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KOITA 기술경영인 하계포럼 - 경영강좌 1
Change·Synergy·Crazy로 미래를 잡아라
발표_ 정진홍 중앙일보 논설위원
누구나 미래가 궁금하다.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이나 사주를 보기 위해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하지만 그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미래는 도둑처럼 우리 곁에 찾아온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미래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삼·지·창’에서 그 해답을 얻어보자.
작은 차이가 미래를 바꾼다
청어는 부패가 빠른 생선으로 유명하다.
청어잡이들이 배에 한가득 청어를 잡겠다는 욕심을 부리면 배 안에서 상하기 일쑤였다.
늘 이 점이 불만이었던 네덜란드의 어부 빌렘 벤켈소어는 어느 날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다.
그것은 가지고 있던 칼의 끝을 구부려 청어를 잡자마자 내장을 제거하는 것. 이렇게 하자 청어를 만선시키고도 상하지 않았고, 이 방법은 네덜란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벤켈소어의 방법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청어가 네덜란드로 집중되었고, 1624년 7월 19일 네덜란드 연방의회는 청어 포획을 국가중점사업으로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네덜란드가 16세기에 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청어 그 자체가 아니라 빌렘 벤켈소어가 만든 ‘작은 차이’ 때문이었다.
이 작은 차이가 청어라는 생선을 자본으로 탈바꿈시켰고, 세계 최초의 상인공화국 네덜란드의 탄생을 촉진시켰다.
보이는 경제에서 보이지 않는 경제로
이렇듯 자본주의는 변화해왔고 변화해간다.
Manufacturing(제조업)에서 출발한 자본주의는 금융자본주의를 거쳐 현재의 아트자본주의로 이어졌다.
세계 경제는 셀 수 있는 돈의 경제인 ‘보이는 경제’에서 돈으로 당장 셀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경제’로 바뀌고 있다.
아트자본주의란 돈으로 셀 수 없는 가치를 근간으로 한 자본주의(Uncountable Economy)를 말한다.
아트자본주의에서는 디자인이 소비자의 결정을 좌우하는 핵심기준으로 부각되고, MBA보다 MFA(Masters in Fine Arts, 예술학 석사학위)가 더 주목받는다. 또한 스토리의 힘이 부가가치를 낳는다.
인간은 논리(logic)가 아니라 이야기(Story)를 이해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Change·Synergy·Crazy의 세 날
영국의 애널리스트 존 호킨스는 ‘하이 콘셉트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하이 콘셉트의 시대에는 숨은 패턴을 감지하고 그것들을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내며, 별로 관계 없어 보이는 것들을 상상력으로 융합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아주 중요하다.
이러한 미래를 잡기 위해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삼·지·창’이다.
여기서 말하는 ‘삼·지·창’이란 < 서유기 >에 등장하는 저팔계가 썼던 끝이 세 개로 갈라진 창을 말하는 게 아니라 체인지·시너지·크레이지의 ‘~지’로 끝나는 세 개의 날 선 창이다.
변화는 인생사의 영원한 화두다.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정보시대를 넘어 콘텐츠 시대요, 대형 공장과 정보화 플랫폼이 아니라 스토리와 놀이, 그리고 상상력의 융합이 새로운 생산력이 되는 시대이다.
따라서 ‘체인지’는 ‘컨테이너 산업에서 콘텐츠 산업으로의 깊은 변화’를 함축한다.
다음으로 ‘시너지’는 고(高)기술과 고(高)감성의 융·복합을 뜻한다.
무조건 섞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는 ‘화학적 발효’를 목표로 한다.
끝으로 ‘크레이지’는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미쳐서 몰입하는 크레이지 파워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는 얽히고설킨 미로와 같은 마이크로트렌드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에 작고 사소한 경향에서부터 몰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삼·지·창’, 각각의 날이 웅변하는 ‘깊은 변화’와 ‘거침없는 융합’, ‘미친 듯한 몰입’이 창의, 창조, 창발의 근간이며, 이는 창조경제와 문화 융성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