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열쇠 - 산업을 지원하는 과기인프라로서의 정부출연연구소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소는 기초 연구 역량 육성에 관심을 가진 선진국들과는 다르게 산업발전을 목표로 출범했다.
출연연의 원형이라 할수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한국의 ‘공업기술 및 응용과학연구소’로 출범했다.
이후에는 분야별 연구소들이 해당 분야의 산업 육성을 이룰 목적으로 탄생했다.
출연연들이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면서 경제가 발전했고 기업의 역량이 강화되었다.
현재는 개발과 직접 연계된 기술보다는 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장기 기초연구나 원천기반기술 연구로 임무가 옮겨갔으나 역사적으로 볼 때 산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다.
지금은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산연 관계가 한층 다변화되고 사회적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은 맡겨진 임무에 해당하는 지식의 창출이다.
경제체제가 발전할수록 기업의 역량이 강화되기 때문에 이 부분이 더 중요해진다.
선진국에서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공공연구에서 지식을 얻는 가장 흔한 채널은 뜻밖에도 논문이다.
가장 공개적인 채널을 통해 기업은 자기가 필요로 하는 지식의 소유자를 찾을 수 있다.
그 소유자가 국내에 있느냐 국외에 있느냐는 접근성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사실 곧장 산업화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공공부문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국내 산업은 경쟁력을 얻게 된다.
독점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해외기업과의 협상을 예로 들어보자.
기반기술이 국내에 있다면 국내 연구소에 투자를 통해 기술을 획득할 뜻을 내비치는 것만으로 지급해야 할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그리고 대형 국가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작은 비용부담만으로 매우 도전적인 목표를 가진 연구를 수행하고 핵심기술을 획득할 기회를 잡게 된다.
최초로 무엇인가를 이루어야 인정을 받는 연구중심대학들과 달리 기술을 확보하고 인프라를 개발하는 것을 임무로 할 수 있는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은 이런 면에서 더욱 중요하다.
지식의 창출역량이 있더라도 효율적으로 그 지식을 사회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지식을 확산하는 체제가 중요하다.
지식의 확산은 단지 출연연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출연연이 항상 열려있고, 기반 인프라로서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지식확산체제를 더욱 효율화할 수 있다.
출연연은 물론 출연연 관련분야에서 생성되는 지식에 기업들이 출연연을 통해 자유로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출연연은 기업이 필요한 기술적 수요를 모니터링하고 적절히 지원하면서 장기적인 연구 아젠다 설정에 이 경험을 반영한다면 지식을 혁신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출연연들은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산연협력과 지원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기술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기술홈닥터를 지정하여 3~4년간 무상으로 기술적 지도를 해주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기업에 산업화 장비 활용은 물론 공정개발이나 시제품 생산을 지원한다.
각 출연연들은 특징에 맞추어 인력과 장비를 쪼개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기 위한 사업들을 개발하여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특히 과학기술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많은 도움이 된다.
연구회 역시 작년부터 소관기관 전체의 채널로서 중소 · 중견기업을 위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협력에 적합한 기업을 우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으로 하여금 선정하도록 하고 전임 기관장들과 같이 출연연과 기술을 잘 아는 연구리더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구성하여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멘토들을 추천해주고 있다.
작년에 6개 과제에 대해 시범적으로 운영한 결과, 지원을 받는 기업은 물론 지원을 해주는 출연연도 시너지를 얻고 있다는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지원기간이 끝난 뒤에도 자발적으로 현재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서 지속적인 산연 네트워크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범 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좀 더 개선하여 올해 하반기에는 약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좋은 과학기술만으로 성공적인 기술사업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탈취제가 개발되었을 때 판매가 극도로 부진했지만 탈취제에 향기를 넣으면서 거대한 시장을 확보하게 되었다.
혁신적인 핵심기술에도 불구하고 부가적인 기존기술과 결합하고서야 시장이 생긴 것이다.
MP3는 독일 대학과 출연연에서 개발되었지만 일본기업이 기술을 구매해서 수혜를 가져갔다.
이런 모습은 시장이 가진 미묘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든든한 지식 인프라를 못 갖춘 나라가 첨단산업 국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출연연은 국가 산업을 지탱하는 과기 인프라로서 지식 창출과 확산 체제의 핵심이자 허브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전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