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양손잡이 시대, R&D 경영의 주요 과제
최근 기업의 경영환경은 급속한 기술변화, 치열한 경쟁상황, 경쟁자 범위 확대, 산업간 경계 모호, 고객 니즈의 다양화 등으로 인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요소들이 한 조직 내에서 상호 조화를 이루면서 공존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양손잡이 경영이 필요하다.
본 글에서는 R&D 전략, 프로젝트관리, 기술관리, R&D 인력관리, R&D 조직관리, R&D 성과평가, R&D 리더십 등 R&D 경영에 있어서 양손잡이 경영을 위한 주요 과제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기업 생존의 필수조건, 양손잡이 경영
과거 경영환경이 안정적인 상황하에서 기업은 어느 한 가지만 잘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예컨대 저명한 경영학자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하버드대학 교수는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저원가 전략이나 고품질 전략을 추구해야 하며, 상충되는 두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은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급속한 기술 변화와 치열한 경쟁상황은 기업의 경영환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기업이 상대해야 하는 경쟁자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고, 산업간 경계도 불분명해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고객의 니즈가 다양화·고도화되었다.
따라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기업이 핵심기술 확보나 사업성과 창출 중에 어느 한 가지 만을 고집한다면 그 기업은 일류 기업은 고사하고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단기 사업성과 창출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 생존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핵심기술 확보를 중시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지금 당장의 생존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이라는 책의 저자인 짐 콜린스(Jim Collins) 스탠퍼드대학 교수가 주장한 바와 같이 양자택일의 경영시대는 끝났고, 이제 상호배타적이고 모순적 특징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공존하게 할 수 있는 양손잡이 경영(Ambidextrous Management)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양손잡이 경영이란 서로 상충되는 요소들이 한 조직 내에서 상호 조화를 이루면서 공존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사업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동시에 미래 준비도 잘하고, 혁신적이면서 효율적이고, 고품질이면서 저렴하고, 경쟁과 협력이 조화를 이루고, 이익 성장을 희생시키지 않는 매출 성장 등 지금까지 이분법적 선택 상황으로 간주되었던 것에 대하여, 어느 한 쪽을 포기하기보다는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양손잡이 경영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서로 상충되는 요소로 간주되었던 것들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통찰력 있는 상황 인식과 역 발상의 사고가 필요하다.
즉, 기존의 관행이나 관점에서 벗어나 발상을 전환하거나 생각을 뒤집어야 하나의 체계 내에 모순적인 요소들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R&D 경영의 주요 과제
양손잡이 경영 시대를 맞이하여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발전하기 위해 조화와 균형을 추구해야 할 R&D 경영의 주요 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 R&D 전략: 시장대응 R&D와 시장선도 R&D의 조화
시장 중심 R&D의 유형은 고객과 시장의 표출된 니즈를 기반으로 활동을 전개하는 시장대응 R&D와 고객과 시장의 내면 속에 감추어진 잠재 니즈를 찾아내는데 중점을 두는 시장선도 R&D로 구분할 수 있다.
시장대응 R&D는 기술의 변화가 그다지 크지 않은 안정적 환경에 적합한 전략으로, 성패는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사항을 신제품 개발에 얼마나 충실히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최근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고 기술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객과 시장의 잠재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혁신적인 신제품개발로 연결하는 시장선도 R&D가 매우 중요해 지고 있다.
고객의 잠재 니즈를 간파하여 혁신적인 신제품으로 구현한 애플의 아이폰에 노키아와 모토롤라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몰락한 것은 시장선도 R&D의 불가피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하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대응 R&D의 추구는 기본이며, 시장선도 R&D도 반드시 함께 실행해야 한다.
즉, 고객의 명시적인 니즈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량·개선하는 시장대응 R&D는 기존조직에서 실행하고, 고객의 잠재 욕구를 파악하여 혁신적인 신제품으로 구현하는 시장선도 R&D는 차별화된 조직구조, 운영프로세스, 조직문화를 갖춘 별도조직을 신설하여 추진하는 것을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러나 한 조직 내에서 두 가지 R&D 전략을 동시에 실행하는 것은 말이나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님으로, 양손잡이 조직을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잘 실행시킬 것인가는 CEO나 R&D 경영층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 프로젝트관리: 개인기와 조직력의 조화
최고의 축구팀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기와 조직력 모두를 겸비해야 한다.
만약 개인기는 뛰어나지만 조직력이 부족하다면 모래알 축구팀이 되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으며, 반대로 개인기는 부족하지만 조직력이 뛰어나다면 어느 정도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는 있으나 최고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축구경기를 신제품개발 프로젝트에 비유한다면 개인기는 R&D, 생산 등 각 부문의 역량에 그리고 조직력은 관련 부문간 유기적인 협력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신제품개발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업, R&D, 생산 등 각 부문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신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R&D, 영업 및 마케팅, 생산 등 관련 부문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최근 신제품개발 시 어느 부서의 역할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회색 지대(Gray Zone)의 일이 많아 지고 있고 부문간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 과제 역시 기업에서 매우 주목해야 하는 과제이다.
아무리 R&D 부문에서 기술과 제품을 잘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생산부문에서 품질안정화를 제대로 시키지 않거나 영업·마케팅 부문의 적극적인 지원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히트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인기와 조직력의 조화가 절실한 것이다.
● 기술관리: 자체개발과 오픈 이노베이션의 조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 보유하고 있는 핵심기술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외부의 유망 아이디어와 기술을 확보·흡수하여 R&D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최근 해외기업은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에 전략 및 재무 측면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벤처 투자(Corporate Venture Capital)를 오픈 이노베이션 수단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구글은 2009년에 Google Ventures를 설립하였으며, 2012년부터는 연간 펀드 규모를 2억 달러에서 3억 달러로 늘려 벤처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유망한 벤처기업을 잘 선별하기 위해 풍부한 전문 지식과 현장 경험을 갖고 있는 엔지니어, 사업가, 의사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로 투자 조직을 만들고, 평가기준 (예, 기술의 독창성, 고객 니즈 충족 여부, 실행가능성, 파급효과, 확장성, 구글과의 전략적 적합성 등)을 마련하는 등 내부적으로 전략적 가치평가 체계를 잘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P&G의 C&D가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 필요기술을 명확히 도출하고 발굴된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며 사업화하는 프로세스와 시스템, 조직문화 등 내부의 역량을 견고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조직 내부의 R&D 역량이나 시스템이 미흡한 상황에서 추구하는 것은 기업 성장에 독이 될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기술 확보는 자체개발과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조직 내부에 R&D 관리역량이 내실 있게 쌓여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R&D 경영자들은 자체개발과 외부기술 확보를 별개로 생각해서는 안되며 통합적인 관점에서 조화와 균형의 문제로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 R&D 인력관리: 내부육성과 외부영입의 조화
핵심 R&D 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것은 R&D 역량 강화를 위한 중요 과제이다.
만약 뛰어난 R&D 인재를 확보했더라도 적절히 동기부여 하지 못한다면 그는 조직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R&D 인력들의 중요 니즈인 특정 분야의 기술전문가로서 성장을 지원하는 맞춤형 제도인 이중경력제도(Dual Ladder System)를 잘 운영한다면 동기부여에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이중경력제도를 통해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크레프트(Kraft Foods) 역시 이중경력 제도의 도입 후 R&D 인력의 이직률이 9%에서 6%로 낮아졌다고 한다.
한편 조직 내부의 R&D 인력을 잘 동기부여 한다고 하더라도 그들만으로는 부족한 무언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빠른 기술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조직 내에 활력과 새로운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우수 R&D 인력을 외부에서 활발하게 영입해야 한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인재를 영입하게 되면 기존의 조직문화가 파괴되는 등 부작용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GE는 대상을 관리자급 이상으로 한정하고 필요인원의 20% 범위 내에서 외부영입을 한다는 80 대 20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외부영입 인재의 비율을 지킴으로써 기존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 R&D 인력의 내부육성과 외부영입은 모두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자들은 내부육성과 외부영입의 조화로운 활용 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해결책에 목말라 하고 있는 것이다.
● R&D 조직관리: 사업지원과 미래준비의 조화
R&D 조직의 역할은 현재의 사업에 대한 지원과 미래에 대한 준비 2가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역할 수행에 대한 비중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R&D 부문에 2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도록 요구 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소장이나 CTO 등 R&D 경영자 입장에서 2가지 역할 모두를 제대로 수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의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만 수행하기에도 바쁜데 미래준비 역할까지 하라니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미래준비를 담당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도 어려움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미래준비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조직에서는 단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기 일쑤여서 늘 마음이 불안하고 미래준비에 전력을 다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조직문화 측면에서 보면 R&D 성과를 창출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리와 통제를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경영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R&D에 막대한 예산을 무작정 투자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효율성을 강조해 성과 중심의 R&D가 되도록 이끌어나가야 한다.
즉, 성과 중심의 R&D를 위한 조직문화는 창의성과 효율성을 겸비해야 하는 것이다.
3M은 창의성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출발하여 효율성 겸비의 문화를 추구하고 있고, 이에 반해 GE는 효율성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출발하여 창의성 겸비의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처럼 각 기업은 조직문화의 출발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효율성과 창의성을 접목하는 접근법이나 구체적인 방법은 해외기업 사례를 단순 모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의 경우에는 효율성을 추구해온 기존 조직문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창의성을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어떻게 접목하여 시너지를 낼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임으로 해외기업 사례를 참고는 하되, 우리의 기업상황과 문화적 특성을 잘 고려하여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 R&D 성과평가: 관리통제와 조직역량강화의 조화
기업들의 R&D 투자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R&D 성과평가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R&D 성과평가의 주된 목적은 사업전략 및 목표에 R&D 부문이 얼마나 기여하였는지를 점검하고 더 나아가 R&D 조직의 역량 강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 기업들은 R&D 성과평가 결과를 R&D 조직의 역량 강화보다는 주로 연구소장이나 R&D 관리자들의 연봉이나 성과급 결정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사람과 조직, 프로젝트의 통제수단으로 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R&D 성과평가를 통제수단으로만 활용할 경우 자칫 조직 내 사기가 저하되고 중장기적인 R&D 성과가 오히려 크게 하락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타당성과 신뢰성 높은 R&D 성과평가시스템을 구축하여, 관리·통제와 R&D 조직역량 강화에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은 기업 경영자 및 R&D 관리자들이 풀어야 할 중요 과제이다.
양손잡이 R&D 경영의 구현, 리더십이 중요
양손잡이 R&D 경영을 구현하는 핵심 요인은 R&D 경영층의 리더십이다.
최근 기업에서 CTO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지고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R&D 조직이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인 성과를 모두 추구하고 달성해야 한다는 양손잡이 경영의 시대적인 요구에서 주 원인을 찾을 수 있다.
R&D 부문이 지나치게 사업밀착형으로 운영되다 보면 기술역량이 축적되지 못하고 R&D 인력들의 사기가 저하되어 중장기적으로는 R&D 성과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우 CTO가 R&D 포트폴리오 조정, 우수 R&D 인력 유지방안 모색, Research 역량을 높이기 위한 조직강화 등 다양한 조치들을 실행함으로써 조직 운영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반면 R&D 부문이 지나치게 기술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에는 R&D 부문이 블랙박스화 되지 않고 현 사업에 기여하는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CTO가 철저하게 사업 관점에서 R&D 부문을 조정하고 리드함으로써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역동적인 균형(Dynamic Balance)을 추구하는 양손잡이 리더십을 통해 단기사업 지원은 물론 미래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CTO가 양손잡이 리더십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연구하는 것 못지않게 사람과 사업을 연구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사람과 사업을 철저히 연구해 기술능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리더십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세상 만물은 모두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밀물이 지면 썰물이 온다.
결국 세상의 근본원리는 상반되는 요소가 잘 어우러지면서 큰 힘을 발휘하는데 R&D 경영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R&D 경영의 역설적 상황과 양면성을 잘 이해하고 슬기롭게 조화시킬 수 있는 기업이 급변하는 경영환경하에서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