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특별기획 - 한국형 ARPA 구축의 주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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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ARPA(가칭, K-ARPA)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성공한 모델의 겉모습만 벤치마킹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본고에서는 한국형 ARPA를 구축하기 위해 고려되어야 할 ARPA 모델의 숨겨진 성공요인을 살펴보고, 이러한 성공요인들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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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최근 한국형 ARPA, 즉, (가칭) K-ARPA(Korea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의 도입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는 ‘창조경제’의 기치 아래 추격형(Catching-Up) 혁신 패러다임에서 선도형(Leading-Up) 혁신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에게 ARPA 모형이 가장 적절하고 꼭 필요한 연구개발 모형이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ARPA 모형을 한국적 현실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미 잘 알려진 외형적 특징들만이 아닌 숨겨진 성공요인들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외형적 특징들이 필요조건이라면 숨겨진 요인들은 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필자가 DARPA 및 그 후예들(ARPA-E, I-ARPA, HS-ARPA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많은 전문가들과의 심도 있는 인터뷰와 폭넓은 문헌조사에 기초하여 ARPA 모형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필요/충분 요인들을 여섯 가지 측면에서 정리했다.

그리고 이러한 필요/충분 요인들을 한국적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K-ARPA의 개략적인 모습과 성공적인 추진방안을 모색한다.


명확한 임무

ARPA 모형 성공의 핵심은 명확한 임무 및 연구 초점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ARPA의 임무는 기초연구와 각 초점 분야에서의 혁신 수요 간의 간극을 메워주는 가교적(Bridging The Gap) 역할에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단순한 가교 역할이 아니라 기초연구로부터 도출된 과학적 개념을 기술적으로 증명(Proof-of-Concept)하는 역할에 집중하여 와해적(Disruptive), 파괴적(Breakthrough), 전환적(Transformative) 혁신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고위험-고성과(High-Risk, High-Payoff)’ 연구만을 지향한다.

이러한 임무와 초점은 필연적으로 중장기적으로 다세대 기술(Multi-Generation Technologies)과 상호보완 기술의 전략적 융합
(Strategically Complimentary)을 지향하게 하였다.

이와 같은 ARPA 모형의 임무와 초점은 바로 ‘창조경제’가 추구하는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기반으로 한 선도형 혁신전략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ARPA 모형이 추구하고 있는 임무와 연구개발 초점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도 그동안 기초/원천 연구를 위해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 국가 R&D 기획단, 국책연구사업, IBS, 성실실패제도 등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는 데 있다.

그 원인은 이러한 노력들이 기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틀 속에서 수행되고 있다는 근본적인 한계에서 기인한다.

초점의 변화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 인사, 운영 등 전반적인 체계의 변화를 동반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K-ARPA는 기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체계에서 완전히 독립된 체계로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분야에 먼저 도입되어야 할 것인가? ‘창조경제’가 추구하고 있는 중점 분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적 어젠다로는 민군기술협력 분야가, 사회적 어젠다로는 재난재해 방지 분야가 K-ARPA가 우선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분야일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최근 그 잠재 성장률이 급증하고 있는 우주, 해양 및 극지 분야를 포괄하는 ‘청색경제’ 분야가 적합한 영역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중점 분야들은 ARPA 모델이 지향하고 있는 ‘다세대 혁신’ 및 ‘보완적 혁신’을 가장 적절히 추구할 수 있는 분야로 분석된다.

많은 재난/재해 방지 기술들은 국방기술에 크게 응용될 수 있으며, 우주, 해양 및 극지 분야 기술들은 재난/재해 및 국방기술로 쉽게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분야 기술들은 이제 생성 초기에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다세대 혁신’으로 초점을 두기에 가장 적합하다 할 것이다.


최고의 인재

ARPA 모형의 두 번째 성공요인은 최고의 인재의 확보에 있다.

ARPA 모형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PM)들은 실질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 PM들은 통상 3~5년의 임기를 채우고 본래 조직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지속적인 유입을 보장하는 장치가 된다.

최고 수준의 PM을 영입하기 위해 ARPA 모형은 정해진 공모 절차를 없애고, Director 및 Office Director에게 PM 선발의 전권을 위임하고 있다.

이는 최고만이 최고를 알아본다는 신뢰에서 비롯되어 채택된 제도이지만 이면에는 철저한 검증 절차가 바탕이 되고 있다.

즉, PM 선정은 통상 수개월에 걸친 철저한 심사와 개별 인터뷰를 통해 잠재적 PM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적 개념을 가지고 있는가, 임기동안 수행할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있는가 등을 검증하게 된다.

PM은 기존 조직에 비해 조금 나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받게 되지만, 이들에게 가장 큰 유인책은 ARPA의 PM으로 선발되었다는 자체가 큰 명예로 간주된다는 점이다.

ARPA의 PM이라는 타이틀은 그 분야 최고라는 증명서나 다름없고 미국의 모든 과학자들이 꿈꾸는 명예로운 직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명예로운 직책에서 비교할 수 없이 풍부한 연구자금을 유연하고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는 분위기는 최고의 연구자에게는 최고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K-ARPA에서도 최고의 PM을 영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ARPA에서와 같이 명예로운 직위로 인정받게 되고 더욱 우수한 인재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K-ARPA의 설립 초기에는 파격적인 연봉 및 풍부한 연구자금 등 우리 실정에 맞는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고, 과학기술자의 노동 이동성(Mobility)이 경직된 상황에서는 순환고용제를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3~4명의 전문 지원 인력을 보장하여 지나친 행정/기술적 업무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도 큰 유인책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PM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여 그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급하게 성과를 재촉하는 사회문화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PM과 더불어 ARPA의 핵심 인력은 Director 및 Office Director (OD)들이다.

이들은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이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PM의 조력자로서 역할을 한다.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재정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획득하고, 다양한 외풍을 막으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얻어 임명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K-ARPA의 Director는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임명권자와 수시로 논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미래예측, 기획, 조직관리, 사업화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 그룹을 구성하여 조력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KIST, POSCO 등의 신화를 이룩한 전례에 비추어 강력한 사회/정치적 지지를 장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평면 조직

ARPA 모형의 세 번째 성공요인은 자체 연구기능(In-House Research)을 가지지 않는 가볍고(Slim) 평평한(Flat) 조직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DARPA의 경우 Director-OD-PM의 3계층 조직으로 구성된다.
 
다만 각 PM당 4~5명의 기술적/행정적 전문지원인력을 인력공급회사를 통해 지원한다.

이러한 구조는 관료제적 폐해를 최소화 하고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기존 연구개발 조직들이 안고 있는 형식적 조직 문화를 지양하고 PM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경우 신속히 결정하고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실무적 관료제(Street-Level Bureacracy)’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우리의 상황에 견주어 보면 기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제 규제에서 자유로운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앞서 제안한 바와 같이 K-ARPA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외 조직으로 구축하고, 초기에는 Director-PM 의 단순한 구조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K-ARPA는 자체 연구시설(In-House Research Facilities)을 가지지 않고, 거의 모든 조직원이 계약직으로 구성되는 최대 250명(PM 50명에 지원 인력 200명)을 넘지 않는 규모가 적절할 것이다.

자체 연구시설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사무실 임대비 정도의 초기 비용만 필요할 것이고, 지원 인력은 전문 인력 공급회사를 통한 계약고용을 원칙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기술적 지원인력은 박사후 연구원을 활용하는 ‘Fellow Program’의 추진도 가능할 것이다.


유연한 운영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있다해도 조직의 성공은 많은 경우 실질적으로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달려있다.

이러한 점에서 ARPA 모형의 운영은 매우 독특하고 많은 숨겨진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ARPA 모형은 자체(In-House) 연구기능 및 시설을 보유하지 않고 모든 연구 프로젝트는 관련 연구에 가장 경쟁력 있는 대학, 연구소, 기업들에게 외주를 주는 실질적인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하고 있다.
 
PM들은 연구실 안에서의 연구에 매몰되지 않고 고위험-고성과, 도전적 연구의 기획에만 집중하고, 연구 자체는 사회 전반에 산재해 있는 최고의 연구 역량, 시설 및 인재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연구 역량을 단기간에 신속하게 동원하기 위해 연구비는 매우 풍부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PM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PM의 판단에 따라 단독 수의 계약 혹은 경쟁방식으로 진행되고, 해당분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 단독 수의 계약이 가능하고, PM은 계속 진행, 연장 및 중단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PM의 전적인 독립성과 자율성은 통상적인 평가(Evaluation)가 아닌 ‘신뢰와 검증(Trust but Verify)’의 과정을 통해 확보된다.

즉, ARPA 모형에서는 평가위원이 판단을 하는(Voting 권한을 가진) 선정 및 사후 평가를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대신, PM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프로젝트에 대해 Director 및 동료를 철저하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조언을 실질적으로 획득하고 이를 반영하여 프로젝트를 개선해 나간다.

위와 같은 신뢰에 기초한 검증 시스템은 우리의 연구개발 문화에서 매우 도전적인 과제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한 운영은 ARPA 모형의 핵심이기 때문에 반듯이 도입되어야 할 부분이다.

도입 초기 Director 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요구하는 통상적인 평가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국회로부터 Grant 방식의 불특정 예산(Earmark Free)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이월 예산을 용인하고 이월에 따른 예산 삭감이 없도록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PM은 ‘비전 제공자(Vision Provider)’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고, 프로젝트의 통합 및 종료가 언제든 가능해 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K-ARPA가 근본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을 추구하기 때문에, 실패를 폭넓게 용인하고 수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여야 한다.

다만 부정행위 및 도덕적 해이 등을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회계감사는 필요로 할 것이다.


우호적 대외관계

ARPA 모형의 성공에는 ARPA 조직의 독립성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ARPA의 독립성은 중요한 기술적 고비마다 직면하게 되는 관련 조직들의 반발 또는 저항에 굴하지 않고 파괴적 기술을 선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ARPA가 우호적인 대외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유지하였던 데 기인한다.

DARPA의 경우 DARPA를 에워싼 상위 조직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이들의 리더십을 십분 활용하였다.

이들 상위 리더십을 한편으로는 DARPA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한편으로는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DARPA의 리더들은 사후적 혹은 소극적 대응에 그치지 않고 선도적으로 대응하였다.

ARPA의 우호적 대외관계는 이러한 제도적 관계 형성에 그치지 않고 ARPA 공동체를 구축하는 데까지 확장되고 있다.
 
DARPA의 경우 DARPA PM 혹은 Performer로서의 경력을 가진 연구자들이 자주 소통하고 모임으로써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지만, ARPA-E의 경우에는 설립 초기부터 이러한 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매년 봄 ARPA-E의 지원을 받는 연구자, 잠재적 참가자(Awardees), 사용자(연구소, 대학, 기업 등) 등이 모여 핵심선도 기술을 논의하는 최고회의(Summit)를 개최하여 첨단 에너지 연구 공동체(Community)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은 ARPA 모형의 우호적 대외관계 구축 노력을 벤치마킹하여 K-ARPA는 크게 3가지 그룹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하나는 K-ARPA의 독립성과 자율적인 운영을 위한 지원 그룹으로서, 좁게는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 부처 및 국회의 협조와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노력해야 하며, 넓게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K-ARPA가 수행하는 방향과 초점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K-ARPA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기술적 자원을 공유한 그룹으로서 대학, 출연연 및 기업 연구소에 있는 연구자들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

이들은 잠재적인 Performer 및 다음 PM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해외 한인 과학자를 포함하는 연구 공동체를 형성하고 매년 ‘K-ARPA Summit’ 등을 개최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셋째는 K-ARPA의 수요자 그룹으로서, 이들 그룹은 K-ARPA의 연구 방향과 초점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K-ARPA의 연구 결과를 활용/평가하는 그룹이다.

앞서 제안한 대로 K-ARPA의 중점분야로 민군협력, 재난재해 및 청색경제로 삼는다면 이들 수요그룹은 국방부, 재난방재청, 신산업 기업 등이 될 것이다.

보다 확대한다면 K-ARPA의 기술적 성과를 혁신으로 전환하고 신산업을 형성할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이 될 것이다.


혁신의 실현

숨겨진 ARPA 모형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수요지향적 연구개발 활동’을 통한 ‘혁신의 실현(Implementation)’에서 찾을 수 있다.

ARPA는 ‘기술적 개념의 증명(Proof-of-Concept Technology)’에서 그치고 그 이후는 수요처에서 추가 개발을 하도록 하는 가교적 역할을 지향한다.

ARPA가 생산한 혁신 기술이 생산에서 그친다면 이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K-ARPA는 프로젝트의 기획단계에서 명확하게 이러한 수요에 기반하여 연구의 초점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수요그룹에서 어떠한 과정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지를 선제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는 수요그룹을 명확히 하고 이들과의 연계를 보다 명확히 구축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러한 혁신실현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필요로 하는 사항이다.

휴면특허가 70%에 이르는 등 연구와 혁신의 괴리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문제해결보다는 기술 개발에만 중점을 둔 기존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본적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K-ARPA를 통해 보다 문제해결형 기술 개발과 함께 기술의 사업화 및 시장 창출 메커니즘을 포괄하는 새로운 모형이 필요한 것이다.

K-ARPA는 혁신의 실현을 위해 다음 3가지 채널을 명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첫째는 공공구매(Public Procurement)의 개혁 및 활성화이다.
 
현재 우리는 단일화된 ‘정부조달’ 체계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혁신 수요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다 다양화된 정부조달 방식 및 채널의 구축을 연구해야 한다.

그 초점은 신속성, 지속성 및 유연성의 확대에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시장 창출 매커니즘의 개발이다. 미국의 경우 DARPA가 자극제로 작용하여 벤처기업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중소기업 육성 및 벤처창업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지원제도를 활용하여 K-ARPA 주위에 많은 벤처창업자들이 모일 수 있도록 세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후광효과(Halo Effect)가 일어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기술 이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기존 산업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국방의 경우 국방부의 연구개발 체계를 혁신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민간의 앞선 기술들이 Spin-On 될 수 있는 채널로서 K-ARPA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재난재해 기술들이 사회적 기업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우주항공 기업들이 새로운 영역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명시적인 ‘혁신 실현’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 K-ARPA 건물에는 다양한 수요자들이 연락사무소들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들과 상시적인 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이들을 K-ARPA 공동체에 적극 포함시켜 보다 확대된 공동체 형성을 도모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K-ARPA의 모습 및 추진방안

위와 같은 논의에 바탕해 볼 때, K-ARPA의 개략적인 모습은 다음과 같이 기술될 수 있다.

철저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의 특별 연구기관(혹은 범부처 독립 외청)으로 설립하고, 특별 입법을 통해 기존 연구개발체계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부여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Director 아래 민군협력, 재난재해, 우주항공, 해양극지, 기반연구의 5대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각각의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될 5명의 본부장(Office Director)을 임명하며, 각 본부에는 10명 내외의 PM을 배치하고 각 PM은 3~5명의 전문 지원인력의 기술적/행정적 조력을 받도록 한다.


또한 기획관리본부를 Director의 비계선 조직으로 배치하여 미래예측, 기획관리, 기술사업화, 예산 및 조직 관리 등을 조력하도록 한다.

국가과학자 수준의 최고의 PM들은 공무원 신분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연구 프로젝트 생성 및 수행에 있어서 전권을 가지고 3~4명의 기술적/행정적 지원인력의 조력을 받는다.

상기 조직 구조는 충분히 성숙된 완성된 모습의 K-ARPA를 상정한 것이고, 초기부터 이러한 모습을 지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K-ARPA의 도입은 중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설립-성장-안정’의 3단계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즉, 설립단계에서는 가장 먼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Director를 선임하고 법적근거를 마련하며, 민군협력 및 재난재해의 2개 본부(Office), 10명의 연구책임자(PM) 및 30명의 스태프, 연간 1,500억 원의 예산으로 출범하게 한다.

성장 단계에서는 우주항공, 해양극지, 및 수자원/기반 본부를 추가 설치하고, 사업 예산 3,300억 원으로 30명의 PM 및 150여 명의 스태프 규모로 확대한다.

안정 단계에서는 사업 예산 5,500억 원, PM 50여 명, 250여 명의 스태프의 적정 규모로 안정화시킨다.

예산의 경우 신규예산의 편성보다는 기존 정부연구개발사업의 구조개편을 통해 소요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출처 : 본고는 STEPI 정책연구 보고서(송치웅 외 (2013) 창의적 연구개발을 위한 K-ARPA 시스템 구축방안, 정책연구 보고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서울) 제4장에서의 논의에 기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