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Tech - 의료용 로봇의 현황과 전망
1985년 산업용 로봇인 PUMA560을 뇌수술에 사용하면서 의료용 로봇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의료현장에서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와 제품들이 소개됐다.
특히 2000년 수술로봇으로서 세계 최초로 FDA(미국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da Vinci 수술 시스템(Intuitive Surgical Inc., 미국)은 본격적인 로봇수술 시대를 열며 로봇수술의 대중화와 관련 기술의 발전을 촉진시켰다.
현재는 수술뿐만 아니라 진단, 치료, 재활 및 간호보조 등을 포함하는 의료 전반에 걸쳐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의료용 로봇의 개념과 종류
지능형로봇표준포럼 의료로봇분과위원회는 의료로봇을 ‘의료기기로 사용하기 위한 로봇 또는 로봇장치(Robot or a Robotic Device Intended to be Used as a Medical Device)’로 정의하고 그 종류를 크게 수술로봇, 수술시뮬레이터, 재활로봇, 기타 의료로봇으로 나누고 있다(< 표 1 > 참고).
수술로봇은 수술과정의 전체 혹은 일부를 의사 대신 또는 의사와 함께 하는 로봇이다.
내시경을 통해 체내를 보면서 의사가 마스터 장치(Master Device)를 움직여 슬레이브 로봇(Slave Robot)에 장착하여 체내에 삽입한 다양한 수술도구를 조작함으로써 수술 동작을 수행하는 ‘마스터-슬레이브 수술로봇 시스템’(예: da Vinci)과 수술 전 환자의 영상 및 진단정보를 이용해 환자에게 적합한 수술계획을 세우고 수술절차를 진행하는 ‘영상유도 수술시스템’(예: ROBODOC, 큐렉소㈜, 한국)이 대표적이다.
수술보조로봇은 의사의 명령에 따라 수술을 보조하거나 영상 가이드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그 종류로는 내비게이션 보조로봇, 미세자세 조종로봇, 의사 도우미 로봇 등이 있다.
수술시뮬레이터는 수술에 대한 숙련도를 높이고, 수술계획을 세우거나 사전 검증을 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등을 이용해 모델링 된 가상의 환자 영상과 수술도구의 영상으로 구성된 수술연습용 로봇으로서 햅틱 기능이 추가되기도 한다.
재활로봇은 장애자나 노년층의 독립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로봇이다.
인간의 팔이나 다리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인간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재활 운동용과 인간의 신경 신호를 이용해 팔이나 손을 움직이는 로봇 등이 있으며, 아직 기업체보다는 대학을 중심으로 기초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용 로봇의 필요성
최근 생명연장과 질병치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어,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와 함께 의료용 로봇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IT, 기계기술 등 첨단기술의 융합체로서 정밀하고 안정적인 제어가 가능하다는 로봇의 특징으로부터 의료용 로봇의 필요성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기존에 불가능했던 수술을 가능하게 해준다.
정교하고 안정된 동작을 수행하는 로봇의 장점을 이용하여 의사의 손기술에 의존하던 기존 수술방식으로는 접근하고 다루기 어려웠던 대상에 대해 로봇으로 구동되는 수술도구를 조작함으로써 불가능했던 수술이 가능하게 된다.
둘째로는 보다 정확한 시술이 가능하다.
진단영상과 로봇 간 좌표계 정합을 통한 수술계획과 로봇의 모션계획으로 로봇을 대상부위에 안전하고 정확하게 위치시키고 필요한 동작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셋째로는 방사선 피폭환경에서 의사를 대신함으로써 의사들의 부담을 덜어주며 각종 진단정보를 활용하여 의사의 숙련도에 의존하지 않은 안정된 시술이 가능하게 된다.
넷째로, 재활치료에 있어서 환자의 의지를 반영하여 보다 능동적으로 로봇장치를 구동함으로써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의료진 문제를 해결하고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 환자를 매개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의료용 로봇 개발의 특징
의료용 로봇은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특수성을 반영하여 개발된다.
그 중 개발 초기단계부터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유효성, 안전성, 신뢰성이고 그 외에도 적합성과 멸균성 등을 고려하여 개발된다.
1) 유효성
로봇을 이용한 새로운 수술기법 및 절차는 기존의 수술방법에 비해 유효해야 한다.
수술의 성공률이 향상되거나, 치료 효과가 우수하거나, 수술시간이 단축되거나, 의료진의 방사선 피폭량을 저감할 수 있는 등의 의학적 효과가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한다.
이러한 유효성은 의료로봇 개발에 있어서 개발 전략수립 단계부터 제품화가 달성된 시점, 그리고 그 이후에도 다양한 의료진과 병원의 요구를 철저히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2) 안전성
의료용 로봇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제품인 만큼, 적용되는 규격과 인허가에 필요한 국제적 요건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사람의 접근이 어느 정도 통제된 공간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의료용 로봇은 사람과 공간을 공유하며 다양한 환경에서의 사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위험상황에 대한 대책이 수립된 플랫폼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3) 신뢰성
의료용 로봇은 사용되는 환경에서 임상적, 공학적으로 요구되는 동작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기능 및 성능의 저하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요소에 대한 기능 및 성능시험, 그리고 임상시험을 통하여 제품에 대한 신뢰성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부품의 사용횟수와 시간을 규정하여 기능 및 성능 저하가 시작되는 시점 이전에 관련 부품 및 모듈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의료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의료용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해부학적 지식과 임상경험을 보유한 의료진과 로봇 개발기술을 가진 개발자 간의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동일한 개발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한 협조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의료용 로봇의 핵심기술
의료용 로봇의 핵심기술은 크게 로봇의 설계 및 평가 기술, 로봇 및 통합시스템 제어기술, 센서 응용 및 의료영상 처리기술, 시뮬레이터의 제작 및 운용기술과 인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계획 기술, 인허가 획득 기술 등이 있다.
여기서, 메커니즘 설계기술, 제어 및 운용기술 등의 의료용 로봇 전반에 걸친 공통기반기술과 제품별로 특화된 제품특화기술로 구분하여 각각의 세부기술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로봇 메커니즘 설계기술
다자유도 구조의 슬레이브 로봇을 마스터 장치로 편리하게 조정할 수 있는 마스터 장치 메커니즘 설계기술, 하중분석을 통한 로봇 구동부 액츄에이터 선정 및 조인트부 설계 기술, 로봇의 관절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인 감속기 최적설계와 관련하여 요구 수명을 만족하는 베어링 사양 설계기술, 치형 설계기술, 소형화 기술, 진동저감 기술 등이 요구된다.
2) 제어 및 운용기술
의사가 로봇을 손으로 교시할 때에 의사의 손과 로봇간의 접촉력을 실시간 계산하여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로봇을 구동하는 수동가이드 기술, 의사의 조작 편의성을 고려한 로봇-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 의료환경에 적합한 센서 선정 및 장착부 메카니즘 설계기술, 마스터 장치를 이용하여 슬레이브 로봇을 직관적으로 구동시키기 위한 매칭 기술 등이 요구된다.
3) 시뮬레이션기술
생체의 기관, 조직 등을 실제와 비슷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강성과 재질 등을 고려하여 모델링하는 기술, 실제 수술실의 배치나 밝기 등 환경을 재현할 수 있도록 분석하고 모델링하는 기술, 가상공간에서 환부나 조직모델에 접촉하거나 힘을 가할 때 모델이 어떻게 변형, 거동할 것인지를 계산하고 예측하는 햅틱 렌더링 기술 등이 요구된다.
4) 수술용 로봇 관련 기술
수술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환자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로봇의 컴팩트 설계기술, 직관적인 조작과 사용자 편의성을 갖춘 고수준의 조작성 및 강성고려 최적설계 기술, 의사와 환자의 안전을 고려한 로봇의 제어기술, 다양한 수술동작을 구현하기 위한 수술도구 설계기술, 수술계획 기술, 방사선 시술 환경에 적합한 재료의 선정 및 가공 기술 등이 요구된다.
5) 의료용 내비게이션기술
3차원 위치계측 시스템을 이용하여 수술 도구와 환자의 3차원 위치 및 자세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 수술계획단계에서 취득한 진단영상과 수술 직전에 취득한 진단영상간의 영상정합 기술, 수술도구를 환자의 환부에 도달시키기 위해 환자의 환부위치 및 자세를 수술도구의 기준좌표계로 정의하는 공간정합 기술, 진단 영상(X-ray, CT, MRI 등)으로부터 얻어진 의료 영상의 노이즈 제거, 신체 내부 기관의 추출(Segmentation), 화질 향상 등의 영상 처리 기술 및 단면 이미지로부터 3차원 영상으로 가시화하는 기술 등이 요구된다.
6) 재활 및 기타 의료로봇 관련 기술
정상적인 보행운동을 유도하기 위하여, 보행운동의 패턴, 관절의 움직임 등을 분석하는 기술, 신체의 일부가 마비된 환자를 위하여 정상적인 움직임을 기구로 재현해 주는 기술, 다양한 신체특성을 가진 환자들 개개인에게 빠른 시간에 맞춤형으로 세팅을 해 주는 기술, 환자의 자세를 분석하여 치료경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기술, 생체신호를 기반으로 치료경과를 점검하거나 능동적으로 로봇관절을 구동하기 위한 생체신호 인터페이스 기술, 이동형 보조로봇을 위한 휴먼-머신 인터페이스 기술, 주행경로계획기술 및 모션플래닝 기술 등이 요구된다.
세계 시장 전망과 우리나라 개발 현황
글로벌 성장컨설팅 기업인 Frost & Sullivan(2012)은 지난 10여 년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이던 수술로봇과 재활기기를 포함하는 건강, 웰빙 등의 주제가 향후에도 메가 트렌드로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건강관리에 지출하는 비용이 2010년대 중반에 GDP의 15%에서 2050년경에는 20~30%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글로벌 의료전문 정보업체인 Espicom(2012)은 2011년 의료용 로봇을 포함하여 세계 의료기기 시장규모를 약 2,988억 달러로 추정하며, 선진국의 고령사회 도래, 웰빙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확산, 중국, 인도 등 후발 공업국의 급성장에 따른 의료서비스 수요증가를 주요 동력으로 연평균 6.4% 성장하여 2017년에 4,34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용 로봇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시장 진입단계에 있으나 선진국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보조하거나 간호사를 대체하는 로봇, 비숙련의를 위한 수술연습용 로봇, 장애자나 노년층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재활로봇에 대한 연구와 상용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학계가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점차 상용화 개발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국내 의료용 로봇 개발의 대표적인 사례는 < 표 2 >과 같다.
현대중공업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 개발경험을 기반으로 서울아산병원과의 공동연구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ROBODOC 국산화 개발에 성공하였고, 현재 다양한 의료용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컴퍼니는 da VinciⓇ 수술시스템과 유사한 복강경 수술로봇 시스템을 개발하고, 현재 임상시험을 준비 중에 있다.
피앤에스미캐닉스는 보행 재활훈련 로봇인 스위스 Hocoma사의 Lokomat을 국산화한 ‘Walkbot’을 개발했다.
헥사시스템은 상지, 하지 착용형 재활로봇을 개발했고, NT리서치는 수술용 로봇과 의료용 무인이송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의료용 로봇이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요구와, 정교하고 안정된 동작 및 방사선 피폭저감을 바라는 의료진의 요구로 크게 주목 받으며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기반으로 국내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다양한 분야의 의료로봇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의료로봇을 포함한 의료기기 육성방안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의료용 로봇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고, 엄격한 인증 및 허가절차를 거치며 상당수의 임상시험을 통과해 그 유효성이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비로소 제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므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의료용 로봇의 개발에 필요한 요소기술 확보에 보다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의료용 로봇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미래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기존 산업기술과 의료기술이 융합된 요소기술 확보를 위해 의·학·산간의 긴밀한 협조체계의 구축과 더욱 강화된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