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미래사회 변화에 따른 기술혁신 패러다임 전환 전망
러시아 경제학자 콘드라티에프의 장기파동주기에 따르면 2007 ~ 2009년 금융위기로 제5차 파동이 끝나고 제6차 장기파동의 시작이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제6차 장기파동을 주도할 새로운 기술혁신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본 글에서는 제6차 파동의 시작과 관련된 배경과 향후 전개방향을 전망해보고 새로운 기술혁신의 특징과 우리나라의 현황 및 과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들어가며
1925년 러시아 경제학자 콘드라티에프(N. Kondratieff)는 150년간(1790 ~ 1920)의 경제 자료(물가, 이자율, 임금 및 생산량 등)를 분석하면서 자본주의 경제가 40 ~ 60년 주기의 장기 파동을 반복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슘페터는 이 파동이 성장과 정체 그리고 침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파동이 특정한 기술혁신(technological innovation)의 사회적 적용(practice)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2개의 파동이 겹치는 전환기에는 새로운 혁신이 시장에 진입하게 되며 새로운 지배적 사회-기술체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이러한 전환은 새로운 가치체계, 사회시스템, 문화체계 등 사회경제의 전반전인 전환을 동반하게 된다. 제5차 파동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은 노동생산성을 급격히 증가시켜 새로운 경제 호황과 함께 사회시스템의 전반전인 변화를 이끌어 왔다.
2007 ~ 2009년 금융위기와 새로운 기술혁신패러다임의 도래
프리만(C. Freeman)과 페레즈(C. Perez)는 기계화, 전화, 컴퓨터 같은 기술 체계의 주요 변화를 바탕으로 금융자본으로 알려진 경제의 일부분과 기술과의 상호 작용을 설명하면서 금융위기가 필연적임을 예측한 바 있다.
모두 파동의 쇠퇴기에는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 거의 0에 가까운 이자율, 소비자 이익보다 금융사의 이익을 앞세우는 도덕적 해이는 항상 나타남을 실증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2000년 초반 및 2007 ~ 2009년의 금융위기가 제5차 파동의 쇠퇴기를 의미한다면, 관심은 제6차 파동의 시작과 관련된 배경은 무엇이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있다.
현재의 생산시스템은 효율성 향상에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환경 및 자원의 지나친 오·남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작금의 사회 · 경제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토양침식, 물 부족, 에너지 부족, 폐기물, 어업 감소, 열대림 파괴, 생물다양성 저하 등 지구 환경의 전반적인 악화현상은 이미 되돌아올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재의 산업 발전 모델을 고수할 경우 우리는 자연과의 조화,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이익을 비교 선택해야 하는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로버트 고든(Robert J. Gordon) 교수는 2012년 월스트리트지 기고를 통해 ‘혁신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것이다’는 도발적인 글을 실었다.
고든 교수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은 평균 연 2% 정도의 성장을 이루었는데, 앞으로는 그 절반도 힘들 것 이라고 한다.
인류가 누리고 있는 전기, 발전소, 내연기관 등의 발명은 1875년부터 1900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고 2차 대전 이후에 이루어진 TV, 냉난방, 제트기 그리고 고속도로 건설 등에 필적할 만한 혁신이 현재는 없다는 것이다.
더욱더 큰 문제는 미국은 현재 6가지의 역풍을 맞고 있는데, (1)인구구조의 변화(population dividend) (2)교육의 질 저하 (3)불평등의 확산 (4)세계화와 ICT 발전으로 해외로의 일자리 이동 (5)에너지 및 환경 문제 악화 (6)가계 및 정부 부채의 증가가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미래에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은 1% 정도일 것이며, 대부분의 미국인은 0.5% 정도만의 소득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닉 보스트롬 (Nick Bostrom) 철학과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자연재해보다는 ‘인간이 만든 기술의 부작용(anthropogenic existential risk)’으로 인해 인류가 거의 멸종 위기(existential risk)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장의 한계(The end of Growth)’를 쓴 리차드 하인버거(Richard Heinberg) 또한 (1)주요 에너지/자원의 고갈 (2)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파급효과, 그리고 (3)금융시스템의 붕괴 등의 이유로 현재의 경제 성장을 이어 나갈 수 없다고 진단하였다.
물론 이 반대편에는 기술이 혁명적인 진보를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낙관론자가 있다.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를 쓴 레이 커즈와일은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여 궁극적으로 특이점에 이르게 되고, 이 순간 ‘스마트한 기계’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
2045년이 되면 소위 특이점에 이르게 되는데, 이 시점이 되면 인간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를 예측하는 것이 힘들다고 주장한다.
X-prize의 책임자인 디아맨디스(Diamandis)는 새로운 혁신기술에 의해 지구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며, 컴퓨터 연산 능력의 증가로 기후변화, 자원고갈 및 에너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에릭 브린욜프슨 MIT 교수 또한 이미 컴퓨터의 연산능력의 향상으로 인해 이전에는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영역에 컴퓨터가 들어오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혁명을 기대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즉 미래의 디지털 경제는 희소성(scarcity)이 아니라 풍요(abundance)가 핵심이슈가 될 것이며 이는 기술발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주장한다.
다만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생산성향상과 성장에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100% 활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며 성장의 과실이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즉, 현재 우리 인류의 문제는 대침체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구조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양 극단의 예측 중에 어떤 쪽으로 미래가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역사의 경험으로 추측해 보건데 그 중간 정도 어디에 귀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한 것은 인류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못한 새로운 기로에 직면했으며 창의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6차 장기파동을 주도할 새로운 기술혁신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제5차 파동에서 ICT가 담당했던 역할을 제6차 파동에서는 무엇이 대체하게 될 것인가?
핀란드 미래학자 마르쿠 윌레니우스(Marrku Wilenius)는 자원생산성(resource productivity)이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만이 제6차 장기파동을 성장으로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먼저 제5차 파동의 성장을 주도한 ICT가 한 단계 진화하여 모든 사물간의 연결(M2M)이 가능한 진정한 디지털화가 이루어지고, 컴퓨터 연산 능력의 증가로 새로운 서비스 · 제품 혁신이 가능한 환경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회시스템의 스마트화, 환경 나노 · 바이오 기술, 자연모사, 전체시스템 디자인, 보건의료기술이 혁신을 주도할 것 이다.
새로운 혁신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6차 파동은 글로벌 차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다. 현재전 세계 휴대폰 가입자 수는 60억 명, 보급률이 이미 75%에 이르고 있다.
기존에 혁신의 시작이 특정 지역/국가에서 발생한 후 보급되는 과정을 겪었다면 혁신을 전파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는 갖추어진 셈이다.
두 번째로 새로운 파동은 사회구성원에게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을 요구할 것이다.
새로운 사회시스템과 가치 및 문화 체계를 받아들여야 하는 몇몇 국가는 디지털화의 물결과 함께 Apple 대학으로 상징되는 교육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로 지속가능성이 새로운 핵심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인류가 지난 산업발전 과정 동안에 자연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이미 지속가능성 한계를 넘어선 것이며 따라서 제6차 장기파동에서는 이 점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을 쉽지 않을 것이다.
거의 좌초 지경인 기후변화 대책 마련에서 보듯이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전 세계가 선제적인 합의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으며, 결국 승자와 패자 국가가 극명하게 나뉠 것이다.
(그림 1> 콘드라티에프 장기파동 출처: Datastream. Allianz Global Investors Capital Market Analysis)
우리나라 현황 및 과제
지난 정부의 경우 녹색성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주도했지만 세부 실행은 오히려 반대쪽에 있었다.
중장기 에너지전략 또한 기존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사려 깊은 고려 없이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였다.
또한 우리 사회는 수도권-지방, 계층 간 소득 양극화,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경쟁 과열 등으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는 세계 최고의 자살률, 하위권의 국민 삶의 질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던 정보통신산업 이후에 불투명한 성장 동력 산업의 발굴, 지난 10년간 획기적으로 증가한 연구개발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효율성 문제, 창의적 인재 양성의 실패 등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향후 닥치게 될, 아니 이미 시작되고 있는 차기 혁신패러다임 전환의 거대한 조류에 무방비로 휩쓸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기술과 경영 특별 시리즈에 부처
‘기술과 경영’에서는 미래사회변화에 따른 우리나라 기술 및 사업에 대한 파급 효과를 살펴보고자 3회에 걸친 특집 시리즈를 준비하였다.
이번 6월호에서는 미래전망과 기술혁신체제 전환에 대한 일반적인 주제를 다루었다.
7월호에서는 산업 분야별로 미래 위험과 기회를 전망한다.
8월호에서는 이러한 혁신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하부시스템에 대한 전망을 다루어 볼 예정이다.
먼저 KAIST 정재용 교수는 2000년대 들어 정부의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양적규모로는 세계 2번째에 이를 정도로 팽창해 왔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회 경제적 성과가 미흡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기술무역적자의 증가, 특허의 질적 수준 저하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간접적으로는 거시적 차원의 경제성장율
저하, 사회적 양극화 등이 나타나는데, 저자는 기존의 추격형 혁신을 벗어나는 전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체현상으로 해석하며, 탈 추격형 혁신 체제 설계를 위한 메커니즘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 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송위진 박사가 탈추격 시대의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기존의 기술 중심의 접근을 벗어나 사회 기술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보건 복지 에너지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 방식의 하나로 사용자가 혁신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용자주도형 혁신’을 소개하면서 사용자들이 혁신과정에 자신들의 지식과 니즈를 반영하고 다양한 사용자등과 서로 의견을 교환 할 수 있는 하부구조가 주요하다고 주장하며, 리빙랩(living lab)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세 번째 글은 산업연구원의 이상규 박사가 글로벌 트렌드에 따른 신산업기회발굴 프로세스를 정리하였다.
먼저 신산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평가 관점으로 기술주도와 시장견인의 관점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동시에 급변하는 사회, 경제, 환경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혁신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과제임을 제시한다.
네 번째는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손석호 박사가 10년에 기술적 실현이 가능한 기술 6개를 선정하여 기술의 개발 현황 및 산업적 파급효과를 제시하였다.
착용형 컴퓨터, 로봇,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유전체해독기술 그리고 배터리 기술을 선정하여 에너지, 제조업 등에 대한 파급효과를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 IBM의 유종기 실장은 심화되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세계 각 국가와 기업은 새로운 형태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글로벌 차원의 동기화, 인터넷 등으로 인한 빠른 확산 그리고 각 가치 사슬 간의 연결성 증가는 위험의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5R 차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