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6

특별기획 - 3D 프린팅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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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D 프린팅 관련 핵심 특허권의 만료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힘입어, 저가형 개인용 3D 프린터의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3D 프린팅 산업의 최근 동향과 특성을 살펴보고, 3D 프린팅 산업이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를 여는 혁신적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활성화 전략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논의해 본다.



들어가며

‘쾌속 조형(Rapid Prototyping, RP)’이란 설계 단계의 3차원 모델을 현실적인 모형이나 시제품(Prototype)으로 신속하게 제작하는 기술을 말한다.

미국재료시험협회(ASTM)의 F42 위원회는 이를 ‘적층 가공(Additive Manufacturing, AM)’이라는 산업표준 용어로 분류하고 있지만, 요즈음 우리에게는 ‘3D 프린팅 산업’ 혹은 ‘3D 프린터’ 라는 보다 직관적이고 쉬운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다.

2차원의 용지 인쇄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게
‘3D 프린터’는 그 이름만으로도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터의 기본적인 동작 원리는 아래
< 그림 1 >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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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고분자 물질이나 플라스틱 등의 소재를 3차원 설계도에 맞게 적층해서 제품을 형상화한다.

2D 프린터와 가장 큰 차이점은 잉크 대신 세라믹 분말부터 종이까지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는 점이다.

3D 프린터와 관련된 대표적인 기술로는 ⅰ) 고체수지를 녹여 쌓아 만드는 FDM(Fused Deposition Modeling)01, ⅱ) 광경화성 수지를 레이저로 적층하는 SLA(Stereolithography), ⅲ) 합성수지나 금속 원료를 녹이거나 소결하는 SLS(Selective Laser Sintering), ⅳ) 전자빔으로 금속 파우더를 용해하여 티타늄과 같은 고강도 부품을 제조하는 EBM(Electron Beam Melting) 등이 있다.


3D 프린팅 산업의 최근 동향

3D 프린팅 산업의 활성화 전략을 살펴보기에 앞서, 3D 프린팅 산업의 최근 동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년 이상 이 분야에 관한 산업동향 보고서를 발간해 온 컨설팅 회사 Wohlers Associates의 ‘Wohlers Report 2013’에 따르면, AM 제품 및 서비스에 관한 글로벌 시장의 규모는 2012년 22.04억 달러 수준이며, AM 제품 및 서비스에 관한 글로벌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ompound Annual Growth Rate, CAGR)은 2010년 24.1%, 2011년 29.4%에 이어 2012년에는 28.6%에 달한다고 한다.

‘Wohlers Report 2009’에서 2006 ~ 2008년 동안 CAGR 평균이 13.8%라고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2009년을 기점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후술하겠지만, 2009년은 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하는 FDM 방식의 저가형 3D 프린터에 관한 핵심 특허가 만료되고 이로 인해 보급형 3D 프린터 제품의 가격이 1만 달러 선에서 1천 달러 선까지 떨어지게 된 계기의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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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Wohlers Report 2013은 3D 프린터 시장을 5천 달러 이하의 소위 ‘개인용 3D 프린터’와 5천 달러 이상의 ‘전문가용 혹은 산업용 3D 프린터’ 분야로 양분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양쪽 모두 2009년 이후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먼저 위 < 그림 2 >는 산업용 3D 프린터의 판매 대수를 나타내는데, 2008년까지 총 판매 대수가 5,000여대에 미치지 못하다가 그 이후 판매량이 급증하여 2012년 7,771대 및 CAGR 19.3%를 기록하기에 이른다.

참고로 이 시장은 2013년 6월 기준으로 미국 Stratasys사 및 3D Systems사가 각각 38.9%와 17.5%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출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3D 프린팅 산업동향”).

개인용 3D 프린터 시장의 경우, 2008 ~ 2011년 동안 해마다 346%씩 급성장하였고, 2012년에도 46.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Wohlers Report 2013은 개인용 3D 프린터 시장의 대부분이 2005년 영국의 배스대학교(University of Bath)에서 비상업적으로 시작된 오픈소스 프로젝트 ‘렙랩(RepRap)’에 의한 것이며, 소위 ‘DIY(Do-It-Yourself)족’ 이라 불리는 취미 생활자나 공학도, 교육 기관 등에 주로 판매된 것으로 분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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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국가별 정책 동향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저임금 국가와의 경쟁을 통한 제조업 발전의 핵심 기술로 3D 프린팅 기술을 선정하였으며, 영국이나 독일은 정규 교육과정에 3D 프린팅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거나 공공 연구기관에 3D 프린터를 설치하는 등 관련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3D 프린팅 산업 육성을 위한 ‘3D 프린팅산업 발전전략 포럼’을 발족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으나, 1988년부터 2012년까지 설치된 산업용 AM 시스템의 국가별 누적 설치 비율은 위 < 그림 3 >과 같이 2.3% 수준에 불과하다.

끝으로 이용 분야와 용도에 있어서 3D 프린터는 아직 그 한계를 규정짓기 어려울 정도라고 평가받고 있다.

산업용 디자인의 시제품 개발부터 플라스틱 소비재의 맞춤형 주문 제작, 3D 스캐너를 이용한 단종된 자동차나 항공기의 부품 생산, 인공뼈나 인공관절과 같은 의료 분야, 전자 산업, 패션, 쥬얼리, 제약, 교육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의 ‘팹랩(FAB Lab)02’에서는 iPAD와 같은 태블릿 PC 화면에 그림을 스케치하면 이를 즉석에서 3D 프린터로 뽑아내는 어플리케이션까지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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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의 좌측 도표는 금속에 기반한 AM 시스템 제품의 판매량을 나타내는데, 이용 분야의 다변화에 힘입어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 제품을 생산하는 3D 프린터의 판매 대수가 증가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 그림4 >의 우측 그래프는 3D 프린터의 전체 용도 중 완제품의 부품 생산용으로 직접 사용되는 비중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제 3D 프린터는 단순한 시제품 제작용이나 신기한 교육용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실생활, 특히 부품 등의 제조업 분야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3D 프린팅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

지금까지 살펴본 3D 프린팅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3D 프린팅 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ⅰ) 특허, ⅱ) 오픈소스, 그리고 ⅲ) 도면 저작물의 유통 등 총 3가지 관점에서 다루어보고자 한다.

이 중에서 특허 및 오픈소스는 ‘저렴한 3D 프린터의 보급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하였고, 도면 저작물의 유통에 대해서는 ‘개인용 3D 프린터의 사용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해 보았다.


[활성화 전략 ①]

3D 프린터 관련 핵심특허 분석을 통한
Risk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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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를 제조하는 기술은 발명가 Charles W. Hull 등에 의하여 이미 30년 전에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래된 기술이 일반인들에게 아직도 낯선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Stratasys, 3D Systems와 같은 소수의 기업들이 3차원 물체를 제작하는 장치 및 방법에 관하여 핵심 특허권을 장기간 보유하면서 고가 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 그림5 >는 Stratasys사의 미국 특허공보 중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이 특허는 출원일로부터 20년이 지난 2009년 그 존속기간이 만료되었다.

최근 핵심 특허권의 연이은 소멸을 계기로, 3D 프린터의 대중화가 촉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3D 프린터를 제조하려는 경우에는 제품을 개발 · 출시하 기에 앞서 국내외 선행특허를 조사하고, 핵심 특허권의 국가별 등록현황, 존속기간, 권리자 변동 내역, 특허청구항의 권리범위와 회피설계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함으로써 특허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리스크 관리 외에 적극적인 특허 확보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이나 개인의 창의적인 3D 프린터 관련 아이디어가 조기에 특허심사 · 등록될 수 있도록 ‘산업융합 촉진법’ 등 특허우선심사 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한편, 지자체나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해외출원비용 지원 사업’과 같이 외국에서 저렴하게 특허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활성화 전략 ②]

오픈소스 기반의 3D 프린터 보급 확산과
라이선스 준수


‘Wohlers Report 2012’에 따르면, 개인용 3D 프린터 시장에서 오픈소스 프로젝트 렙랩은 점유율이 60%에 이를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2008년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OS)를 아파치(Apache)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공개한 이후 전세계 모바일 OS 시장의 75%를 차지한 것만 보더라도, 3D 프린팅 분야에서 렙랩 프로젝트의 성장세가 그리 놀랍지만은 않은 것 같다.

3D 프린팅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3D 프린터가 가능한 많이 보급되어야 할 것인바, 국내 개발자들도 무료로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활용함으로써 3D 프린터의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제조 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OSS(Open Source Software) 라이선스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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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렙랩 커뮤니티는 3D 프린터의 구동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대신 이를 개인이나 기업이 개량할 경우 그 개량된 코드 내용을 배포 시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이른바 GPL(General Public License)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그림 6 > 참조).

다시 말해, 오픈소스라도 수취인이 지켜야 할 ‘사용 허가조건’은 엄연히 존재하며, 원 저작자가 저작권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어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이슈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오픈소스를 이용하여 상업용 3D 프린터를 개발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오픈소스에 관한 라이선스 정책(예컨대, GPL 코드 공개)의 준수 가능성부터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필수다.


[활성화 전략 ③]

3D 도면 저작물의 유통 플랫폼 구축


3D 프린팅 산업의 활성화에 있어 저렴한 3D 프린터의 보급만큼중요한 것은 3차원 도면 저작물의 유통 플랫폼을 갖추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3D 프린터는 CAD 도면을 저작권법 테두리에서만 보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현행 특허법상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베이스 자체는 특허 대상이 아니고, 디자인보호법이 물품화되기 이전의 CAD 도면을 보호하는 법률도 아니다.

따라서 3D 프린터용 CAD 파일은 일종의 프로그램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3D 프린터로 출력된 제품에 대해서는 CAD 저작권을 주장하기가 곤란하여 보호 수단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3D 프린팅 산업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저작물의 보호 논의가 도면이 유통 규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오히려 MP3 파일이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건전한 유통 생태계가 정착된 사례를 참조하여, 3D 프린팅 도면 저작물의 거래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구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애플 앱스토어처럼 개성 있고 창의적인 1인 CAD 개발자들의 아이디어가 손쉽게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이 조성되어야 진정한 3D 프린팅 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끝맺으며

핵심 특허권의 만료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힘입어, 개인용 3D 프린터의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3D 프린터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를 여는 도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언젠가 국내에서도 11번가나 Tstore App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CAD 도면을 구매하고 즉석에서 나만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스마트 3D 프린팅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01 미국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Stratasys사는 기계류, 필라멘트형 열가소성 중합체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1991년부터 2012년까지 'FDM'에 대해 다수의 상표 출원을 하였으며, 이들은 현재 미국 특허청에 등록되어 있다. 따라서 ‘FDM' 표장의 상업적 이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02 ‘팹랩(FAB Lab)’은 제작(Fabrication)과 실험실(Laboratory)의 합성어로서,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을 구비해 놓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공 공작소로 이해하면 된다. 올해 초 우리나라에도 팹랩 서울(FAB Lab Seoul)이 설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