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나침반

줌인리포트 - (주)에치케이씨 한성민 대표 · 한수민 연구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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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다작은 건물은 물론 거대한 산업단지를 지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밸브 오토메이션’이다.
 
1991년에 설립해 어느덧 20년 넘게 한 산업에 몰두해온 (주)에치케이씨는 ‘21세기 밸브 오토메이션의 신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비전을 두고 있다.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고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품목은 만들지 않는다는 이곳.

한성민 대표와 한수민 연구소장은 그 자부심으로 오늘도 새로운 기술 개발에 몰입하고 있다.


한수민 연구소장(사진 왼쪽)과 한성민 대표
(사진 오른쪽).



국산화 성공을 위해 뭉친 형제

수많은 공장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경기도 안산의 시화공단.

네모 반듯한 공단 건물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다.

유럽풍의 고풍스러운 외관을 갖춘 이곳은 바로 에치케이씨 사옥이다.

사옥을 새로 지을 때 외관 디자인부터 실내 인테리어까지 섬세하게 챙겼다는 한성민 대표.

덕분에 공단 입주 건물에 대한 고정관념이 와르르 무너진다.

22년 전, 한성민 대표가 회사를 설립하며 밸브 오토메이션(Valve Automation)에 필요한 액추에이터(Actuator)와 관련 부품 개발에 나선 것도 남다른 발상에서 시작됐다.

밸브 오토메이션은 발전소나 산업 플랜트, 건물에 적용되어 유체 방향 전환과 제어 등에 활용된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관련 제품은 모두 수입품이었다.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밸브 기업에서 근무를 했었어요. 그러다 ‘우리가 직접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죠. 여러 가지 기술을 고려해볼 때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991년에 회사를 설립하고, 국내 기술로 제품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외산 제품을 대체하는 고품질의 국내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한 대표의 생각에 공감한 이들도 있었다.

특히 회사 설립 6개월 만에 동참한 한수민 연구소장은 한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사실 두 사람은 친형제 간. 그 후로 두 사람은 22년째 동고동락하며 회사를 키워왔다.

“한 대표님이 전반적인 기업 경영과 영업을 담당한다면, 저는 기술 개발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물론 형제가 같은 회사에 있는 것이 모두 장점만 있는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고 배려해온 덕분에 에치케이씨가 이 단계까지 성장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후 졸업하자마자 바로 에치케이씨에 입사한 한수민 연구소장.

지금이야 누구보다 이 분야의 전문가지만, 초창기에는 고생도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각 분야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키운 덕분에 에치케이씨 제품의 안정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었다.

“밸브 오토메이션은 전기와 전자, 기계, IT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야 하는 융·복합 제품입니다. 오히려 한 분야의 전문가는 자신의 경험 때문에 다른 기술을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저는 여러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열심히 그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종합해 시스템에 반영하니 LIFE안정성이 더욱 높아지더군요.”

에치케이씨는 밸브 오토메이션 국산화에 도전해 성공한 몇 개 회사 중 하나다.

두세 명이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92명의 임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에치케이씨는 ‘국내 최초’라는 기준을 두고 관련 기술을 거듭 개발 중이다.

보유하고 있는 인증도 특허 5건, 실용신안 8건, 디자인 의장 20건 등에 이른다.


세계 시장을 먼저 뚫은 우리 기술

남보다 앞서 어떤 길을 간다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외산에 견줄 만큼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였지만, 이름 없는 중소기업의 제품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던 것.

국내에서 발붙일 곳이 없었지만, 승산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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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 종류와 특성에 따라 4~5개 제품군, 200여 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에치케이씨.)


바로 세계시장 공략이다. 에치케이씨는 기업 설립 초창기부터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달러도 충분하지 않은 나라에서 굳이 이런 것까지 수입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좀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사업을 해보니 기술도 중요하지만, 자금이나 판매처 관리 등 고려할 것이 많더군요. 기술은 있는데 자금이나 판매처가 불안정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선뜻 국산을 구매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1년에 절반 이상은 외국에 나가 거래처를 찾아다녔습니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니 그곳에 맞는 영업 활동을 펼쳐야 했어요. 지금은 ‘패밀리’라고 할 만큼 친분이 두터운 고객이 여럿 생겼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에치케이씨를 잘 몰라도 외국에서는 의외로 우리 회사를 많이 인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에치케이씨가 진출한 국가는 무려 40여 개국.

미국,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등지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에치케이씨 제품이 들어가고 있다.

외국에서 인지도를 높이니 자연스레 국내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졌다.

덕분에 지금은 국내와 외국의 매출 비중이 일대일로 비슷해졌다.

“설립 초창기인 1991년에서 1992년 사이에 빙축열용 밸브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심야 전기를 이용해 냉매를 제어하는 설비죠. 심야에 남는 전기를 활용해 얼음을 얼려, 그 얼음을 가지고 낮에 냉방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당시만 해도 모두 수입품이었는데 에치케이씨가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우리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시장점유율 역시 국내 90% 이상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에치케이씨가 20년 이상 도태되지 않고 거듭 성장해올 수 있었던 건 남다른 자기 기준 때문이다.

에치케이씨는 제품 개발에 1년 넘는 시간을 투자하고도, 1년 더 제품을 테스트한 후에 최적의 상태로 제품을 출시한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빠른 자금 회전이 필수.

물론 이런 과정을 버티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덕분에 시장에서는 ‘에치케이씨 제품은 튼튼하다’는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다고.

“지금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국가 중에는 유럽이나 일본 등 기술에 대한 기준이 높은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일본 시장은 매우 보수적이라 외국 기업의 진출 장벽이 무척 높습니다. 그런 곳에 부품도 아닌 완제품을 수출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지요.”

한편으로 여타 기업과 차별화되는 에치케이씨의 경쟁력 중 하나는 고객 만족을 실현하는 빠른 대응력이다.

문의가 들어오면 견적을 바로 내고,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비행기를 타고 현장에 출동해 즉각 해결한다.
 
이는 곧 고객과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 회사는 제조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서비스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고객 만족을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관건인 시대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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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과 신뢰성은 고객 만족의 기본이라는 생각으로 제품 개발에 임하고 있는 에치케이씨 직원들.)


글로벌 기업을 긴장시킨 의지의 한국인

수많은 기업이 업계에 있지만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을 긴장시킬 정도로 높은 경쟁력을 갖춘 회사는 흔치 않다.

글로벌 기업에서 에치케이씨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적도 있다.

하지만 어려운 순간에도 회사를 포기하지 않은 건, 한국인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최고의 밸브 오토메이션을 개발하겠다는 자긍심 때문이었다.

“사실 제조업이 쉽지는 않습니다. 이따금 직원들과 대화하며 ‘우리는 애국자’라고 말하기도 해요. 수익에 비해 투자비용이 무척 높거든요. 하지만 글로벌 기업이 우리를 경쟁상대로 생각할 만큼 기술력을 높였다는 점에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밸브 포지션 모니터링 시스템 분야에서도 이제는 외산이 거의 수입되지 않고 있어요. 전동식이나 공압식 작동기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은 강한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새로운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 일류화 상품을 만들겠다는 비전은 회사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그들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다.

“밸브 오토메이션은 희소성이 있어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입니다. 대신 한 우물을 꾸준히 파야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성장 속도는 비록 더디지만 승산이 분명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일에 몰입해야지요.”

에치케이씨는 중소기업임에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도 매출의 6.2%, 정부과제를 포함하면 무려 매출 대비 15%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부단한 기술 개발과 개선 노력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신념에서다.

“기술 개발을 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금세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투자해 신제품을 개발하면 후발업체들이 몇 개월 사이에 비슷한 제품을 내놓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 경쟁상대는 세계 일류 기업, 세계 일류 제품이에요. 발전소와 석유화학 플랜트, 화학공정라인 등 국내 주요 생산시설에 우리 제품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만큼 품질 수준이 높다는 의미죠.”

20년 넘게 밸브 오토메이션이라는 외길을 걸어왔지만, 한성민 대표와 한수민 연구소장은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고 말한다.

‘한국 회사(HanKook Company)’라는 의미에서 ‘에치케이씨’라는 이름이 탄생했다고 말하는 두 사람.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의지의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이 우리나라의 기술을 더 많은 나라에 알려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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