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S ESSAY - 북한의 IT 산업기술 진흥과 PUST의 역할
북한의 IT 산업기술 정보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필자는 1990년부터 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북한의 IT 분야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북한을 방문한 중국 조선족 과학자와 일본의 총련계 과학자 그리고 미국의 국회도서관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으며, 2000년 9월 북한의 김책공대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한 후에는 평양정보센터(PIC)와 7년간 IT 분야 공동연구를 하고 2010년부터는 평양과기대(PUST)의 Chancellor(명예총장)로 매 학기 IT 분야 과목을 가르치면서 북한의 IT 전문가와 학자를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IT 산업기술 현황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1984년 김일성 주석이 동구 9개국을 순방한 후 전자 및 정보산업 분야의 장기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으며 북한의 과학기술자를 동독 등 여러 나라에 연수 차 파견했다.
1988년 시작한 과학기술발전 3개년 계획 수립 후에는 IT 산업 분야에 본격적 투자를 시작했으며 1992년 5월에는 UNIDO에 반도체부품, 컴퓨터, 디지털제어장치, 원거리통신제품 등의 생산을 위한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해마다 개최하는 아리랑 Mass Game에는 ‘21세기 정보산업의 시대’라는 카드섹션이 출현하는 등 IT 산업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북한의 하드웨어 기술은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1960년대에는 제1세대 컴퓨터인 ‘전진-5500’을, 1970년대에는 제2세대인 ‘용남산-1호’를 제작했으며 1982년에는 8비트 마이크로컴퓨터인 ‘봉화 4-1’을 생산했다.
그러나 COCOM, Wassenaar Arrangement, Catch-All, EAR 등의 규제로 첨단컴퓨터 장비 도입이 곤란하고 경제사정이 열악해 지면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주력하게 되었다.
2001년 필자가 PIC에 갔을 때 판매하고 있던 컴퓨터는 Compaq, IBM, Fujitsu, Philips 탁상 컴퓨터와 Dell 노트북 컴퓨터였다.
현재 평양 시내 상점에서 판매하는 컴퓨터는 매우 다양하다.
그 일부를 나열하면 Acer, Lenovo, HP, Dell 등의 탁상 및 노트북 컴퓨터와 북한의 조선컴퓨터센터(KCC) 산하 삼지연에서 출시한 판형컴퓨터(kPad)가 있다.
물론 PUST 등 일부 기관에서는 중국에서 제작된 삼성과 LG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판매가격은 진품과 모조품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며 보증기간도 크게 다르다.
참고로 한 상점에서 판매하는 컴퓨터의 가격을 보면 HP Pro 3000MT가 $750, Acer Veriton M2가 $540 그리고 Dell Optiplex 380이 $630이었다.
인간의 창의력과 두뇌만 있으면 많은 투자 없이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산업 분야에 북한은 매우 정성을 들이고 있다.
1990년에 시작한 ‘전국프로그램경연대회’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거르지 않고 매년 시행하고 있으며 ‘음성인식프로그램 경연 및 학술발표회’, 고등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프로그램 및 타자경연대회’, ‘전국대학생프로그램 경연’ 등 전국민의 소프트웨어 기술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기초과학 특히 수학에 강한 북한의 과학자는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소프트웨어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달했으나 산업화, 상업화에는 많은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조선과학원, KCC, PIC, STS 기술연구소, 김일성대, 김책공대, 리과대, 평양컴퓨터기술대 등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 제품의 특징은 주로 PC용이며 붉은별 운영체계, 문자처리, Edutainment, CAD, 인공지능활용게임, 보안관련 프로그램, 고려의술, 기업사무용 등 종류도 다양하다.
2002년 4월에는 베이징에서 소프트웨어전시회를 개최하여 16개 기관에서 67편의 제품을 전시한 바도 있다.
그러나 상업적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은 IT 산업기술 진흥을 위하여 모든 산업 분야에 정보기술 특히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에서 제작한 CNC 기계는 유럽에서 제작한 같은 성능의 CNC 가격의 3분의 1 (52,000 유로 대 150,000 유로)로써 매년 유럽, 남미, 동남아에 수출하는 CNC 기계의 수출액은 3천만 유로가 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국제화 되어있지가 않고 인터넷의 사용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산업기술 진흥에 애로가 많다.
Google의 Eric Schmidt가 지난 1월 북한을 방문해 KCC에 갔을 때 연구원들이 많은 질문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Google Wallet에 관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KCC의 제품을 외국에 수출할 때 PayPal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필자도 PUST에서 PayPal을 사용하려 했다가 정지된 경험이 있다.
PUST는 2001년에 북한 교육성의 설립허가와 남한 통일부의 협력사업승인을 받아 세워진 북한 유일의 사립, 국제대학으로서 2009년에 준공식을 갖고 2010년부터 우수한 학생을 받아 현재 학부생 400여 명과 대학원생 110여 명이 외국 국적인 60여 명의 교수로부터 영어와 전공분야(전자 및 컴퓨터공학(ECE), 국제금융 및 경영(IFM), 농생명과학(ALS)) 강의를 듣고 있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교수와 학생 모두가 캠퍼스에서 숙식을 함께하고 있다.
현재 한국 국적의 교수 방북을 통일부가 허락하지 않아 필자도 강의를 하고 있으나 머지않아 통일부가 허락하면 제자가 와서 가르치게 될 것이다.
교육이념은 실용성, 창의성, 국제성으로 국제적인 인재양성에 주력하고 있으며 지식산업복합단지를 구축하여 학생들이 지식의 산업화, 상업화에 경험을 쌓고 실사회로 나아가 북한의 경제 부흥에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PUST의 비전은 ‘상상을 초월한 국제대학’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11년 10월에 제1차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여 미국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와 영국 상원의원을 기조연설자로 모셨으며 금년 10월에 제2차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외국의 저명한 학자와 함께 내년 3월에 졸업할 PUST 대학원생도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국제화를 위해 유학 또는 연수를 보내고 있다.
그 일부를 보면 2012년 9월에 3명의 ECE 대학원생이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에 유학하여 금년 9월에 석사학위를 마치고 귀국예정이며 2012년 10월에는 3명의 IFM 학생과 1명의 ECE 학생이 중국 연변과기대에 가서 6개월 간의 연수를 마치고 왔다.
금년에는 웨스트민스터 대학에 3명(ECE),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에 2명(ALS) 그리고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 2명(IFM)등 많은 학생이 외국에 유학을 가게 된다.
이들이 유학이나 연수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오면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오리라 본다.
PUST는 시장경제 및 자본주의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다른 대학과 달리 대학원생에게 인터넷 사용을 허용하여 Google, YouTube, 미국대학도서관 등의 자료를 검색할 수 있게 하여 북한의 국제화에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한 남북의 기술격차를 감소하여 통일 후 문제 발생을 예방할 수 있게 하고 지식의 산업화로 북한의 의식주 문제 해결에도 공헌할 것이다.
북한의 산업기술 진흥에 PUST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하겠으며 특히 IT 분야에서 PUST의 지식산업복합단지를 활용하여 남의 하드웨어와 북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합치면 국제경쟁력 있는 제품도 나오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