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 TECH - 프랑켄슈타인 : 불멸의 영웅
글_ 최성우 과학평론가
사진출처_ 쇼박스(주)미디어플랙스
프랑켄슈타인과 인공장기기술
스튜어트 베티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 : 불멸의 영웅(I, Frankenstein, 2014)’이 최근 국내외에서 개봉되었다.
‘죽은 자의 시신을 이용하여 생명을 창조’한다는 메리 셸리의 유명한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프랑켄슈타인은 그간 숱하게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바 있으나, 이번 영화는 괴기 SF영화라기보다는 원작의 외피만을 빌린 액션영화에 가까운 듯하다.
아무튼 1818년에 처음 간행된 프랑켄슈타인은 SF의 원조로도 꼽힐 뿐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여러 분야에서 인용, 비유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사람의 신체 일부나 장기를 대체하는 생체조직공학, 재생의학, 인공장기 기술 등에서도 프랑켄슈타인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이 분야의 최신 기술과 동향을 살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듯하다.
ㅣ생체재료와 인공장기
사람의 신체 일부 등을 대체하는 인공장기 기술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되어서, 미라를 만들던 이집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또한 틀니나 의족, 의수 등도 그 일부라 생각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금속재료, 세라믹, 고분자재료, 복합재료 등 매우 다양한 재료들이 인공장기나 조직의 재료로 쓰이고 있는데, 이들의 특징은 신체의 기존 조직과 잘 융합될 수 있고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외부의 충격에 잘 견디고 내구성도 좋아야 한다는 점 등이다.
최근 이들 재료로 만든 여러 종류의 인공장기들이 선보이고 있고 관련기술도 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인공심장과 판막, 인공뼈와 관절, 인공혈관 등을 먼저 예로 들 수 있다.
인간의 여러 장기 중에서도 심장은 생명을 유지하려면 짧은 시간이라도 멈추어서는 안되는 중요하고도 상징적인 장기이다. 그러나 심장의 박동원리는 비교적 쉽기 때문에 일찍부터 인공심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1982년 미국인 치과의사 클라크에게 사상처음으로 인공심장이 완전히 이식되어 112일 동안 생명을 유지한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외부 배터리까지 포함하면 상당히 거대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었다.
그 후 장치의 무게와 부피를 크게 줄이고 안전성이 높은 인공심장이 개발되어, 이제는 소형의 인공심장을 환자에게 이식하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다.
심장내에서 혈액의 역류를 막는 인공판막, 관상동맥용 인공혈관 등도 여러 종류가 개발되어 심장병 환자들에게 해마다 수많은 이식수술이 시행되어 왔다.
약 200개 이상으로 구성된 인체의 뼈를 대체하기 위한 인공뼈 기술도 꾸준히 개발되어 왔는데, 관절염 환자 등을 위해 무릎연골 등을 대체하는 인공관절 시술은 일반화 된 지 오래이다.
이들 인공뼈, 관절, 연골의 재료로 쓰이는 고분자재료 및 바이오세라믹스 재료 등은 녹이 슬지 않고 인체와의 융합성이 매우 좋아서, 이식 후에 뼈의 성장을 촉진시킬 뿐 아니라 혈관과 골수까지 자연스럽게 붙어 자라면서 마치 본래의 뼈와 거의 다름없게 될 정도이다.
ㅣ조직공학과 줄기세포
여러 재료로 만든 인공장기들이 인체에 이식되어 이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간이나 췌장과 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하는 장기나 피부 등은 기존의 방법으로는 만들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조직공학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응용하여 기능성 장기들을 만드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데, 장기 및 인체의 조직을 이루는 세포들을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배양하여 각종 조직과 장기를 형성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인공장기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약 10여년 전부터 국내 신문, 방송 등에서 사람의 귀나 코의 모양을 등에 단 쥐가 간혹 소개된 적이 있는데, 이 역시 조직공학의 한 방법을 이용한 것으로서 쥐의 등에 사람의 조직을 접목시켜 만든 것이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맞춤형 인공장기’를 배양하는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간이나 심장, 기관지 등에 적용하고 일부는 이미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즉 시신의 장기 등에서 건축물의 ‘비계’처럼 배양할 장기의 틀을 먼저 형성하고, 거기에 환자의 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2008년 스페인에서 장기제공자의 시신에서 기관지를 추출하여 비계를 형성하고, 거기에 환자의 세포를 배양한 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시킨 바 있다.
덕분에 결핵으로 기관지가 망가져 숨도 못쉬던 환자는 새 기관지를 얻었을 뿐 아니라, 일반 장기이식수술의 큰 부작용인 거부반응도 전혀 없이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최근 국내외에서는 커다란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여겨지는 배아 줄기세포(Stem Cell)에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다.
황우석 씨의 논문조작 사건으로 한때 큰 파문이 일기도 했지만, 배아 줄기세포의 이용이 장차 현실화된다면 인공장기뿐만 아니라 의학, 생명공학의 여러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배아 줄기세포란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여 수정란이 만들어진 후 5-6일 후에 나타나는 세포들로서, 유전자의 기능부분이 정해지지 않아 온갖 세포로 바뀔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세포로서 일명 만능세포라고도 불린다.
즉 뼈세포로 분화될 수도 있고, 심장세포, 간세포 등의 각종 장기세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장기공장’을 만드는 일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문제에는 하나의 생명을 함부로 조작한다는 윤리적인 비판이 적지 않게 일고 있어서 그 활용범위를 놓고 국내외에서도 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배아 줄기세포가 아닌, 다 자란 장기·조직에서 추출되는 줄기세포에도 새로운 분화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분화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이들 ‘성체 줄기세포’를 배아 줄기세포 대신 활용하는 연구가 진전되면서 일부는 임상실험 및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배아 줄기세포건 성체줄기세포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등 아직까지는 안전성이 확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초인 지난 2014년 1월말, 일본의 젊은 여성 과학자가 ‘제3의 만능세포'라 불리는 ‘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 세포'를 개발했다고 발표하여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기존의 생물학 상식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된 그녀의 연구는 저명학술지인 ‘네이처’에 실렸고, 쥐를 대상으로 실험하여 기존 줄기세포에 비해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암 발생 우려도 적은 것으로 언급되었다.
그러나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등 앞으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