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국가 가치창조의 원동력 : 지역혁신시스템을 경영하라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통해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역혁신시스템을 경영해야 할 때이다.
그동안 정부주도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혁신자원을 지역으로 이전하는 노력을 해 왔으나, 이제는 창조적 포기를 통해 지자체와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최근 타 지자체의 롤 모델이 되고 있는 경기도의 지역혁신시스템 구축 및 운영사례를 짚어보고, 지역에 기 구축되어 있는 혁신시스템을 활발히 작동시킬 수 있는 다섯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들어가며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대를 지난 5년간(2007~2012년) 지속하고 있다.
세계주요 7개국(G7)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오르는데 평균 9.8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2012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약 23,000 달러임을 감안하면 향후 5년이내에 3만 달러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향후 30년 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급속도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2012년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의 2배를 넘어서고 시설설비투자 증가율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라고 한다.
이는 내수시장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국내 투자는 위축되는 반면 해외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기업의 투자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 진작을 통해 기업이익이 증가하면 다시 재투자로 연결되는 혁신시스템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박근혜 정부는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창조경제’를 통치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창조경제 실현의 핵심은 민간부문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물리적·제도적 토대가 바로 지역혁신환경(Regional Innovation Environment)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5년여간 지역혁신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주도의 정책추진과 지자체의 역할을 제대로 찾지 못함으로 해서 정작 지역혁신환경을 제공해야 할 지자체가 아직까지도 자생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성지은, 박미영 2012).
이제는 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경제를 일으킬 수 있도록 지역혁신시스템을 창조적으로 경영해야 할 때이다.
창조적 포기01 (중앙정부가 버려야 할 것들)
우리나라 지역과학기술혁신정책은 지난 40여 년 동안 태동기(1970년대~1980년대 중반), 기반구축기(1980년 중반~1993년), 제도화시기(1994년~2003년), 그리고 도약기(2003~2012년)를 거치면서 발전해오고 있다(이장재 2008). 그동안 정부는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혁신역량을 지역으로 이전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탈 추격형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추진에 있어 버려야 할 것들이 존재한다.
첫째, 정부주도형 지역혁신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해 오고 있는 지역혁신거점육성사업02과 꾸준히 증가하는 지역R&D투자는 우리나라 지역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큰 기틀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성지은, 박미영 2012).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측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제는 지자체가 지역에 필요한 R&D사업을 스스로 기획, 운영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둘째, 하향평준형 지역혁신정책을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간 비수도권 중심의 지역R&D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공공의 노력이 민간투자를 유인하지 못함으로써 지역간 불균형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원영 외 2013).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의 혁신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나, 우리나라 혁신역량의 70% 이상을 갖고 있는 수도권과 대전도 지역R&D사업의 범주에 넣어 말 그대로 ‘지역특성에 맞게’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대형 국가R&D사업의 지역 배분은 멈추어야 한다.
예를 들면 첨단복합의료단지사업(2008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2011년) 등의 사업과 같이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기초·거대 R&D사업은 지역이기주의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중앙정부가 소신껏 펼쳤어야 한다.
이러한 사업들이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역배분으로 이어질 때, 지자체에서는 지역에 맞는 혁신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기보다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소모적인 경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망원경과 현미경의 지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
‘망원경과 현미경의 지혜’는 오랫동안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업무를 하고 있는 전문가의 말이다(문규학 2012).
멀리까지 보는 사람과 남들이 지나치기 쉬운 아주 작은 부분까지 함께 챙기는 기업들의 성공속도가 남달랐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이다.
이러한 관점을 지역R&D정책에 적용해 보면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혁신시스템의 바람직한 작동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보인다.
그동안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지역마다 일정 수준의 혁신시스템(연구개발, 산·학·연·관 네트워크, 지역산업 혁신기반) 구성요소를 갖추게 되었다(이장재 2008).
지역R&D사업을 통해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민간연구소, 지역테크노파크와 지방과학연구단지 등 혁신조직들이 저마다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역혁신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켜야 한다.
즉 정부는 망원경을 통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역의 역할을 점검하고 지역R&D에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며, 지역을 가장 잘 알고있는 지자체는 현미경을 통해 지역특성을 반영한 R&D사업을 기획하고 지역혁신주체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역혁신시스템을 움직이는 연금술
이미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 혁신시스템은 존재한다.
다만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지역 내 개인, 대학, 연구소, 기업, 공공기관이 서로 주고받으며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만 있다면 창조경제 실현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아래 그림과 같이 몇 가지 방안들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탈 추격형 혁신시스템을 경영하자. 정재용(2013)에 따르면탈 추격형 시스템에서는 다양한 경제주체가 기초·원천의 지식을 창출하고 전문조직 간의 수평적 관계 속에서 이를 활용한 사용가치가 급격히 확산된다.
지역의 혁신주체들이 독립적 또는 상호간의 관계를 형성하며 스스로 창의적으로 활동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주고 독려함으로써 ‘남(혁신주체)을 통해 나(국가)의 목적(경제발전, 일자리 창출, 국민행복)을 달성’하는 경영의 예술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과 공감하자. 모든 지역이 역사적, 문화적, 산업적 특성을 갖고 있다.
전통과 역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소재가 된다.
모든 지역이 최신 첨단산업을 추구하기 보다는 지역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혁신주체들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호응을 얻어야 한다.
이들에게 지역별 특성에 맞는 혁신활동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육성정책을 통해 뒷받침해 준다면 윤활제를 얻어 저절로 동작할 것이다.
셋째, 샘솟는 혁신분위기를 조성하자.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하려는 의지와 노력은 훌륭한 과학자만이 하는 일이 아니라 청소년을 비롯한 지역민들의 몫이기도 하다.
지역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혁신의 주체들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 ‘만들 수 있다’라는 마음이 들고 기술개발, 제품개발, 창업이 일어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몸의 실핏줄 같은 지역의 혁신주체들이 제때에 수혈(인력, 자금, 기술 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넷째, 마중물과 등물로 균형을 잡자. 국가 경쟁력은 특정 지역이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 지역이 일정수준의 혁신경쟁력을 갖추었을 때 국가 경쟁력도 향상된다.
국토균형발전이 필요한 이유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은 지역혁신을 촉진하는 기반구축 및 자금지원과 같은 마중물을 통해 일어설 힘을 보태주고, 국가R&D사업의 경쟁적 지역 유치나 차별성이 부족한 지역전략산업을 육성하려는 곳에는 시원한 등물로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다섯째, 통합의 혁신시스템으로 시너지를 발휘하자.
국가혁신시스템과 지역혁신시스템은 ‘따로 또 같이’해야 할 운명이다.
국가혁신시스템이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창달하는 목적이라면 지역혁신시스템은 시대의 변화에 부합하는 지역산업의 발전을 담보해야 한다.
새로운 국가전략산업은 조만간 지역특성을 반영하여 지역전략산업으로 확대 재생산 되므로 국가와 지역이 서로 끌고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마치며
정부는 최근 발표한 제4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을 통해 지역혁신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존과 달리 지역을 지역혁신의 파트너로 삼아 함께 해 나가겠다는 점을 명백히 했으며, 지역에 R&D전담기관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지자체가 화답할 때이다.
지역혁신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는 창조적 가치의 일차 수혜자는 지자체이다.
따라서 지역 스스로 혁신시스템을 구축하고 필요하다면 정부의 마중물을 받아 적극 활성화시킬 의무가 있다.
지자체장과 시·도 의회의 혁신에 대한 의지와 지역 내 산·학·연의 활발한 혁신활동이 先순환될 때 지역혁신시스템은 꽃피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