인과율(因果律; Causality)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서, 이를 피해갈수 있는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극히 낮아 보인다.
실용화되는 엑소슈트(Exosuit)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볼거리는 주인공을 비롯한 병사들이 ‘입는 로봇’(Wearable Robot)처럼 생긴 엑소슈트(Exosuit)를 착용하고서 외계종족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엑소슈트는 강화복(Powered Suit) 혹은 동력형 외골격(Powered Exoskeleton) 등 여러가지로 불리기도 하지만, 주로 외부골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람이 입을 수 있는 휴대용 기계로서, 사지를 움직이면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영화 아이언맨(Exosuit)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착용하는 아이언슈트 역시 이런 종류라고 볼 수 있는다.
이 영화에서는 엑소슈트로 하늘을 마음대로 날지는 못하지만, 각종 무기와 인지시스템을 장착하여 병사의 전투력을 극대화시켜준다.
엑소슈트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전투용으로 개발된 바 있고 현재 거의 실용화 단계이다.
미국의 레이시온社는 100㎏의 물체를 들고 서있어도 약 6㎏ 정도만 느끼게 해주는 군사용 엑소슈트를 개발했고, 록히드 마틴社는 60㎏의 완전군장을 한 채로 험한 산속을 시속 16㎞로 뛰어다닐 수 있는 강화복 헐크(HULK)를 선보였다.
미군은 미래의 전투체계 일환으로 개발된 ‘랜드 워리어’(Land Warrior) 시스템을 2009년부터 부대에 적용하여 전력화한 바 있고, 최근 미래병사체계로 이름을 바꾸면서 강화복에 통신장비, 개인화기 및 각종 센서 등을 통합해 부피와 무게를 크게 줄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을 중심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서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하지착용형 강화복 또는 로봇을 개발 중에 있다.
강화복 개발에서 있어서는 동력원이 매우 중요한데, 외부전원에 연결하지 않은 채로 외부골격이 장시간 동안 동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전력공급을 이루어내는 것은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소형의 자체 동력 기관이나 배터리, 연료전지 등을 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강화복의 제어 역시 수준높은 과학기술이 요구되는데, 강화복은 일반 컴퓨터를 쓰듯이 입력하여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함께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힘을 쓰지 않아도 외부적으로는 큰 힘을 내줘야만 한다.
이를 위하여 정밀한 각종 센서와 인공근육 등이 연구개발 되고 있다.
엑소슈트나 강화복은 군사용으로만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즉 장애인의 의수나 의족 등을 대행하거나 근육이 퇴화한 노약자의 근력강화용으로도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일본의 사이버다인社는 근력이 떨어져 걷기 힘든 고령자를 걸을 수 있게 해주는 할(HAL)이라는 강화복을 개발중에 있다.
할은 피부의 표면에서 내부의 생체신호를 감지하여 기계부를 제어하고, 모터로 손발의 움직임을 도와 고령자의 보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최근 전세계인의 관심이 모아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 남성이 시축을 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 역시 강화복 또는 입는 로봇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데, 장애인의 뇌파 신호를 감지하여 다리부위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강화복이 앞으로 고령자나 장애인 등 노약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게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