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특별기획 - DARPA의 주요 특성과 성과 그리고 K-ARPA 구축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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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현재의 우리나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과 이에 기반한 경제의 재도약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기술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추격형(Catch-Up)혁신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여 선도형(Lead-Up)혁신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선도형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 조직, 기관 및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제안하는 K-ARPA(Korea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는 미국 DARPA를 벤치마킹하여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DARPA와 같은 혁신적인 연구개발 시스템을 보유할 시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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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PA의 도입 배경 및 발전 과정

(구)소련은 1957년 Sputnik 1호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게 된다.

이는 인류 최초의 우주발사 성공이었으며 (구)소련이 미국을 제치고 우주경쟁의 선두에 서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희대의 사건이었다.

미국이 받은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구)소련이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경악했다.

즉, 우주전쟁의 가능성과 미국의 취약성에 충격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서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은 MIT 대학 총장이었던 제임스 킬리안(James Killian)박사를 대통령 과학기술 보좌관으로 영입하고, (구)소련과의 우주 및 국방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수립에 착수했다.
 
1958년 킬리안 박사는 가장 먼저 우주 및 국방 과학기술개발을 전담할 핵심기관을 설립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와 ARPA(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NASA는 1915년에 설립된 NACA(National Advisory Committee for Aeronautics)를 개편하여 대통령의 직속기관으로 설립되었다.

주요 임무는 비군사적 우주개발 및 종합적인 우주계획의 추진과 관할이다.

국방부 행정명령 ‘5105.15호’에 의해 국방부 산하 기관으로 설립된 ARPA는, 국방장관의 지휘 하에 국방과 관련된 기술개발의 방향을 모색하고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는 임무를 부여받게 된 것이다.

1958년에 설립된 ARPA는 세 차례에 걸쳐 이름이 변경되는데, 1972년 국방부장관실 직속의 별도기관으로 개편되면서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로 개명되었다.

즉, 국방 과학기술개발의 핵심 기관으로서 보다 특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93년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면서 또 다시 명칭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취임 이후 클린턴 대통령은 ‘Technology for America's Economic Growth : A New Direction to Build Economic Strength’ 구상을 발표하고 과학기술 기반의 국가경제성장 추진을 천명하게 된다.

이와 같은 취지에 따라서 민군겸용기술(Dual-Use Technology)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Defense’를 떼어 내고 다시 ARPA로 명칭을 바꾸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의회는 1996년에 입법 ‘104-106’에 의거하여 명칭을 다시 ‘DARPA’로 환원하게 된다.

이상과 같은 DARPA의 명칭변화는 시대적 환경변화가 요구한 임무와 역할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DARPA의 주요 성과

1958년에 설립된 이후 DARPA는 국방과 관련된 일련의 연구개발 활동에서 탁월한 기술적 성과를 창출해 왔으며, 이와 같은 기술적 성과는 민간부문의 기술혁신 과정과 접목되어 경제사회적 변화의 핵심 동인으로 작용해 왔다.

다음의 < 표 1 >은 우수한 성과를 창출한 DARPA 프로그램과, 기술적 성과를 활용한 사업화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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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PA의 기술적 성과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ARPA-NET이 될 것이다.

(구)소련의 Sputnik 발사 이후 미국 국방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핵공격에 의한 군사 통신시설의 파괴와 통신망의 마비였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ARPA는 어떠한 군사적 공격에도 생존할 수 있는 컴퓨터 네트워크인 ARPA-NET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이 ARPA-NET은 NSF-NET으로 진화했고 궁극적으로 인터넷으로 발전하게 된다.

다음으로 대중화된 기술은 위성항법장치(GPS, Global Positioning System) 기술일 것이다.
 
DARPA가 개발한 이 기술 역시 처음에는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되고 활용되었는데, 1983년 (구)소련 영공에서 KAL 여객기가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레이건(Reagan) 당시 대통령이 민간으로의 이전을 승인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차량용 내비게이션(Navigation)과 스마트폰(Smart Phone)의 지도 및 길찾기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구글 지도(Google Maps) 역시 이 기술을 활용하여 있다고 볼 수 있다.

IT(Information Technology)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최신 성과 중 하나는 아마도 시리(Siri) 기술일 것이다.
 
스마트폰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아이폰(iPhone)의 음성인식기술로서 유명한데, 본래는 군사 작전 수행 중에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지능기술 용도로 DARPA에 의해 개발되었다.

2010년에 애플에 인수되었으며 iPhone 4S 이상의 기기에 장착되어 실용화되고 있다.

한편 DARPA의 기술적 성과 중 상당수는 의료 및 보건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사례는 < 그림 1 >에 나와 있는 RE-NET(Reliable Neural-Interface Technology)와 인공혈액(Artificial Blood) 그리고 원격제어 수술로봇 다빈치 개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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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개발 활동은 군사작전 수행 중 부상을 당한 군인들에게 조속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상 이후의 재활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RE-NET 프로젝트는 인체에 해롭지 않으면서 반영구적인 센서의 개발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센서를 인체에 투입하여, 정상인이 근육을 작동시키는 신경신호 작용과 동일한 신경신호를 의족 및 의수에 전달하고 피드백을 통해 감각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편, 인공혈액은 2010년 개발에 성공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에 의하면 2013년 인체실험을 거쳐 2018년 상용화 예정이라고 한다.01

다빈치 로봇 프로젝트는 전투 현장에서의 치료 및 수술용 로봇 개발을 목적으로 하며, 정보통신(ICT) 및 뇌과학 등을 활용하여 현장에 위치하지 않은 의료진이 로봇을 통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DARPA의 성공요인 - 미션, 조직, 인력 및 연구개발 특성

DARPA가 앞에서 열거한 기술적 성과와 성공적인 사업화 모델을 창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DARPA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미션, 조직 및 인력 운영 그리고 연구개발 활동이 존재하고 있다.

DARPA의 미션은 기본적으로 미래의 기술수요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데 있다.

즉, 이미 알려져 있는 기술수요나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또한 DARPA는 최고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활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우수 신진 연구자를 연구개발 활동에 적극 참여시키는 동시에, 기초연구와 민군겸용기술개발 간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가교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같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DARPA는 다음의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해 조직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해 왔다.

소규모의 유연성 있는 조직(Small and Flexible), 계층관료제를 거부하는 평면조직(Flat Organization), 실질적인 자치권과 관료적 장애로부터의 자유(Substantial Autonomy and Freedom from Bureaucratic Impediments)가 그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기초하여 DARPA는 단 3단계의 조직구조를 갖는다.

조직의 전체 운영을 책임지는 ‘Director’와
‘Deputy Director’가 최상층에 위치하고, 6개 연구분야별 Office를 책임지는 6명의
‘Senior Technical Manager’들이 중간층에 위치하며, 연구개발 활동의 일선에는 다수의 ‘Program Manger(PM)’들이 존재한다.

즉, 최고 경영자와 연구자 사이에 단 하나의 관리층만 존재하는 것이다.

DARPA는 간결한 평면조직을 통해 관료제도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으며, 신축적 의사결정과 새로운 수요 및 혁신적 아이디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다.

DARPA의 Director와 Deputy Director는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과 협력하여 조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정부와 민간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조직 내부에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Director와 Deputy Director는 다양한 외부조직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여 왔다.

국방부, 육군 · 해군 · 공군 · 해병대, 백악관, 의회, 정부 부처들 및 유관기관, 학계 및 민간 기업들이 모두 DARPA의 협력대상이었다.

Senior Technical Manager들은 최고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Program Manager로 영입하고 이들로 하여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도록 유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Program Manager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고의 과학자 그리고 엔지니어 중에서 선발되는 Program Manager들은 그야말로 DARPA 연구개발 활동의 핵심적 주체이다.

Program Manager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도출해야만 한다.

첫째, 연구의 주제는 반드시 고위험 · 고수익
(High Risk & High Return)이어야 한다.

즉, 불확실성과 실패의 확률이 높지만 성공했을 경우 그 파급효과가 큰 연구주제를 제안해야 한다.

둘째, 연구는 반드시 혁신적 아이디어에 기반해야 한다.

DARPA는 통상적 기술개발을 추구하지 않으며 근본적인 개념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와해성(Disruptive) 및 돌파형(Breakthrough) 기술개발을 추구한다.

셋째, 연구는 반드시 가교기술(Bridge Technology) 개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즉, 기초연구와 단기적 개발수요 간 간극을 메워줄 수 있어야 한다.

Program Manager는 자신이 제안한 연구주제가 이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을 동료 Program Manager와 Senior Technical Manager 그리고 Director 및 Deputy Director에게 증명해야 한다.

증명할 수 없다면 연구 주제로 선정될 수 없다.

이와 같은 과정을 DARPA에서는 ‘Trust But Verify’라로 부른다.

즉, 최고의 연구자를 PM으로 선정하고 그의 아이디어를 신뢰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연구 주제로서 적합한지는 PM 스스로가 증명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연구 주제가 선정되면 PM은 자신이 제안한 연구 프로젝트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연구자를 선발하게 된다.

공공연구기관, 대학 및 기업 연구기관의 연구자 중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자를 선정하게 된다.

즉, DARPA는 직접 연구를 수행하지 않으며 연구 시설과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모든 프로젝트는 외부의 연구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PM은 연구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를 관리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것이 다른 연구기관 및 연구 관리기관과 차별되는 DARPA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또한 DARPA의 모든 프로젝트는 3~5년 단위로 구성되고 진행된다.

이는 PM의 임기와 그 궤적을 함께 한다.

즉, DARPA의 Program Manager 역시 공공연구기관, 대학 또는 기업 연구소에서 초빙되며 그 임기는 3~5년이다.
 
계약이 종료되면 모든 연구책임자(PM)는 소속기관으로 복귀하게 된다.

이는 끊임없이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한 DARPA의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DARPA는 PM으로부터 최고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지원인력(Staff)들을 제공한다.

각 PM에는 최소 2명에서 최대 5명 이상의 인력들이 지원되는데, 반드시 한 명의 행정 스태프가 존재한다.

행정 스태프는 모든 행정 및 예산 업무를 처리하고 복수의 기술 스태프는 연구의 관리 및 평가를 지원한다.


K-ARPA 구축의 필요성

2013년 현재의 우리나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과 이에 기반한 경제의 재도약이 필요하다.

일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 함정에 빠져 있으며 정보통신(ICT) 산업을 뒤이을 신성장동력 산업은 아직까지 출현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기술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추격형(Catch-Up)혁신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여 선도형(Lead-Up)혁신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과학기술 및 산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의 연구개발 및 기술혁신이 기존의 추격형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선도형 혁신의 기본은 도전과 모험이다.
 
더 이상 선진국들의 궤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패를 감수하고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선도형 혁신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연구자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다.

연구개발의 성공률은 90%를 상회하지만 사업화의 비율은 20%에 그치고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 사업에서 도출된 특허 중에서 실제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한 특허는 전체의 1.3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02

이와 같은 연구자들의 성향은 연구개발 시스템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연구자 및 연구기관에 대한 평가가 성공률에 기반하는 이상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연구를 과감히 시도할 연구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제는 미사여구 또는 선전문구로서의 선도형 혁신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선도형 혁신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선도형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 조직, 기관 및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DARPA 모형을 벤치마킹하고 그 특성을 잘 살려 (가칭) K-ARPA(Korea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구축을 제안하고자 한다.

DARPA의 기술적 혁신과 시장성과 창출의 근본이 되었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연구 환경 그리고 최고의 과학자를 영입하여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운영해 온 조직 및 인재경영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중진국과 선진국의 기로에서 그리고 선도형 혁신의 출발지점에서 이제는 우리도 DARPA와 같은 혁신적인 연구개발 시스템을 보유할 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본 원고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2013년도 기본과제 ‘창의적 연구개발을 위한 K-ARPA 시스템 구축방안’의 주요 내용을 발췌 및 수정하여 구성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01 영국 데일리메일(Dailymail) 2010.07.10 보도-국민일보 2010년 7월 11일 보도

02 한국경제 ‘스트롱 코리아’ 기획기사(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