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리포트 -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김승수 연구소장 인터뷰
글로벌 리더의 자부심, 그 기반은 ‘기술’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김승수 연구소장
우리나라 ‘기술의 메카’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자리한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점점 녹음이 짙어지는 여름에도 이곳 내부는 뜨거운 연구 열기로 가득하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 국내 최초로 합성고무 생산을 시작한 기업.
‘최초’라는 명예를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이어가려면 끊임없는 기술 개발은 필수다.
이 때문에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의 리더인 김승수 연구소장은 금호석유화학의 남다른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오늘도 연구원들을 독려한다.
글로벌 기업 금호석유화학의 브레인
일상 속 친근한 생활용품부터 첨단 제품에 들어가는 미래소재까지, 금호석유화학이 다루는 분야는 다양하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는 물론 합성수지, 정밀화학, 전자소재, 에너지, 건축자재, 미래소재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1970년에 기업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금호석유화학은 2020년까지 세계 1등 제품 20개를 육성한다는 ‘VISION 2020’을 기치로 걸고 더욱 뛰어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금호석유화학 기술연구소의 비전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
“30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 석유화학 산업이 태동했을 때만 해도 대다수 기술을 외국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연구소에서 지난 20여 년간 독자 개발한 상품이 상업화에 성공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합성고무의 한 종류인 SBS(Styrene Butadiene Styrene)가 있다.
1995년에 자체 기술로 이를 개발해 상업화에 성공한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는 2005년에 세계 최초로 단분자 촉매기술로 NdBR(Neodymium Polybutadiene)을 상업화했다.
NdBR은 연비와 반발탄성이 우수한 차세대형 합성고무.
금호석유화학은 이를 국내외 타이어 기업과 골프볼 제조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이 두 제품은 대외적으로도 그 성과를 인정받아 각각 IR52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타이어에너지효율등급제가 도입되면서 고성능 저연비 타이어의 핵심소재인 4세대 SSBR(Solution Styrene Butadiene Rubber)을 생산 완료했습니다. 타이어 물성을 증대하는 말단변성기술을 이미 수년 전에 확보해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요.”
한편으로 합성수지 분야의 흑색 단열재 원료인 에너포르(Enerpor)는 기존과 비교해 단열성능을 10~20%나 높여 탁월한 성능을 자랑한다.
이를 위해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1㎜수준의 단열재용 펠렛의 대량생산기술과 핵중합기술을 접목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PMI계 4원 공중합체 내열용 고분자 제조기술은 높은 내열성과 낮은 용융점도로 내열 ABS를 적용했을 때 2차 가공성을 한층 높여준다.
이는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연속공정을 상용화한 것.
이 기술 역시 2009년에 IR52장영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처럼 다방면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아울러 최근 3년간 해마다 평균 50여 건의 특허를 출원·등록하며 향후 고부가가치 창출에 보탬이 될 지식재산권 확보에도 열의를 다하고 있다.
(1994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건립한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외경과 내부 전시장.)
기초 연구를 넘어 경영 실적에 도움 되는 기술 개발
김승수 연구소장이 금호석유화학 연구소장으로 부임한 지 올해로 8년 째.
1982년에 금호석유화학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연구소장 자리에 오른 그는 금호석유화학 R&D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소 설립 초창기에는 아카데믹한 연구에 집중한 경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금호석유화학의 경영 실적에 구체적으로 이바지하는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연구원 모두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연구 개발은 결과가 언제, 어떤 식으로 발현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의 과정이 있어야 결국 성과도 나게 마련.
이 때문에 김 연구소장은 “폴리우레탄의 한 종류인 CPP(Copolymer Polyol) 개발 스토리가 기억에 남는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세계 1등 제품을 개발한다는 자부심으로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원들의 모습.)
“5년 동안 제품을 개발했는데 결과가 나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한 글로벌 기업에서 우리 회사를 찾아와 ‘기술 개발에 공 들이지 말고, 우리 기술을 사용하라’고 제안한 겁니다. 그런데 그 비용이 1990년대 중반에 지불하기엔 다소 높은 비용이었어요. 우리 진행 상황은 현재 95%인데, 100%가 되지 않았던 터였고요. 2%가 부족해도 성공과 실패가 갈리게 마련인데, 고민스러웠죠. 그래도 우리 기술로 승부를 걸어보자고 결론 내리고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결국 개발에 성공해 지금은 그 제품이 해당 사업군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제품이 됐습니다.”
이제는 연구소장으로서 실무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지만, 김 연구소장은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가 거듭 창의적인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연구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또 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연구소 분위기는 자유롭습니다. 상명하복 식의 문화는 지양하고 있고요. 그래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거든요. 저 역시 방 안에 그림을 걸어 놓고 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창의성이란 뉴턴의 사과처럼 어느 순간 찾아올 지 모르거든요.”
자신이 연구소장으로서 얻은 결실은 “선배 연구원들이 노력해서 이룬 것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말하는 김승수 연구소장.
이제는 그의 후배 연구원들이 그 자세를 이어받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려 불철주야 노력 중이다.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에는 이를 실질적으로 독려하는 다양한 제도도 마련되어 있다.
매년 연말에 우수한 성과를 낸 연구 과제를 선정해 ‘스타 프로젝트(Star Project)’라는 명칭으로 포상을 실시한다.
아울러 젊은 연구원들이 더욱 의욕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영 프론티어(Young Prontier)’상을 만들고 이를 제도로 정착시켰다.
“이제는 생산성을 향상시켜 이익을 얻는 양적 성장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려면 장기적으로 볼 때 경쟁 국가를 이기기 어려워요. 현재 우리가 지닌 품질 경쟁력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여기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태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남들이 1,000원어치 원료로 1,050원짜리 제품을 만들 때, 우리는 1,200원짜리 제품을 팔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 가치를 봐야지요. 저는 그 전환기에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이 가장 희망적인 시기입니다.”
다채로운 협력으로 융합 시대에 기여
새 정부 출범 이후, 분야 간의 융·복합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는 다른 분야와의 창의적인 협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공동 개발한 LEADCAP은 토목산업의 난제를 금호석유화학 특유의 솔루션으로 해결한 과제다.
LEADCAP은 토목 산업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해 개발한 산업간 융·복합의 산물.
사실 지난 한 세기 동안 도로 포장용 아스팔트는 160~200℃에 맞춰져 생산됐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 방법은 가열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데다, 건조에 필요한 도로 통제 시간까지 장시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더구나 유해 가스 배출 우려도 높았다.
“LEADCAP을 아스팔트에 1.5%만 섞어주면 생산 온도를 30℃ 가까이 낮출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에너지가 절약될 뿐만 아니라, 유해 가스 배출도 억제할 수 있죠. 더불어 도로 개통 시간까지 단축할 수 있습니다. 성과가 좋아 지금 이 기술을 외국으로 수출할 예정에 있습니다. 우리에겐 쉬운 기술인데, 그 분야에선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이었던 거죠.”
석유자원 고갈에 따른 대체 에너지 개발에 불이 붙고 있는 요즘, 앞으로 이와 같은 이종분야 간의 결합은 자주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금호석유화학 역시 지속 가능한 원료를 활용한 사업 확장에 열의를 쏟고 있다.
현재 충남 아산에 탄소나노튜브 공장을 건립하는 중이다.
탄소나노튜브 사업은 신성장 동력 발굴의 일환으로 시작한 금호석유화학의 중점사업 중 하나.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는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사업화 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술 융합을 통해 신수종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기반으로 삼으려 합니다. 한편으로 바이오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제품 개발에 있어서는 아직 석유 원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제조원가가 높아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노력하며 성과를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이처럼 깊이 고민하며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지금도 그들의 손끝에서 세상을 혁신하는 새로운 기술이 태동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