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7

특별기획 - 미래 농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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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은 급속한 산업화와 국제화·개방화 과정에서 상대적인 쇠퇴산업(Declining industry)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농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구촌의 환경위기와 함께 지구 부존자원의 한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리고 인구 고령화와 성인병의 만연 등으로 식품소비 행태 변화가 진행되면서 농업을 미래녹색성장산업의 핵심축으로 변환·육성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범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래산업으로서 한국농업의 성장가능성과 지향해야 할 새로운 지평(地平)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산업화, 개방화 과정에서 진행된
한국농업의 위축


한국농업은 농림어업 실질 생산액 기준으로 지난 30년(1970~2010)간 연평균 2.7%씩 성장해 왔다.

이러한 성장률은 같은 기간 동안의 국민총소득(GNI) 성장률(9.27%)이나 광공업 성장률(13.9%)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농업은 상대적인 쇠퇴산업이란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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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생산액의 성장률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 하의 시장개방의 영향으로 더욱 낮아졌다.

농산물 시장개방이 시작된 1995년을 기준으로 하여 과거 25년간(1970~1995)의 농림어업생산액 성장률은 연평균 4.28%였지만 최근 15년간(1995~2010)의 성장률은 연평균 1.31%로 크게 낮아졌다.

이에 따라 국내 총생산에 대한 농업의 기여도는 1970년의 25.4%에서 2010년에는 2.2%로 크게 줄고 있다.


한국농업의 성장, 불가능한 일인가?

많은 사람들은 한국농업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한국 농산물은 높은 땅값과 임금 때문에 생산비가 높아서 값싼 해외농산물의 개방 확대로 경쟁력을 잃고 산업위축의 위기에 처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방피해 보전과 농업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 정부는 그동안 다양한 개방대응대책을 추진해 왔다.
 
자금과 기술은 정부가, 그리고 경영과 마케팅능력은 농협이 지원하도록 하는 큰 틀 아래에서 다양한 정책수단이 동원되어 왔다.

그러나 농업성장은 최근 들어 더욱 정체 내지 후퇴하고 있고01 농협개혁에 대한 요구 역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분출되고 있다.

농가들은 왜 한미 FTA나 한중 FTA를 반대하는가?

그것은 한국의 농식품 내수시장의 상당부분을 미국과 중국 농산물에 내어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방피해 보전과 같은 수동적인 정책보다는 수입농산물에 빼앗길 수밖에 없는 시장 몫(Share)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한 능동적인 정책수단이 강화되어야 농업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농산물의 새 시장은
어디에서 열리고 있는가?


고품질 농산물 위주로 변하고 있는 내수시장

농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 우선기준이 가격조건에서 안전성, 신선도 등 품질위주의 비가격적 조건으로 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판매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농산물은 친환경농산물이다.

친환경농산물 출하량은 1999년의 2만 7천 톤에서 2011년에는 185만 2천 톤으로 12년간 무려 69배 수준으로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서 2011년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은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10%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크게 높아졌으며 2020년에는 축산업을 제외한 재배업 예상생산액의 52% 수준을 점유하는 한국농업의 중심적 생산부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KREI,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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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값싼 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도매시장을 통해 남김없이 팔아치우는 시대는 지났다.

변화되고 있는 고객선호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 공급하는 고객 맞춤형 정밀시장(Precision Market)이 새로운 신흥시장이다.

정밀시장 지향적인 생산과 유통방식의 혁신이 소농경영 위주의 한국농업에서 새로운 활로(活路)가 되고 있는 것이다.


프리미엄급 해외농식품시장의 확장

한국농업의 품질 등 비가격적인 비교우위를 앞세워 공략할 수 있는 세계 프리미엄급 농식품시장 규모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첫째, 친환경농산물 및 유기농식품의 세계시장이 크게 확장되고 있다.

세계 유기농식품과 친환경식품(Eco-labelled Foods)의 2010년 매출액은 600억 달러 수준으로 이 중 95% 이상은 북미와 EU 등 고소득국가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 남미 등지의 기타시장도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20년 이내에 친환경 식품시장은 2010년 현재의 시장규모 보다 1,000배 이상 증가한 60조 달러 규모로 팽창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Organic monitor, research news, 2012. 4).

둘째, 기능성 식품의 세계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현대인의 식생활 구조가 서구화됨에 따라 비만과 성인병 등 만성질환이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서 의료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대한 반작용으로 전 세계적으로 웰빙추세가 확산되면서 기능성 식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능성 식품의 세계시장 규모는 2000년의 448억 달러에서 2008년에는 738억 달러로 연평균 6.4%씩의 높은 성장률로 성장해 왔으며 2013년에는 883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Euro monitor,2008).

한국의 기능성 식품의 시장규모도 2005년 6,755억 원에서 2009년에는 9,598억 원으로 연평균 9.2%씩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식약청, 2010).

식품소비시장의 메가트렌드 변화는 한국농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기회요인이다.

기계화된 대규모 경영체제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규격화된 표준상품이 대량 거래되는 대중시장(Mass Market)에서는 절대적인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품질과 서비스로 차별화되는 정밀시장(Precision)시대가 열리면서 경영규모가 작은 한국농업의 새로운 시장기회가 바야흐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경제(Bio Economy)의 개막과
농업의 성장산업화


OECD는 바이오신기술(유전체, 유전학, 단백체학 등)이 타기술 등과 융합을 지속하여 2030년경에는 글로벌 경제가 바이오경제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30년 바이오기술에 의한 산업생산액은 OECD회원국 총GDP의 2.7%를 차지하게 될 것이고 바이오작물이 농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그리고 화학제품 생산에서 바이오공정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OECD, 2009.).02

바이오산업은 IT/NT 분야와의 융합을 통하여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박영훈, 2010.).

첫째 분야는, 농림수산식품 분야로서 소위 Green BT 분야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과 화석연료(석유)의 고갈에 따른 대체연료 수요의 증가에 대응한 GM(유전자 변형: Genetic Modified)식물재배의 확대 등 농업과학기술의 변화가 농작물 재배방식의 변화 등 Green BT의 발전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둘째 분야는, 보건의료 분야로서 소위 Red BT 분야이다.

노령화, 비만 등의 만성질환 및 전염성 질환의 증가로 2020년의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1조 3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약리, 유전학 정보를 이용한 의약품과 치료제 개발, 줄기세포와 조직공학에 기반한 재생의학적 치료 및 예방의약품과 예방진단치료 방법의 개발이 Red BT 분야의 발전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셋째 분야는, 바이오 산업분야로서 소위 White BT 분야이다. 환경위기 및 유한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바이오연료 생산체제가 구축되고 있다.

또한 합성생물학, 설계 미생물 등 차세대 바이오연료가 White BT의 발전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바이오 기술은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유전체, 생물정보학 등을 중심으로 바이오 응용 분야 간의 통합을 지향하며 발전하면서 식량생산 중심의 농업 기능과 영역을 크게 확장시키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서 선진국에서도 농업을 미래성장산업 분야로 평가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농업의 신가치 창출과 새로운 영역 확장을 위해서는 토지와 노동집약적인 농업생산체계를 자본과 기술집약적인 생산체계로 전환시켜야 한다. R&D투자의 확대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농산물의 생산성 향상 위주로 추진되어 왔던 기술개발 방향을 농업의 미래성장동력 확충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는 과거의 개방대응 정책 틀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현상유지적이고 평균적이었던 개방대응정책을 신시장 확보에 초점을 맞추어 미래지향적으로 개혁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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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농림어업생산액은 2010년에는 전년대비 –4.4%, 2011년에는 전년대비 –2.0%, 2012년에는 –1.0%로 3년 연속 부(-)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02 바이오경제란 바이오기술에 의한 새로운 발견들이 관련제품의 보급이나 서비스 향상을 통하여 인류에 편익을 가져다 주는 다양한 경제활동을 포괄한다.

자료 : OECD, The Bioeconomy to 2030,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