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MOVIE IN TECH - 거대 전투 로봇의 귀한

퍼시픽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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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크기의 외계 괴물에 맞서 싸우는 거대 전투 로봇에 대한 영화 ‘퍼시픽 림(Percific Rim)’이 최근 국내외에 개봉되었다.

영화는 서기 2025년에 일본 태평양 연안의 심해에 커다란 균열이 발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실은 그곳이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관문이었는데 여기를 통해 엄청난 크기의 외계괴물 ‘카이주(Kaiju; かいじゅう: 일본어로 괴수라는 의미)’가 차례로 나타나면서 지구 전역을 파괴하고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게 된다.

전 세계 지도자들은 이에 맞서서 지구연합군을 결성하고, 역시 거대한 크기의 전투로봇 예거(Jaeger)를 만들어서 외계 괴물에 대항한다는 이야기이다.



뇌파로 로봇을 조종할 수 있을까?

외계 괴물 ‘카이주’는 크기나 생김새가 영화 ‘고질라’의 거대 괴수를 연상하게 하는데, 이에 맞서는 지구인들의 ‘예거(Jaeger)’ 역시 그와 비슷한 크기의 초대형 전투로봇이며, 독일어로 사냥꾼 혹은 저격수를 의미한다.

예거의 전투로봇들은 최근 인기를 끌었던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등장하는 변신 로봇들보다 단순히 키로만 비교해도 무려 10배 정도 크다.

지금의 중장년층들이 만화영화에서 본 ‘마징가Z’나 ‘로보트 태권V’를 연상하게 하는데, 전투로봇 예거의 조종 방식 역시 그들과 유사해 보인다.

과거 ‘마징가Z’ 등의 전투로봇들은 탑승한 파일럿이 비행기를 조종하듯 버튼 등을 눌러서 동작과 공격무기 등을 제어하는데 반해, 예거의 파일럿들은 이보다 더 진화한 방식으로 초대형 로봇을 조종한다.

이른바 ‘드리프트(Drift)’라 불리는 신개념 조종시스템으로서, 뇌파를 통하여 파일럿과 로봇을 연결하여 한 몸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다만 예거는 초대형 로봇인 만큼 용량과 시스템 역시 매우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한 사람만으로는 뇌에 과부하가 걸려서 조종이 어렵다.
 
따라서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조종을 하는데, 한 사람은 좌반구, 한 사람은 우반구를 각각 담당하여 조종하는 식으로 분담을 한다.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원만하게 조종을 하려면 이들은 로봇뿐 아니라 상대방의 정신세계에 온전히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융합을 ‘드리프트’라고 부른다.

두 명 이상의 파일럿이 드리프트를 통하여 예거와 합체가 되려면 신경과의 접속을 통하여 기억, 습관, 전투 스타일 등을 모두 공유해야 하므로, 원활한 파트너십을 위하여 파일럿들은 대개 가까운 가족 등으로 한 팀을 이룬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전투로봇은 세쌍둥이, 호주의 전투로봇은 부자지간, 미국과 러시아의 전투로봇은 형제나 남매가 함께 조종하는 식이다.

과연 뇌파로 로봇을 조종하는 기술이 가능할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뇌 과학 및 관련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뇌파 및 이를 이용하는 연구개발이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뇌파에 대한 연구는 주로 질병의 진단 등을 위한 목적이며, 뇌의 특정 부위에 전극을 꽂아서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분석하는 방식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할 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뇌파를 활용하는 수단으로서 실용화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머리에 헬멧 비슷한 것을 쓰고서 뇌파를 검출하는 이른바 ‘건식 전극’ 방식도 많이 연구되고 있으며, 이미 이런 방식을 이용하여 뇌파로 컴퓨터를 작동시키거나 게임을 하는 기술 등이 개발되었고 특허도 상당수 출원된 바 있다.

앞으로는 팔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등이 뇌파를 이용하여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수준 등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뇌파는 워낙 미세한 신호이기 때문에 전자공학 상의 노이즈 제거 기술, 효율적인 증폭 기술의 발전 등이 뒷받침되어야 할 듯하다.


한국의 군사 로봇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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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군사용 로봇으로서 최초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롭해즈(ROBHAZ)이다.

전투용 로봇은 아니지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지능로봇연구센터와 유진로보틱스가 공동으로 개발하여 2004년부터 선보인 위험작업용 로봇으로 주로 수색, 정찰과 사제 폭발물 처리와 같은 군사작전에 투입된 바 있다.

리눅스를 탑재한 제어시스템에 의해 원격 조종되며, 가파른 경사LIFE면이나 험한 지형도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최대 경사각이 45도의 계단이나 울퉁불퉁한 길을 최대 시속 12㎞로 달릴 수 있다.

또한 폭발물 처리용 물대포, 화생방 장비, 야간 투시경, 지뢰 탐지장치 등을 장착할 수 있고, 무선 영상과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다.

롭해즈는 2004년도 ‘세계 로봇경진대회(RoboCup-Us Open)’의 구조작업 분야에서 역대 최고점수를 획득하며 우승을 차지하였고, 6만 달러라는 높은 가격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또한 이라크에 파견된 자이툰 부대에서도 정찰과 사제 폭발물 처리 등의 군사작전용으로 실제로 활용된 바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전투로봇은 이른바 ‘견마(犬馬) 로봇’이다.

개나 말처럼 생긴 로봇이라는 의미로서, 네 다리나 바퀴로 움직일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견마로봇은 전투 지역에서 근거리 감시와 정찰이 가능하고, 지뢰를 탐지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 및 원격제어로 기관총 사격 등의 전투도 가능하다.

올해 6월에는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가 주최한 ‘제1회 국방 무인·로봇 심포지엄’이 열리고 여러 국산 로봇무기들이 전시된 바 있다.
 
여기에는 ‘근력증강 로봇’도 있었는데, 이는 바지처럼 몸에 착용하면 수십 kg의 무거운 배낭을 메고도 불과 2~3kg 정도의 무게로 느끼기 때문에, 가뿐하게 활동하거나 먼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로봇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방 무인·로봇 분야의 기술력은 세계 7~8위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앞으로는 견마 로봇이 병사들을 대신하여 최전방의 철책선이나 해안선에서 감시경계, 수색 정찰, 지뢰 탐지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