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리포트 - KC코트렐 서동영 부사장 인터뷰
글_ 정라희(자유기고가)
사진_ 박동희(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대지의 공기를 청정하게 가꾸는 푸른 기술
한때 환경보다 산업 발달이 우선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속가능한 성장이 산업계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엔지니어링 기업인 KC코트렐은 오염으로부터 환경을 보호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환경친화적인 기술이 주목받는 요즘, 남다른 아이디어로 중소기업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KC코트렐을 찾았다.
ㅣ대기오염 방지 기술의 일인자
KC코트렐은 1973년 창립한 이래 국내 대기환경 플랜트와 환경서비스 분야에서 혁신적인 환경기술을 이끌어온 기업이다.
사명에 적용된 ‘코트렐’이란 단어는 전기집진기를 개발한 실제인물의 이름에서 따온 것. 창업 당시에는 미국기업에서 라이센스를 획득해 한국코트렐공업이란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CI 작업을 거치면서 현재의 사명에 이르렀다.
KC코트렐은 2010년부터 지주회사 KC그린홀딩스에서 인적 분할해 독자적인 신규 법인으로서 환경플랜트, 환경서비스, 친환경 제조, 신재생에너지 등의 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세먼지 등의 환경 이슈가 사람들의 일상을 급습하는 요즘이기에, KC코트렐과 같은 기업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3P(Pollution, Population, Poverty)와 관련한 사회, 경제적 과제에 당면해 있습니다. 특히, 과학문명과 산업의 발달로 환경오염 문제가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최대 요소로 부각되고 있지요. 저희 KC코트렐은 이러한 오염으로부터 인류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고품질 환경설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1991년에 입사해 올해로 23년째 KC코트렐과 함께하고 있는 서동영 부사장의 말이다. 서 부사장은 KC코트렐이 환경엔지니어링 기업 중 손에 꼽을 만큼 큰 기업에 속한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KC코트렐은 제철소와 발전소를 비롯해 각종 산업플랜트에 환경설비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왔다.
국내 웬만한 산업플랜트에는 KC코트렐의 설비가 적용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 점에서 서 부사장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환경 관련기술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기술과 같습니다. 환경이 파괴되면 사람의 삶까지도 위협하지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구온난화 현상입니다.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온실가스입니다.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저는 KC코트렐이 그런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ㅣ전문성 집약해 완성한 국내 기술
사명에서 추측할 수 있듯 KC코트렐이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은 전기집진기다. 이는 전기로 분진을 집진하는 방식을 활용한 분진제거설비. 전기집진기가 적용되어 있지 않으면 분진이 플랜트 주변을 까맣게 덮을 수 있다.
KC코트렐의 전기집진기는 높은 집 진효율과 내구성,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기집진기 분야에서는 우리 회사가 세계적인 테크니컬 리더라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1호기부터 10호기까지 있는 보령화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집진기를 KC코트렐에서 공급했는데요. 한 사업소에 한 회사의 설비가 들어간 건 KC코트렐이 거의 유일합니다.”
초창기에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미미해 사업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환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아황산가스나 질산가스 등의 유해가스를 제거하는 일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대형 전기집진기 외에 KC코트렐의 주요 기술이 적용된 설비는 탈황설비와 탈질설비다.
탈황설비는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설비. KC코트렐은 성능을 인정받은 프로세스로 청주지역난방공사와 당진화력발전소, 삼천포화력발전소, 하동화력발전소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한 바 있다.
탈질설비 역시 배출가스에서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설비. KC코트렐은 발전소나 제철소, 소각, 시멘트 분야 등 각 산업현장 특성에 맞는 설비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국가가 세운 환경규제에 따라서 기술을 준비해왔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해왔습니다. 당진화력 탈황설비의 경우, 대기업을 포함한 여러 회사가 경쟁했지만 KC코트렐이 중소기업으로서 당당히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 없던 설비였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아이템이었거든요. 지금도 제시된 성능 이상의 효율을 보증하고 있습니다.”
ㅣ국내를 넘어 세계로
대기환경 플랜트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는 사명감으로 회사를 설립했지만, KC코트렐은 활동무대를 일찌감치 국내에서 세계로 넓혀 나갔다.
국내 환경엔지니어링 기업으로는 꽤 이른 시점에 국외 진출에 나선 것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대만 시장에 전기집진기를 납품했고, 2000년대 이르러서는 중국에 법인을 세우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현재 KC코트렐은 미국을 비롯해 베트남, 대만, 인도, 영국 등 6개국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회사 역시 가장 어려웠던 시절은 IMF였습니다. 환경산업은 통상적인 제조업과는 흐름이 다소 다릅니다. 경제가 호황이 면 생산설비를 증설합니다. 자연히 환경설비도 따라서 증설하게 되고요. 그렇지만 불황이 오면 환경설비에 대한 투자를 먼저 줄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회사는 다른 곳보다 IMF 여파를 견디는 기간이 좀 더 길었어요. 그때부터 회사의 운영방향을 재정립하고 국외 진출을 가속화했습니다. 설령 국내 경기가 나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의 사업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기로 한 거죠.”
KC코트렐의 국외 진출은 단순한 시장확장만의 개념은 아니었다. KC코트렐은 국내법인과 국외법인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고 있다. 부문간의 컨퍼런스도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
사전에 과제를 정해 모든 법인이 공유하고, 각기 다른 적용사례를 발굴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의를 하는 것.
한편으로 지역마다 다른 상황을 유연하게 적용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KC코트렐은 최적의 비용에 최대의 실적을 내고 있다.
ㅣ차별화되는 기술로 자신만의 길을 내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KC코트렐은 새로운 시장을 찾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들어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미세먼지 역시 KC코트렐의 관심사다.
그중 KC코트렐의 기술이 시범적용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우리 생활에 매우 밀접한 장소인 지하철이 오가는 터널이다.
역사에는 공기청정 시설이 있지만, 터널의 경우 관련시설을 설치하기가 어려운 편.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서 터널에서 역사로 먼지가 유입되는 일은 줄었지만, 반대로 터널내 공기 질은 더욱 나빠진 상황이다.
“최근에 미아사거리역, 미아역, 길음역 등 세 군데에 시범역사를만들어 실험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효과가 상당히 좋게 나왔어요. 설비 운전 30분 만에 미세먼지 농도가 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전에는 배기가스에 섞인 유해물질 제거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일반 대기 중에 있는 유해물질을 없애는 일에도 관심을 쏟으려 합니다. 한 마디로 새로운 시장을 우리가 개척하는 거지요.”
KC코트렐이 주목하는 또 다른 기술은 CCS(Carbon Capture & Storage). 이는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하기 전에 추출해 압력을 가한 후 액체 상태로 만들어 저장하는 기술이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의 주된 요인은 이산화탄소와 에너지 과소비입니다. 과거에는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등이 오염물질이었지만, 이제는 이산화탄소도 오염물질에 속합니다. 이산화탄소가 오염물질로 바뀌는 데 대비해 미리 시장을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한편으로 KC코트렐은 한정된 자원을 재사용하는 녹색기술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정유 플랜트에서 쓰는 사용만료 촉매를 재활용하는 RHDS(Residue Hydro-Desulphurization) 기술은 세계 최초의 시도다. 재활용 촉매임에도 신촉매 대비 95%이상의 수명을 지녔을 만큼 효율도 좋다.
하지만 KC코트렐의 연구개발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촉매 대비 수명에서 내구성을 10~20% 정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KC코르렐은 기존의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서동영 부사장은 KC코트렐의 미래가 다음의 두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기후변화로 인해 생겨나는 새로운 산업이고, 또 하나는 ‘머나먼 타국’이라 일컬어지는 개발도상국으로의 진출이다.
그곳에서 어떻게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으로 일 할 것이냐가 그들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란 것.
현재에 안주하기보다 미래를 바라보며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는 KC코트렐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