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logy Brief - Technology Brief 03
소형화 집적화를 통한 고속 고효율의
차세대 DNA 분석장비 개발
조규봉 서강대 화학과/바이오융합 교수
DNA분석기술은 종래에는 단순히 DNA가 누구의 것인지만 확인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오늘날에는 DNA 전체서열을 모두 읽음으로써 인간의 체질까지 파악할 수 있는 총괄적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이용해서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의학적 응용까지 기대되고 있다.
DNA 분석기술은 의학계나 대학연구실의 생명과학자들에 의해서 발전한 것이 아니고 화학, 화공, 재료, 전자공학 등의 이공학 분야에서 발전을 주도한 것이 매우 흥미롭다.
오늘날의 DNA 분석기술은 1993년 Affymetrix社에서 개발한 DNA 칩으로부터 시작한다.
반도체 공정에서 이용되던 리도그래피를 이용해서 만든 DNA칩은 한 번의 실험으로 수십만 (105)개의 DNA서열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학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켜 세계 유수대학의 ‘화학공학과’라는 학과명이 ‘화공생명공학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던 중 DNA 분석기술 분야는 2005년 454 Life Sciences라는 바이오벤처기업에서 ‘454’ 분석장비를 개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454 기술의 핵심요소는 지름이 50μm인 피코리터 반응기 160만 개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소형화와 집적화 기술은 한 번의 반응으로 2,500만(2.5×107)개의 DNA 서열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데, 이를 통해서 전통적인 생화학적 방법에 의해서 15년에 걸쳐서 완성하였던 인간게놈(Genome) 지도를 단 두 달만에 완성하는 혁명을 일으켰다.
그렇지만 이 454의 영광도 오래가지 못하고 2008년에 Illumina社에서 개발한 Solexa라는 새로운 기술에 주도권 자리를 내주게 된다.
Solexa 장비는 표면 고정기술을 이용하여 454보다 훨씬 높은 집적도를 구현함으로써 한번의 실험으로 수십억(109)개의 DNA 염기서열을 읽음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주었다.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육십억(6×109)개에 이르는 인간의 DNA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전체크기의 100~1,000배 정도의 실험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도 분석비용이 비싸고 시간도 상당히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도 비용을 낮추고 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수많은 바이오벤처회사들이 장비개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에서 주목할 만한 기술은 2009년에 Pacific Biosciences社에서 개발한 장비인데, 여기서는 반응기의 지름을 50nm로 줄이고 그 안에 하나의 DNA 중합효소 분자를 고정하였으며, 하나의 서열을 읽는데 1msec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50nm 크기를 가진 나노반응기는 하나의 칩에 무수히 반복하여 존재하고, 각각의 반응은 고성능 카메라에 의해서 동시에 읽혀지며, 컴퓨터에 의해서 자동으로 분석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다른 또 하나 주목할만한 기술은 Life Technology社에서 2011년에 개발한 Ion Torrent라는 장비인데, 다른 기술에서 사용되는 값비싼 형광물질 대신에 반도체 칩에 구성한 수많은 전극을 이용하여 PH의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염기서열을 읽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그래핀으로 만든 2nm 이하의 구멍에서 전기전도도를 측정하여 DNA 서열을 읽는 분석법도 개발되고 있다.
DNA 분석기술은 전통적인 생명과학이라기보다는 여러 분야의 과학 공학적 기술이 융합된 분야로서 소형화와 집적화를 통한 고속 고효율의 분석기술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미국의 독주체제로 발전하여 왔다.
하지만 국내산업이 재료 및 전자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의 기술이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DNA 분석기술 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적절히 투자만 한다면 그 어느 나라보다 경쟁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