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미래 산업에 대비하기 위한 Skill Set 변화 및 R&D 인력 경력 관리
미래 사회는 꿈과 감성을 위한 기술이 필요한 콘셉트(Concept)의 시대라는 말로 요약된다.
이 속에서 연구개발인력이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강조되는 것은 내적으로 동기부여된 창의성과 다양한 지식과 사람을 엮어내는 네트워킹 능력이다.
이제 무엇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으며 스스로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 자발성과 개인의 발전 비전 확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인도 조직도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들어가며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연구개발투자가 급속히 증가하여 GDP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은 2011년 4.03%로 세계 2위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연구개발투자의 급속한 증가와 기술혁신의 중요성 증대로 인해 연구개발인력 역시 급속히 증가하여 2011년에는 53.1만 명에 도달하였다.
상근상당 연구원 수(FTE)도 28.9만 명에 달해 세계 6위권에 도달하였기 때문에 연구개발인력의 수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개발인력의 규모 증대가 우리나라 연구개발 혹은 기술혁신 역량의 세계 수준을 바로 대변하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던 추격형 기술혁신 시스템이 종언을 고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세계시장을 선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혁신 패러다임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현실에서 볼 때, 이러한 양적 증가보다는 소위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산업이나 제품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과학기술인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미래 과학기술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은 어때야 하는지, 이러한 역량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 지에 대해 제시해 보고자 한다.
미래 사회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핵심 키워드
먼저 미래학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미래 사회는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기술의 사회이지만, 기계문명의 딱딱함이 넘쳐나는 사회가 아니라 그 기술이 인간의 꿈과 감성과 연결되는 소위 콘셉트(Concept)의 시대라고 요약될 수 있다.
제롬 글렌의 가상현실 사회와 윌리엄 하랄의 인공지능 사회는 기술을 통해 전 세계의 인간이 연결되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롤프 예센의 드림 소사이어티, 다니엘 핑크의 하이콘셉트/하이터치 개념은 이러한 기술이 꿈과 감성에 연결되어야 가치를 드러내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예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성 중심의 콘셉트 시대라는 미래 사회의 모습은 현재 세계적인 기업들이 추구하는 제품의 모습에서도 그 단초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 혁명을 이끈 스티브 잡스의 경우 ‘인간 감성 중심의 기술 및 제품개발’이라는 관점을 가져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며, 이는 2010년의 세계개발자회의에서 밝힌 ‘애플은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며 인문학과 기술을 결합하는 회사’라는 연설에서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덴마크의 Bang& Olufsen의 경우에는 단순히 통화를 위한 전화기가 아니라 통화할 때 귀에 수화기가 닿는 느낌도 좋게 만들기 위해 최고의 촉감을 가진 신소재를 개발하였고, 자동차 회사인 혼다와 BMW는 단순히 자동차의 성능 연구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소리를 내기 위해 자동차 소리 전담 연구소를 두고, 독특한 차문 닫는 소리, 냄새와 엔진 소리 등을 만들어내는 연구원을 각각 20명씩 두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01
이러한 미래 사회가 과학기술에 기대하는 핵심 키워드는 결국 다음의 세 가지로 귀결된다고 판단된다.
첫째, 사람을 만족시키는, 감동을 주는 기술의 개발이 부가가치의 핵심이 되므로 이러한 기술개발을 추구하고 이를 위한 혁신활동을 추진해야 한다.
즉, 단순한 비용절감이나 기존 제품의 개량만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기술 지식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의 융합이나 결합이 가치를 창출하므로 무엇보다 교류와 연결, 네트워킹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즉, 기술분야 간의 융·복합을 넘어선 인간을 중심으로 한 학제간 융·복합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MIT 미디어랩이나 앞의 사례에서 보여진 사용자 중심의 리빙랩(Living Lab) 등도 과학기술인과 타 분야나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셋째, 결국 미래 사회에서 중요해지는 새로운 혁신 활동은 한 두 사람의 천재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점을 갖춘 인재의 발굴과 양성, 활용이 이루어져야 제대로 추진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한 가지의 가치만 추구하는 사회,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 전반에서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자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지식을 융합시킬 수 있는 조정자(Coordinator)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할 수 있다.
미래 과학기술인재의 핵심 역량
이상의 미래 사회의 과학기술 활동을 고려할 때, 미래의 과학기술을 이끌어나갈 인재의 핵심 키워드는 창의성과 다양한 정보와 지식의 통합(Integral) 혹은 융합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과학기술인재의 기본 역량이라고도 할 수 있는 창의성은 오래 전부터 그 핵심적인 발현요소에 대해 정의가 내려져 왔다.
창의성이라는 것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전문역량(지식)과 창조적인 사고 역량(숙련)과 동기부여라는 세 가지 요소가 적절히 결합하여야 한다고 이미 1998년에 테레사(Teresa)가 제시한 바 있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세 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먼저 전문역량(지식)이란 자신의 업무와 관련한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지적 이해를 포함하여 실행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하고, 창조적 사고 역량(숙련)이란 문제해결력, 즉 기존의 아이디어나 지식을 새롭게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래 사회로 갈수록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되는 세 번째 요소 동기부여는 실제로 창의력이 발현되도록 하는 기제로 외적 인센티브 보다는 내적 동기부여(열정, 흥미유발, 도전의식 등)가 더욱 중요하다고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문지식을 넘어선 창조적 사고력, 즉 문제해결력의 증진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동기부여 요소라고 판단된다.
창의성의 진정한 발현을 위해서는 미래 사회에서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동기부여라고 할 수 있다.
지식기반경제의 심화와 더불어 인재의 중요성은 사회 모든 분야,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 점점 더 커질 것이나 고령화와 저출산 경향으로 인해 인재 공급의 풀(Pool)은 점 점 더 작아지질 것이므로, 개인의 발전 비전과 동기부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우수 인재의 확보나 창의적 인재 양성이 모두 불가능한 사회로 점점 더 변해갈 전망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네트워킹과 관련해서는 전이가능숙련(Transferable Skills)의 확보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과학기술인재에게 있어서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신의 전문 영역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하거나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 사회가 미래 사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부문에서 사용된 숙련(Skills)이지만 다른 부문에서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숙련을 의미하는 전이가능숙련은 EU를 중심으로 그 중요성이나 적극적인 역량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연구자에게 있어서는 연구실에서 작업현장으로의 전환 혹은 관리직 등 다른 경력으로의 전환을 유연하게 이룰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전이가능숙련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갈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과학기술인재의 필요역량을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영국 Vitae의 연구자 개발 프레임워크이다.
결국 미래 과학기술인재란 전문적인 연구지식(그림의 영역 A)이나 개인 역량(영역 B)을 기반으로 하여 연구활동의 관리(영역 C)와 다른 부문과의 소통(영역 D) 등의 역량을 점점 더 지속적으로 키워가야 하는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맺음말
미래는 연구개발인력 개인에게도 이들을 고용하는 조직에게도 더 많은 역량을 지속적으로 갖추도록 요구하는 시대이다. 단순히 연구개발활동 자체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으며 스스로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 자발성과 개인의 발전 비전 확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인도 조직도 노력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01 이러한 기업 사례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테크플러스정책건의서, 201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