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리포트 - 젊은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열다
(주)영폴리머 오희석 대표
10년을 버티기도 어려운 중소기업 현실 속에서, 무려 40년을 장수해온 기업이 있다.
1973년에 설립한 (주)영폴리머는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기술로 우리나라 소재 산업과 자동차부품 개발 산업에 이바지해왔다.
수시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 가운데 새로운 아이디어로 다시금 새 도약을 꿈꾸고 있는 영폴리머.
그 밑바탕에는 역시 ‘기술’이라는 동력이 자리 잡고 있다.
한결같은 뚝심으로 이어온 40년 내공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오후, 영폴리머 본사가 자리한 부산광역시 기장군 정관농공단지 주변은 여러 공장을 오가는 차량으로 분주하다.
부지런히 돌아가는 건 영폴리머 공장 내부 역시 마찬가지다.
거대한 설비 사이로 차분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날렵한 손끝에서, 영폴리머가 이제껏 쌓아온 40년 내공이 묻어난다.
하지만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은 반대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랜 전통이 반드시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닌 까닭이다.
이 때문에 영폴리머는 몇 년 전부터 ‘혁신’에 초점을 두고 다각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0년 10월에 영폴리머 대표이사로 부임한 오희석 대표는 그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이다.
“자동차 산업은 수많은 기업이 합심해서 움직이는 산업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창업자 윤영식 회장님은 오랜 세월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 일조하셨습니다. 최초로 관련 소재를 개발한 것은 물론, 1980년대에는 자동차 도어벨트를, 1990년대에는 가변 압출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셨어요. 지금도 우리 회사의 주요 거래처 중 하나는 국내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는 (주)세동입니다.”
1973년 8월에 영풍 플라스틱 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딘 영폴리머는 1994년에 법인 전환과 함께 현재의 사명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후로 영폴리머는 ISO/TS 16949:2002 품질경영시스템 취득, 이노비즈 기업 선정 등 선도적인 중소기업으로서 차근차근 도약해갔다.
하지만 오랜 업력에 비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눈에 띄는 위기는 없었지만 먼 미래를 두고 볼 때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많았다.
이런 답답함을 해갈하기 위해 오희석 대표가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오랜 역사를 넘어선 변화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오희석 대표는 영폴리머의 변화를 일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인물이었다.
현재 오 대표는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와 최고기술경영자인 CTO(Chief Technology Officer)를 겸하고 있다. 영폴리머 운영에 가장 필요한 두 영역인 경영과 기술 모두에 조예가 깊은 것.
실제로 그는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국방과학연구소에 근무한 바 있다.
(생산 설비부터 시험 설비까지 다양한 장비를 갖춘 영폴리머 공장 내부.)
“석사 졸업 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5년을 근무했습니다. 항공기 개발본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지요. 그곳에서 계속 있어도 괜찮았겠지만, 조금 다른 방향으로 미래를 개척해보기로 마음먹었지요.”
과감히 국방과학연구소를 나온 오 대표는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에는 한국시티은행에서 근무하며 기업심사역과 외환딜러 업무 등을 수행했다.
물론 당시에는 이러한 경력을 쌓아가는 것이 오늘날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시간은 영폴리머의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기 위한 경영 수업을 차근차근 밟아온 것이 됐다.
“이제까지 사회생활을 하며 경험한 모든 것을 쏟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영폴리머에 왔습니다. 과거에 연구소에서 연구 개발도 했고, 은행에서 기업 재무 분석도 한 덕분에 이곳에 와서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간신히 적자를 면해왔지만 자칫하면 회사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오희석 대표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작업부터 나섰다.
원재료의 구매처를 다변화하고, 원가 절감 노력을 지속한 것은 물론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오희석 대표와 직원들.)
다음 40년을 준비하다
오희석 대표 부임 후, 영폴리머는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하고 부품소재 전문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나아가 새롭게 개발한 제품의 원활한 생산을 위해 장안산업단지 내에 제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영폴리머의 주요 생산품이 자동차 부품 중에서도 외장소재이다 보니 품질에 관한 기준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품질 개선을 꾸준히 추진하는 동시에 불량률도 절반 이상 낮추어 영업 이익을 차츰 높여가고 있습니다.”
오희석 대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폴리머의 생명력을 연장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기술’이다.
차별화된 기술이 있었기에 영폴리머가 이제까지 생존해올 수 있었듯, 앞으로의 생존 역시 기술이 좌우할 것이라고 여겼던 까닭이다.
“저 자신이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영폴리머만의 기술이 없다면 끝까지 생존하기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40년을 살아 남아왔지만, 우리만의 기술이 있어야만 앞으로의 40년도 무사히 지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요즘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기술이 변화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영남연구소장협의회 운영위원 활동을 비롯해 각종 학회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유일한 해결책은 역시 ‘연구 개발’이니까요.”
실제로 영폴리머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영입해 관련 연구에 몰입 중이다.
기술력이 탄탄하면 마케팅과 재무 등의 요소는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말하는 오희석 대표.
성공적인 사업화로 영업 이익을 내고 다시 재투자해 기술을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연구 개발부터 생산까지 한번에
영폴리머의 경쟁력은 원천 소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 있다.
소재기술만 있어도 충분히 기업을 운영할 수 있지만, 영폴리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컴파운드와 더불어 부품 생산까지 하는 것.
화학적 이해도는 물론 물리적 가공능력까지 갖추고 있기에 생산 과정에서 2배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플라스틱 컴파운드 개발 생산, 자동차 소재 압출 생산, 친환경 합성 목재 생산 등의 사업 영역에서 업력을 쌓아온 영폴리머는 미래 전략 사업의 하나로 플라스틱, 고무, 카본 등을 융합한 소재 제품과 컴포지트(Composite) 인테리어 소재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소재인 TPV 컴파운드를 개발 완료하고 곧 완공할 제2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갈 계획.
예상보다 개발 기간이 길어졌지만, 해당 기술에 대한 오희석 대표의 기대감은 크다.
“자동차 부품에 들어가는 소재이다 보니 품질 기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미세한 흠도 있어서는 안 됐지요. 그 부분을 개선하려다 보니 개발 기간이 좀 더 길어졌습니다. 국내 업체는 물론 국외 업체까지 찾아다니면서 해결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했어요.”
좋은 품질의 TPV 컴파운드를 만들려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실제 들어가는 원재료만도 10가지 정도.
이를 어떤 배합비로 섞느냐에 따라서도 그 결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아울러 영폴리머가 기대하는 품질 수준을 맞추어줄 기계 개발도 매우 중요했다.
“압출기 안에서 온도나 압력 등의 여러 조건에 따라 TPV 컴파운드의 물성과 품질이 달라집니다. 최적의 조건을 찾으려면 그저 기계를 들여오는 것만으로는 안됐죠. 결국 국내에는 이 문제를 해결해줄 회사가 없어서 일본에서 가장 정평이 난 전문 기계 업체와 지난 3월부터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최종 결과가 9월에 나왔는데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물론 중소기업인 영폴리머가 자체 능력만으로 모든 기술을 개발할 수는 없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오희석 대표는 가능한 외부 연구기관의 도움도 많이 받으려고 한다.
지금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정부기관 연구소는 물론 대기업 연구소와도 협력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 가장 기대가 되는 건 정부 과제의 주관기관이 중소기업으로 한정되었다는 점이에요. 반대로 대기업은 참여기관으로 협력할 수 있고요. 기술 개발 측면에서 중소기업이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된 거죠.”
지난 3년이 영폴리머의 새로운 미래를 스케치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색을 더해 멋진 그림을 완성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오희석 대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이끄는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