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열쇠 - 일자리 창출의 열쇠, 현장에 있다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 박사는 2001년 발간한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라는 저서에서 창조경제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제조업·서비스업·유통업·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책에서 창조경제의 개념을 처음 제시하여 창조경제의 전도사로 불리며, 2006년부터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창조경제연구센터 대표를 지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한국에서도 창조경제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창조경제는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새로운 시장, 먹거리,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창조경제는 성장이 정체돼 있는 한국경제가 도약의 디딤돌을 확보하는 한편, 기존의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갈아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되었다.
하지만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이라는 씨앗이 뿌려져야 하며, 이 씨앗을 뿌리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개별 개인·기업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양질의 일자리, 고부가가치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창의력이 마음껏 발산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시도가 장려되는 기업 경영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경제에서 정부 및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같은 공공 부문의 역할은 개인들과 기업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키우고 현실화시키는 데 주저 없이 나설 수 있도록 관련 기반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KIAT 원장으로 있으면서 창조경제 패러다임 실현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KIAT만의 씨줄과 날줄 전략으로 ‘다시 보기’와 ‘새로 보기’라는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다시 보기’는 기존의 산업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시각은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다.
이종(異種) 산업과의 결합과 융합, 산학연간 협력 체제를 가동하여 고부가가치를 만들고 고용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건축을 생명공학자의 눈으로 보고, 자동차를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해석해 보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주특기인 제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 일자리 한 개가 늘어날 때 다른 산업에 2.4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서비스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0.4개인 데 비해 엄청난 고용 유발 효과를 자랑하는 셈이다. 흔히 제조업은 성장하는 속도에 한계가 있으며 고용 창출 역시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성숙한 산업이라고 하더라도 ‘다시 보기’의 자세로 바라본다면 소위 말하는 사양 산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포화된 시장도 블루오션으로 거듭날 수 있다.
KIAT는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기존 산업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첨단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융합이 쉬운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산학연간 원활한 협력을 이끌어낼 것이다.
두 번째로 ‘새로 보기’는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연구개발, 상품화 기획, 투자 자금 확보, 후속 R&D, 제조, 마케팅, 시장 확대 등 기술 기업의 경영 및 사업화 전주기에 걸쳐서 정부 도움이 절실한 분야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중소 벤처기업들의 경우 초기 투자금 확보뿐만 아니라 사업화 각 단계별로 특성화된 지원을 필요로 한다.
특히 기술 이전, 사업화 아이디어 개발 등 지식재산권 분야의 경우, 그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기 때문에 개별 중소기업의 역량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상황이다.
창조경제로의 성공적 전환을 위해서는 아이디어 있는 벤처들의 활발한 창업과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는 발상의 전환을 꾀하지 않으면 실현시키기 힘든 일이다.
KIAT는 정부 조직 중 유일하게 기술사업화 업무를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요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성장률은 정체되고, 복지 수요는 높아지는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일자리’는 지속 가능한 복지와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내 고용률 70% 달성을 지상 과제로 설정하고,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일자리 문제가 단순한 고용 문제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KIAT는 창조경제형 일자리, 고부가가치형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산업기술 생태계의 조력자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특히 지금도 산업기술 R&D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기업과 연구자들을 찾아가 이들이 들려주는 날 것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한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R&D 정책의 효과는 어떠한지, 이들이 느끼는 손톱 밑 가시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애로사항에 대해 어떻게 지원해야 좋은지 등을 고민하기 위해서다.
KIAT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기업의 목소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우문현답, 즉 ‘우리의 (일자리) 문제는 바로 그곳, 현장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