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미래 보건의료산업
세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전 속도에 가속이 붙는 현상은 보건의료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 단위를 넘어서 나노 단위 물질을 진단에 이용하게 되고, 인체의 형태를 3차원으로 보여주는 영상술은 기능까지 알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유전자치료와 세포치료의 개발은 불치의 병중 일부를 치료 가능하게 해 줄 것이며,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최상의 의료를 지원받을 수 있는 세상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미래의 보건의료는 NT, BT, IT등 다른 분야의 발전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며 지금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을 현실로 만들어줄 것이다.
들어가며
19세기가 끝나갈 무렵, 파스퇴르와 코흐 등이 과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하여 의학의 과학화를 촉진시킨 후 1910년에 미국의 플렉스너가 의학교육개혁에 대한 보고서를 내면서 20세기의 과학적 의학은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20세기 후반에 가속이 붙기 시작한 생명과학의 발전은 21세기의 의학이 전 시대와는 완전히 다를 것임을 예견하고 있고, 이와 함께 정보기술산업과 영상술의 발전이 미래의학에 중용될 것임이 확실한 가운데 환자 중심에서 의료인 중심으로 옮겨간 20세기 의학은 21세기에 다시 환자중심으로 옮겨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산업화와 맞물려 누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생존경쟁과 함께 산업화의 성공여부, 국민들에게 어떻게 공공의료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입안자들의 판단에 따라 미래 의학의 모습이 결정될 것이다.
진단기술의 발전
21세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사에서는 전공이 다른 팀장급들이 출근과 동시에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일이 일상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학문의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알아듣기 어려운 일이 다반사가 되었지만 한 단계를 뛰어넘는 발견이나 제품이 등장하려면 융합이 필수라는 경영진의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물리학, 공학에서 이용되는 나노 기술을 도입한 진단기계의 등장과 같이 타 분야의 깊이 있는 연구가 의학의 미래 모습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오늘날 소량의 물질을 검출하기 위해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방법이라면 면역반응의 원리를 이용하여 마이크로 단위의 물질을 측정하는 옐로(Rosalyn Yalow, 1977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의 방법과 머리카락, 침, 손으로 잡은 컵 등 세포가 묻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 세포에 내재된 DNA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는 물리스(Kary Mullis, 1993년 노벨 화학상 수상)의 방법이다.
옐로의 방법은 지금도 의학에서 진단목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으나 물리스의 방법은 민감도는 더 높지만 특이도가 낮아서 아직까지 면역반응을 이용한 방법을 대체하지 못한 채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되는 중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나노기술을 이용하여 나노 단위의 물질을 찾아냄으로써 이를 이용한 진단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면 피 속에 워낙 소량 존재하여 지금은 진단에 이용하기 어려운 싸이토카인(Cytokine)과 같은 물질을 측정함으로써 질병의 존재 유무를 포함하여 인체에 발생한 이상을 찾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유전자 칩(Gene Chip)을 제조하여 여러 종류의 유전자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일 등에 이미 응용되고 있다.
병원에서 소변검사와 피검사 등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검사에서 기본으로 체크하는 내용이 앞으로는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렇게 널리 이용될 정보를 얻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은 그리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전체 분석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갈수록 감소됨에 따라 의학적 소견을 알아내기 위해 유전정보를 활용하는 일이 더 보편화될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예방을 위해 유방암 절제술을 시행한 것에 대해 지금은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앞으로 유전체 연구결과가 더 쌓이게 된다면 개인이 미래에 어떤 특정 질병을 어떻게 가지게 될 것인지를 예상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를 이용한 의학적 진단이 활성화할 것이다.
영상기술의 발전도 진단법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X선 사진이나 전산화단층촬영사진은 2차원적인 평면적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현재는 이 사진에서 얻은 정보를 3차원적으로 재구성하여 정확한 위치 확인과 같이 더 좋은 정보를 얻는 일이 가능해졌다.
양전자단층촬영술을 전산화단층촬영술이나 자기공명영상을 얻는 일에 적용하여 두 가지 방법의 장점을 딴 영상을 얻기도 하고, 전자빔단층촬영과 같이 영상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빛을 변화시켜 새로운 정보를 줄 수 있는 영상술이 탄생하기도 했으며, 입체로 얻은 정보에 기능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아 4차원 이미지를 얻는 일도 가능해졌다.
영상술이 모양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볼 수도 있게 하는 시대가 되면서 이를 이용하여 암세포가 얼마나 암세포로서의 기능을 잘하는지를 확인하여 모양만으로는 미심쩍은 병변을 확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중이다.
치료기술의 발전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유전자를 물려받음으로써 질병을 가진 상태로 태어나 일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아주 불행한 일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기 위해서는 내재하고 있는 이상이 생긴 유전자를 정상인 유전자로 바꿔주어야 한다.
그런데 유전자가 사람의 세포 어디에나 들어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어렵게 한다.
모든 세포에 들어있는 잘못된 유전자를 정상으로 바로잡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상 유전자 대신 기능을 할 수 있는 정상 유전자를 치료에 이용하려는 연구는 중증복합면역결핍증에 걸린 여아를 상대로 1990년에 처음 시행되었다.
유전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세포와 조직의 종류, 인체 외부에서 정상 유전자를 싣고 가서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전해주는 방법, 이식된 유전자가 정상 단백질로 발현되도록 하는 전술 등이 유전자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모든 유전자 이상에 의한 질병을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2년 내 사망하는 질병이었던 중증복합면역결핍증에 대해 유전자 치료를 이용하여 치료하는 길이 열린 만큼 가까운 미래에 불치병을 치료 가능한 병으로 바꾸는 유전자 치료법이 계속적으로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가 못쓰게 되어 죽어가고 있는 생명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장기이식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제공받을 수 있는 장기가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줄 사람보다 받을 사람이 많다는 점이 큰 문제다.
인공장기 개발이 시도되기도 했지만 그리 가능성 있는 결과를 못 얻은 것이 현재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유인데 앞으로는 복제기술을 응용하여 필요한 장기를 생성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또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복제 대신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장기의 손상부위를 정상으로 재생시켜 주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미국의 Advanced Cell Technology사에서는 실명의 원인이 되는 황반변성을 치료하기 위한 세포치료방법을 개발하여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수년 전부터 매스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로봇수술도 미래에는 더욱 활성화할 것이다.
로봇수술은 사람의 손으로 하기 힘든 위치에 있거나 미세한 수술을 컴퓨터의 힘을 빌려서 시행하는 수술법이다.
6월호 < 기술과 경영 >에 소개된 바와 같이 미래에는 로봇 간병인의 등장도 예상되는 바 로봇이 의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질 것이다.
정보기술 발전에 따른 보건의료제도의 변화
20년 전에 카메라나 텔레비전이 휴대전화와 한 집에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름만 전화기일뿐 주머니 속에 들어있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하는 일이 불가능할 정도로 개인용 단말기가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앞으로는 이 단말기가 의료기기의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 확실하며 이것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9년 전에 LG전자에서 당뇨환자들을 위한 당뇨폰을 출시한 바 있으며, 각종 의료박람회에서는 의료기능을 탑재한 휴대전화가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휴대전화에는 개인용 의료기기의 기능 외에 자신의 의료정보를 모두 담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혹시라도 의식불명의 응급상태가 되었을 때 환자를 진찰하기 전에 당뇨폰에 담긴 혈당변화를 살펴보듯이 휴대전화에 담긴 환자의 의료기록을 담당의사가 볼 수 있다면 병원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환자의 의료정보를 이용하여 진단과 치료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은 또한 개인용단말기뿐 아니라 전산망을 이용한 의료정보의 통합을 이루게 할 것이다.
과거에는 병원에 의료보험증을 가지고 가지 않으면 보험처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의료보험증을 가져가지 않아도 보험적용을 받는데 아무 문제가 없게 되었다.
미래에는 보험증 외에 신분 확인만 되면 의사가 환자의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의료기록까지 모두 병원내 컴퓨터로 검색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다.
의료정보가 통합되어 한 곳에서 개인이나 특정집단, 국가전체의 의료정보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것은 새로운 의료제도와 정책마련에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진단서를 뗄 필요도 없어질 것이며, 사진 복사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일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보험가입 거부와 같은 부작용 해소가 선결된 후의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맞춤의학의 시대가 온다
똑같은 질병으로 진단받은 두 사람이 똑같은 약을 처방받아 치치료를 하는 경우 한 명은 낫지만 다른 한 명은 낫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정질병에 특정약을 쓰면 70%가 낫는다고 할 때 나머지 30%는 왜 안 낫는지를 모르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 경우 의사들은 새로운 약을 사용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고자 하는데 그 경우에도 또 낫는 경우와 낫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이런 과정을 거쳐가다 보면 운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질병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약을 찾는 일에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현대의학에서는 이를 개인차로 이해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각자가 가진 유전체속에 들어 있는 단일염기다형성(SNP)을 이용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단일염기다형성은 인간유전체프로젝트 과정에서 발견되었으며, 원인 모르게 DNA의 특정 부분에 변이가 일어난 경우가 많으므로 현재는 인구집단의 0.1% 이상에서 발견되는 변이에 대해서만 학문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는 단일염기다형성에 대한 인종, 민족간의 차이를 확인하고 이것이 약물사용시 치료결과를 포함하여 질병 진행과정과 어떤 상관관계를 지니는지 연구하는 단계지만 미래에는 이 차이를 이용하여 개인별로 예후를 미리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면 약물을 사용하기 전에 그 약물의 치료효과가 잘 나타날 것인지 아닌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되므로 개인별 맞춤의학의 실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앞서 소개한 유전체 분석 기술이 일반화되어야 한다.
누구나가 손쉽게 자신의 유전체 전체 또는 일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개인차를 감안한 의료행위가 가능해지며, 멀지 않은 장래에 이 기술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예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에서 미래는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변화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본고에서 소개한 내용 이외에도 신비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뇌과학이 크게 발전하여 뇌에 칩을 이식하여 뇌질환 치료, 사람의 생각대로 따라하는 로봇의 등장, 뇌를 스캔하여 정보를 얻기, 인공뇌의 제조 등이 가능해질 것이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유비쿼터스 헬스(U-health, E-health)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며, 나노기술이 생물학적 진단, 영상 진단, 약물 전달 등 의학의 곳곳에 침투하게 될 것이다.
또 디즈니 가정 암센터(The Roy and Patricia Disney Family Cancer Center)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병원 내부를 각자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하여 병원환경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병원을 내가 원하는 환경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와 같은 미래의 의학수준이 어떤 정책에 의해 어떻게 산업화할 것인지는 이제부터의 노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