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우주 공간에서의 위협과 우주개발 <그래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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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주연의 SF영화 ‘그래비티’는, SF영화로는 드물게 우주 공간에서 벌어진 뜻밖의 재난을 소재로 했다.

지구로부터 600km 상공의 우주 공간에서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분)가 폭파된 러시아 인공위성의 잔해들과 충돌하면서 조난을 당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빠지지만 악전고투 끝에 지구로 무사히 귀환한다는, 이야기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국제우주정거장 및 우주선의 모습,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의 움직임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생동감 있게 묘사한 것이 돋보인다.



우주 재난의 역사와 우주 쓰레기의 위협

우주 개발의 역사가 짧지 않은 만큼, 그 과정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나 재난 역시 적지 않았다.

달 탐사용 로켓 등이 발사하는 과정에서 폭발하여 인명피해를 낸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

1970년에 발사된 아폴로 13호는 산소탱크가 파괴되는 사고로 승무원들이 우주 미아가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결국 달 착륙을 포기하고 극적으로 지구 귀환에 성공하였고, 이는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비교적 최근의 사고로는, 1986년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이륙 직후 폭발하여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하였고, 또 다른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역시 2003년에 지구로 귀환 도중에 폭발하여 7명의 승무원과 함께 산화하였다.

이 사고의 여파로 당시 한창 진행 중이던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재난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폐기된 인공위성의 잔해들을 비롯한 ‘우주쓰레기(Artificial Space Debris)’는 실제로 우주 공간에서 커다란 위협이 된다.
 
영화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 2001년 3월에 발생했는데,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 중이던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미확인 물체가 빠른 속도로 접근하여 비상이 걸린 것이다.

결국 이를 피하기 위해 거대한 우주정거장의 자체 로켓을 점화하여 궤도를 수정한 일이 있었다.

그 물체는 우주 비행사가 유영을 하면서 작업하던 과정에서 실수로 놓쳐버린 작은 공구로 판명되었지만, 우주왕복선을 위협할 정도의 무시하지 못할 위험요소였다.

이외에도 각국의 인공위성이나 우주왕복선 등이 작은 파편 등과 충돌하여 손상을 입은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우주쓰레기들의 규모가 엄청난 수준이라는 것이다.
 
주로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이나 그 잔해, 발사된 로켓이나 우주왕복선의 파편, 부품 등이 지구 부근의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우주쓰레기를 형성하는데, 그 수가 우주에서 날아오는 운석을 능가할 정도다.

그동안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우주개발에 열을 올린 결과, 크고 작은 우주쓰레기들 역시 급속하게 증가했다.

우주쓰레기의 총 중량은 약 6,000톤 정도로 추산되며, 추적이 가능한 지름 10cm 이상의 우주쓰레기만 2만 개가 넘고 그보다 작은 것들은 수백만 개 이상으로 숫자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향후 우주개발에 더 큰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기에 커다란 부담으로 남는다.


ISS와 우주 개발

이 영화가 돋보이는 점은, 현재의 우주개발 상황과 매우 흡사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만 주인공인 스톤 박사가 ‘익스플로러호’라는 우주왕복선을 타고 가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현재 미국에는 운용 중인 우주왕복선이 더 이상 없다.

즉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종료 계획에 따라, 2011년 7월 아틀란티스호의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우주왕복선은 작별을 고했다.

게다가 위급한 상황에서 ISS(국제 우주정거장)로부터 승무원을 비상 탈출시키기 위해 미국이 계획했던 승무원 구조정(Crew Rescue Vehicle) X-38 역시 예산 부족으로 개발이 중단된 바 있다.

새로운 우주비행체가 개발될 때까지, 미국은 ISS로의 물자 수송 등의 업무에 당분간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 등 다른 나라 우주선을 빌려야 할 처지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인지, 영화에서 스톤 박사가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과 중국의 선저우(神舟) 우주선을 활용하여 지구로 귀환하는 데에 큰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온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부터 우주개발에서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으므로, 여러 종류의 유 · 무인 우주선인 소유즈호를 보유하고 있고, 영화에서처럼 ISS에 도킹 상태로 머물러 있기도 한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씨가 2008년 4월에 탑승했던 우주선 역시 러시아의 소유즈 TMA-12호였다.

최근에는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도 우주개발에 큰 힘을 쏟고 있는데,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2003년 선저우 5호 유인 우주선을 이용해 최초의 중국 우주비행사를 우주에 내보냄으로써,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

2008년에는 우주비행사 3명이 탑승한 선저우 7호를 발사하여 우주선 밖에서의 작업과 우주 유영에도 성공했다.
 
영화에서 스톤 박사는 가까스로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天宮)’으로 가서 선저우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향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텐궁1호가 지난 2011년 9월에 발사된 바 있다.

‘하늘의 궁전’이라는 의미의 텐궁은 본격적인 우주정거장으로 보기에는 너무 작은 버스 정도의 크기이지만, 중국의 미니 우주정거장 혹은 우주실험실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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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아시아의 경쟁국들보다도 우주개발이 뒤늦은 편이지만, 올해인 2013년 1월 마침내 나로호 3호 발사 및 과학기술위성2호를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는 임무 수행에 성공한 바 있다.

물론 나로호의 상단로켓만 국내기술로 개발되었을 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액체 엔진의 1단로켓은 러시아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였으므로 나로호가 한국의 독자적인 우주발사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다만, 거액을 들였던 ‘한국인 우주인 배출 사업’이 전시성의 ‘우주 관광객’ 이벤트에 불과하지 않았는가 하는 비판과 논란이 최근에 다시 불거진 바 있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격이 아니라면, 우리의 우주개발 목적과 전략 등을 보다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