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사이버네틱스로 도전하는 이상향

 엘리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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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의 관심을 끌면서 국내 홍보에도 적지 않게 공을 들였던 SF영화 ‘엘리시움(Elysium)’이 최근 개봉되었다.

감독인 닐 블롬캠프(Neill Blomkamp)는 전작 ‘디스트릭트9(District 9)’에 이어 ‘엘리시움’에서도 번뜩이는 상상력의 세계를 펼친다.
 
엘리시움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낙원’ 혹은 ‘천국과 같은 이상향’으로 여겨져 온 곳인데, 영화의 배경인 22세기 중반의 엘리시움은 지상이 아닌 우주 공간에 건설되어 있다.

또한 착하고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이 아닌 상위 1%의 부자들만 갈 수 있는 곳으로서,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환경이 오염된 더러운 지구에서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ISS(국제우주정거장)와 엘리시움

선택받은 극소수와 비참한 대다수 사람들의 극적인 대비가 돋보이는 이 영화의 설정은, 최근 많은 관객을 모은 ‘설국열차’나 기존의 다른 SF영화들과 유사한 점이 있을 뿐 아니라, 상당부분이 작금의 현실을 반영하거나 풍자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미래 SF영화답게 여러 첨단과학기술들을 화려하게 선보이는데, 특히 거대한 우주정거장과 유사한 모습의 엘리시움과 그곳을 오가는 우주왕복선들, 로봇경찰(드로이드)을 비롯한 각종 휴먼 로봇들, 사이보그가 된 주인공들과 그들이 사용하는 여러 첨단무기 등이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극소수 부자들이 더럽고 오염된 지구를 떠나서 쾌적한 삶을 영위하는 엘리시움은 우주 공간에 거대한 원반형의 모습으로 건설되어 있다.

지구에서도 보일 정도의 거리에 떠 있는데, 마치 우주정거장을 연상하게 만든다.

엘리시움이나 다른 SF영화에 등장하는 우주호텔, 우주정거장 등이 거대한 원반이나 바퀴 형상으로 되어 있는 이유는, 회전에 의해 인공중력을 제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엘리시움은 단순한 우주정거장이나 우주호텔 정도의 규모가 아니라, 수목들이 우거진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저택들이 즐비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캐나다 벤쿠버를 배경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규모의 문제뿐 아니라 우주 공간에 밀폐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한 공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다.

영화의 엘리시움이나 우주호텔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현재 우주 공간에서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는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이 있다.
 
우주정거장은 미국과 구소련이 경쟁적으로 우주개발에 열을 올리던 1970년대부터 존재했지만, 미르(Mir) 등의 예전 우주정거장들은 수명이 만료해서 모두 폐기된 상태로, 현재는 ISS가 유일한 우주정거장이다.

미국, 러시아 등 세계 16개국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건설해 왔는데,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아직도 완공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독립된 구조와 기능을 지니는 여러 모듈(Module)들이 결합된 형태로서, 1998년 러시아의 자르야 모듈이 첫 번째로 발사되면서 ISS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하였다.

현재 ISS는 약 350km 정도 떨어진 고도에 떠서 지구를 하루 15.78회 공전하는데, 조건에 따라 지구에서 육안으로 ISS를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ISS 건설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최초의 한국인 우주인이었던 이소연 씨가 2008년 4월 이곳에서 머물면서 여러 과학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ISS는 거의 무중력 상태에 가깝고, 호텔처럼 쾌적하지는 않지만 10명 정도의 우주인이 연중 머물면서 각종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실험실을 여러 개 갖추고 있다.


사이버네틱스와 뇌과학 연구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으로서, 슈트를 장착하여 사이보그가 된 주인공 맥스가, 엘리시움 전체의 설계가 담긴 방대한 데이터를 자신의 뇌에 담아 와서 결국 엘리시움의 시스템을 재부팅하는 장면 등을 들 수 있다.

인간 뇌와 컴퓨터 간의 인터페이스는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개념이 처음 선보인 윌리엄 깁슨의 기념비적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 이후 많은 SF소설과 영화에서 등장한 바 있다.

깁슨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서 키아누LIFE리브스가 주연한 ‘코드명 J(Johnny Mnemonic)’에서도 해킹한 데이터를 사람의 뇌로 운반하는 이와 똑같은 장면이 나온다.

과연 이런 장면들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바이오사이버네틱스(Biocybernetics)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사이보그(Cyborg), 즉 생물과 기계장치와의 결합체는 더 이상 SF의 소재로 머물지 않고 상당 부분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뇌에 연결한 카메라와 유사한 인공 눈은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고, 마이크로 칩을 뇌에 삽입하여 하반신 마비 환자를 걷게 해주는 치료와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뇌를 컴퓨터 정보저장장치와 완벽히 호환할 수 있는 정도로 사용하려면 아직은 좀 더 많은 시일이 필요할 듯하다.

인간의 뇌는 단순한 디지털 회로가 아니며, 훨씬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뇌과학, 뇌공학 연구가 보다 진전되어 사람의 뇌에 대한 더욱 철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오래 전부터 뇌과학 연구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우리나라도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여러 대학과 연구소에 학과를 개설하고 뇌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등 뇌과학 및 관련 분야의 연구에 나름대로 힘을 쏟아왔다.

최근에는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거둔 이들도 있는데, 오래 전부터 뇌과학 연구를 선도해 온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 최근 ‘뇌신경 지도’ 제작에 성공한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박사팀 등이 대표적이다.

몇 년 전부터는 ‘한국 뇌과학 올림피아드’가 매년 개최되어 왔는데, 우리의 우수 영재들이 뇌과학 분야의 난제들을 해결하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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